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1부 10막 : 천하사분(天下四分) #04)

J.B.G200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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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1부 10막 : 천하사분(天下四分) #04)

 

 

천위국의 황도 진원(進元).

그곳에서는 지금 어전회의가 한창 이었다.

 

“전하 군사 소성(燒聖)으로부터 이미 국경으로 행군을 시작했다는 보고 입니다. 그리고 사흘 후면 우리의 25만 대군이 국경을 넘게 될 것입니다.”

“이번에야 말로 의현을 얻을 수 있어야 할 텐데…”

 

천위의 황제 양정후(陽定后)는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군사의 영대로 연의 국경지대는 삼엄하게 경비하고 있습니다. 혹시 적이 공격해 오더라도 이미 대비를 하고 있으니, 너무 심려 마시기 바랍니다.”

“알고는 있소만…’

 

한편, 천위국의 군사 소성의 예상대로 천위가 수추로 군세를 이동할 것을 예상한 연의 군사 담달(淡達)은 군사를 이동해 천위로 행군하고 있었다.

 

“군사, 적도 이미 대비를 하고 있지 않겠소?”

“그렇습니다. 허나 가장 두려운 적인 군사 소성이 수추로 향했을 것이 분명하니… 우리 군이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하지만, 적의 국경수비군도 소성과 같은 지혜 있는 군사가 있지 않겠소?”

“어차피 뛰어난 자들 중에도 가장 뛰어난 자는 하나입니다. 제가 소성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 하니… 다른 군사는 제 지략으로 물리치겠습니다.”

“그렇다면, 목진과 무가 우리의 국경을 넘어올 수 있지 않습니까?”

“무는 변위성(邊衛城)을 넘을 것입니다. 허나, 우리는 변위성을 포기하고 탄전(炭展)과 평연(平連)에서 인강을 사이에 두고 시위를 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들도 강을 건너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리 쉽게 영토를 내어주다니…”

“연주평야와 진원을 얻기 위함입니다.”

“그렇다면 목진은… 어찌할 생각입니까?”

“목진은 오지 않습니다.”

“네?”

“우리 연은 먹기가 까다로운 먹이이지만, 태상은 쉬운 먹이 입니다. 장군께서는 무엇을 택하시겠습니까?”

“그렇다면야… 태상을…”

“그렇습니다. 허나 대비는 하고 있으니 너무 심려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용은 백강에서 지지부진 하고 있으니… 역시 우리의 국경을 넘볼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 천위의 대군은 수추와의 국경지대인 태엄(太嚴)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용의 철기주와 미란은 용마(勇馬)로 계속 말을 달렸다. 또한, 무국의 대군도 이미 연국과의 국경지대인 문산(刎山)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대장군 허장선(墟長腺)과 군사 허유기(墟柳氣)를 필두로 35만의 대군을 이동시키고 있었다.

 

“이 많은 대군을 움직이면, 국경경비는 어찌 되는 것입니까?”

“연이나 목진은 우리의 국경을 넘지 못할 것입니다. 아니 애초에 그럴 의도 자체가 없을 것입니다.”

“어찌해서…”

“연은 연주평야의 마지막 곡창지대를 원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천위의 진원을 함락해야 합니다. 그러니… 타국과 인접한 국경지대는 방어에만 치중할 것입니다. 우리가 대군을 움직이는 것도 그 방어를 하며 움직이지 않는 적을 물리치기 위함입니다. 기필코 인강을 건너 탄전과 평연을 얻어야 이 원정이 성공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목진은…”

“물론, 목진에 대비해 남쪽의 국경방어를 강화하기는 했으나 아마 지나친 걱정일 것입니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목진도 연과 같이 함현평야라는 아주 매력적인 미끼가 있습니다. 우리 무국을 침범하면 땅을 늘릴 뿐, 그것은 지칫 지키기만 번거로울 뿐입니다. 분명, 언젠가는 침범하겠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물론, 목진은 연국의 국경도 넘지 않을 것입니다. 연의 동창이나 전진을 얻으면 연의 해상로를 끊어버리는 전과를 올리지만, 그것 역시 눈에 보이는 이득은 없습니다. 그것을 알기에 연이 천위를 향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니 목진으로서 가장 커 보이는 떡은 역시… 함현평야 입니다. 지금 목진과 국경이 접한 무와 연이 타국을 침범하는 이 시기가 자신들도 국경 수비군을 줄이고, 대 병을 동원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입니다. 그렇다면 그 대 병으로 그동안 뒤통수의 가시와도 같았던 이미 쇄락한 태상을 복속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인 것입니다.”

