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데 결혼은 더 생각해봐야겠다는건 무슨 심보???

스님꼬신 수녀2005.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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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혼이지만, 남성입장에서 개인 소견을 말씀드리죠.

제가 이십 대의 고개가 꺾이고 나서 가장 낯설었던 변화 중의 하나는 바로 친구들의 결혼이었습니다. 어떤 녀석은 숱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다가 기나긴 연애의 완성에 이른 양 그렇게 결혼 소식을 전해왔고, 또 어떤 녀석은 몇 년을 두고 사귀던 사람과 끝내 헤어졌다는 비보를 알린 지 불과 수개월 만에 난데없이 다른 사람과의 결혼을 축하받고 싶다며 청첩장을 보내오기도 했었지요. 

사실 전 방종과 나태마저 자유라는 이름으로 핑계할 수 있는 미혼의 미덕이 결혼을 기점으로 무한 책임의 굴레로 바뀌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았습니다. 혹은 두렵기까지 할 때도 있었지요. 남성입장에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친구들의 결혼 소식에 마냥 유쾌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그 자유와 무한 책임의 완충지대의 상실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미 유부남이 되어버린 친구들의 면면을 더듬다가 흥미롭게도 녀석들의 공통점을 발견한 것이 있는데, 상대방 여성의 나이에 대한 사회적인 규정-소위 결혼적령기라는 그 암묵적인 압박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타협하였던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결혼에 대한 나의 두려움과 기피증을 합리화 시키려드는, 그래서 친구들의 신성한 결혼에 대해서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함부로 재단해버린 내가 못마땅해지기 시작했었지요.

아무리 궁리해 봐도 얻어지지 않아 고약하게도 유부남들에게 물었습니다. 결혼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어떤 친구는 어정쩡했던 관계에 대한 ‘확정’의 의미라고 대답했고, 또 어떤 친구는 ‘안정’을 찾기 위해서라고 했으며, 또 어떤 친구는 복잡하고 오묘한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채 그저 좋아서 결혼했노라고 밝히더군요.  그저 평범해 보이는 말도 그럴 듯하게 들리는 것은 그것이 그네들의 오랜 심사숙고의 결과이며 근본적인 내공의 차이에서 비롯한 것이라 여겨졌지만, 돌아서서 여전히 알쏭달쏭한 것은 마찬가지였고, 결혼에 대한 고뇌에 빠져들었지요.과연 결혼을 해야하는 불필요한 걱정거리..같은.. 

어느 책에서 보니깐 20세기의 위대한 지성인 샤르트르와 보부아르의 계약 결혼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최근 논란이 있었던 동거에 이르기까지 남녀의 결합은 다양한 형태를 띄어가고 있다고 쓰여져 있더군요. 전문 결혼 중개인인 마담뚜가 암약하고, 혼수가 곧 가문의 위신과 체면을 대변한다고 믿는 사람이 엄존하고, 사회적 규정과 관습에 의해 등 떠밀리고 있는 ‘꽉 찬 나이’의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대한민국에서 세계 으뜸의 이혼율이 양산되는 것은 어쩌면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기다려 보세요...답이 나오겠지요..중요한건 둘만의 교감이 아니겠습니까? 

덧붙여 한마디 하자면, 우리 사회가 정녕 해야 할 것은 높은 이혼율과 무너진 윤리의식을 개탄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에 대한 획일적이고 경직된 사고를 버리고 보다 개방적이고 다양한 형태를 인정하고 관용과 인내의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군요. 이것이 바로 결혼에 대해 제가 쉬이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사실이 절망스럽지 않은 까닭입니다. 여성입장에서야 육아문제부터 말못할 사정까지 많이 있지만 그 분을 믿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