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수다 - 3편

이끼200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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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대현이... 정말 그런걸 장난이라고 보기엔 좀 심각한거 아냐?



상상만 해도 진짜 변태 같아... ]





아니나 다를까, 보수파인 미연양께서 반론을 제기했다.





[ 미연이 넌 내가 그 때 얼마나 심각한 백지상태였는지 몰라서 그러냐...



나도 나중에 경험 좀 쌓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걘 남자들 분류할 때 "변태" 폴더에 넣어야되겠더라구... ]





[ 참... 첫 빳다부터 이상한 넘이 걸린거네. 난 그래도 첫 놈은 괜찮은 놈이었는데... ]





가혜까지 안됐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혀를 쯧쯧거렸다.





난 그 말에 피식 웃어버렸다.





[ 야, 앞의 얘긴 빙산의 일각이야. ]





[ 오호~ 너 그래서 그 변태랑 처음을 한거야? ]





음담패설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가혜가 나에게 눈을 반짝이며 얼굴을 들이댔다.





이 뇬은 남의 얘기라고~





[ 하느님이 보우하사 다행히 그 놈과 처음은 안 했다. ]





[ 글면 뭔 일이 있었는데? ]





[ 생각만 하면 짜증난다. 술이나 한잔 따라줘. 한잔 꺾고 얘기할께. ]





[ 예~~ 마님~~ ]





가혜가 냉큼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내 술잔에 두손으로 술을 졸졸졸 따랐다.





정말 그 생각만 하면 참... 어이가 없다.





똑같은 20살이었을텐데... 어쩜 그렇게도 다른건지...

























그렇게 노래방 계단을 시작으로 난 대현이와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영화보고, 밥 먹고, 술 마시고...





대현이는 언제나 이야기의 소재가 끊이지 않는 아이였고,



정말 주위에 친구도 많이 가지고 있었다.





[ 해미야, 넌 지금 나가서 돈을 빌린다면 얼마나 빌릴 수 있니? ]





[ 어? 글쎄... 100만원? ]





그 당시 나에게 100만원은 무지 큰 돈이었다.





어렸으니까...





100만원도 이 친구 10만원, 저 친구 5만원 해서 친구들을 끌어 끌어 모아야 가능한 금액이었다.





내 말에 대현이는 씨익 웃었다.





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 표정~





[ 난 당장 천만원정도는 자신있어. ]





[ 뭐? 처... 천만원? ]





우와... 나랑은 단위가 틀렸다. 갑자기 대현이가 더욱더 멋있어 보였다.





[ 사람은 신용으로 사는거야. 너, 지금 우리 나이에 천만원이면 작은 돈 아니야. ]





[ 천만원이 어떻게 작은 돈이 될 수가 있어? ]





[ 난, 25에는 천만원이 작은 돈이 될꺼야. ]





순간, 난 사람이 발광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대현이가 그 말을 마치는 순간, 대현이의 온 몸은 빛으로싸여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정말.... 멋있었다.





이런게 남자구나...





이런게... 진짜 남자구나...





난 그렇게 남자다운 남자, 대현이에게 깊게 깊게 빠져들어갔다.





그 때 생각에는 그랬단 말이지...











어느 날,





대현이와 나는 비디오방에서 끈끈한 <나인 하프 위크> 라는 영화를 보고 있었다.





[ 보이지? 키스는 저렇게 하는거야. ]





뭔가 이상한 장면이 나오면 대현이가 여신 손가락을 화면을 가르켰다.





빤히~ 보고 있기엔 쑥쓰러워 미치겠는데... 난 대현이가 가르키는





돌리고~ 빨고~~ 핥는 장면을 꿋꿋하게 봐야만 했다.





가끔은 푸딩을 뭍혀서 핥기도 했다... 하긴... 사람 몸에서 무슨 맛이 나겠어...





그런데... 아... 참, 끈적끈적하겠다.





저러면 더 맛있나?





[ 니도 저렇게 한번 해봐. 그러면 내가 더 빠질텐데... ]





대현이의 말에 난 두 눈을 휘둥그레떴다.





[ 뭐라?? ]





[ 봐봐... 남자 캐릭터가 여자 캐릭터한테 점점 빠져들어 가잖아... 여자는 저런거야. ]





[ 그.... 그래? ]





참... 요상한 세상이다...





알면 알수록 더 모르겠다...





[ 그래, 너 아직도 키스할 때 그냥 입만 벌리고 가만히 있잖아. 그래서 내가 널 사랑하겠어? ]





대현이의 말에 내 양미간에 주름이 잔뜩 잡혔다.





[ 앞으로 내가 널 제대로 가르칠꺼니까 그럼 잘 따라해. ]





[ 응... 알았어. ]





[ 우선 눈을 감고 느낌을 극대화해봐. 신경을 집중해. ]





난 시키는 대로 눈을 감았다.





뭔가 칙칙한 것이 목덜미에 닿았다.





[ 앗! 뭐야~~!! ]





내가 소스라치게 놀라 대현이에게서 몸을 뗐다.





[ 원래 이렇게 하는거야. 가만히 있어봐봐. 내가 한 다음에 너도 똑같이 해야돼. ]





대현이가 화가 났다는 듯이 두 눈을 부릅떴다.





순간적으로 질린 나는 몸을 움츠릴 수 밖에 없었다.





[ 아.. 알았어... ]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아까와 같은 느낌...





대현이의 혀가 목덜미에 닿았다. 뭔가... 키스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기분도 다르고...





기분좋게.... 간지러운...





