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1부 10막 : 천하사분(天下四分) #01)

J.B.G2005.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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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1부 10막 : 천하사분(天下四分) #01)

 

 

봉국을 복속해서 천년의 황도인 천산을 얻은 용은 그 힘이 더욱 강대해지고 있었다. 용국은 이미 수군을 제외한 육군의 수만으로 60만을 넘는 군사대국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그리고 풍양평야를 온전히 얻게 되고 무해의 해상로까지 모두 손에 넣음으로 해서 그 세력이 실로 강대해져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여세를 몰아 지금 용은 수년 동안 자신들의 북쪽 국영을 침략해 온 수추국을 점령하기 위해 20만의 대병으로 의현의 백강 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

 

용의 진영.

20만의 대병이 운집한 진을 바라보며 장군 선경이 말했다.

 

“미란 군사와 철기주 장군님이 출정한 이래 20만의 대병이 움직인 것이 처음이긴 하나… 한 나라를 복속 시키기에는 그래도 부족하지 않습니까? 수추국도 황도를 지키기 위해 우리와 같은 20여만의 군사를 징집했다고 합니다.”

 

장수 선경의 우려에 군사 미란이 말했다.

 

“우리 용이 육병으로만 60만 이상을 징집할 수 있는 대국이 되었다고는 하나 그만큼 지켜야 할 국토도 배로 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경을 튼튼히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또 내부의 중앙정부를 따르지 않는 지방 제후들의 반란의 기미도 제압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을 모두 감안하고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군사 20만은 오히려 너무 많습니다.”

 

수추의 진.

군사 미려가 장수들과 함께 자국이 처한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었다.

 

“출정한 적의 수는 20만 입니다만, 국경에서 이곳 의현에 이르는 보급로 확보를 위해서는 국경과 자신들의 사이에 있는 여러 성주를 진압하기 위해 중간에 몇만의 병사를 남겨 놓아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면 숫자로는 우리가 절대적으로 우위라는 말 입니까?”

“딱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용에게는 자국에 40만의 대병이 있습니다. 용은 아마도 의현이 자신들에게 떨어지는 순간, 북방 국경을 수비하는 군사를 그대로 수추의 북방 국경까지 끌어 올리려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수추는 이곳 의현을 지키지 못하면 곳 큰 낭패를 겪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리해서 30만이라는 대 병을 징집하신 것입니까?”

“우리 수추국은 인구가 많다 하지만 그동안 전쟁으로 많은 병사를 잃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싸울수 있는 젊은 병사가 전군에 40만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국경의 수비를 하는 군을 최소화 해서 무리한 징집을 한 것이 현재의 30만 입니다. 또한 그동안의 패전이 빌미가 되어 지방의 제후들은 노골적으로 중앙정부의 징집령을 거부하고 사병을 내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 싸움은 수추와 용의 싸움이 아니라. 황제를 따르는 한 제후군과 용의 싸움인 것입니다.”

 

사태를 너무나 냉정히 파악한 군사 미려의 이 말에 장수들은 징집에 응하지 않는 많은 지방 제후들에 대해 노하기도 하고 분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 승전한다면, 등을 돌린 제후들이 다시 돌아설 것입니다. 적은 20만의 이하의 병력… 우리는 이 전쟁에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들의 군세는 하늘을 찌를 듯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퇴로가 없는 진을 치고 있는 것입니다.”

 

용의 진영.

미란이 이번 전략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보통은 강을 사이에 두고 적의 상륙을 막는 것이 일반적인 전략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수추는 오히려 도하를 해서 강을 등지고 15만의 병력으로 진을 쳤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15만은 황도인 의현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미란의 첩보를 통해 얻은 적진에 대한 설명에 무비가 물었다.

 

“불리한 진영에. 군세마저 둘로 나누다니 무슨 속셈이죠?”

 

그의 물음에 철기주가 대답했다.

 

“퇴로가 없으니… 패하면 곧 죽음이니. 그것이 곧 군세를 높이게 될 것이오.”

“그렇습니다. 적의 군사 미려는 그것을 노리고 있는 것입니다. 적이 비록 15만이지만, 우리는 자칫 20만 대군으로도 패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용은 군세는 크게 위축될 것이고, 우리에게 이미 마음을 돌리거나 돌리려 했던 수추의 지방 제후들의  마음이 다시 돌아설 것입니다.”

