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고 민 그렇게 진석이가 군대에 복귀하고 나서는 매일 밤 근무 때 전화를 잊지 않았고, 서영이도 은근히 진석의 전화를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제는 전화 받는 것이 일상처럼 됐다. 그 무렵 서영이에게는 데쉬하는 동급생들도 많았고, 몇몇 선배들은 서영이에게 리포트를 빌미로 또는 다른 핑계꺼리로 친철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아마 진석과 희경에 대한 배신감이 아직도 채 아물지 않았고, 그로인해 남자에 대한 신뢰는 찾기 어려웠고,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자신을 방어하는데 급급했다. 서영도 만계한 꽃처럼 화려하게 피어 여러 남자들의 가슴을 녹이는 외모가 되어갔다. 진석이도 예전에 거만하고 도도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다른 남자들과 별로 다르지 않게 서영이에게 매달리는 상황이 되었다. 좀더 확실한 자리 매김을 위해 사귀자고 말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뉘앙스로 좀더 가까워지려고 할 때 마다 서영은 친구로 지내는 것이 편하다며 선을 명확하게 그었고, 진석이도 군대라는 특수상황이었고, 좀더 서영에게 다가오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편지도 쓰고, 장교라는 특권을 이용해 매주 외박을 나와서 서영이를 만나기도 하고, 서영에게 휴대폰도 사주면서 전용전화를 만들어주면서 슬슬 서영이의 스캐줄 관리까지 했다. 하지만 서영이도 다른 사람에게는 매몰차게 할 수 있어도 진석에게 만큼은 쉽지 않았다. 서영에게 진석은 7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짝사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서영아, 나 오늘 학사장교 피앙세 반지 신청했어.” “피앙세 반지? 왜? ” “왜라니.......? 너 줄려고 신청했지.” “진석아, 나 솔직히 그런거 부담스러워. 너랑 그런 문제로 껄끄러워지기 싫어.” “정서영, 너 다른 사람 사귀냐? 너무 그런 문제에 예민하게 선을 긋는 것이 좀 못마땅해.” “아니, 다른 사람 사귀지는 않지만, 대쉬하는 사람들은 몇 명돼.” “서영아, 너 민간인이라고 군인 마음을 이렇게 애태워도 되는 거냐? 예전엔 그렇게 나 좋다고 하던 때는 언제고......” 서영은 뻔뻔스런 진석에게 희경이와 관계에 대해서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꾹 참고 그냥 친구라는 관계라도 진석을 곁에 두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진석아, 네가 군인이어서 너에게 그러는게 아니야. 그리고 학사장교는 일반 군인에 비해 자유롭잖아.” “...................” “아직은 누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어.” “무리하게 네게 부담주기는 나도 싫다. 암튼 이번 주말에는 훈련이 있어서 외박 못나갈 것 같아.” “그래? 그럼 나도 밀린 공부나 해야겠다.” “피이 조금 서운한 척이라도 하면 어디가 덧나니?” “솔직히 요즘 너무 너랑 다니면서 공부를 등한시 했어. 네가 내 생활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너도 좀 알아야 돼.” “그래, 네게 영향을 끼치긴 한다니 너에게 내가 아무 의미 없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위로가 좀 되려고 한다.“ “하하하 그래? 다행이다. 스스로 위로하는 법도 알아서.......” “뭐라구? 너, 날 놀리는 말투다.” “아! 아니야.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근무나 열심히 서세요. 군인 아저씨,” “알았다. 내 나라 내가 지키지 누가 대신 지켜주겠냐. 군인 아저씨 나라 지킬테니 민간인 아가씨 편안히 잘 자세요.” “그래 고맙다. 마음 편하게 자게 해줘서....... 내일 연락하자. 잘 자” “그래, 잘자라.” 전화를 끊고 서영은 자꾸만 막무가내로 다가오려는 진석이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가슴 설레기도 하다. 