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1부 10막 : 천하사분(天下四分) #05 & #06)

J.B.G2005.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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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의현에서 용군과 대치하며 앞으로의 전략에 고심하던 수추의 군사 미려는 그만 봉신(奉神)에서 날아든 비보를 접하게 되었다.

 

“이럴 수가, 정녕 하늘이 우리 수추를 버린단 말인가…”

 

미려는 더 이상 피차 진군이 불가능해진 의현의 백강을 벗어나 8만의 군사를 이끌고 스스로 봉신으로 출정을 했으며, 행군 중에 계속 징집을 했다. 이리하여 군사들이 봉신에 다다를 즈음에는 봉신의 군사까지 합해 15만의 군세를 이루었다. 그러나 그가 봉신에서 접한 것은 천위이 군사 소성이 직접 이끄는 25만의 대군이었다.

 

“이럴 수가… 사면초가가 아닌가…”

 

수추의 군사와 천위의 군사는 숨 쉴 틈도 없이 서로에게 노도같이 밀려들고 있었다. 한편, 연의 대군은 연주평야를 넘어 진원으로 진격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진격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대비를 하고 있었다 하나… 나를 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연군이 진원으로 북진할 즈음 이미 변위성을 함락한 무국은 인강을 사이에 두고 평연의 연군과 대치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한 반발에 부디쳐 인강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또 다시 인강이 무국의 앞길을 막는다 말인가…”

 

어전에서 발생한 반목을 뒤로한채 진통 끝에 대군을 일으킨 목진은 태상의 회령으로 내닫고 있었다. 이미 국운이 기울어 굶주린 백성으로 가득 찬 태상은 힘 한번 제대로 써 보지 못하고 모래 위에 지은 집 처럼 힘없이 허물어져 내리고 있었다.

 

“이것은 너무 쉬운 원정이 아닙니까? 군사”

“…”

 

군사 위창소는 말이 없었다. 사실 그는 지금 이 원정을 후회하고 있었다.

 

‘이리 쉬운 일이었다면, 이 기회에 연을 얻었어야 할 것을… 어찌 다 식어버린 밥에 눈독을 들였단 말인가…? 적령의 독주를 막기 위해 내 나라에 큰 위해를 끼치고 말았구나…’

 

목진의 대군은 이미 싸움다운 싸움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채 회령의 지척에 다다르고 있었다.

 

한편, 수추에서는 뜻밖에 큰 변괴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군사 미려를 향한 대신들의 참언어었다.

 

“전하! 군사 미려가 적국과 내통한 것이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전하! 그는 일부러 대부분의 대군을 의현에 묶어두고는 동쪽에서의 침략을 허용했습니다. 이것은 나라를 수추에 팔아먹고 자신만 목숨을 보전하려는 술책이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전하! 지금이라도 사자를 보내 동군의 천현무(千玄戊)에게 변절자 미려를 주살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나라를 수추에 넘길 것입니다.”

 

그렇게 종일토록 계속 된 참언은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적국의 위합에 그만 황제는 겁에 질려 판단을 흐리고 말았다. 황제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현재의 의현은 병사가 없어도 지킬 수 있는 진영이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의현의 대부분의 주력군을 계속 봉인하고 있는 미려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정… 모반이란 말인가…’

 

한편, 미려는 이러한 사실을 까맣게 모른채 며칠 째 필사적이었다.

 

“며칠만 버티면 된다. 틀림없이 연이 군사를 일으켜 천위의 국경을 넘을터… 그러면 천위군은 어쩔 수 없이 물러갈 것이다. 틀림없이….”

 

천위와의 전투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면서도 전황 전체를 꿰뚫어 보며 낭보를 기다리던 미려에게 뜻 밖의 비보가 날아들었다. 미려는 첨예하게 대치한 군진에서 어명을 받게 되었다. 그 어명은 너무나도 참담한 것이었다.

 

“이럴수가… 자결하란 말인가…?”

 

그는 황제가 내린 어검을 내려다보며 통곡했다. 그렇게 통곡하기를 하루…

 

‘이렇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게 되다니…’

 

하루만에 결심을 굳힌 미려는 황제에게 보내는 서신을 써서 장수 천현무(千玄戊)에게는 전해줄 것을 부탁하면서 그에게 마지막 명을 내렸다. 그것은 군사를 돌려 천강을 건넌 후 적과 대치하라는 명이었다. 이렇게 모든 일을 마친 그는 결국 황제가 내린 어검으로 자결하고 말았다.

