5. 학교에 가도..채임이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물론..기분이 나쁘거나 화가난건 아니었지만..그냥..그녀의 얼굴을 예전처럼 마주보고 깔깔대고. 웃으며 함께 아무일도 없듯이 다닐수가 없었다.. 괜히..내 마음이 닫힌듯한 행동에..그녀도 당혹스러워했고.. 나 자신조차도..내 맘대로 되지 않는 나의 행동이 싫었다... “진서야...아직도 화난거야?” 일주일 정도 지난 후...그녀가 나에게 다시 물어왔다. “나..너한테 화난 적 없는데...” “그럼 왜 날 피해?” “내가 널? 아니야..그냥..맘 정리가 좀 안되서...멀리한거 뿐이야.” “무슨 맘정리?” “그냥 이거저거..” “그럼 이젠 다 된거야?” “거의 그런셈..” “음~ 그럼 우리 오늘 저녁에 마치고... 영화 동아리 애들이 뒷풀이 한다는데..따라갈까?” “우리가 거기 동아리도 아닌데...어떻게 따라가?” “괜찮아..거기 회장 어빠가 나랑 친해서...오늘 같이 가자고 한거야.. 나 혼자선 가기가 좀 그래서..같이 가자고...“ 늘 이런식이다... 그녀가 누군가의 초대를 받은 자리...조금은 어색하고..내 자리가 아닌곳에..끼는듯한 느낌에 결코 스스로는 가고 싶지 않은 그런 자리에 꼭 그녀는 함께 가자고 한다. 물론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젠 어느 정도 선을 그을때가 온 것같다.. “나 오늘은 안되겠어..오늘 ..작은오빠 집에 오는날이야...” “어머 그래? 진영 오빠오는 날이야? 이야..나 그럼 오늘 너네 집갈까?” “너 오늘 약속 있다며..펑크내면 쓰니? 니 약속가...” “음~나두 진영 오빠보고 싶은데...” “담에 보자 담에..” 거절을 하는 마음이 웬지 찝찝했지만..그래도...내가 가고 싶지 않은 자리까지 갈 생각은 이젠 없다.. 따라가 주는 것도 이제 그만.. 가만 생각해보면..지난번 소개팅건도 그냥 무턱대고 따라가서 벌어진 일이 아닌가? 너무 확대해석하는 걸수도 있지만...그래도..이젠 그런 불편함은 내 스스로 만들고 싶진 않았다. 그나저나...간만에 집에 들어온...울 둘째 오빠에게 무슨 선물을 하지? 오늘 넷째오빠도 온다고 그랬고.. 나는 버스에서 내려 터벅 터벅 걸어서 집으로 향했다.. 저 멀리 보이는 우리집... 깔끔한 단층 한옥집이다. 근래에는 보기드물게 곡선이 화려한 기와를 얹은 집... 오랜 세월 내려온...명문가답게...문중의 종손집안 답게.. 겉으로 보면 지금도 군불을 떼서 온돌을 유지하고...가마솥에 밥을 끓여먹고... 마당쇠가 있어서 이리오너라 하고 불러야만 할 것 같은..우리집 대문... 물론..지금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겉은 대갓집 모양이지만 집안은 얼마전 새로 수리한 씽크대와 조리대가.. 자릴 차지하고 있고..방음, 방수, 방한 처리가 깔끔히 완비되어있다. 그리고 최신식으로 꾸며진...화장실과 욕실...안방, 그리고 할머니, 증조할머니 방을 제외하고... 아이들 방은 거의 다 침대를 사용한다.. 내가 다가가자..대문이 자동으로 끼익하고 열렸다.. 아마도 증조 할머니께서 또 cctv를 보고 계셨나 보다.. 집 밖에 3대..집 안에 2대를 설치해 놓은 cctv가 증조할머니에겐 꽤나 신기하셨던 모양이다.. 요즘엔 계속 서재에서 cctv를 들여다 보고 계시다가.. 가족들이 골목끝에서 보일라치면 먼저 문을 열어주신다.. 그러니..혹시라도 지나가던 연인들이..밤 늦은 시각...우리집 추녀 밑에서 뽀뽀라도 할라치면...할머니 목소리가 온 동네를 떠들썩하게 만든다.. “네 이노므 자슥들..여기가 감히 어딘줄 알고..그런 행실을 보이는게야? 여기는 연안송씨 집안의 제 57대 문중 장손 집앞이다.. 어서 썩 꺼지지 못할까? 얼릉 집에 들어가서 부모님과 조상님들을 욕보인죄를 사죄드리거라..어서..” 이런 호통이 나올라치면.. 이미 우리동네의 진순이, 진돌이, 그리고 지나가던 들개, 똥개가 다 짖어대고... 그 연인은...혼비백산해서 도망을 간다는 그런 전설적인 이름이 있는 그런....에휴..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새벽부터 아버지가 깨끗이 쓸어놓은 마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직 아스팔트나 시멘트를 깔지 않고 흙마당 그대로라서... 비가 많이 오거나 눈이 내리면 질퍽거리지만...