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던 날 생긴 일

큰가방200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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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던 날 생긴 일


눈 내리던 날 생긴 일금년 겨울 중 가장 추운 날씨가 되겠다는 기상청의 예보가 적중했는지 어젯밤 당직을 하고 아침 일찍 우체국 정문을 열어 두려고 밖으로 나가는데 밤새 내린 하얀 눈이 발목까지 차오르도록 수북이 쌓여있습니다. 더군다나 강한 바람까지 불어오면서 계속해서 눈이 내리고 있어 “오늘 우편물 배달하기가 상당히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나 설이 가까워지며 계속해서 배달해야 할 소포가 늘어나기 때문에 눈이 많이 내렸다고 해서 우편물 배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어서


눈 내리던 날 생긴 일강한 바람을 동반한 하얀 눈이 계속해서 내리고 있어도 우편물을 정리하여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가득 싣고 우체국 문을 나섭니다. 그러나 아직 도로에는 제설작업을 하지 않아 밤새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쌓여 빙판길을 이루고 있어 차들이 엉금엉금 기어 다니고 있고 그 차 사이를 저도 아주 천천히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데 누군가 저를 부르는 소리에 잠시 오토바이를 세우고 고개를 돌렸더니 “류 선생님! 수고가 많으십니다! 저 아시겠지요?”하고 인사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눈 내리던 날 생긴 일그러나 얼른 누구인지 생각이 나지 않아“누구일까?”생각하다 제가 잠시 잊고 지내던 얼굴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예~에! 김 선생님이시지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그 동안 잘 계셨어요? 어머니께서도 건강하시지요?”“저의 어머니는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오늘이 어머니 제삿날입니다!”“예~에! 그랬었군요! 그러면 할머니께서 돌아 가셨을 때 연락이라도 주시지 그러셨어요?”“요즘은 통 얼굴이 안 보이시 길래 보성에 안 계시고 다른 곳으로 가신 줄 알았어요! 그래서 연락을 하지 않았어요!


눈 내리던 날 생긴 일그나저나 이렇게 날씨도 춥고 눈이 많이 오는데 수고가 많으시네요! 시간이 있으시면 차(茶)라도 한 잔 같이 하였으면 좋겠는데!”“고맙습니다! 그러나 제가 오늘은 눈까지 내려서 아주 바쁘네요! 죄송합니다! 다음에 시간이 나면 그때 한 잔하기로 하지요!”“그러시겠네요! 그런데 서운해서 어떻게 하지요? 이렇게 오랜만에 만났는데!”“혹시 오후 6시 쯤 시간이 있으시면 우체국으로 오세요! 그때 차 한 잔하도록 하게요!”“예~에!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세요!”하며 김 선생님과 헤어졌습니다.


눈 내리던 날 생긴 일그리고 천천히 시골 마을을 향하여 조심조심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서 문득 몇 전의 일이 생각납니다. 몇 년 전 겨울 그때도 오늘 만큼 강한 추위와 함께 많은 눈이 내린 날이었습니다. 그때는 제가 보성읍내 동윤동 우편물 배달을 할 때인데 동윤동 성지 아파트 우편물 배달을 마치고 아파트 내리막길을 천천히 조심조심 내려오고 있는데 나지막이“사람 살려!” 하는 소리가 들려 옆을 바라보았는데 아파트 밑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께서 눈밭에 폭삭 주저앉아 계시는 겁니다.


눈 내리던 날 생긴 일“아니! 할머니께서 날씨도 추운데 어쩌자고 저렇게 눈밭에 앉아 계시는 거야?”하고 얼른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할머니께 다가가 “아니! 할머니! 이렇게 눈밭에 앉아계시면 어떻게 해요? 날씨도 이렇게 추운데!”하였더니 “그것이 아니고 내가 우리 집 대문을 나오다가 미끄러졌어! 그란디 만날 못 일어 나것네! 나 좀 일어 나쳐 줘 봐!”하며 그 동안 얼마나 안간힘을 쓰셨는지 이제는 말 할 기운조차 없는지 아주 힘없는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십니다. “예~에! 그러셨어요? 그럼 저한테 업히세요!”


