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를 내고....

웃으며 보내자2005.02.15
조회878

2월초에 사직서를 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여기 올리시는 분들처럼 그렇게 사람들이 이상하지도, 급여가 작지도, 그렇다고 돈이 없어서 급여가 밀린다던가 그런거랑은 관계가 없는, 어떻게 보면 앞으로 발전 가능성도 많은 회사입니다.

남.여 차별도 없고, 결혼 후에도, 그리고 아이를 낳고도 계속 근무할 수 있는 회사지요.

어떻게 보면 좋은 조건이죠.

 

제가 하는 일은 무역 및 해외영업.

제가 이곳에 들어온지 8개월 됐구요, 그 후에 저희 부서에만 3명이 더 보강되어 사장님 말씀대로라면 이제 저도 부서내에서는 준 부서장이 되구요.

 

그런데 제가 그만둔 이유는...

속이 상하더군요.

 

처음에 입사하면서 무역 서류 및 기타 무역사무 업무를 보던 사람이 나가게 돼서 제가 해외영업과 사무를 같이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수출 및 수입(중국을 제외한 타지역) 서류 및 기타 정산, 그리고 수출할때는 제 거래처가 아닌 다른사람의 거래처 물건도 챙기게 되고, 출고일날은 컨테이너 옆에서 컨테이너 작업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서, 그 사람들 챙기게 되구요. 너무 덥거나 그러면 사비를 털어서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도 사다주곤 했지요.(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무역부 물건이 나가는데, 생산에서 수고를 해주시니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그렇게 하기 시작한거죠. 또 한번 물건이 빠지고 나가서 위에서 생산부에 뭐라하는걸 들은적이 있었는데, 그걸 우리가 챙겨줬으면 괜찮았을걸 못 챙겨서 그런것 같아 미안한 생각도 들었었구요)

그러다 보니 일이 차츰 늘어나기 시작하더군요.

그런데 전 그때까지도 그게 당연하게 생각했고, 남들도 언제부턴가 당연시 여기기 시작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제 밑으로(?) 사람들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일어났습니다.

 

나중에 온 사람들은 각자 자기 거래처 관리만 하고 다른건 아무것도 신경을 쓰지 않더라구요.

그리고 처음 온 사람들에게는 교육이나 출장 기회도 많이 돌아가고, 솔직이 전 이 회사 입사해서 출장 한번도 출장 가본일도 없거든요.

또 교육도 제가 가고 싶어 기안 올리면 다른 사람보내느라 저는 밀리게 되구요.

또 한번은 제가 기안한게 결재가 났는데 저한테는 아무 상의없이 담당자가 바뀌더군요.

나중에 얘기했더니, 제 일이 많아서 덜어주려 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냐고 하면서 돌아섰지만 정말 화가 났었습니다. 그 기안서 만드는데 1달 가량을 투자했거든요.

 

나중에는 화가 나더라구요. 남들은 자기들 오더챙기기에 급급하고(그렇다고 많지도 않은데), 자기 물건 나가는데 나와 보지도 않고하길래, 너무 화가나서 니들 오더는 니들이 챙기라고 시켰습니다.

그래도 생산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담당자보다는 저한테로 먼저 문의가 들어옵니다. 제 오더가 아닌데 물어보면, 그쪽도 답답해서 물어보는거라서 모른다 담당자한테 물어봐라 이런말이 안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저대로 업체 파일 뒤지고 해서 알려주고, 같이 찾아보고.. 그렇게 되구요.

그러다보니 일은 점점 많아지고.. 그렇게 일을 해주다보니 다른 사람들 출장 갈때는 인수인계서를 다 저한테 넘기고 가더군요.

 

그런데 인수인계 받는것도 괜찮습니다. 어짜피 업체 상황 돌아가는건 기본적으로 제 업체 아니라도 옆에서 듣는 말도 있고, 메일을 항상 체크하니까(저희는 메일 계정이 하나입니다. 공통이죠).

별다르게 문제 될것도 없구요.