순간 대현이가 동작을 멈추고 소파에 푹 파묻혀 편안히 앉아서 눈을 감아버렸다.





[ 알았지? 이렇게 혀를 사용해서 하는거야. 이제 니가 해봐. ]















[ 야! 그 놈 진짜 변태 아니야? ]





갑자기 가혜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 내가 변태 맞다고 그랬잖아. ]





[ 와.... 너 진짜... 백지상태에서 그런 놈 만났으면.... 진짜 괴로웠겠다. ]







누가 그 때의 나의 마음을 알아주리...





처음 사귄놈이 그랬으니... 다 그런 줄 알고 변태의 습성을 감내하려던 내 노력을...





아... 갑자기 내 애처로움에 가슴까지 찡해지는군.







[ 그래서, 너 그 새끼가 시키는대로 했던거야? ]





[ 그랬댄다. ]







가혜의 질문에 미연이가 대신 대답을 했다.





[ 허... 참... 그 새끼 상판때기 보면 귀때기를 물어뜯어주고 싶군.



뻔히 순진한걸 지도 알면서 어쩜... ]





가혜가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는 목이 타는지 술잔을 힘차게 꺾었다.





난 얼굴이 시뻘개지도록 흥분한 가혜에게 진정하라며 등을 토닥토닥 두들겨 주었다.





취해서 뻘개진건가? 아뭏든~~





[ 다 하진 않았고... 조금 하다가 말았지... 그리고 그 것 때문에 헤어지게 됐어. ]





[ 뭐?? ]























목덜미를 지나 가슴으로... 내 입술이 이동하도록 대현이는 강요했다.





그리고 내머리를 자꾸만 더 아래로... 아래로 끌어내렸다.





난 기겁을 하고, 완강하게 거부를 했고...





우악스럽게 날 움켜쥐는 대현이의 손을 피해 그 길로 비디오방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고 대현이는 연락이 없었다.





인간적으로... 지가 잘못했다고 전화해야되는거 아냐?





왜... 왜 연락이 없는거지??





... 내가... 잘못 한 걸까...?





하지만... ㅡ.ㅡ 난 너무 괴로웠는데...





대현이랑 만나는게 너무 버거워... 힘들어...





원래 남자랑 사귀는 건 다 ... 그런거냔 말야??





... 또 하루가 지났다...





집으로 전화해도 받지도 않는다.





삐삐쳐봐도 연락도 없다.





ㅜ.ㅠ 머 이래... 이런게 어딨어...





대현이는 계속 학교에도 나오지 않았다.





왜... 왜... 그 때는 왕재수 조세희도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다는 걸.... 몰랐을까?











그렇게 2주가 지났을 때...





난 강의실에서 대현이를 만날 수 있었다.





[ 어떻게 된거야? ]





[ 어, 안녕. ]





대현이가 특유의 그 미소담긴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왜... 왜 난 이런 넘의 얼굴을 보면서 가슴이 아린거지...?





난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대현이를 바라보기만 했다.





[ 아... 우리 할 얘기 있었지? 나갈까? ]





그리고 그렇게 대현이를 말없이 졸졸 따라나섰다.





[ 커피? ]





[ 어. ]





- 위...잉....이......잉.....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 두잔을 둘고 우린 캠퍼스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 우해미... ]





[ ... 왜... ]





[ ... 넌 ... 내가 건드리기에 너무 맑아. 그리고 너무 순수해... ]





대체... 이게 무슨 소리래....?





난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대현이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대현인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 난... 피가 끓는 나이의 남자야... 욕정을 참는건 한계가 있다고... ]





[ 그게 무슨 소리야? ]





[ 남자는 한번 발기하면 그거 가라앉히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 며칠 너한테 연락 안하는 동안.... 나 여자랑 여관에 있었다. ]





..........!!!!!!!!!!!!!!!!!





세상에 이보다 더한 충격이 더 있을까?





[ 그 여자가 나에게 그랬어. 자기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잠자리를 같이 하겠다고... ]





[ 그... 그.... ]





[ 남자는 그런 여자에게 약하거든... 나 역시... ]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 나에겐.... 너보다 그 여자가 더 필요해. 우리 끝내자. ]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황당한 이별통보였다.





[ 그.. 그게 누구야? ]





[ 그런 걸 이야기 할 수 있겠어? ]





[ 이렇게... 끝내면서... 나한테 그 여자 이름조차 알려줄 수 없다고? ]





[ 후... 너도 알고 있는 애야. 그래서 이야기 못해. ]





[ 우... 우리 과 애야? ]





[ 거기까지만... 나, 수업 들어간다. 2주동안 많이 빠져서 말이야... 넌 안 들어가? ]





대현이의 질문 따위는 귀에 들리지도 않았다.





[ 그래, 그럼 난 간다. ]





오전 10시...





캠퍼스는 그다지 소란스럽지도 그다지 조용하지도 않았다.





혼자 남겨진 듯... 했다.





누구에게 얘기할 수도 없는 이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에 난 통탄을 하고만 있었다.





사랑을... 증명 한다고??





여관에서... 사랑을 증명해??





그 까짓꺼... 나도... 나도... 할 수... 있....





할 수... 있....





.......





그제서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할 수 없었다...





난 그럴 수 없었다...





억욱했다... 이런 이유로... 처음 사귄 사람도 헤어져야 하는거야?





단지.... 잠자리를 할 수 없단 이유로...





대현이와 헤어져야 하는거야?





그게... 그렇게 중요한거야?





그게... 남자한테는 그렇게 결정적인 문제인거야?





난 아무렇지도 않은건데...





대체 그게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