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믿으세요? *2* 어린여자 2

샤랄라200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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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밥 먹자!

 

참다못한 형원이 소리를 질렀다. 방안에서 머리를 말리고 있던 마리는 깜짝 놀라 머리를 빗는 둥 마는 둥 하고 밖으로 나왔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가 참 예쁘기도 했다. 형원은 식탁 위에 라면 냄비를 내려 놓았다.

 

-집에 반찬이 없어. 거의 밖에서 사 먹거든.

 

마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아 젓가락을 들었다. 후후 불어가며 라면을 먹던 형원은 일어나서

밥을 퍼 왔다.

 

-국물에 밥 말아 먹고. 배고플 텐데.

 

마리는 고개를 꾸벅 하고는 밥그릇을 받았다. 참, 말을 못하니 답답하군. 형원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거의 매일 먹는 라면인데 질리지 않아 좋았다. 찬장 안에는 라면이 종류별로 들어있었다.

 

-너, 광주오기 전에는 어디서 뭐했어?

 

형원의 말에 마리가 일어나더니 방으로 가서 수첩과 펜을 가져왔다.

 

-연화원에서 애들 돌봤어요.

 

-연화원? 아, 고아원.

 

형원은 라면 국물에 밥을 말며 말했다. 그러자 마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성이 뭐야? 이름.

 

-현마리.

 

-응. 현씨구나. 현씨도 있나봐?

 

마리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라면 면발을 젓가락으로 집었다. 솔직히 마리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왜 혼자 사는지, 다른 가족은 없는지, 무엇보다 왜 자신을 데려왔는지. 하지만, 어쩌면 실례가 되는 질문 일지도 몰랐다. 분명 이 집에 여자가 있었다는 증거가 몇 가지 보였다. 우선, 들어오는 신발장 위에 먼지가 내려앉은 조화 장식과 평범한 모양이 아닌, 시간마다 오르골 소리가 나며 인형들이 춤추는 벽시계, 색깔이 바랬지만 화사한 무늬의 핑크색 커튼, 이불과 셋트인 보라색 베개. 이 집엔 분명 여자가 살았던 것 같은데. 마리는 이마에 땀까지 흘리며 라면을 먹고 있는 형원을 살짝 훔쳐봤다. 선이 굵은 얼굴은 형사 특유의 차가움과 집요함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늘 운동을 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남자답다는 말이 어울렸다.

 

-다른 가족들은 없어요?

 

마리가 수첩을 내밀자 형원이 대답했다.

 

-없어.

 

너무 짧은 대답이라 다음에 무엇을 물어야 할지 마리는 할 말을 잃었다.

 

-누나가 하나 있긴 한데 너무 멀리 살아서 일년에 한번 볼까 말까야. 너랑 비슷한 처지지.

 

형원은 잠시 먹는 것을 멈추고 말을 이었다. 그러나 곧 먹는 데 열중했다. 먼저 다 먹은 마리는 일어나 싱크대로 갔다.

 

-그래, 설거지는 니가 해라.

 

형원의 말에 마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가 설거지를 하는 사이, 형원은 방에 들어가 버렸고, 그렇게 둘의 하루는 끝이 났다.


 

 

아침에 일어난 형원은 정말 오랜만에 맡아보는 맛있는 냄새에 코를 벌름거렸다. 머리를 긁으며 밖으로 나온 형원은 부엌에서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마리를 보고 말했다.

 

-너 뭐하니?

 

마리 옆에 다가온 형원은 마리가 국을 끓이고, 반찬을 하는 것을 보고 놀라 되물었다.

 

-이거 니가 다 했니?

 

마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형원은 어쨌든 기분이 좋아졌다. 몇 년 만에 누군가가 차려준 밥상을 앞에 두다니. 조금은 감격스럽기도 했다. 조심스럽게 음식을 차린 마리는 먼저 먹으라는 듯 두 손을 내 밀었다.

 

-어쨌든, 잘 먹을게.