 

그 시각. 미려의 간절한  소망에 한발 늦게 천위의 군사 소성은 그만 진원이 함락되어 황제가 천양으로 향했다는 비보를 접하게 되었다.

 

“이럴 수가…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다니…”

 

천위국은 결국 군사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뜻밖에 천위의 군사가 후퇴하는 것을 목격한 수추의 천현무(千玄戊) 자결한 군사 미려의 마지막 명을 무시하고 서신도 황제에게 전하지 않은 채 그대로 천위의 군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더욱 속도를 높여라! 패주하는 적을 하나도 남기지 말고 주살하라!”

 

그 시각.

무는 계속 인강에 막혀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 제 뜻을 이루는데… 무만 뜻을 이루지 못하겠구나…’

 

무의 군사 허유기가 이리 탄식하고 있는 그 시각에 목진은 계속 동진하여 이미 태상의 회령을 함락시켰다.

 

“이제 회령을 얻었으니 태상을 얻은 것이나 진배 없습니다. 군사!”

“저도 알고 있습니다.”

“…승전에도 어찌 안색이 어두운 것입니까?”

“아닙니다. 성을 정비하면 계속 동진하여 태상의 마지막 거점인 료안까지 얻어야 할 것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위창소는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06

 

영웅 (1부 10막 : 천하사분(天下四分) #05 & #06)

 

한편, 용마에서 용의 북부군 7만 군사가 국경은 넘어 의현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이 가는 길은 말 그대로 평탄대로였다.

 

“이제야 의현을 얻을 듯 합니다.”

“요적란 장군께서는 4만의 군사를 이끌고 나아가 봉신에서 회군하는 수추의 군사를 대비하시오. 나는 3만의 군사로 비어있는 의현을 향하겠소”

 

폭이 좁은 상류의 천강을 수비하는 수추국 병사는 전무했다. 그리고 용군은 주택을 부수고 벌목을 해서 이틀 만에 3만의 군사로 천강을 도하해서 의현으로 행했다. 이러한 전황의 변화는 곧 의현에서도 알게 되었으며, 황도에서는 급히 장수 천현무에게 전서조를 띄웠다. 그러나 전서조가 날아가 수추의 동국에 도착할 즈음 대군은 이미 봉신을 넘어 태엄에 까지 천위의 군사를 쫒고 있었다.

 

“장군님! 황도로부터의 전서조가…”

“뭣이?”

 

순간, 천현무는 가슴이 내려않는 것 같았다.

 

‘변괴구나…’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늦은 깨달음 이었다. 천위의 군사를 쫓아 이미 황도와 너무나 먼 태엄까지 다다른 수추의 장수 천현무는 의현의 위태로운 상황을 그제서야 보고 받고 황급히 군사를 돌렸다.

 

‘큰 낭패로구나…’

 

그는 회군 중에 군사 미려가 황제에게 남긴 서찰을 펴 보았다. 그리고 크게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럴 수가… 군사는 용군이 용마를 통해 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구나… 아…”

 

군사 미려는 연이 천위를 도모할 것을 알고 있었기에 퇴각하는 천위군을 쫏지 말고 용마를 넘에 올 용군을 대비토록 황제에게 청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지혜는 황제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천현무는 깊이 탄식했지만 이미 늦을 일이었다. 그렇게 회군한 그는 다시 용의 요적란 군과 대치하게 되었다. 요적란은 마음이 급한 천현무의 수추군과 일전을 벌였다. 그러나 그 싸움은 길게 진행될 싸움이 아니었다 비록 군사의 숫자는 수추군이 많았지만, 수추군은 용군의 당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 이리 무력하단 말인가…?”

 

천현무는 탄식했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군사…’

 

한편, 의현은 이미 풍전등화였다. 백강 서의 15만 대군은 20만의 용군과 대치하고 있었으므로 발이 묶여 버렸고, 그 시각 의현은 겨우 3만의 용군에게 공격 당하고 있었다. 다행이 군사 미려가 남긴 7만의 군사가 성 내에 있었지만 그 많은 군사의 군세가 겨우 3만의 용군의군세를 당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군사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이냐? 미려는 어디 있느냐?”

 

수추의 황제 사의기(思義氣)는 실성한 듯 계속 미려을 찾았다. 그러나 미려는 이미 자신에 의해 죽은 후였다. 그는 그러한 사실도 까맣게 잊을 정도로 심기가 흐려져 있었다.

 

“미려는 어디 있느냐? 미려!”