하지만 그전에 희경이를 만나서 진석이를 다시 만나고 있고, 지금 이런 상황인 것을 말해야 하는데 자꾸만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 아마도 아직은 진석이에게 친구이외의 다른 감정이 없다는 이유도 있지만, 이렇게 몰래 만나는 묘미도 희경에게 배신당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 같은 것 이다. 주말이 다가 왔고 매번 진석이가 전화를 해서 당연히 전화가 오려니 했는데....... 이번 주말에는 전화가 없었다. 매일 습관처럼 했던 전화통화가 없자 자꾸 불안해 지고 궁금해 졌다. 별로 전화 해 본적이 없는 서영이가 예전에 진석이가 급한일 있으면 전화하라며 알려준 교환전화를 눌렀다. “여보세요?” “내 백골부대 이수철 하사입니다.” “네 다름이 아니라 그곳에서 근무하시는 서진석 중위님 좀 부탁합니다.” “네, 서진석 중위님 지금 외박 나가셨는데요.” “네? 외박이요? 오늘 훈련 있는 날 아닌가요?” “아닌데요. 오늘은 훈련 없습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서영은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여자의 육감으로 진석이가 거짓말을 하고 다른 누군가를 만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진석이가 다시 희경이를 만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니 실제로 그럴 것 같고, 부들부들 떨리면서 가슴속에서 불같은 것이 소구치는 느낌이었다. 일단, 진정하고 희경이에게 확인 차원에서 전화를 먼저 했다. 하지만 희경은 집에서 가족 모임이 있었다. 그나마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 숨을 쉬고 진석이의 연락처를 수소문 해서 진석이에게 핸드폰을 했다. 맨 처음 전화는 안 받고 그냥 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 계속했다. 그 때서야 주위가 어수선하면서 여자들 목소리도 섞여서 들렸다. “여보세요?” “나, 서영이야! 네가 전화 안 해서 전화 했어. 지금 어디야?” “어? 나 훈련이라고 했잖아.” “뭐? 훈련? 야, 서진석! 자꾸 거짓말 할래. 부대에 전화해서 확인하고 전화하는 거야.” “..................” “그리고 훈련을 여자들하고 같이 받나보다.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데.............” “저........... 서영아, 미안해. 실은 네 후배 경숙이 알지? 그 애가 여기로 M?T 왔다고 해서 나왔어.” “그래? 거짓말하고 노니까 참 재밋었겠다.” 진석이가 자꾸 당황하면서 더듬거리는 꼴이 눈에 선하다. “진석아, 우리 너무 오래 연락한 것 같아. 풋풋하고 더 어린 영계가 그리운가 본데....... 네 의견 존중할게. 그러니까 이제부터 나한테 연락 하지마.” 너무 화가 나서 일방적으로 이별을 말하고 전화를 뚝 끊는데 정말 질투라는 감정인지 아님 나에게 거짓말 했다는 실망감인지 두개 감정이 섞여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자꾸 훌쩍훌쩍 눈물이 나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핸드폰은 자꾸 울리는데 분명히 진석이 전화라는 생각에 받지 않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펑펑 울었다. 거실에서는 저녁 먹으라고 소리치지만 안 먹는다고 말하고 이불속에서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힘내, 정서영....... ’ ‘원래 한번 배신한 사람은 두 번도 배신하고 ’ ‘너도 진석이를 지켜보고 있었을 뿐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잖아.’ ‘괜찮다, 괜찮다. 정서영......... 금방 괜찮을 거야’ 저녁에 통화하고 나서부터 밤늦도록 울다가 지쳐 잠들 법도 한데 더 또랑또랑하고 분해서 잠도 오지 않았다. 근데 또다시 전화가 왔고 매일 야간근무 할 때 전화하는 그 시간이었다. 전화를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정리를 해도 깔끔하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해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서영아, 그러고 전화를 끊으면 어떻게 ........... 나에게도 말할 기회를 줘야지.” “그래? 