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나 전차남이야?2006.08.24
조회443

이번여름 너무 더우셨나요? 불쾌지수 이빠이 올라가셨나요?

 

저는 이번여름 더위도 느끼지 못할 만큼 행복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적어도 어제까지는요.

 

7월부터 하게 된 인턴생활은 이른아침 지하철 출근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 널널한 대학생활에 익숙해있었는지..  아침부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가는지..

 

새삼깨달았습니다.

 

붐비는 플랫폼.. 그 수많은 군중속에서 어디선가 유난히 빛이 났습니다.

 

아..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녀.. 단아한 스타일에 착한 바디라인에  빛나는 머릿결.. 아아.. 얼굴마저..

 

누구나가 한번쯤 쳐다볼만한 외모를 지녔습니다.

 

출근 첫날인데 이런여자도 보고 일진이 좋은데?

 

이런 기쁜마음으로 시작된 인턴생활..

 

하지만 기쁨은 그날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매일 같은시간에 오는 지하철을 타는 것 같더군요. 다행히도 저의 출근시간과 비슷했기에

 

의도하지 않게 매일같이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려려니 했는데.. 이게 정말..

 

매일매일 보게되니 어느샌가 마음이 끌리고 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그녀는 저의 존재를 몰랐지요. 항상 앞만바라보고 있는, 도도하면서도, 청순한,, 푸훗,

 

흐뜨러짐없어 보이는 그녀였기에 아이컨택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인턴생활은 왜이리 굴리는지.. 아침에 눈꺼풀 들어올리는게 정말 힘들었지만 조금만 늦장부리면

 

그녀를 못볼까봐.. 부모님도 놀랄만큼 부지런한 아침형 인간이 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지하철역으로 늦게 가는건 상상할 수 도 없고 혹시나 못볼까 하는 조바심에

 

조금 일찍가서 몇대 보내기도 했습니다.

 

늘 사람이 많은 역이었기에 한산한 틈을 타서 접근하기도 쉽지 않더군요.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어느덧 무더운 여름과 인턴기간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불량배같은 넘들이 찝적거리지는 않는지.. 늘 비상조치가 가능한 거리를 유지했습니다.

 

환승할때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그녀가 치마를 입고 올때는 늑대같은 넘들이 쳐다보지는

 

않을까.. 그녀 바로 뒤에 커다란 그림자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변태같은 건가요?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이렇게 끌리고 정들어 있는 절 보니 한편으로는 참 한심하더군요..

 

남자놈이 말도 못해보고 모하는 짓이냐..

 

인턴이 끝나면 그녀를 볼 기회가 없으리라는 판단 하에 작전을 짰습니다.

 

지하철 역과 승강장.. 과연 어떤곳에서 어떤타이밍에 말을 걸어야 할까..

 

한달넘짓 다녀보니 찬스가 보이더군요.

 

환승역에서 열차가 바로 지나간 후가 찬스였습니다.

 

흐흐 몇일은 걸까말까하다가 보내버렸구요.

 

인턴이 끝나는 오늘.. 결판을 짓기로 했습니다.

 

어떤 대사를 해야할지도 미리 정해놓았지요.

 

예전에 "남자친구 있어요?" 라고 물어봤다가 "네" 라는 대답에 할말없이 돌아선 경험이 있었기에 ㅡ,.ㅡ;;

 

아 평소에 그렇게 기어가던 지하철이 오늘은 왜 빛의 속도를 내는 겁니까

 

시원한 에어컨바람에도 저의 식은 땀은 끊임없이 솟았습니다.

 

드디어 작전지역.. 예상했던 대로 그녀는 바로 열차가 지나간 플랫폼에 혼자 서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일단 뒤에 가서 인기척을 했습니다. 역시 뒤도 돌아보지 않는 그녀..

 

작전은 이랬습니다.

 

"음.. 흠흠.. (긴장되서 목이 메었는지 헛기침이..) 저기여, 죄송한데

 

제 핸드폰 배터리가 나가서 그런데요. 전화한통만 빌려쓸수 있을까요?"

 

제 핸드폰은 이미 진동상태였습니다. 제 얼굴을 힐끗, 아주 짧게 보더니

 

땅만보며 말하더군요.. "네, 쓰세요"   아.. 천사의 목소리였습니다.

 

혹시나 제 손이 그녀의 손에 닿지는 않을까 얼른 핸드폰을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제 전화번호를 누르고, 통화버튼 클릭.

 

전화를 안받는 척.. 제 주머니 속은 웅웅거리고 있었습니다.

 

발신번호가 찍힌 걸 확인하고, 다시 그녀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건네주며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습니다. " 저 OO역에서 타시죠? 자주 뵌거 같아요.."

 

제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습니다. 노래방에서 아무리 애를 써도 바이브레이션안되던 제 성대가

 

왜 이렇게 경련을 일으키는지..

 

그녀는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헛.. 나를 변태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식은 땀 삐질.

 

이래선 안되겠다..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지하철에서 그 쪽을 자주 봐왔다고..

 

호감있는데, 연락하면서 지냈으면 좋겠다고, 혹시나 남자친구가 있으면 연락하지말고

 

없으면 연락달라고, 최근통화목록 첫번째가 제 전화번호라고,,,, 가볍게 목례한 후

 

뒤돌아서 걸었습니다. 나도 이번 지하철은 타야하는데, 어디로 가고 있는거지?

 

뒤돌아 볼수도 없었습니다. 발걸음은 저를 플랫폼 끝까지 옮겨갔고.. 결국 그녀가 탔을 열차를

 

타지 않았습니다.

 

후우.. 언제쯤 연락이 올까.. 업무시간 내내 핸드폰은 저의 피부와 밀착되어 있었습니다.

 

진동에 깜짝깜짝 놀라며 심장은 2배속이 되었지만.. 모두가 아는 번호였습니다.

 

낮시간이니까 바쁜가부다.. 머릿속에서 잠시 지우고 업무에 열중하려했지만..

 

도대체 오늘 핸드폰을 열고 닫은게 몇번인지.. 문자를 보냈는데 오류나서 안올수도 있겠구나

 

껐다 켜기도 여러번..

 

결국 마지막 인턴생활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 올랐을 때..

 

" 웅~ " 짤막한 움직임에 몸은 거의 본능처럼 반응했습니다.

 

그녀였습니다. 핸드폰 열기가 왜이리 두려운지..

 

" 죄송한데요. 남자친구 있어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이런 분을 주위에서 가만히 내버려 둘리가 없겠죠.

 

저 같은 극소심남의 심장도 뛰게 해주는 분인데..

 

답문은 보내지 않았습니다. 바로 메시지도 지웠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레임과 흥분이었습니다.

 

저 태양보다도 저의 가슴은 더 뜨거웠을 겁니다. 이제 다시 떠오르지는 않겠지만요

 

다음주면 다시 학생으로 돌아갑니다. 마지막 학교생활을 앞두고.. 좋은 추억이었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남자분들.. 저 같은 경우 없으신가요.. 언제 또 내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을런지..

 

행복한 여름이었습니다. 너무나도 뜨거운 여름이었습니다.

 

오늘따라 휘성씨의 전할 수 없는 이야기가 왜이리 가슴을 적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