“그래서 네 계책은 무엇이냐?”

“지금은 우기 입니다. 그리고 백강은 자주 범람하는 강 입니다. 유일하게 수추에서 벼의 수확이 가장 잘 되는 땅이 이곳 백강 주변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비결은 바로 홍수에 있습니다.”

 

무비가 미란의 계책을 예측하며 물었다.

 

“그럼… 상류에서 둑을 막았다가 트자는 것입니까?”

“그것은 불가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상류를 올라간다 해도 강의 서쪽만 접할 수 있습니다. 동은 수추의 수중에 있으니 강을 막는 것은 불가합니다.”

“허나 한꺼번에 물을 내보내지 않고, 자연적인 강의 범람만으로 적의 대군을 한번에 쓸러 낼 수 있습니까?”

“물론, 불가합니다. 그래서, 제가 노리는 것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홍수가 자주 일어나는 자연환경에 또 무엇을 이용하려는 것 입니까?”

“전염병을 이용할까 합니다.”

 

미란의 이 말에 철기주가 놀란 듯 되물었다.

 

“전염병?”

“네! 전염병과 우기의 수분이라는 특성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수분?”

“강에 인접해 진을 친고 있는 수추국의 병사들은 백강의 잦은 범람으로 의복이나 장비가 마를 날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기를 맞이하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니냐?”

“하지만, 비만 맞는 우리와 범람까지 겪어야 하는 그들 사이에는 분명 미묘한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군사께서는 장기전을 염두에 두시는 것입니까?”

“어느 정도는… 하지만,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우리가 시체를 좀 만들어준다면 틀림없이 전염병이 창궐할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비책이 있습니다.”

“비책?”

“네”

“무엇이냐?”

“독극물 입니다.”

“네?”

 

미란의 이 세번째 전술에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추의 진영.

군사 미려가 이번 전쟁의 전술적인 것에 대해 계속 설명하고 있었다.

 

“독극물 말입니까?”

“네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시간을 끌게 되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너무 끌면 적국의 영토에 있는 그들에게는 치명적 입니다.”

“허나 백강의 물은 하류의 백성들의 주요 식수원 입니다. 더군다나 백강은 천강으로 흐르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천강은 다시 용국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런 짓을…”

“적의 군사 미란은 틀림없이 그런 짓을 할 것입니다.”

 

용의 진영.

미란이 전략에 관하여 한참 설명을 하고 있을 때 철기주가 제동을 걸었다.

 

“그것은 허락할 수 없다.”

“군사는 제가 아닙니까?”

“허나, 결정을 하는 것은 이 원정의 사령관인 나다.”

“사형!”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철기주의 이 반대에 갑자기 전략에 대한 숙의는 난관에 봉착했다.

 

“이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하지 않나요?”

“모든 수단을 정당화 시킬 수는 없다.”

“백강이 본류인 천강과 만나면 물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용국에 다다르기 전에 독은 희석될 거에요. 그리고 강에 사는 생물들이 독을 분해시켜 줄 거고요.”

“백강의 하류에는 수추의 백성들이 있다.”

“그들은 수추의 백성이에요.”

 

그녀의 이 대답에 철기주는 크게 노하여 미란을 직책했다.

 

“그만두지 못하겠느냐? 그들도 대륙의 백성이다.”

“사형?”

 

두 사람의 이 갑작스러운 언쟁 사이에서 다른 장수들은 어찌할 줄 모르고 모두 침묵하고 있었다.

 

“변한 게 하나도 없군요…”

“…”

“차라리 다행이에요. 그런 일을 당하고도 변하지 않아서…”

“…”

“그럼, 강에 독극물을 살포하는 것은 비가와 범람이 있는 날로만 하겠습니다. 그러면, 하류로는 독이 흘러가지 않을 것입니다. 허나 적의 군사들에게는 틀림없이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이것도 반대하신다면, 저는 군사의 직위를 내려놓고 낙향하겠습니다.”

 

그녀의 이 단호한 선언에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네?”

“군사?”

 

철기주는 더 이상은 군사인 그녀의 단호한 결정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이리하여 결국, 미란은 철기주에게 허락을 받아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