나는 그 고운 노란 빛깔의 흙을 좋아한다.. 어렸을때는 거기서 소꿉장난도 많이 햇고...아스팔트처럼 한여름에 뜨거운 열기를 더 뜨겁게 쏘아올리지도 않고 한겨울에...꽁꽁 얼어붙어 미끄러지지도 않는다.. 그런 마당을 가로질러 대청마루로 올라서서는 안으로 들어섰다.. 한참 음식중이신지...집안에 고소한 기름 냄새가 둥둥 떠다닌다.. “어서 오너라..춥지?” 늘 다정한 우리 할머니.. 머리를 깔끔하게 빗어서 쪽을 찌고 곱게 한복을 입고 계셨다.. 엄하신 증조할머니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늘 다정다감하신 할머니와는 자주 이야기도 하고..컴퓨터도 가르쳐 드리면서 가깝게 지냈다.. “네 할머니. 바람이 너무 많이 차요...” 가방을 내려 놓으며..거실에 들어서자..그제서야..따뜻한 우리 가족의 얼굴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젤 큰오빠의 장난꾸러기 아들...내 첫 조카..송민서..그리고..그 동생...이뿌니..겅주..송주현.. 그리고 넷째오빠가 오늘따라 일찍 들어와 있다.. 늘 그렇지만..이 추운 날에...가죽잠바 하나만 덜렁 걸치고 다니나 보다.. 아마 엄마와 올케언니는 부엌에서 열심히 음식장만을 하고 있을 것이고... 큰오빠 둘째오빠 그리고 아버지는 조금 더 있어야 올 것 같다... 먼저 cctv가 있는 서재로 가서 증조 할머니에게 다녀왔다는 인사를 한 다음..뒤채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뒤...잠깐 책상에 앉았다... 내방은... 어렸을적부터..나를 지켜주었던....뒤뜰의 감나무가 훤히 보이는 커다란 창이 있어서... 항상 그 창가에 앉아서 감나무를 바라 보기도 하고.. 거기서 책을 읽다가 잠이 들기도 했다... 그 어디보다 마음편한 곳이고...남들이 쉬 앉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집안은 따뜻하고... 아마도 오래간만에 둘째 오빠가 온다는 소식에 짠순이 울 어머니도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었나 보다... 조금 쉬다가... 부엌으로 가서...음식하는걸 거들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5-
5.
학교에 가도..채임이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물론..기분이 나쁘거나 화가난건 아니었지만..그냥..그녀의 얼굴을 예전처럼 마주보고 깔깔대고.
웃으며 함께 아무일도 없듯이 다닐수가 없었다..
괜히..내 마음이 닫힌듯한 행동에..그녀도 당혹스러워했고..
나 자신조차도..내 맘대로 되지 않는 나의 행동이 싫었다...
“진서야...아직도 화난거야?”
일주일 정도 지난 후...그녀가 나에게 다시 물어왔다.
“나..너한테 화난 적 없는데...”
“그럼 왜 날 피해?”
“내가 널? 아니야..그냥..맘 정리가 좀 안되서...멀리한거 뿐이야.”
“무슨 맘정리?”
“그냥 이거저거..”
“그럼 이젠 다 된거야?”
“거의 그런셈..”
“음~ 그럼 우리 오늘 저녁에 마치고...
영화 동아리 애들이 뒷풀이 한다는데..따라갈까?”
“우리가 거기 동아리도 아닌데...어떻게 따라가?”
“괜찮아..거기 회장 어빠가 나랑 친해서...오늘 같이 가자고 한거야..
나 혼자선 가기가 좀 그래서..같이 가자고...“
늘 이런식이다...
그녀가 누군가의 초대를 받은 자리...조금은 어색하고..내 자리가 아닌곳에..끼는듯한 느낌에
결코 스스로는 가고 싶지 않은 그런 자리에 꼭 그녀는 함께 가자고 한다.
물론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젠 어느 정도 선을 그을때가 온 것같다..
“나 오늘은 안되겠어..오늘 ..작은오빠 집에 오는날이야...”
“어머 그래? 진영 오빠오는 날이야? 이야..나 그럼 오늘 너네 집갈까?”
“너 오늘 약속 있다며..펑크내면 쓰니? 니 약속가...”
“음~나두 진영 오빠보고 싶은데...”
“담에 보자 담에..”
거절을 하는 마음이 웬지 찝찝했지만..그래도...내가 가고 싶지 않은 자리까지 갈 생각은
이젠 없다..
따라가 주는 것도 이제 그만..
가만 생각해보면..지난번 소개팅건도 그냥 무턱대고 따라가서 벌어진 일이 아닌가?
너무 확대해석하는 걸수도 있지만...그래도..이젠 그런 불편함은 내 스스로 만들고 싶진 않았다.
