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져본적도 없는 300을 고스란히 내가...

내가바보...2005.01.25
조회1,118

글이 좀 길답니다.

오늘 너무너무 속상한 일이 있어서, 글로라도 털어놓고 싶어서요...

 

 

혼자 서울에서 있었을 때 힘든일이 많아서 기대고 싶었을 때 옆에 있었기에,

그가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았어도(무려 14살) 언젠가 부모님 설득할 것을 걱정하면서

우리가 이쁘게 사랑하면 되지 않겠느냐라는 막연한 희망만으로 사랑하던 시절이 있었더랬죠.

그런데, 사귈 당시에 처음 생각과는 많이 달랐던 그의 모습에 매일 실망하고,

그래도 많은 부분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했었습니다.

경영학과 출신이라 예전부터 친구나 선배, 후배들 모두 남자들이 많았지만,

친구는 친구, 선배나 후배도 그냥 친하게 가끔 전화나 하고, 아주 가끔 식사나 하고

뭐, 단둘이서 술마시고 뭐 이런것도 아니었건만,

어쩌다 하는 전화통화 이런것도 어찌나 싫어하고, 의심을 하는지,

그부분부터 뭔가 아니다 싶더군요.

게다가 반지하에서 사는데, 처음 그 집에 가 봤을 때 너무너무 놀랬었습니다.

인간은 살 수 없는 환경이라고나 해야할까...

싱크대 서랍 한번 열어봤다가 기절하는줄 알았어요.

바퀴벌레가 그냥 한번 쓰윽 훑어봐도 100마리는 넘게 몰려있더라구요.

저 토하는줄 알았습니다.

그 공기 환기도 안되는 열악한 환경에 믹스견 한마리 칭칭 사슬로 감아놓고 키우고 있더라구요.

뭐, 얼마나 아끼는 개인지는 몰라도 산책따로 시켜주는 것도 아니고

(그 전에 키우던 개는 산책시키다가 교통사고로 눈앞에서 죽는걸 보고 슬퍼했다더군요...),

제가 알기로는 한 1년간 목욕도 안시켜주더이다.

방바닥, 천장, 벽, 어디한군데 바퀴벌레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그의...

보금자리라기보다는 소굴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CD가 참 많더라구요. 방안가득한 CD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수많은 음란동영상과 이미지들...

게다가 같이 쇼핑을 가면 이 브랜드는 이래서 자기는 절대 안사고, 저 브랜드는 저래서 재수가 없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유가 절대 논리적이라기보다는 감정적인 게 많더라구요. 그리고 그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게 조금 이건아닌데 싶었지만, 뭐, 그또한 개인적인 성격이니깐 그러려니 싶었죠.

가끔 싸우잖아요? 그럼 난리납니다. 고함 버럭버럭 지르고, 울면 왜 우냐고 더 성질부리고...

고함질러서 놀라서 운 적도 있구요,

바퀴벌레 때문에 놀란 적이 있는데, 막 짜증을 내더라구요. 아마 자존심을 다쳐서겠지요.

주변에 공통으로 아는 사람들, 친구들이 많았는데, 저랑 있을 때는 그 사람들 험담 정말 많이 하더군요. 그 사람들은 다 자기 좋게 생각하는데...

점점 함께 하는 날이 길어지면서, 너무 싫은 면을 많이 보게 되서 제 마음이 점점 식어가는 걸 느끼겠더라구요. 처음과는 달리 언젠가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사라지고... 제 마음이 이런데, 부모님을 확신을 갖고 설득을 할 수 있겠어요? 게다가 너무 비전도 없더라구요.

서울에서 식당에서 배달일하는데(배달일 하시는분들 얼마나 힘드신지 저 그때 알았습니다) 사실 나이 20대도 아니고, 40대가 계속 배달일 하는 거 보면서 제 맘이 어땠겠습니까? 그것도 자기 돈 투자했다지만, 자기보다 나이 한참 어린 사장아래서 일하더라구요.

