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강-33 후덥지근한 밤 공기가 숨을 막히게 했다. 밤새도록 마신 술 때문인지 머리가 지끈 거렸다. 혜영은 더듬더듬 벽을 짚어 보았다. 쓰러질듯한 두통도 문제였지만 도무지 앞이 보이질 않아서 이곳이 어디인지도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딸깍] 방안의 형광등이 몇번의 가물거림끝에 환하게 비춰내렸다. [음~~] 낯선 벽지와 낯선 가구들...유난히 커다란 TV.. 모텔방이었다. [내가 어떻게 여길왔지?] 아무렇게나 놓여진 침대 이불들이 눈에 들어왓다. 간밤의 일들이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 왜 지금 자신이 이곳에 있는지는 알수가 없었다. 단지, 술마시기 조금 이른 시간부터 꽤나 마셨다는것...그리고 그 상대가 희진이 였다는 것..이따금 지영이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는 것...하지만 그 이후의 자신의 행적이 떠 오르질 않았다. 혜영은 풀어혜쳐진 머리를 가볍게 쓸어 넘겼다. 가슴 앞섭까지 풀어혜쳐진 윗옷을 그냥 벋어버렸다. 짧게 돌돌 말아 올려진 스커트도 귀찮아졌다. 길게 올이 나가버린 스타킹도 짜증스러웠다. 심하게 머리가 아파왔지만 끕끕해진 몸이 더 짜증스러웠다. 혜영은 브래지어와 팬티마저 벗어버렸다. 머리만큼이나 무거운 발걸음으로 욕실로 향했다. 비교적 넓고 깨끗하게 정돈된 욕실이었다. 2류 모텔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화려한 공간이었다. 욕실안에서 방안의 침대가 고스란히 보일만큼 거꾸로 방안에 누워서도 욕실의 모습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그런 구조를 하고 있었다. 차가운 물줄기가 머리와 가슴을 따라 그녀의 발 밑까지 뿌려지면서 비로서 지금까지의 두통이나 뻐근했던 몸이 풀려져 옴이 느껴졌다 물비누를 한손가득 담아 목과 가슴에 겨드랑이와 허리를 따라 힙으로.... 혜영은 한쪽 벽면에 매달린 샤워꼭지로 얼굴을 향하고 한동안 그렇게 가만히 서있었다. [내일도 그 사람 재판이 있는 날일텐데....] 또다시 지영과 관련된 생각이 들어서인지 혜영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신경질적으로 손잡이를 돌려버렸다. 힘차게 쏟아지던 물줄기는 어느새 힘을 잃어버렸다. 사방으로 둘러쌓인 거울...심지어 천장에도 붙여진 거울이 제법 신기하게 느껴졌는지 혜영은 침대옆에 한동안 서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몸을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자신도 모를 웃음이 피식거리며 터져나왔다. [따르릉] 전화벨이 울리고서야 혜영이 정신을 차린듯했다. [여보세요?] [잘 잤냐 이년아?] [누구세요?] [누구긴 누구야..희진이지] [으이그 놀랬자나] [놀랬냐? 난 어제 너 때문에 죽는줄 알았다.] [왜 내가 무슨 실수라도 했어?] [기억 안나지? 하긴 맨정신으로 그랬으면 니가 사람이냐?] [왜 무슨일인데?] [거기있어 지금 그리로 갈께..기다려...어디가지말고] [응] 혜영은 수화기를 내려놓고서야 침대에 걸터앉았다. 방금전까지만해도 이리저리 자신의 알몸을 거울에 비춰보던 장난끼가 오간데없이 사라지고 은근히 어제 무슨일이 있지나 않았는지에 걱정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머리맡에 놓여진 담배갑을 뒤져보았으나 한개피의 담배도 남아있지 않았다. 재떨이에 수북하게 싸여진 담배들 속에서 제법 길게 느껴지는 꽁초하나를 입으로 가져갔다. [후~~도데체 무슨일이 있었던 거지?] [띵동~~] [누구세요?] [나야 문열어...] [응 잠깐만...] 철커덕 거리며 모텔방문이 열렸다. 혜영은 아직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기에 문뒤에 숨어서 슬며시 문을 열어주었다. [와...쥑이는데?] [시끄럽고 문이나 어서 닫혀. 누가 보면 어쩔라구 그래?] [왜? 남 보라고 일부러 옷벋고 있는거 아니었어?] [미친년 못하는 소리가 없네] [그나저나 너 어제 왜 그랬어?] [뭐가? 미안한테 핑계가 아니라 나 정말 기억이 안나거든?] [웃기시네~~진짜야?] [응] 정말 혜영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만해도 희진이가 자신을 놀려주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은근히 불안해지기 시작햇다. 