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춤 91 - 제3장 다시 세상으로 27

내글[影舞]200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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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춤(影舞) 91 - 제3장 다시 세상으로 27 - 내글 -      

- 세월은 만남의 기쁨을 더하기도 하지만, 쌓아놓은 세월의 무게도 무시할 수 없다.

 

27


정민의 행동을 옆에서 말없이 지켜보던 연정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놈의 근본이 괴수라 그렇군! 연단을 해서 순화 시켜야 되겠어. 으흠…!”

정민은 연정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혼자 말처럼 중얼거리다 연정을 의식하곤 멈칫했다.

“동방상제 덕에 좋은 무기를 얻었으니 나중에 만나면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감사해야겠어, 하하하!”

연정은 잠시나마 정민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아 맘이 편치 않았으나, 정민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마음에 쌓여 있던 걱정까지 날려 버리는 듯 상쾌하게 들려옴을 느꼈다. 연정은 다시 부산을 떨며 괴수의 가죽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정민은 연정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띠우고 돌아서 나가려다 멈칫하더니 연정에게 말을 건넸다.

“참, 나 좀 도와줄래?”

- 무슨 일인데요?

“지하상제를 봉인에서 풀어 줘야겠는데 도움이 필요해,”

- 네…, 네에!

연정은 의외로 머뭇거리며 시원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정민은 이해 가된다는 듯 고개를 끄떡이고는 말없이 신단수 밖으로 나섰다.

“급한 건 아니니, 우선 연이에게 줄 옷을 만들도록 해. 난 이것들을 손을 볼 테니. 연이에게 주려면 연이에게 맞게 조금 다듬어야겠지. 그리고 연이에게 줄 노자 돈도 있어야 되니 금도 좀 캐야 할 것 같아. 이따가 보자고!”

- 아, 알았어요!

정민은 신단수 밖으로 나서 불의 기운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정민은 단 한 번의 몸짓으로 불의 기운 중심이 있는 곳에 도착한 후 괴수의 뼈로 만든 두 개의 봉을 기에 실어 작은 광장 중심에 있는 불의 기가 뜨겁게 소용돌이치는 곳에 집어넣었다. 그 순간 불의 기의 소용돌이에서 강렬한 빛이 나며 지하 전체를 환하게 밝혔다. 한 시간 정도 흐르자 정민은 다시 기를 뻗어 소용돌이 중심에 떠 있는 두 개의 봉을 끌어내어 거두었다. 검은 빛이 도는 하얀색이었던 봉은 붉은빛이 도는 흰색이 되어 있었다.

‘흠, 이제 불의 기를 받아 조금 순화가 되었군! 나머지 네 가지 기운도 받아들이면 온전한 갈이 되겠어!’

정민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떡이고 두 개의 봉을 가지고 나머지 세 개의 작은 광장을 돌았다. 처음에는 검은 빛을 띠고 있어 섬뜩하게 보였던 두 개의 봉은 부드러운 푸른빛이 도는 하얀색이 되었고, 봉에서 만들어진 칼날 또한 은은한 빛을 머금은 검푸른 날이 살기를 감춘 채 번득였다. 정민은 중앙광장에 있는 신단수 앞으로 돌아와 흙의 기가 가장 강하게 흐르는 곳에 봉을 묻어 두고 신단수 안으로 들어갔다.

신단수 안에는 연정이 이미 정연에게 줄 옷을 다 지어놓고는 다른 옷을 더 만들고 있었다.

“어, 벌써 다 만들었나?”

- 네, 연이가 입을 옷은 다 만들었고요, 지금은 당신을 위한 옷을 짓고 있어요.

정민은 다가가 연정의 곁에 정리되어 있는 정연의 옷을 펼쳐보았다. 투명한 괴수의 속가죽으로 만든 것이라 바느질지국이 있으면 보기 흉할 것이나 연정의 바느질은 섬세하게 되어있어 마치 바느질한 솔기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하하, 역시 대단해! 옛날에도 당신의 바느질 솜씨는 대단…!”

- 네에? 그, 그게 무슨 소리죠?

정민은 말을 다 맺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고, 그 순간 바느질을 하던 연정의 영혼이 깃든 솔의 몸이 심한 경련을 일으켰다. 정민은 난감했다. 언젠가는 연정이 알아야 될 가슴 아픈 옛일이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 생각되어 밝히지 않았던 천 년 전의 일이 말실수로 인해 밝혀야 되기 때문이었다.

“으, 응! 그게 그러니까, 지금 내가 이, 입고 있는 이것 말하는 거야, 헤헤헤!”

- 그 웃음소리는 무언가 숨기거나 밝히기 곤란할 때 웃음소린데…! 제게 뭘 숨기고 있는게 맞죠? 말해보세요!

“아, 아니라고! 난 단지….”

- …!

연정은 말없이 정민의 얼굴만 쳐다보며 강한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정민은 애써 웃음을 흘리며 어색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러나 뚜렷한 변병거리가 떠오르지 않아 정민은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 그렇게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마세요.

“그, 그게 아니라고…. 난 단지 지금은 때가 아니라 생각해서 그런 거니, 이해 해죠.”