그런데 아무 이상이 없으면 상관이 없는데, 일을 하다보면 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저도 모르게 어긋나는 것들이 있잖아요.

예를들면 수입해온 물건의 갯수가 송장과 안 맞는다던가... 아니면 스펙이 다르게 왔다던가.

그런 일들이 발생하면 그것과 관련된건은 저한테 모두 책임을 뭍더라구요.

담당자는 출장중이기 때문에 알수 없는 상황이고, 제가 잘못 챙긴게 되버리구요.

그런데 전적으로 수입은 제가 컨텍을 한것도 아니고, 제 입장에서는 서류핸들링만 해준것 뿐인데...

억울하죠.

 

여하튼 이런일들이 반복되길 몇 달, 이번에 연봉협상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저보다 늦게 들어온 직원들이 저보다 연봉이 많거나 아니면 같더라구요.

솔직이 너무 놀라고, 분하고 속이 상하더군요.

제가 그렇다고 잘난건 아니지만, 남들이 받는 연봉과 남들이 그에 반해 하는 업무를 보면 정말 속이 상하더라구요.

그냥 집이 머니까 교통비라고 생각하자 하면서 속을 다스려도 너무 속이 상하더라구요.

사실 그 사람들 중에는 아직까지 무역이 기본적으로 뭔지도, L/C가 뭔지도 서류는 뭐가 필요한지 조차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데리고 가르치고 있는 상황인데... 너무 불공평 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전 무역부에서 돌아가는 모든 업무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혹시라도 다른사람 업무에 관해서 물어봐도 대답해줘야 하구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저 무역 사무원 아니거든요. 저 해외영업원인데 서류 하던 사람이 저 입사시에 없어서 제가 맡게 되었던 거구요.

저 똑같이 가격 내고, 메일보내고, 거래처 발굴한다고 여기저기 알아보구요. 제품공부한다고 공장에 내려가서 생산에서 일도 배우구요.(이런면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나름대로 생산에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부탁도 생산에서 잘 들어주시는 편이구요.) 메뉴얼이니 카탈로그니 집에 가져가서 나름대로 공부합니다.

 

그런데 저한테는 다른 기회라는게 없더군요. 이제 신입으로 들어온 사람도 출장 간다고 준비한다고 바쁘다하는데, 저는 그 사람들 일 도와주는라 정신이 없구요.

너무 정신이 없어서, 부서회의때 그랬습니다.

 

앞으로 생산의뢰서 내릴때는 담당자명을 기입하자. 그리고 나 딱 일주일만 내일만 할수 있게 해달라.

그랬더니 안됀다네요. 생산의뢰서에 담당자명을 기입하면 다른사람 오더에 관심이 없어진다나요?

그리고 일주일만 내버려두는것도 안된다 합니다. 그때그때 물어볼게 얼마나 많은데 그러냐구요.

 

그럼 저한테 그런대우를 해달라는 말이 바로 입앞까지 튀어나오려는걸 꾹꾹눌러 참았습니다.

 

저요.. 참 잘 웃습니다. 말도 잘하구요. 남들이 보면 항상 즐거워보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게 저한테는 독이되더군요.

어느날부터 너무 편하다보니 위에서는 부서내 다른사람에 대한 불만도 저한테 표출이 되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래도 이러니 저러니해도 먼저 들어온게 죄려니 하고 그냥 참았구요.

그러다 말겠지 하고 또 참았습니다.

솔직이 열받아서 그럴때 빼고는 사람들 정말 좋거든요. 또 마음이 약한거 저도 알구요.

 

그러다 한번에 폭발했습니다.

 

그냥 아무말 않고 있다가 사직서 냈습니다.

저희 차장님이 부르시더군요. 불만이 뭐냐...

주저리주저리 얘기했습니다. 얘기하다보니 눈물이 다 나더라구요. 서러워서요.

내가 무슨 다른 사람들 시다바리냐? 남들은 지꺼 챙기기에도 급급해서 저 난리고, 자기일도 제대로 처리 못해서 내가 절반 이상은 다 도와주는데, 그들한테는 이런저럭 교육이니 출장이니 기회를 주면서 저한테는 그 사람들 업무나 대신하라고 하느냐 부터 시작해서, 그동안 속상했던 얘기 다했습니다.