친구이지만 그래도 감추어야할 비밀 하나가 날아가 버리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장난하지말고, 내가 어제 어땠는데?] [맨입으로 이야기 하라고?] [뭘 원하는데?] [묻는 말에 대답을 다 한다면.....] [알았어..어서 말이나 해봐] [약속한거다?] [알았다니까...] 희진이 혜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적어도 자신이 한 말에는 책임을 지는 성격이라는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어제 둘이서 나눈 대화나 행동이 자신이 지금껏 알아온 혜영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기에 오늘 확인하고 싶었던 거였다. 희진은 자신의 빽에서 담배를 꺼내 하나를 혜영에게 건냈다. [뭔 말을 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뜸들여? 내 얼굴에 뭐가 묻기라도 했어?] 아무말도 하지않은체 자신을 바라보는 희진의 눈이 부담스러웠다. 평소처럼 제잘대기를 좋아하는 희진의 성품을 잘 알고 있었지만 웬지 사뭇 진지해보이는 그녀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더욱이 담배를 권하는 행동을 한번도 한 적이 없던 희진이였는데 오늘은 선뜻 담배를 꺼내어 불까지 붙여주는 친절함이 더 이상하게 느껴지는건 당연한지도 몰랐다. [혜영아~] 희진이가 비로서 입을 열었다. [응] [너 말이야...지영이 완전히 잊은거야?] [....] 뚱딴지같은 질문이었다. 고작 그말을 하려고 저렇게 진지함을 떨었던건지 웃음이 나올뻔한것을 억지로 참았다. [묻고자 한게 그거야? 어제 내가 그걸로 실수했어?] [아니..] [근데 왜 그런소릴해?] [난 단지 그게 알고싶어. 그래야 어제 너의 행동들이 설명이 되니까...] [내가 어제 실수많이 했어?] [실수? 어쩌면 그게 실수인지도 모르지...내 질문에 대답이나 해] [.....] [왜 대답안해?] [.....] 끝내 혜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 대신 담배연기가 방안을 스믈거릴 뿐이었다.
애증의강-33
애증의강-33
후덥지근한 밤 공기가 숨을 막히게 했다.
밤새도록 마신 술 때문인지 머리가 지끈 거렸다.
혜영은 더듬더듬 벽을 짚어 보았다.
쓰러질듯한 두통도 문제였지만 도무지 앞이 보이질 않아서 이곳이 어디인지도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딸깍]
방안의 형광등이 몇번의 가물거림끝에 환하게 비춰내렸다.
[음~~]
낯선 벽지와 낯선 가구들...유난히 커다란 TV..
모텔방이었다.
[내가 어떻게 여길왔지?]
아무렇게나 놓여진 침대 이불들이 눈에 들어왓다.
간밤의 일들이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 왜 지금 자신이 이곳에 있는지는 알수가 없었다.
단지, 술마시기 조금 이른 시간부터 꽤나 마셨다는것...그리고 그 상대가 희진이 였다는 것..이따금 지영이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는 것...하지만 그 이후의 자신의 행적이 떠 오르질 않았다.
혜영은 풀어혜쳐진 머리를 가볍게 쓸어 넘겼다.
가슴 앞섭까지 풀어혜쳐진 윗옷을 그냥 벋어버렸다.
짧게 돌돌 말아 올려진 스커트도 귀찮아졌다.
길게 올이 나가버린 스타킹도 짜증스러웠다.
심하게 머리가 아파왔지만 끕끕해진 몸이 더 짜증스러웠다.
혜영은 브래지어와 팬티마저 벗어버렸다.
머리만큼이나 무거운 발걸음으로 욕실로 향했다.
비교적 넓고 깨끗하게 정돈된 욕실이었다.
2류 모텔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화려한 공간이었다.
욕실안에서 방안의 침대가 고스란히 보일만큼 거꾸로 방안에 누워서도 욕실의 모습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그런 구조를 하고 있었다.
차가운 물줄기가 머리와 가슴을 따라 그녀의 발 밑까지 뿌려지면서 비로서 지금까지의 두통이나 뻐근했던 몸이 풀려져 옴이 느껴졌다
물비누를 한손가득 담아 목과 가슴에 겨드랑이와 허리를 따라 힙으로....
혜영은 한쪽 벽면에 매달린 샤워꼭지로 얼굴을 향하고 한동안 그렇게 가만히 서있었다.