기회 줄 테니까 말해봐.” “미안하다. 거짓말해서........... 하도 경숙이가 근처까지 왔는데 모른척하기냐고 졸라서 먹을 것 좀 갖다 주려고 갔어.” “...............” “가니까 그냥가기냐고 자꾸 맥주한잔만 먹고 가라고 해서 그때 맥주 딱 한잔 마시고 있는데 너한테 전화가 온거야.” “그래, 네 말뜻 다 알았어. 나도 나 좋다고 쫓아다니는 선배가 맥주 마시자면 맥주마시고, 놀이공원가자고 하면 그렇게 할까 생각중이야. 너처럼.........” “서영아, 왜 그래? 오늘일은 내가 잘못했어. 나도 네 전화 받고 정신없이 오느라고 지갑도 잃어버리고 간신히 복귀했어.” 진석이는 자기가 불리한 상황이 되면 항상 여자들의 모성 본능을 자극하고 어리광을 피우는 특기가 있다. “그래? 안됐다. 근데 정확하게 말하면 지갑은 네 부주위지 때문이지 나 때문은 아니야. 그리고 아까 말한 대로 내 마음은 변함없고 네가 준 휴대폰은 소포로 부칠게.” “휴우~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군바리가 어찌 민간인을 잡아 둘 수 있겠냐.” “.......................” “그리고 그 휴대폰은 내가 너 사 준거니까 가져라. 잘자라.” 쓸쓸하게 말하고 끊는 진석이의 목소리가 너무 아쉬웠다. 정말 이렇게 쉽게 끝나는 건가 이런 생각에 잠자기는 틀린 것 같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뒤척이다가 진석이 고등학교 때 몰래 쫓아다니면서 찍어놓은 사진과 진석이 대학교 기숙사로 보낸 수없이 많은 편지와 진석이 때문에 잠 못들 때 마다 써내려간 내 일기장........... 이런 것들을 읽으며 옛 추억들을 되짚어보는 동안 아침이 밝아 왔다. 머리도 지끈지끈 아프고 몸이 말을 안 들었다. 좀 자고나면 괜찮아 지려니 했는데 얼굴도 뜨거워지고 몸에 열도 나는 것 같았다. 엄마가 죽을 끓여 주셔서 먹고 약을 먹고 한숨 더 잤다. ‘이렇게 잠자고 일어날 때 아무일이 어떤 것처럼 기분도 좋아지고 상황도 좋아졌으면..... ’ 그런 생각을 하며 스르르 어느 틈엔가 잠이 들었다.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찾아 온 것 같았다. 손님은 엄마와 아빠에게 인사드리고 엄마가 슬그머니 내 방으로 들어와서 나를 깨웠다. “서영아, 밖에 네 친구 왔어. 진석이라고..........” 난 꿈인가 생신가 분간할 수 없어서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을 때 엄마가 나가고 진석이가 노란 장미를 들고 들어왔다. ‘정말 진석이 였다.’ 평소에는 일요일이면 복귀하느라고 터미널로 마중 나가기에 바쁜데........ 어째 이 시간에 진석이가 여기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서영아, 많이 아프니? 나도 어제 한숨도 못자고, 걱정 되서 무작정 찾아왔어.” “...................” 남자가 여자 앞에서 무릎까지 조아리며 나를 위로해 주기위해서 그 멀리서 왔다고 생각하니 어제 일이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생각 되었다. “진석아, 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야? 어떻게 나왔어.” “선배한테 잘 부탁해서 저녁까지 들어오는거로 하고 외출신청해서 왔어. 나 너랑 못 헤어져.” 약간 충혈 된 눈에 눈물이 고여서 원래도 컸던 눈이 더 커 보였다. “아프지 마라. 내가 무조건 잘못했어.” “피이 서진석, 내 몸보다 마음을 더 아프게 해놓고선........ 내 속 좀 썩이지 말아라.” “그래, 이제는 정말 더 잘 할게. 속도 안 썩이고...........” “....................” “나 며칠 있으면 10일 휴가야. 그때 맛있는 것도 사주고 우리도 놀이공원도 가고 사진도 찍으러 가자.” “.................” “나 이제 가야 돼. 우리 집에는 못 들려도 네 얼굴이라도 보고 가려고 이렇게 왔으니까 나 용서해 주라......... 알았지?” “그래, 진석아, 조심히 가고 연락해.” “정말 화 푼 거지? 휴우~ 이제 살았다.” 씽긋 눈웃음을 치는 진석이의 얼굴을 보니 오래 화를 낼 수 없게 만들었다. * 여러분 많이 사랑해 주고 성원해 줘서 고마워여......^^
첫 사 랑 ( # 9 고 민 )
9장 고 민
그렇게 진석이가 군대에 복귀하고 나서는 매일 밤 근무 때 전화를 잊지 않았고,
서영이도 은근히 진석의 전화를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제는 전화 받는 것이 일상처럼 됐다.