 

형원은 살짝 웃어보이고는 숟가락을 들었다. 생각보다 맛있었고, 형원은 정말 배부르게 식사를 했다. 마리는 젓가락 소리도 안 나게 조용히 식사를 끝냈고, 형원이 양치질을 하는 동안 설거지까지 다 끝냈다. 그리고 형원이 출근을 준비하는 사이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나가려던 형원은 지갑에서 만원짜리를 몇 장 꺼냈다.

 

-이걸루 너 필요한 것 사. 옷이랑 화장품, 그런 거. 부족하면 말하구.

 

형원이 돈을 내밀자, 마리는 손을 저었다.

 

-됐어. 여기 둘테니까 사. 열쇠는 여기 있거든? 이걸루 문 잠그고 나가고. 아파트 안 잊어먹게 몇 혼지 외우고. 혹시 일 있으면 여기 아저씨 전화번호니까 전화해. 알았어?

 

형원은 지폐위에 열쇠, 그리고 핸드폰 번호를 놓아두었다. 그리고 돌아서서 나오며, 아, 저 아이는 말을 못하니 전화도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해졌다. 형원이 나가자 마리는 문을 잠그고 형원이 놓아둔 열쇠와 돈을 챙겼다. 그리고 다시 바닥 청소를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정성스럽게 바닥을 다 닦은 그녀는 형원의 방 침대부터 옷장 정리까지 다 끝내고 다시, 쓸고 닦고. 욕실 청소도 다 하고, 마지막으로 형원이 여기저기 던져둔 빨랫감 다 찾아서 세탁기까지 돌렸다.

마리는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거실에 앉아 베란다 밖을 멍하니 바라봤다. 햇볕은 쨍쨍하게 아파트 단지에 내려 꽂히는 데, 마리는 왠지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홍은 어떻게 된 것일까. 분명 자기 때문에 나쁜 짓을 한 것이 틀림없다. 모든 것이 자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마리는 무릎에 얼굴을 숙이고 한숨을 쉬었다.

세탁기가 다 끝났다는 경보음이 들리자, 마리는 일어나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널기 시작했다. 아주 정성스럽게 주름 하나 없이 다 펴서 넌 마리는 베란다에서 거실로 넘어오다 발이 걸려 넘어졌다. 아프다. 마리는 눈살을 찌뿌렸다. 무릎에 빨갛게 멍이 들어 있었다.

ㅁㅁ갑자기 서럽다. 마리는 울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서럽다. 아프다.

 

 


-말도 안돼는 소리 하지 말어라!

 

형원이 명규에게 소리치고는 얼굴을 돌렸다. 형원은 서랍 속에서 우울증 약을 찾아 입에 털어 넣고는

물을 마셨다.

 

-야, 어쨌든 걔도 여자 아냐.

 

-웃기지 마. 넌 걔가 여자로 보이든? 난 애로 보이던데.

 

-설마.

 

명규는 고개를 흔들며 신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신문에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북부경찰서 유치장이

텅 비었다는 뉴스가 사진과 함께 실려 있었다. 명규는 씩 웃으며 신문을 접었다. 어쨌든, 기분은 좋은

소리였다.

 

-그 놈은 어떻게 됐냐?

 

-누구? 나세홍이? 글쎄. 넘어갔으니까, 재판받겠지. 한 팔 개월 살 거 같던데?

 

형원은 흠, 하며 의자에 몸을 묻었다. 강력계 사무실에는 아침부터 북적거렸다. 또 전화벨이 울렸다. 명규가 얼굴을 찌뿌렸다. 그는 전화기를 들어 형원에게 넘겼다. 형원도 눈살을 찌뿌리더니 전화기를 받았다. 다급한 목소리의 중년 남자였다. 형원은 급하게 메모지를 꺼내 적기 시작했다.

 

-네.. 네.. 그제요? 그럼 오늘로 삼 일째네요? 아, 네.. 알겠습니다.

 

전화기를 내려 놓은 형원은 명규에게 말했다.

 

-출동이다. 일어나!

