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1부 10막 : 천하사분(天下四分) #02)

J.B.G200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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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추의 진영.

미려가 장수들과 전략에 대해 계속 숙의하고 있었다.

 

“적이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날씨가 추워지기 전… 습하면서 강이 범람할 때 얼마나 우리 진영을 흩어 놓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시체를 늘리려 하겠죠. 우리는 진에 시체가 늘어나면, 매장을 해도 홍수 때문에 시체가 떠 오를 것이고 곳 진에는 전염병이 나돌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적이 노리는 것…”

“그럼 대책은…”

“우선, 시체는 매장하지 않고 식량을 실어 나르는 수송선에 실어 황도 근처 야산에 매장합니다.”

“강물에 버리면 안되겠습니까? 어차피 적도 오염 시킨 강이니…”

“하류에서 떠오르기라도 한다면, 내 책략이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그 계책이란…”

“덫 입니다.”

“덫?”

 

그렇게 미려와 미란의 전투 없는 공방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양군의 전투가 시작 되었다. 용의 군사는 궁수와 포차만을 동원해서 원거리 공격을 했다. 그것은 적의 진에 시신을 하나라도 늘리기 위한 것이었다. 양 진영은 한 달이 넘도록 그러한 원거리 전투를 계속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비가 오는 날이면, 용군은 상류에서 독극물을 방류했고, 그때마다 강은 범람했다.

 

수추의 진영

미려가 장수 소의방(素誼邦)에게 전술의 실행에 대해 물었다.

 

“내 지시대로 잘 하고 있는 것입니까?”

“네… 식수는 반드시 비가 오지 않은 날 저장한 물 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투로 죽은 병사의 시신은 보급품을 나르는 배에 실어 강 너머로 보내고 있습니다.”

“덫은…”

“그것도 역시 군사의 지시대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용의 진영.

철기주가 양 진의 사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또 양 진영의 사이에 시신을 매장하는 구나.”

“지난번에 이미 격어 보았지만, 미려는 역시 보통 군사는 아니군요. 진 내에 시신을 매장하면 홍수로 부패한 시신이 드러나 전염병이 돌 것을 우려해 자신들의 진 밖에 매장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장수 중 하나가 물었다.

 

“매장하는 자들을 공격해 보는 것은 어떠합니까? 그러면, 다른 방도를 찾을 것이 아닙니까?”

 

그 장수의 물음에 미란이 답했다.

 

“두 진의 사이에 매장하는 군사를 죽이면… 그 시신들은 누가 매장한답니까? 그 시신이 썩어 부패한다면… 양 진영에 큰 해를 기칠 것입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장수가 물었다.

 

“그럼 우리 군사의 시신도 저곳에 매장하는 것은 어떠신지요.”

“적의 묘지에 우리 군사의 묘지를 만들다니… 별로 내키지 않는군요. 그리고 우리는 어차피 저 길을 지나야 합니다. 땅이 시체 투성이면 지반이 약해질 터… 무거운 전차나 포차가 지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역시…”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나면서 용의 진영에서 관찰할 때 수추국의 매장되는 시신의 수가 현저하게 늘기 시작했다.

 

“드디어 때가 된 듯 합니다.”

“두 달 만 이군요…”

“네 조금만 더 늦어 찬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했다면, 큰 낭패를 겪을 뻔 했습니다.”

“그럼 결전은…”

“우리가 공격을 하지 않아도 하루에 수백명의 병사가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아마… 더 견디지 못하고 먼저 공격하려 나올 것입니다. 그때가 우리가 진격해 나가면 될 듯 합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용의 진영에서 보기에 수추의 군세는 이미 심각하게 시들어 있었다. 사태가 점점 더 위태로워지자 곧 수추의 진에서 먼저 북을 울리며 군세를 집결하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진군을 해올 태세였다. 그리고 그에 맞서 용군도 진격의 태세를 이미 마친 상태였다.

 

“드디어 결전이군요.”

“네”

“저런 병사들을 상대로 싸워 승전을 해도 별로 즐겁지가 않겠군요.”

 

장수들의 이런 대화를 듣고 있던 철기주는 다시 한번 그들의 주위를 환기시켜 주었다.

 

“방심은 금물입니다. 우리가 강 남쪽을 물리쳐도 적은 강 북쪽에 아직 15만의 대 병이 있소이다.”

“사형은 이런 다 이긴 싸움에서도 긴장을 풀지 않다니…”

“…”

 

철기주의 굳은 얼굴에 주위는 다시 조용해 졌다. 그리고 양 군은 최후의 결전을 맞이하고 있었다.

 

“명을 내리시죠. 장군님!”

“…”

 

부장 선경의 말에 철기주가 생각에 잠겨 말이 없자 미란이 재촉했다.

 

“사형!”

“미란!”

“네!”

“사신을 보내라.”

“네?”

“항복을 권고해 보아라.”

“사형?”

“장군님?”

 

철기주의 갑작스러운 명에 모든 장수들이 놀랐다. 그러나 철기주는 이미 결정을 한 듯 했다.

 

“쓸데 없는 희생을 피하고 싶다.”

“하지만…”

“이것은 지금까지 격어온 전투와는 다르다. 이것은 자칫 학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전투의 승패로 국가의 운명이 달렸는데… 아무리 불리해도 항복할 리가 없잖아요.”

