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시어머니라도 계셨음...

지친 달200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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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다.

긴 시간을 여행삼아 시댁에 간다.

형님 내외와 이십대 중, 후반인  장성한 조카가 우릴 맞는다

꾸벅 인사하고 유니폼(:일할태세 갖춘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고 서로 예의상 오가는 인사말을 나눈다.

형님댁 우리보다 사는게 어렵다.

말 조심해야한다

자존심은 하늘을 찌른다

그 자존심은 곧 삐짐 내지는 갈굼으로 통한다.

 

이거 부쳐라. 저거 다듬어라. 저것 닦아라. 그렇게 하면 안된다 등

네,네,네 하며 진종일 띠댕긴다

남편 티비에 눈 붙었다.

엉덩이는 거실바닥에 붙어버렸다

아후 지겨워.

 

하루일과 간신히 끝내고 잠자리에 든다

형님내외와 조카들 방에 다 옥돌매트 깔렸다.

우리 가족은 안방에서 틀어주어야 하는 보일러

안틀어주니 발발 떨며 꼭 껴안고 디비잤다.

 

새벽에 남편 발가락으로 날 톡톡 친다

빨리 일어나 일하라 이거지.

정신없이 차례지내고 한 상 물리니 고모들(시누)  들이닥친다.

막내 동생 얼굴이 핼쓱해 보인다는 둥(살쪄서 미치겠음)

자네는 신수가 훤해졌다는 둥,

집안에 행사가 많으니 돈 낼 준비들 하라는 둥.

네,네,네 알겠습니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다

궁디를 살짜기 띠며 남편을 친정 가자며 꼬집었다

눈치없는 우리 남편 그 많은 시누 앞에서 "왜 꼬집어?"(-->죽이고 싶다.)

 

흰봉투에 빳빳한 신권

명절 준비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멘트와함께 공손히 드리고 나온다

형님 우리 갈때 암것도 안싸주신다.

오는 길 내내 남편에게 궁시렁거린다.

벌써 십년 내내 같은 모양새다.

 

나도 날 갈구어도 좋으니 시어머니가 계셨음 좋겠다.

손주라고 따듯하게 안아주실 분도 안계시고

바리바리 이것저것 싸주시는 손길도 내겐 없다.

나는 지청구를 들어도 남편은 자식이니 이쁘시겠지.

빨리 간다고 섭섭해 하룻밤 더자고 가라 할 얄미운 시어머니 한분 계셨음 좋겠다.

 아....명절.

돈드리고 인사하고 뼈빠지게 일하고..

수고햇다 엉덩이 톡톡 쳐주실 그런 말 해줄 시어머니 계셨음.

 

아이고 어머니. 왜 일찍 돌아가셨수?

그렇게 생전에 이뻐했다던 늦둥이 막내

장가갔는데 그 며느리 얼굴 함 보고 가시지.

걱정마셔요.

지겨워도 갈거구

싫어도 갈거구

해마다 제사랑 명절 모실테니 지켜보셔요.

그리고 제가 쪼매라도 이뿌면

오늘 밤 우리 남편 꿈에 나타나셔설랑

숫자 여섯개만 일러주시고 가세요.

꿈 중에 조상님 꿈이 가장 좋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