 

점심이 되자 마리는 심심해졌다. 연화원에 있을 때는 끼니 때 마다 30명 분의 음식을 준비하고, 시간이 되면 아이들과 공부를 하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정신이 없었는데, 세홍과 함께 연화원을 나온 뒤로는 통 일을 하지 못하니 심심하기도 했다. 마리는 아침에 형원이 주고 간 돈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한 장 한 장 세기 시작했다. 모두 팔 만원이었다. 속옷도 사야하고, 무엇보다 화장품도 사야했다.

마리는 현관에 걸린 커다란 거울 앞에서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푸석푸석했다. 게다가 길다란 머리는 다 엉켜있었다. 머리도 자르고, 화장품도 사야겠다. 반찬거리랑 비누, 칫솔.. 마리는 거실에 앉아 수첩에 쇼핑할 것들을 꼼꼼하게 적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온 마리는 잠시 눈이 부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얼마만인가. 이렇게 눈부신 햇살 속에 서있는 것이. 마리는 감격스러웠다. 저 멀리 경찰서 지붕이 보였다. 경찰서에서 멀지 않은 곳에 큰 마트가 있는 것을 본 적 있었다. 마리는 길을 눈으로 외우며 경찰서까지 걷기 시작했다. 경찰서 가는 길에 미용실이 있었고, 거기서 마리는 긴 머리를 좀 다듬었다. 머리를 다듬으니 훨씬 가벼워보였다.

 

-아가씨, 예쁘네요. 밝은 색으로 염색하면 더 환해보일텐데.

 

미용실 주인의 수다를 뒤로 하고 마트까지 걸어간 마리는 저가 화장품 숍에서 스킨과 로션, 크림, 립 밤을 사고 속옷 아울렛에서 속옷 셋트를 샀다. 그리고 청소 용품과 반찬거리, 칫솔, 비누, 샴푸 등을 샀다. 다 계산하고 보니 딱 오천 팔 백원이 남았다. 마리는 혹시 너무 돈을 많이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배달을 시키고 자신은 화장품과 속옷 쇼핑백을 들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어? 째 걔 나야? 머리 잘랐네.

 

명규의 말에 형원은 고개를 돌렸다.

 

-으악! 조심해!

 

-헉!

 

형원은 순간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찢어지는 듯한 브레이크 소리가 들리며 간신히 앞 차와의 충돌을 피한 형원은 한 숨을 몰아쉬었다.

 

-야, 강 형사! 운전하다 어딜 봐? 우리 둘째 아직 뱃속에 있다. 나 죽으면 안돼!

 

명규가 꽥 소리를 치자, 형원이 고개를 저었다. 밖에서는 시끌시끌 난리가 났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전부 사고났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미안하다, 야. 놀랬냐?

 

-그래. 너 쟤 때문에 그런거야?

 

창밖을 보니 마리는 그 소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쇼핑백을 들고 부지런히 걷고 있었다.

 

-머리 잘랐나보네. 조금 다듬은 거 같은데. 어제는 뭔 귀신같아 보였는데. 오늘 보니 이쁜 구석도 있다,

쟤?

 

명규는 슬쩍 이야기를 해놓고는 형원의 얼굴 색을 살폈다. 그러나 그는 얼굴색 하나 안변하고 경찰서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켰다.

 

-걔가 여자냐? 애라니까.

 

차에서 내리면서 형원이 딱 한마디 했다. 그러나 명규는 씩 웃을 뿐이었다.



사랑을 믿으세요? *2* 어린여자 2오늘도 좋은 하루~ 행복한 하루~^^

어제 발렌데이였는데...쪼꼬렛 선물하셨나요?

저는 직접 만든 쪼꼬렛 선물했는데..ㅋㅋ..사랑을 믿으세요? *2* 어린여자 2

예쁘다고 좋아하니까 기분은 좋더라구요^^

댓글 만발..추천 꾸욱..잊으시면 안돼욤~사랑을 믿으세요? *2* 어린여자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