[내일도 그 사람 재판이 있는 날일텐데....]
또다시 지영과 관련된 생각이 들어서인지 혜영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신경질적으로 손잡이를 돌려버렸다.
힘차게 쏟아지던 물줄기는 어느새 힘을 잃어버렸다.
사방으로 둘러쌓인 거울...심지어 천장에도 붙여진 거울이 제법 신기하게 느껴졌는지 혜영은 침대옆에 한동안 서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몸을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자신도 모를 웃음이 피식거리며 터져나왔다.
[따르릉]
전화벨이 울리고서야 혜영이 정신을 차린듯했다.
[여보세요?]
[잘 잤냐 이년아?]
[누구세요?]
[누구긴 누구야..희진이지]
[으이그 놀랬자나]
[놀랬냐? 난 어제 너 때문에 죽는줄 알았다.]
[왜 내가 무슨 실수라도 했어?]
[기억 안나지? 하긴 맨정신으로 그랬으면 니가 사람이냐?]
[왜 무슨일인데?]
[거기있어 지금 그리로 갈께..기다려...어디가지말고]
[응]
혜영은 수화기를 내려놓고서야 침대에 걸터앉았다.
방금전까지만해도 이리저리 자신의 알몸을 거울에 비춰보던 장난끼가 오간데없이 사라지고 은근히 어제 무슨일이 있지나 않았는지에 걱정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머리맡에 놓여진 담배갑을 뒤져보았으나 한개피의 담배도 남아있지 않았다.
재떨이에 수북하게 싸여진 담배들 속에서 제법 길게 느껴지는 꽁초하나를 입으로 가져갔다.
[후~~도데체 무슨일이 있었던 거지?]
[띵동~~]
[누구세요?]
[나야 문열어...]
[응 잠깐만...]
철커덕 거리며 모텔방문이 열렸다.
혜영은 아직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기에 문뒤에 숨어서 슬며시 문을 열어주었다.
[와...쥑이는데?]
[시끄럽고 문이나 어서 닫혀. 누가 보면 어쩔라구 그래?]
[왜? 남 보라고 일부러 옷벋고 있는거 아니었어?]
[미친년 못하는 소리가 없네]
[그나저나 너 어제 왜 그랬어?]
[뭐가? 미안한테 핑계가 아니라 나 정말 기억이 안나거든?]
[웃기시네~~진짜야?]
[응]
정말 혜영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만해도 희진이가 자신을 놀려주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은근히 불안해지기 시작햇다.
친구이지만 그래도 감추어야할 비밀 하나가 날아가 버리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장난하지말고, 내가 어제 어땠는데?]
[맨입으로 이야기 하라고?]
[뭘 원하는데?]
[묻는 말에 대답을 다 한다면.....]
[알았어..어서 말이나 해봐]
[약속한거다?]
[알았다니까...]
희진이 혜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적어도 자신이 한 말에는 책임을 지는 성격이라는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어제 둘이서 나눈 대화나 행동이 자신이 지금껏 알아온 혜영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기에 오늘 확인하고 싶었던 거였다.
희진은 자신의 빽에서 담배를 꺼내 하나를 혜영에게 건냈다.
[뭔 말을 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뜸들여? 내 얼굴에 뭐가 묻기라도 했어?]
아무말도 하지않은체 자신을 바라보는 희진의 눈이 부담스러웠다.
평소처럼 제잘대기를 좋아하는 희진의 성품을 잘 알고 있었지만 웬지 사뭇 진지해보이는 그녀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더욱이 담배를 권하는 행동을 한번도 한 적이 없던 희진이였는데 오늘은 선뜻 담배를 꺼내어 불까지 붙여주는 친절함이 더 이상하게 느껴지는건 당연한지도 몰랐다.
[혜영아~]
희진이가 비로서 입을 열었다.
[응]
[너 말이야...지영이 완전히 잊은거야?]
[....]
뚱딴지같은 질문이었다.
고작 그말을 하려고 저렇게 진지함을 떨었던건지 웃음이 나올뻔한것을 억지로 참았다.
[묻고자 한게 그거야? 어제 내가 그걸로 실수했어?]
[아니..]
[근데 왜 그런소릴해?]
[난 단지 그게 알고싶어. 그래야 어제 너의 행동들이 설명이 되니까...]
[내가 어제 실수많이 했어?]
[실수? 어쩌면 그게 실수인지도 모르지...내 질문에 대답이나 해]
[.....]
[왜 대답안해?]
[.....]
끝내 혜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 대신 담배연기가 방안을 스믈거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