그 무렵 서영이에게는 데쉬하는 동급생들도 많았고,
몇몇 선배들은 서영이에게 리포트를 빌미로 또는 다른 핑계꺼리로 친철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아마 진석과 희경에 대한 배신감이 아직도 채 아물지 않았고,
그로인해 남자에 대한 신뢰는 찾기 어려웠고,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자신을 방어하는데 급급했다.
서영도 만계한 꽃처럼 화려하게 피어 여러 남자들의 가슴을 녹이는 외모가 되어갔다.
진석이도 예전에 거만하고 도도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다른 남자들과 별로 다르지 않게 서영이에게 매달리는 상황이 되었다.
좀더 확실한 자리 매김을 위해 사귀자고 말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뉘앙스로 좀더 가까워지려고 할 때 마다 서영은 친구로 지내는 것이 편하다며 선을 명확하게 그었고,
진석이도 군대라는 특수상황이었고, 좀더 서영에게 다가오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편지도 쓰고, 장교라는 특권을 이용해 매주 외박을 나와서 서영이를 만나기도 하고,
서영에게 휴대폰도 사주면서 전용전화를 만들어주면서 슬슬 서영이의 스캐줄 관리까지 했다.
하지만 서영이도 다른 사람에게는 매몰차게 할 수 있어도 진석에게 만큼은 쉽지 않았다.
서영에게 진석은 7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짝사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서영아, 나 오늘 학사장교 피앙세 반지 신청했어.”
“피앙세 반지? 왜? ”
“왜라니.......? 너 줄려고 신청했지.”
“진석아, 나 솔직히 그런거 부담스러워. 너랑 그런 문제로 껄끄러워지기 싫어.”
“정서영, 너 다른 사람 사귀냐? 너무 그런 문제에 예민하게 선을 긋는 것이 좀 못마땅해.”
“아니, 다른 사람 사귀지는 않지만, 대쉬하는 사람들은 몇 명돼.”
“서영아, 너 민간인이라고 군인 마음을 이렇게 애태워도 되는 거냐? 예전엔 그렇게 나 좋다고 하던 때는 언제고......”
서영은 뻔뻔스런 진석에게 희경이와 관계에 대해서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꾹 참고 그냥 친구라는 관계라도 진석을 곁에 두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진석아, 네가 군인이어서 너에게 그러는게 아니야. 그리고 학사장교는 일반 군인에 비해 자유롭잖아.”
“...................”
“아직은 누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어.”
“무리하게 네게 부담주기는 나도 싫다. 암튼 이번 주말에는 훈련이 있어서 외박 못나갈 것 같아.”
“그래? 그럼 나도 밀린 공부나 해야겠다.”
“피이 조금 서운한 척이라도 하면 어디가 덧나니?”
“솔직히 요즘 너무 너랑 다니면서 공부를 등한시 했어.
네가 내 생활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너도 좀 알아야 돼.”
“그래, 네게 영향을 끼치긴 한다니 너에게 내가 아무 의미 없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위로가 좀 되려고 한다.“
“하하하 그래? 다행이다. 스스로 위로하는 법도 알아서.......”
“뭐라구? 너, 날 놀리는 말투다.”
“아! 아니야.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근무나 열심히 서세요. 군인 아저씨,”
“알았다. 내 나라 내가 지키지 누가 대신 지켜주겠냐. 군인 아저씨 나라 지킬테니 민간인 아가씨 편안히 잘 자세요.”
“그래 고맙다. 마음 편하게 자게 해줘서....... 내일 연락하자. 잘 자”
“그래, 잘자라.”
전화를 끊고 서영은 자꾸만 막무가내로 다가오려는 진석이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가슴 설레기도 하다.
하지만 그전에 희경이를 만나서 진석이를 다시 만나고 있고, 지금 이런 상황인 것을 말해야 하는데 자꾸만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
아마도 아직은 진석이에게 친구이외의 다른 감정이 없다는 이유도 있지만,
이렇게 몰래 만나는 묘미도 희경에게 배신당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 같은 것 이다.