“그렇습니다. 장군님. 저희라도 항복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내가 지금 적장이라면 항복할 것이요.”

“네?”

“장군님?”

 

철기주는 입을 굳게 다문 채 다른 장수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내 명을 듣지 못한 것이냐?”

“알았어요.”

 

미란의 명에 따라 곧 백기를 단 용의 전령이 말을 달려 적의 진영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 광경을 보고있는 미려와 대장군 정초우는 크게 놀지 않을 수 없었다.

 

“군사… 이를…”

“동요하지 마시죠. 운명에 맡깁시다.”

“…”

 

미려와 대장군 정초우를 포함한 모든 장수들이 크게 당황해 하고 있을 때, 용의 사신은 말을 달려 양 진영을 가로질러 오고 있었다. 그리고 말을 달려 자신이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사신을 보며 미려가 장군 소월하(素鉞霞)에게 말했다.

 

“소(素) 장군”

“네! 군사!”

“적의 사신이 이곳에 무사히 도달하면, 곧 목을 베시오.”

“네?”

“내 명대로 하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곳 용의 사신이 도착하자 장수 소월하는 군사 미려의 명대로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의 목을 베었다. 그때 군사 미려가 말했다.

 

“말도 베시오.”

“네”

“어서!”

 

주인 잃은 말은 다시 용의 진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소월하가 던진 도끼에 맞아 쓰러졌고, 소월하는 앞으로 나나가 쓰러진 말의 목을 베었다.

 

“이럴 수가…”

 

이를 지켜 본 용의 진영은 크게 당황하고 또 흥분했다. 그리고 병사들마저 극도로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건…”

 

미란은 순간 큰 충격과 함께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때 장수들이 철기주를 재촉했다.

 

“장군님! 더 이상 사정을 보아줄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어서 명을 내려지시죠. 군사들도 장군의 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때, 수추의 진영에서 먼저 진격을 할 듯 거대한 함성과 북소리가 노도 같이 밀려 들었고, 용의 진영도 이에 조우하여 함성과 북소리가 대지를 찢을 듯 울리면서 양국의 군세가 맞부딛치고 있었다.

 

“선두에 설 흑룡대의 중앙은 내가 맡겠소. 좌는 무비장군이 우는 선경 장군이 지휘하시오. 후방의 본대는 적성주인 이서기(李暑氣)장군께서 지휘하시오.”

“알겠습니다.”

“오늘 이 승리로 우리는 수추를 반드시 얻어야 할 것이오.”

 

대장군 철기주의 명에 따라 곧 총 진격이 명해졌고 용의 병사들이 노도같이 달려들 기세였다. 그러나 그때 미란은 수추의 군사들이 아직 진군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왜?’

 

미란은 이미 진군을 시작한 용군을 바라보며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이게 아냐! 뭐지?’

 

찰라의 순간에 그녀는 자신 결정한 모든 전략을 뒤집어 버렸다.

 

‘안돼!’

 

그녀는 진군을 하는 병사들 사이를 가로질러 말을 달렸다. 그리고 철기주에게 외쳤다.

 

“멈춰요!”

 

그러나 이미 진군하는 군사들의 정연한 대지를 울리는 발길질에 미란의 소리는 선두에 선 철기주에까지 들리지 않았다. 그때, 미란의 애타는 목소리를 들은 것은 철기주를 그림자처럼 따르던 무연장군 이었다.

 

‘언니?’

 

무연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달려오는 미란을 보며 말했다.

 

“장군님!”

“…?”

“언니가 이상해요.”

“뭐?”

 

철기주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미란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시퍼렇게 상기되어서 마치 공포에 떨고 있는 것 같았다.

 

“사매…?”

 

철기주는 곧 대열을 벗어나 기마대를 진군시킬 찰나였다.

 

“멈춰요! 사형!”

“미란?”

“당장 멈추라니까! 어서!”

 

철기주는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곧 말을 멈추었고, 곧 좌우의 군을 이끄는 무비, 선경도 말을 멈추었다. 그러자 곧 다른 부장과 병사들이 멈추어 섰고, 앞에서 멈추고 뒤에서 따라붙은 형국이 된 진은 갑자기 오합지졸의 아수라 장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흙먼지가 용의 진영에 가득히 흩날리고 있었다.

 

“이런… 큰 낭패로군”

 

순간, 철기주를 비롯한 모든 장수들이 크게 당황했다. 진이 흐트러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적군이 진격해 들어온다면 큰 패배가 눈 앞에 보였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짓이냐? 미란!”

“군사를 퇴각 시켜요.”

“뭐?”

 

그때 좌, 우에서 무비, 선경 장군이 급히 말을 달려 중앙으로 왔다.

 

“어찌 된 것입니까? 진이 흩어졌습니다. 빨리 정비하지 않으면 큰일이 벌어집니다. 적이 달려들 것입니다.”

“아뇨!”

“네?”

“그럴 것이었다면, 우리 진이 엉망이 된 지금이 절호의 기회 입니다. 그런데 적은 도발만 할 뿐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때, 천위의 공격이 시작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궁수와 포차 만를 이용한 것이었다.

 

“사형! 어서 군사를 물려요. 궁수와 포차의 사정권으로 벗어나야 해요. 영을 내려요! 어서요!”

 

그렇게 해서 그날의 전투는 엉망이 되어버렸다. 큰 피해는 없었지만, 병사들의 사기는 크게 저하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