눈 내리던 날 생긴 일하고 할머니를 등에 업고 할머니 댁으로 모시고 들어가 마루에 내려드렸는데 방으로 들어가시기가 힘이 드시는지 “나 좀 방으로 데려다 줘!” 하십니다. 그리고 제가 할머니를 부축하여 방으로 모셔다 드리면서 “할머니! 병원에 가보셔야지요? 제가 택시를 불러드릴까요?”하였더니 “아니여! 내가 혼자 우추고 병원을 가~아? 누가 있어야 같이 가제!” “할머니 그럼 누구 연락하면 오실 분이 있으세요?”하였더니 손가락으로 할머니 댁 건너 언덕길을 가르치며


눈 내리던 날 생긴 일“저쪽으로 쑥 올라 가문 집이 한 채가 있는디 그 집이 우리 질부(姪婦) 집이여! 그랑께 거그 가서 말 좀 해주고 와!”하십니다. 그런데 할머니께서 가르치는 길은 보성 공원으로 올라가는 산책로인데다 상당히 가파른 오르막길인데 눈까지 쌓인 길을 다녀오라니 더군다나 그쪽에는 집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길을 가라고 하니 참! 답답할 수밖에요! “할머니! 저쪽 길은 눈이 많이 와서 올라가기 힘들겠는데요! 혹시 돌아가는 다른 길은 없나요?” “읍서! 나는 그길로 쭉 댕겼어! 그랑께 얼른 좀 갖다와~아!”


눈 내리던 날 생긴 일하시는데 도리가 없어 눈 쌓인 가파른 오르막길을 몇 번을 넘어지면서 겨우 올라가다 거의 다 올랐다 싶었는데 길 아래쪽에 집이 한 채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주인아주머니께 사정 이야기를 하였더니 “아이고! 이렇게 눈이 많이 오고 날씨도 추운데 노인네가 뭐 하러 또 밖에 나오시다 넘어지셨나?” 하며 할머니께 급히 뛰어가는 것을 보고 저는 다시 우편물 배달을 하러 갈수가 있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며칠이 지나고 저는 다른 곳으로 우편물 배달을 나가는 바람에 할머니의 일은 잊고 있었는데


눈 내리던 날 생긴 일한두 달 쯤 지나 다시 할머니 댁으로 우편물 배달을 나갔는데 편지를 우편 수취함에 막 넣으려는 순간 나이가 제 또래 쯤 되는 남자가 대문을 열고 나오더니“수고가 많으십니다!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다름이 아니고 지난번 저의 어머니께서 눈밭에 미끄러져 다치셨는데 그때 어떤 집배원 한 분이 도움을 주셨다는데 제가 우체국에 몇 번 전화를 했으나 찾지 못했습니다. 혹시 그 분이 누구신지 알고 계십니까?”하는 겁니다. “지난번 눈이 많이 왔을 때 말씀이지요? 그때 제가 조금 도와드린 적이 있습니다. 만 왜 그러십니까?”


눈 내리던 날 생긴 일“그렇습니까? 이제야 우리 어머니 은인을 찾았군요! 정말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길도 미끄러운데 심부름까지 잘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 드려야 은혜를 갚을 수 있겠습니까? 선생님 덕분에 이제 저의 어머니는 다 나으셨어요! 정말 고맙습니다!”“아니 무슨 은혜는 은혜랍니까? 그저 지나가는 길에 할머니께서 넘어져 계시서 조금 도와드렸을 뿐인데요!”“아닙니다! 그래도 그렇게 눈이 와서 위험한 곳을 아무나 다녀 올 수 있답니까? 잠시 시간이 있으시면 차라도 한 잔하고 가시지요!”


눈 내리던 날 생긴 일하고 권하는 바람에 할머니 댁에 잠시 쉬면서 할머니의 사정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데 완도에서 초등학교 교편을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고 저의 사촌 형수님께 어머니를 부탁하였는데 저의 어머니께서 자꾸 밖을 나다니시는 바람에 가끔 엉뚱한 사고가 나곤합니다. 제가 빨리 보성으로 와야 하는데!”하며 말끝을 흐린 김 선생님께서는 어머니를 모시지 못한 죄책감 때문인지 눈가에 가늘게 눈물이 고인 것을 보았습니다.


눈 내리던 날 생긴 일그 일을 인연으로 제가 동윤동 우편물 배달을 할 때는 할머니를 찾아뵙기도 하고 김 선생님과 차(茶도) 한 잔씩 마시기도 하다가 제가 다른 지역으로 우편물 배달을 나가는 바람에 할머니의 일은 잊고 있었는데 할머니께서 작년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진작 할머니께 한번이라도 더 찾아보아야 하는 건데 제가 너무 무심한 것은 아니었는지 하는 아쉬움과 늦게나마 할머니의 명복(冥福)을 빌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