“흠…”

“그렇다면, 태상을 이대로 목진에 내어줘야 한단 말입니까?”

“애석하지만, 지리적 관계로 무나 연이 태상을 얻을 방도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것을 취하려 하는 것입니다.”

 

그 시각 목진은 뜻밖의 큰 내분이 일고 있었다. 황제의 어전에서 군사 위창소(威昌昭)와 무위(拇偉)의 부장인 장군 적령(赤靈)이 서로를 반목하고 있었다. 위창소는 이미 상기된 얼굴로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이 싸움은 암묵적으로 천위와 수추 그리고 태상을 복속하기 위한 하늘이 내려준 전략입니다. 서로 협상이 없었던 이 전쟁에서 자연스럽게 모든 국가는 하늘이 내려준 자신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적령장군만은 그것을 거스르려 하는 것입니까?”

“누구인가는 틀림없이 군사께서 말하는 하늘이 내린 지도의 재편을 거부할 것입니다.”

“뭐요?”

“군사의 말대로라면 이 전쟁으로 용은 수추의 서를 얻고, 천위는 수추의 동를 얻습니다. 그리고 무는 연의 북을 연은 천위의 연주평야를 얻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 목진은 태상을 얻습니다. 그것이 지금 각 제국의 책략가들이 그리는 지도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좀더 깊이 들여다 보면, 애초 용은 의현을 얻으려 했으므로, 수추의 서를 얻는데 만족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천위도 연주평야와 진원을 내어주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그것은 연도 마찬가지 입니다. 실상은 모든 국가들이 자신의 땅은 내어주지 않으며, 타국을 얻으려는 것입니다. 모든 국가들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엇이 어찌 되었다는 말입니까?”

“헌데 어찌 목진만 무리수를 두지 않고 주어진 길을 가려 하는 것입니까? 태상은 이미 국운이 쇠한 나라입니다. 언제라도 먹이로 삼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나중에 그 세가 강대해질 우려가 있는 연의 숨통을 조여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연의 동창과 정진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 이 제국에서 가장 강대한 용과 육로와 해상로에서 국경을 접하게 됩니다. 즉, 용을 곧 복속하는 길을 얻고, 또한 차후에 그 기세가 강대해질 잠재력이 있는 연의 숨통을 쥘 수 있는 것입니다.”

“장군은 어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단 말이요. 강대한 용과 국경을 맞대는 것은 양날이 칼이란 말이요.”

“그것을 두려워 한다면 어찌 천하를 통일하겠습니까?”

“뭐요? 장군은 본시 용과 원한이 있다 들었습니다. 자신의 원한 때문에 한 나라의 국운을 좌지우지 하려는 것이요.”

“닥치지 못하겠소!”

 

위창소위 이 갑작스러운 도발에 극도로 흥분한 적령은 그만 어전에서 칼을 빼어 들었고, 그 행동은 모두를 크게 당황하게 했다.

 

“적령…?”

 

무위가 놀라 적령을 막아 섰다. 그 순간, 그만 적령도 자신이 지나치게 흥분해 이성을 잃은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만 이미 큰 실수를 한 이후였다.

 

‘젠장!’

 

그날의 어전회의는 그렇게 막이 내려졌다.

 

며칠 후.

목진의 대군이 태상으로 출정하고 있었다. 행군 중에 대장군 유무기가 군사 위창소에게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군사! 무위장군과 적령장군의 적귀대 일을 이리 처리해도 되는 것입니까?”

“전하의 어명 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이번 원정은 그들이 없어도 승정할 것입니다.”

“제 걱정은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내분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저… 걱정이 될 뿐입니다.”

“그 일은 이번 원정을 다녀온 후 제게 맡겨 주시기 바랍니다.”

“군사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황제는 어전에서 칼을 뽑아 든 적령과 그의 상관인 무위를 그 책임을 물어 직위를 해제하고 무위의 본향인 연성에 두 장수를 위폐시켰다. 이리하여 무위 직속의 적귀대는 다른 장수에게 지휘를 맡긴 후, 태상으로의 원정에서도 배제시켰다. 그리고 지금 대장군 유무기와 위창소는 이러한 사태로 인한 군부의 내분을 걱정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