주말이 다가 왔고 매번 진석이가 전화를 해서 당연히 전화가 오려니 했는데.......
이번 주말에는 전화가 없었다.
매일 습관처럼 했던 전화통화가 없자 자꾸 불안해 지고 궁금해 졌다.
별로 전화 해 본적이 없는 서영이가 예전에 진석이가 급한일 있으면 전화하라며 알려준 교환전화를 눌렀다.
“여보세요?”
“내 백골부대 이수철 하사입니다.”
“네 다름이 아니라 그곳에서 근무하시는 서진석 중위님 좀 부탁합니다.”
“네, 서진석 중위님 지금 외박 나가셨는데요.”
“네? 외박이요? 오늘 훈련 있는 날 아닌가요?”
“아닌데요. 오늘은 훈련 없습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서영은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여자의 육감으로 진석이가 거짓말을 하고 다른 누군가를 만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진석이가 다시 희경이를 만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니 실제로 그럴 것 같고,
부들부들 떨리면서 가슴속에서 불같은 것이 소구치는 느낌이었다.
일단, 진정하고 희경이에게 확인 차원에서 전화를 먼저 했다.
하지만 희경은 집에서 가족 모임이 있었다.
그나마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 숨을 쉬고 진석이의 연락처를 수소문 해서 진석이에게 핸드폰을 했다.
맨 처음 전화는 안 받고 그냥 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 계속했다.
그 때서야 주위가 어수선하면서 여자들 목소리도 섞여서 들렸다.
“여보세요?”
“나, 서영이야! 네가 전화 안 해서 전화 했어. 지금 어디야?”
“어? 나 훈련이라고 했잖아.”
“뭐? 훈련? 야, 서진석! 자꾸 거짓말 할래. 부대에 전화해서 확인하고 전화하는 거야.”
“..................”
“그리고 훈련을 여자들하고 같이 받나보다.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데.............”
“저........... 서영아, 미안해. 실은 네 후배 경숙이 알지? 그 애가 여기로 M?T 왔다고 해서 나왔어.”
“그래? 거짓말하고 노니까 참 재밋었겠다.”
진석이가 자꾸 당황하면서 더듬거리는 꼴이 눈에 선하다.
“진석아, 우리 너무 오래 연락한 것 같아. 풋풋하고 더 어린 영계가 그리운가 본데....... 네 의견 존중할게. 그러니까 이제부터 나한테 연락 하지마.”
너무 화가 나서 일방적으로 이별을 말하고 전화를 뚝 끊는데 정말 질투라는 감정인지
아님 나에게 거짓말 했다는 실망감인지 두개 감정이 섞여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자꾸 훌쩍훌쩍 눈물이 나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핸드폰은 자꾸 울리는데 분명히 진석이 전화라는 생각에 받지 않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펑펑 울었다.
거실에서는 저녁 먹으라고 소리치지만 안 먹는다고 말하고 이불속에서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힘내, 정서영....... ’
‘원래 한번 배신한 사람은 두 번도 배신하고 ’
‘너도 진석이를 지켜보고 있었을 뿐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잖아.’
‘괜찮다, 괜찮다. 정서영......... 금방 괜찮을 거야’
저녁에 통화하고 나서부터 밤늦도록 울다가 지쳐 잠들 법도 한데 더 또랑또랑하고 분해서 잠도 오지 않았다.
근데 또다시 전화가 왔고 매일 야간근무 할 때 전화하는 그 시간이었다.
전화를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정리를 해도 깔끔하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해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서영아, 그러고 전화를 끊으면 어떻게 ........... 나에게도 말할 기회를 줘야지.”
“그래? 기회 줄 테니까 말해봐.”
“미안하다. 거짓말해서........... 하도 경숙이가 근처까지 왔는데 모른척하기냐고 졸라서 먹을 것 좀 갖다 주려고 갔어.”
“...............”
“가니까 그냥가기냐고 자꾸 맥주한잔만 먹고 가라고 해서 그때 맥주 딱 한잔 마시고 있는데 너한테 전화가 온거야.”