자존심이 쎈 사람이라 나름대로 그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하곤 했지만,

가끔 그의 배달용 오토바이를 보면,  너무 지저분해서 나 같으면 배달시켜먹고 싶지 않겠더라구요.

물론 좋았던 일도 왜 없었겠습니까만은,

점점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결단을 내렸죠. 차차 정리해야겠다...

그런데, 그런 내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 것인지,

하루는 자기 식당이 좀 힘들다며, 여기저기 자기 할 수 있는데까지는 다 했다며,

저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전에 친하게 지내던 언니에게도 이용당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안된다고 했죠.

그런데, 자기를 못 믿겠느냐며 벌컥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화도 내고, 달래기도 하고, 애원도 하면서 며칠을 계속 사람 진을 쏙 빼더이다.

그 때 헤어지잔 말 꺼내기도 되게 뭣하고, 약간 무섭기도 해서,

지금 생각하면 정말 후회되고 안타깝지만, 그러마고 했습니다.

제가 돈 없는 걸 알면서, 카드로라도 빌려달라고 하는 걸 보니,

그 자존심에, 또 얼마나 나에게 말하기 힘들었을까 이런 생각도 하면서

카드로 빌려줄려고 컴퓨터로 카드싸이트로 들어갔죠.

근데, 첨에 500을 빌려달라더니, 대출한도가 600이 되어 있는걸 보더니

600을 빌려달라는 겁니다.

그래, 500이나, 600이나 하도 애원하길래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빌려줬죠.

빌려주고는 생각않으려 했지만, 후회도 되고 눈물도 나더군요.

그래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싶어서 다 진절머리나고 해서,

아예 서울생활 자체를 청산하기로 하고, 고향으로 내려왔죠. 그게 재작년 11월의 일이었습니다.

다 청산하고 고향으로 내려온 건 작년 1월...

모아논 돈이 없어서 첨 몇달간은 부모님한테 무쟈~게 시달렸었죠.

(게다가 작년 5월쯤에 또 한바탕 그넘 동생이 익명으로 싸이에 악의에 가득찬 비방문을 올리질 않나, 번호 모르게 문자로 계속 욕을 넣어보내서 저 노이로제 걸릴뻔한 적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덜미를 잡혀서 저한테 들킨적이 있었죠.

당장 전화해서 따졌더니 제가 한번 서울올라갔었는데, 그때 자기한테 연락안했었다고

배신감에 약먹고 자살기도 했었는데, 그것때문에 자기 동생이 열받아서 그랬다고...

미안하다고 하더이다.

아니, 헤어진 판국에 서울올라갈 때 굳이 내가 왜 연락을 해야하느냐구요...)

그래도 5월달에 직장 잡고, 예전 남자친구(훨씬도 더 전)랑 다시 연락해서 만나다가 8월에 청혼받고...

확실히 결혼할 사람도 생기고, 직장도 다시 잡고 하니깐 그나마 지금은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시고, 

제 마음도 너무 편하더라구요.

작년 11월에 결혼 날짜도 잡았고, 어제 아파트도 정했답니다.

이제 내 인생에 좋은 일들만 있겠지 싶었더랬죠.

그런데, 저번주 내내 하도 대출신용정보 뭐 이런데서 하도 전화가 많이 오길래 이상해서

은행잔고를 확인해봤습니다.

그동안은 꼬박꼬박 대출금을 갚던 그 놈이 아무런 통보도 없이 이번달은 연체를 시킨 거였습니다.

문자도 보내보고, 전화도 해 봤지만 안받더라구요.

이제 겨우 반 갚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첨엔 궁금하다가 나중에는 걱정도 되다가(내 돈 다 안갚고 불의의 사고로 죽었을까봐...ㅎㅎ)

제가 하도 답답해서 문자로 '양심도 없나요'라고 보냈더니

오늘 일하는데 문자 두통 날아왔더라구요.

'난 내 할일 다 했다. 나머지 반은 니 몫이다. 내가 받은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니가 양심운운하다니 가소롭군.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 끝난걸 다행으로 알자'

이 지경으로 써서 보냈지뭡니까.