그나저나...간만에 집에 들어온...울 둘째 오빠에게 무슨 선물을 하지?
오늘 넷째오빠도 온다고 그랬고..
나는 버스에서 내려 터벅 터벅 걸어서 집으로 향했다..
저 멀리 보이는 우리집...
깔끔한 단층 한옥집이다.
근래에는 보기드물게 곡선이 화려한 기와를 얹은 집...
오랜 세월 내려온...명문가답게...문중의 종손집안 답게..
겉으로 보면 지금도 군불을 떼서 온돌을 유지하고...가마솥에 밥을 끓여먹고...
마당쇠가 있어서 이리오너라 하고 불러야만 할 것 같은..우리집 대문...
물론..지금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겉은 대갓집 모양이지만 집안은 얼마전 새로 수리한 씽크대와 조리대가..
자릴 차지하고 있고..방음, 방수, 방한 처리가 깔끔히 완비되어있다.
그리고 최신식으로 꾸며진...화장실과 욕실...안방, 그리고 할머니, 증조할머니 방을 제외하고...
아이들 방은 거의 다 침대를 사용한다..
내가 다가가자..대문이 자동으로 끼익하고 열렸다..
아마도 증조 할머니께서 또 cctv를 보고 계셨나 보다..
집 밖에 3대..집 안에 2대를 설치해 놓은 cctv가 증조할머니에겐 꽤나 신기하셨던 모양이다..
요즘엔 계속 서재에서 cctv를 들여다 보고 계시다가..
가족들이 골목끝에서 보일라치면 먼저 문을 열어주신다..
그러니..혹시라도 지나가던 연인들이..밤 늦은 시각...우리집 추녀 밑에서 뽀뽀라도
할라치면...할머니 목소리가 온 동네를 떠들썩하게 만든다..
“네 이노므 자슥들..여기가 감히 어딘줄 알고..그런 행실을 보이는게야?
여기는 연안송씨 집안의 제 57대 문중 장손 집앞이다..
어서 썩 꺼지지 못할까? 얼릉 집에 들어가서 부모님과 조상님들을 욕보인죄를
사죄드리거라..어서..”
이런 호통이 나올라치면..
이미 우리동네의 진순이, 진돌이, 그리고 지나가던 들개, 똥개가 다 짖어대고...
그 연인은...혼비백산해서 도망을 간다는 그런 전설적인 이름이 있는 그런....에휴..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새벽부터 아버지가 깨끗이 쓸어놓은 마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직 아스팔트나 시멘트를 깔지 않고 흙마당 그대로라서...
비가 많이 오거나 눈이 내리면 질퍽거리지만...나는 그 고운 노란 빛깔의
흙을 좋아한다..
어렸을때는 거기서 소꿉장난도 많이 햇고...아스팔트처럼 한여름에 뜨거운 열기를 더 뜨겁게
쏘아올리지도 않고 한겨울에...꽁꽁 얼어붙어 미끄러지지도 않는다..
그런 마당을 가로질러 대청마루로 올라서서는 안으로 들어섰다..
한참 음식중이신지...집안에 고소한 기름 냄새가 둥둥 떠다닌다..
“어서 오너라..춥지?”
늘 다정한 우리 할머니..
머리를 깔끔하게 빗어서 쪽을 찌고 곱게 한복을 입고 계셨다..
엄하신 증조할머니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늘 다정다감하신 할머니와는
자주 이야기도 하고..컴퓨터도 가르쳐 드리면서 가깝게 지냈다..
“네 할머니. 바람이 너무 많이 차요...”
가방을 내려 놓으며..거실에 들어서자..그제서야..따뜻한 우리 가족의 얼굴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젤 큰오빠의 장난꾸러기 아들...내 첫 조카..송민서..그리고..그 동생...이뿌니..겅주..송주현..
그리고 넷째오빠가 오늘따라 일찍 들어와 있다..
늘 그렇지만..이 추운 날에...가죽잠바 하나만 덜렁 걸치고 다니나 보다..
아마 엄마와 올케언니는 부엌에서 열심히 음식장만을 하고 있을 것이고...
큰오빠 둘째오빠 그리고 아버지는 조금 더 있어야 올 것 같다...
먼저 cctv가 있는 서재로 가서 증조 할머니에게 다녀왔다는 인사를 한 다음..뒤채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뒤...잠깐 책상에 앉았다...
내방은...
어렸을적부터..나를 지켜주었던....뒤뜰의 감나무가 훤히 보이는 커다란 창이 있어서...
항상 그 창가에 앉아서 감나무를 바라 보기도 하고..
거기서 책을 읽다가 잠이 들기도 했다...
그 어디보다 마음편한 곳이고...남들이 쉬 앉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집안은 따뜻하고...
아마도 오래간만에 둘째 오빠가 온다는 소식에 짠순이 울 어머니도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었나 보다...
조금 쉬다가...
부엌으로 가서...음식하는걸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