“그래, 네 말뜻 다 알았어. 나도 나 좋다고 쫓아다니는 선배가 맥주 마시자면 맥주마시고,
놀이공원가자고 하면 그렇게 할까 생각중이야. 너처럼.........”
“서영아, 왜 그래? 오늘일은 내가 잘못했어. 나도 네 전화 받고 정신없이 오느라고 지갑도 잃어버리고 간신히 복귀했어.”
진석이는 자기가 불리한 상황이 되면 항상 여자들의 모성 본능을 자극하고 어리광을 피우는 특기가 있다.
“그래? 안됐다. 근데 정확하게 말하면 지갑은 네 부주위지 때문이지 나 때문은 아니야.
그리고 아까 말한 대로 내 마음은 변함없고 네가 준 휴대폰은 소포로 부칠게.”
“휴우~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군바리가 어찌 민간인을 잡아 둘 수 있겠냐.”
“.......................”
“그리고 그 휴대폰은 내가 너 사 준거니까 가져라. 잘자라.”
쓸쓸하게 말하고 끊는 진석이의 목소리가 너무 아쉬웠다.
정말 이렇게 쉽게 끝나는 건가 이런 생각에 잠자기는 틀린 것 같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뒤척이다가 진석이 고등학교 때 몰래 쫓아다니면서 찍어놓은 사진과
진석이 대학교 기숙사로 보낸 수없이 많은 편지와
진석이 때문에 잠 못들 때 마다 써내려간 내 일기장........... 이런 것들을 읽으며
옛 추억들을 되짚어보는 동안 아침이 밝아 왔다.
머리도 지끈지끈 아프고 몸이 말을 안 들었다.
좀 자고나면 괜찮아 지려니 했는데 얼굴도 뜨거워지고 몸에 열도 나는 것 같았다.
엄마가 죽을 끓여 주셔서 먹고 약을 먹고 한숨 더 잤다.
‘이렇게 잠자고 일어날 때 아무일이 어떤 것처럼 기분도 좋아지고 상황도 좋아졌으면..... ’
그런 생각을 하며 스르르 어느 틈엔가 잠이 들었다.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찾아 온 것 같았다.
손님은 엄마와 아빠에게 인사드리고 엄마가 슬그머니 내 방으로 들어와서 나를 깨웠다.
“서영아, 밖에 네 친구 왔어. 진석이라고..........”
난 꿈인가 생신가 분간할 수 없어서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을 때 엄마가 나가고 진석이가 노란 장미를 들고 들어왔다.
‘정말 진석이 였다.’
평소에는 일요일이면 복귀하느라고 터미널로 마중 나가기에 바쁜데........ 어째 이 시간에 진석이가 여기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서영아, 많이 아프니? 나도 어제 한숨도 못자고, 걱정 되서 무작정 찾아왔어.”
“...................”
남자가 여자 앞에서 무릎까지 조아리며 나를 위로해 주기위해서 그 멀리서 왔다고 생각하니 어제 일이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생각 되었다.
“진석아, 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야? 어떻게 나왔어.”
“선배한테 잘 부탁해서 저녁까지 들어오는거로 하고 외출신청해서 왔어. 나 너랑 못 헤어져.”
약간 충혈 된 눈에 눈물이 고여서 원래도 컸던 눈이 더 커 보였다.
“아프지 마라. 내가 무조건 잘못했어.”
“피이 서진석, 내 몸보다 마음을 더 아프게 해놓고선........ 내 속 좀 썩이지 말아라.”
“그래, 이제는 정말 더 잘 할게. 속도 안 썩이고...........”
“....................”
“나 며칠 있으면 10일 휴가야. 그때 맛있는 것도 사주고 우리도 놀이공원도 가고 사진도 찍으러 가자.”
“.................”
“나 이제 가야 돼. 우리 집에는 못 들려도 네 얼굴이라도 보고 가려고 이렇게 왔으니까 나 용서해 주라......... 알았지?”
“그래, 진석아, 조심히 가고 연락해.”
“정말 화 푼 거지? 휴우~ 이제 살았다.”
씽긋 눈웃음을 치는 진석이의 얼굴을 보니 오래 화를 낼 수 없게 만들었다.
* 여러분 많이 사랑해 주고 성원해 줘서 고마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