결국 결론은 계획적으로 연락도 없이 연체를 시켰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지만, 결국은 자기가 쓴 돈 나는 보지도 만지지도 못한 돈을

자기 급할 때는 별별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빌리려고

믿음주려고 안믿어준다고 화까지 내 가면서 빌린 돈을

나보고 갚으라는... 결국 사기를 치겠다는 내용을 빙빙 돌려서

며칠씩이나 사람 진을 쏙 빼놓고는 통보를 한 거지요.

정말 자기가 쓴 돈 갚는 양심은 있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저도 답문을 보냈지요..

'사람이 싫어져서 떠난 걸 가지고 비겁하게 돈문제랑 결부시키지 마시죠'

'결국 이핑계 저핑계 대면서 사기치겠다는 얘기 아닌가요'

저, 4월달에 결혼하거든요. 결혼하면 일본에서 살게 됩니다.

그래서 꼬박꼬박 월급타면 어머니 드려서 수중에 돈도 없는데,

그놈이 남긴 300 카드빚이 고스란히 제 몫이 됐습니다.

제가 바보였죠. 하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

결혼하면 다들 가지고 간다는 비자금... 게다가 저는 해외에서 살아야하는 처지라

있으면 더 든든할 거 같아서 다달이 월급 엄마 드려도 한 150정도는 갖고 갈 수 있겠지싶었는데,

그거 다 당겨서 갚을려면 다음달 월급은 못드리잖아요.

그래서, 원래는 신랑이 신혼여행비 다 대겠다고 했는데요,

신혼여행비는 현금으로 내야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핑계대고 엄마한테,

카드 결제가 안되어서 내가 현금으로 내고 나중에 신랑한테 받아야 할 거 같아서

그럴려면 차라리 내 몫은 내가 내겠다고(원래 아쉬운 소리 잘 못합니다ㅡ.ㅡ;)

다음달 월급은 그래서 못줄거 같다고 엄마한테 미안하지만 거짓말을 했어요.

그렇게 하면 비자금은 못만들어 가지만 어쨌든 미리 다 막을 수는 있을 거 같긴 해요.

사실은 '돈앞에 당신이 어디까지 추락하는지 보고 참 인간이 저렇게까지 되는구나 싶더라,

너는 그거 갚을 능력도 안되냐, 나 한방에 갚고 홀가분하게 새출발한다. 나 너보다 젊고 잘생기고 능력있는 놈 만나 정말 행복하게 살테니 너도 나보다 어리고 이쁘고 능력있는 여자분 만나서 행복해라, 혹은 그 개랑 수많은 곤충들하고 행복하게 살아라...나이먹고 여우짓만 배웠냐...'등등 여러가지 악의있는 문자라도 날리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내 자신을 깎아내리는 거 같고, 그런놈한테 잠시나마 사랑이란 감정을 느꼈다고 생각한 내가 너무 바보 머저리 등신같고 실망스러워서 그냥 다 잊고 내일부터는 또 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살려구 해요.

에효...

작년 가을에 여동생 시집보내고 올봄에 남동생 경희대 입학해서리 엄마도 힘드실텐데,

제가 이것저것 못보태주고 가서 미안하기도 하고...

그돈이면 동생 한학기 등록금에 보탤 수 있을텐데...

어쨌든 속상하지만 더이상 그 문제 생각은 안할려구요.

그넘 생각은 모르겠지만, 어쟀든 저로서는 돈 300에 그렇게 치사해질 수 있는 인간과 내 인생을 맞바꾸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내 인생에 견주어 보면 지금의 돈300은 아무것도 아닌거지요. 또 나를 사랑해주는 미래의 신랑을 만나서 앞으로 더 행복해져야지...하면서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하고자 노력중입니다.

뭐... 돈 아까와하면서 에너지 소비하면은 저한테 좋을게 없을 거 같거든요. 오히려 그쪽이 바라는 바가 아닐까 싶어서 오기로라도 열심히 살아서 꼭 행복하게 살고 말겁니다.

마음 다스릴려고 애쓰는 저에게 힘이 되는 말좀 부탁드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