그랬더니 왜 얘기를 안했냐 하더군요.

안하긴요. 간간히 부서회의 시간에 한마디씩 했는데, 웃으면서 한거라 그런지 귀담아 듣지 않은거죠.

 

여하튼..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같이 근무하겠냐 하시더라구요.

못하겠다 했습니다. 정말 미안한데 이제는 같이 근무하고 싶지 않다구요. (저도 욱하는 성질때문에 망합니다.)

 

그리고 사직서가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수리됐구요.

그런데 지난 토요일 부서회식자리에 사장님이 같이 갔더랬습니다.

1차에서 고기랑 소주 마시고, 2차에 분위기 좋은 까페가서 양주 3병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얘기중에 동료 직원이 울면서 사정하더군요.

나가지 말라고, 나가면 자기는 혼자 설수가 없다구요. 그리고 회사 다닐 이유도 없다고....(오해하지 마세요. 이 사람 여자입니다. 유부녀예요)

 

그리고 있는데 사장님이 또 말씀하시더라구요.

아까운 사람이 나간다고.. 아직도 기회가 있는데, 한번더 고려해볼 생각은 없냐구요.

그래서 또 말했습니다. 나 누구 뒤치닥거리나 하면서 이렇게 살려고 이 회사 들어온거 아니라구요.

나름대로 저도 잘난건 아니지만 저한테 자부심이라는게 있는데, 자꾸 이런식으로 이런저런거에서 밀리다보니까 내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등등...

그랬더니, 그건 차장님이 그 전부터 제 업무가 많다고 직원을 하나 더 뽑자 했는데, 사장님선에서 회사 사정및 다른 정황을 고려해서 계속 컷트 시켰던 거라고...

다른 사람 잘못이 아니라, 자기가 그랬던 거라고... 그리고 자기는 저한테 좀 심하게 해도 전 다 견뎌낼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구요.

잘 웃고, 그러길래 툭툭 털어버릴줄 알고 영업을 하는데 단련시킨다는 생각으로 일부러 그렇게 하셨다구요.

그러면서 정작 나가려면 다른 직원이 나가야 하는데 제가 그만둬서 너무 아깝다고 한번만 다시 생각해 보라 하시더군요.

 

그런데 저 솔직이 소심한 B형이거든요. 대범하고 자유분방한것 같애도 맘 약하고, 남한테 싫은 소리 못하고, 남 부탁 거절못하고... 또 상처도 쉽게 받구요.

특히나 제 능력에 관해서는  어디서도 전 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거든요. 승부욕도 강하구요.

그래서 어디가서 업무적으로는 욕먹는거 진짜 싫어합니다. 물론 회사 그만둘때까지도 제가 해줄수 있는건 다 해주고 나오구요. 나중에 뒷소리 듣기 싫어서요.

 

여하튼... 그당시에는 그러겠다 했지만.. 마음이 참 복잡합니다.

다음달 회사 특히 무역부 모두 출장잡혀 있어서 자리에 있을 사람 없는것도 아는데 그만 두는것도 미안하긴 한데 그렇다고 다시 다닌다고 해서 저한테 다른 기회가 올지 확실치도 않고.

 

솔직이 그만둬도 생활에 걱정이 될 정도는 아니지만, 둘이벌다가 하나가 버는 돈으로 쓰려니 아무래도 좀 힘들기는 하겠다라는 생각을 할때면 왠지 걱정도 되네요.

또 놀아본적이 없는데, 또 막상 놀려 생각하니 그것도 좀 걱정은 되구요.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네요.

 

여하튼 현재로는 그만두는쪽이고, 될수 있으면 저 나간후에 문제 생기지 않도록 다음달 기본적인 업무는 정리해 놨네요.

그리고 막상 무역에 대한 자료가 없어서, 참고용 자료 만들고 있습니다.

 

사직서를 내고 찹찹한 마음에 글을 쓰다보니 말이 길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