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좀 여쭈어볼게요!"

큰가방200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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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좀 여쭈어볼게요!


"말씀 좀 여쭈어볼게요!"“준비가 끝났으면 출발하자!”하고 저의 가족은 전남 영암 신북면(新北面)에 살고 계시는 숙부님 댁을 향하여 출발합니다. 어제 우체국에서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택배와 소포까지 모두 배달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이미 저의 집에 동생 내외와 조카들이 와있었습니다. 설날을 맞이하려고 귀성전쟁을 피하여 서울에서 새벽 일찍 출발하여 오전에 저의 집에 도착한 것입니다. 그런데 동생이 “형님! 내일 영암 작은댁을 들러서 작은 아버님을 찾아뵙고 성묘까지 마치고 오면 어떻겠어요?


"말씀 좀 여쭈어볼게요!"아무래도 설날 아침 일찍 서울로 출발하는 것이 고생을 덜 할 것 같아서요!”하기에 “그럼 그렇게 하자!”하고 설 하루 전날 숙부님과 선조님의 산소가 계시는 영암으로 출발을 한 것입니다.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숙부님과 숙모님의 선물 몇 가지를 사고 있는데 저의 동생이 “여기 라면 한 박스 주세요!”하기에 “아니 무슨 라면을 사려는 거냐? 작은 집에서 라면 끓여먹으려고?”“시골에는 과일도 좋지만 라면도 필요할 것 같아서요!”“그럼 그렇게 하자!”하고 올해는 라면까지 한 박스 더 사가지고 영암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말씀 좀 여쭈어볼게요!"그리고 작은댁에 도착하였는데 작은댁 대문 앞에 차 세우는 소리가 나자마자 작은 어머니께서 달려 나오시더니 활짝 웃는 얼굴로“어서 온나! 추운디 오니라고 고생했다!” 하시며 반갑게 맞이하십니다. “그동안 잘 계셨어요?”“춥다! 어서 들어가자! 아니 그란디 뭣을 이라고 많이 사갖고 왔냐? 올라문 그냥 오라고 그래도 항상 뭣을 이라고 많이 사들고 와쌋냐? 인자 애기들 키우니라고 돈도 많이 드껏인디!”하시며 조그만 선물 몇 가지에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십니다.


"말씀 좀 여쭈어볼게요!"점심시간 저의 숙부님께서 방 윗목에 놓여있는 라면 박스를 보시더니 “아니 뭔 라면이 있다냐? 느그들이 사갖고 왔냐?”“작은아버지! 과일 한 박스 보다 라면 한 박스가 훨씬 좋지요?”“암! 그러제! 과일은 금방 없어져 분디 라면은 내가 노인정에 나갈 때도 한 개씩 갖고 가서 끊여먹기도 하고 그란단마다!”하시며 아주 기쁜 표정이십니다. “그란디 내일오제 무슨 바쁜 일이 있어서 오늘 왔냐?”“내일 일찍 서울로 올라가려고요! 아무래도 내일 오후에 출발하면 차가 막히고 고생이 많을 것 같아서 오늘 왔어요!”


"말씀 좀 여쭈어볼게요!"하는 저의 동생 말에“대차 그러것다! 그나저나 먼길 오니라고 수고했다!”하십니다. 돌아오는 길 “가면서 산소에 들러 가야지?”“예! 산소에 들러 가야지요!” “그러면 산소에 들렀다가 갔던 길로 나오지 말고 그 윗길로 올라가면 바로 금정면(金井面)으로 가는 길이 있으니까 그길로 해서 가거라!”하시는 숙부님의 말씀에 “예! 알았어요!”하였는데 어느새 숙모님께서 비닐봉지에 무엇을 싸놓으시고는“이것 갖고 가거라!”하시기에 “아니 무엇을 이렇게 많이 싸놓으셨어요?”


"말씀 좀 여쭈어볼게요!"“아이고! 이것이 많다냐? 낼모레 보름잉께 찰밥하라고 찹쌀 쪼금하고 이것은 쑥떡 그라고 이것은 감식초라고 내가 집이서 만든 것 인께 갖고 가그라 그리고 이것은 올해 내가 고추장을 담갔는디 맛이 있는가? 읍는가? 몰르것다! 그라문 인자 은제 또 올라냐?” “시제 때 또 올게요!”“그럴래? 느그들이 오문 좋기는 한디 대접할 것도 없고 뭣 줄 것도 없고 그랑께 항상 서운하드란 마다! 그라문 조심해서 잘 가그라 잉!”하시며 손을 흔드십니다. 늘 찾아갈 때마다 반가워 하시면서도 줄 것도 대접한 것도 없어 서운하시다는 숙모님


"말씀 좀 여쭈어볼게요!"그리고 곁에서 묵묵히 저희들을 반기는 숙부님을 뒤로하고 저희들은 조상님들께서 잠들어 계시는 산소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성묘를 마치고 저의 숙부님께서 일러준 대로 산소의 윗길을 향하여 가고 있는데 마을로 들어서자 그만 길이 끓어져 버렸습니다. “이상하다? 분명히 마을 위쪽으로 길이 있을 텐데!”하고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얼른 보기에 팔십이 훨씬 넘겨 보이는 할머니 한분이 지나가십니다. “할머니! 말씀 좀 여쭙겠는데요! 여기 금정면(金井面) 쪽으로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나요?”


"말씀 좀 여쭈어볼게요!"하였더니 할머니께서 마치 초등학교 학생처럼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시더니 저의 물음에 대답은 안하고 휴대용 가스렌지 가스통을 내보이며 “여그 이것 뚜껑 좀 빼 줘봐!”하십니다. “할머니 뚜껑이 안 열리던가요?”“잉! 뚜껑을 열어야 전도 지지고 할 것인디 암만해도 뚜껑이 안 열어지네! 그래서 누구한테 뚜껑 좀 열어주라고 갖고나왔어!”하시며 또다시 빙그레 웃으십니다. “할머니! 이것은 여기 빨간 뚜껑 있지요? 이것을 잡아 비트시면 그냥 열려요!”하면서 가스통 뚜껑을 비틀어 열어드렸더니


"말씀 좀 여쭈어볼게요!"“가만있어봐! 내가 한번 해보고! 오~오! 이라고 뚜껑을 여는구나! 나는 만날 안 되드만 그것 알고 본께 별것 아니네!”하시며 마치 커다란 발견이라도 하신 것처럼 표정이 환해지시며 어린이처럼 밝게 웃으십니다. “참! 금정으로 간다고 그랬제~에? 금정으로 갈라문 저그 밑으로 돌아가서 위로 올라가 그라문 큰 길이 나와! 사람들이 이리 오문 이상하게 전부 이 길로 금정을 갈라고 그랑께 길이 업서져 불제~에! 그라문 천천히 조심해서 가씨요! 잉!”“할머니!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말씀 좀 여쭈어볼게요!"“고맙기는 뭣이 고마워? 가스통 뚜껑을 열어줘서 내가 더 고맙제!”하시며 또다시 밝은 미소를 지으며 손까지 흔들어주십니다. “할머니! 밝은 미소로 길 안내를 잘해주셔서 무사히 보성까지 잘 도착하였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언제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