- 알았어요! 전 당신을 믿고 있어요. 언젠가는 제가 모르고 있는 사실을 이야기 해주리라 믿어요.

궁색한 정민의 말에 연정은 따뜻한 말투로 정민에게 말을 건넸다. 연정은 정민이 무슨 생각을 하던 우선 따르는 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했고 이런 연정의 모습은 정민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정민은 연정을 다시 쳐다보다 고개를 돌렸다.

“후우, 이런 일은 어려워…!”

정민은 연정의 영혼이 겪고 있을 혼돈의 고통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 쉬었다. 정민은 고개를 돌려 다시 자신의 옷을 짓고 있는 연정의 영혼이 깃든 솔을 쳐다보았다. 갑자기 그 모습이 정민의 눈에 어색하게 들어왔다. 비록 연정의 겉모습을 하고 있지만 솔의 몸을 빌리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흠, 안 되겠어! 연정이 솔의 몸에 있는 건 자연스럽지 못해…. 그래, 이젠 힘이 있으니 연정의 영혼이 머물 수 있는 것을 만들어 주어야겠다.’

정민은 고개를 끄떡이더니 연정이 느끼지 못하게 신단수 안을 벗어났다. 연정은 밖으로 나서는 정민의 뒷모습을 보며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 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언젠가 당신을 만났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때 당신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었을 것이라 생각 되요. 지금 제가 이렇게 당신의 곁을 지키려 하는 것이 그때의 빚을 갚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절 버리지만 말아 주세요!

정민은 신단수 밖으로 나와 몸을 날렸다. 정민은 가뿐하게 신단수 꼭대기의 잘려져 평평하게 된 곳에 올라 가운데에 정좌를 하고 앉았다.

‘자, 어디 한번해볼까!’

정민은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그의 몸을 중심으로 세 가지 빛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빛의 소용돌이가 점점 커지자 천정에서 빛을 내던 물체에서 답이라도 하듯 가운데로 강렬한 빗줄기가 내려오고, 작은 광장들에게서 기의 흐름이 정민에게 집중되었다. 정민의 손이 가슴으로 모아졌다.

“햐!” 

정민의 입에서 우렁찬 소리가 퍼져 나오며 가슴에 모았던 손을 앞으로 서서히 뻗어 내자 신단수를 덮고 있던 흙의 일부가 솟구쳐 올랐다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흩어졌다.

- 크르릉!

- 정민 씨, 무슨 일이에요?

광장을 울리는 커다란 진동소리에 놀라 솔의 몸에 있던 연정의 영혼이 신단수 밖으로 뛰쳐나와 모습을 나타냈다.

“하하하, 드디어 성공했다! 지난 일만 이천년의 수련에서 이제 두 번째 단계가 완성 되었단 말이야, 하하하!”

- 그, 그게 무슨 소리죠?

“하하하!” 

정민의 큰 소리에 곁으로 다가온 연정이 물었지만 정민은 연정의 물음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여전히 큰소리로 웃기만 할 뿐이었다.

- 무슨 일이라도…, 저, 저건!

연정은 정민의 앞에 떠 있는 기 덩어리를 발견하고 말을 잊지 못했다. 지난날 정민이 신단수 안에서 연정의 뜻대로 연정의 영혼이 깃들 수 있는 기 덩어리를 만들어 놓고는 탈진해서 기절했었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달랐다.

정민은 지금까지의 수련의 결과를 시험하기 위해 그때처럼 이제 다시 기 덩어리를 만들어 봤는데 보기 좋게 성공했던 것이다. 정민은 자신의 힘을 시험하는 첫 번째 과제를 연정의 영혼이 깃들 수 있는 기 덩어리를 만드는 것으로 대신했다. 정민이 이번에 만든 기 덩어리는 신단수 안에서만 유지되는 불안정한 기 덩어리가 아니라 우주의 기가 소멸 되지 않는 한 흩어지지 않는 기 덩어리였다.

“하하하, 맞아! 앞으로 당신이 이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영혼의 안식처야. 언제든지 실제의 몸처럼 될 수도 있고, 원하면 영혼처럼 기의 흐름만으로도 존재할 수 있는 거야.”

- …!

정민은 어린아이처럼 자신이 한일이 자랑스러운 듯 기 덩어리를 쳐다보며 좋아했고, 연정의 영혼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잠시 할 말을 잊고 말았다. 정민은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연정의 영혼이 정민을 찾아왔을 때는 몰랐지만 몸을 떠난 영혼이 겪는 고통을 알게 된 후로는 정민의 마음에는 늘 커다란 짐이 되어 왔었다.

연정의 영혼이 솔의 몸에 깃들어 있는 동안은 겪는 고통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솔의 몸은 영혼을 가두기 위해 탄생한 신수이기 때문에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또한 솔도 자신의 자유의지를 포기해야 했기 때문에 솔 자신에게도 고통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정민이 만들어 놓은 기 덩어리는 이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풀어 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젠 사람의 몸으로도 우주의 기를 받아들이고 이용할 수 있는 경지가 된 거야. 뭐, 아직은 거칠긴 하지만 다듬을 시간은 충분하니까, 하하하!”

- 어머나, 그래요! 축하해요,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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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