 

태엄에서 수추군이 물러가자 천위군은 다시 행군을 시작했다. 그러나 연은 이미 진원과 천양까지 얻은 후 였으며 연군은 계속해서 회군하는 천위의 주력군을 맞기 위해 태산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내 오늘 기필코 천위를 얻으리라.”

 

연의 군사 담달은 천위국 황제의 목을 선두에 내세우고 진군하고 있었다. 그의 이러한 행동은 사실은 도의에 벗어나는 것이었지만, 천위를 도발하기 위한 전술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양 군이 마주했다. 천위군는 긴 장대에 매어달린 천위의 황제 양정후의 목을 보고는 마치 약에 취한 중독자 처럼 숨실 찰라의 순간도 지체하지 못하고 노도같이 연군에게 밀려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천위군을 보며 미려는 중얼거렸다.

 

‘걸려든 것인가? 드디어 천위를 얻게 되는구나’

 

이 전쟁은 이미 이성을 잃은 천위군에게는 너무나 잔인한 것이었다. 그들은 지금 함정으로 달려들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담달의 함정이 있을 것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천위의 시급한 상황은 군사 소성마저 판단력을 흐리게 하기에 충분했으며, 회군한 천위의 대군은 그만 입을 벌리고 먹이를 기다리는 연의 아귀로 들어서고 말았다. 그리고 자신의 군사들이 함정에 빠져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서야 군사 소성은 탄식하고 말았다.

 

“아… 함정이었구나… 이럴 수가…”

 

이리하여 연은 태산에서 회군하는 천위의 대군을 퇴폐시키면서 천위를 복속했다. 그것은 제국력 1332년 겨울의 일이었다. 그리고 연을 침공한 무는 끝내 인강을 건너지 못하고 변위성을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태엄에서 급히 회군하던 수추의 동부군 대부분은 이미 길목을 지키고 기다리고 있던 용의  요적란의 군에게 대부분 주살되고 말았다. 이리하여 수추는 동부군을 모두 잃게 되었다. 그리고 동부군을 궤멸시킨 요적란은 다시 천강의 상류를 도하하여 이미 강을 건넌 철기주와 합류했다. 그리하여 용군은 10만의 북부군으로 이미 쇄락해진 수추의 의현을 손 쉽게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발이 묶여 진군도 퇴군도 할 수 없었던 수추의 15만대군은 황도가 함락되고 황제마저 주살되었다는 비보를 듣자 진을 이탈하는자가 속촐하면서 남아 있는 장수와 병사들은 대부분 백기를 들고 항복하고 말았다.

 

“오늘에야 드디어 수추를 얻게 되었어요… 사형!”

“아직 방심은 금물이다. 곧 연과 국경을 다투게 될 것이다.”

“알고 있어요.”

“이대로 북동의 국경 수비군을 북진시키고, 이곳도 전장이 정리되는대로 남을 군사를 동진시켜 연과 국경을 결정지어야 할 것이다.”

 

용군은 그 기세로 동진해 곧 봉신에서 연군과 대치했다. 이리하여 용은 제국력 1332년에 수추를 복속했다.

 

목진은 계속 동진하여 료안에서 태상의 마지막 남은 충신인 전 수군장 영달의 군사와 대치하고 있었다. 영달은 성 문을 굳게 닫은 채 끝까지 저항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황제마저 주살되었는데도 끝까지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의지는 그를 더욱 비참하게 하고 있었다. 매일 밤 병사들이 성에서 이탈하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장수들 마저 도주하는 자가 속출했다.

 

목진의 진영.

군사 위창소에게 대장군 유무기가 말했다.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진군하고자 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승리하는 싸움에서 어찌 희생을 치르려 하십니까?”

“영달을 위해서 입니다.”

“장군?”

“저도 장수이기 때문 입니다. 그가 싸우다 죽기를 원하고 있으니… 그의 곁에 병사가 하나라도 더 있을 때에 그에게 전장에서의 죽음을 택하게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군사! 제 뜻대로 하겠습니다.”

“장군?”

 

위창소는 사실 상당히 당황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전쟁에서 목진이 항상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군령이 바로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군의 수장이 자신의 군령을 따르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군사께서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리 군사와 독대를 하는 것입니다. 내일 진군을 명해 주시지요.”

“…알겠습니다.”

 

이리하여 다음날 날이 밝자 목진군은 태상의 마지막 영토인 료안으로 진군했고, 장수 영달은 그를 마지막까지 따르던 1천여의 군사와 항전하다가 료안의 땅에 묻히게 되었다. 이리하여 제국력 1332년 겨울. 천하는 용, 연, 목진, 무로 4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