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하의 신혼일기.. 명절나기

푸하2005.02.18
조회4,117

모든 아줌마들이 힘들어한다는 명절이 얼마전에 지나갔습니다.

푸하도... 이제는 아줌마의 대열에 서서.. 명절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푸하와 남편 둘만의 명절 준비였죠.....

부러우실 분들 많으리라 사료되지만서도....

우선... 제삿상에 올라가는 음식을 준비해야했습니다.

푸하네 집은 제사 안지냅니다. 교회다니는 탓에 예배로 대신하죠....

하루종일 인터넷 사이트 뒤지면서.. 제사지내는 친구네 전화하면서.... 모범답안을 준비했습니다.

청주에 있는 마트중.. 가장 쓸만해 보이는 홈***라는 마트에 갔습니다. 쓸만한 이유는 딴것보다.. 시식코너가 잘 되어 있다는 ^^

명절 전이라고 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바글거리더군요....

 

푸하 : 여보야... 사람이 넘 많아요 ㅜㅜ

랑 : 저를 놓치면 안되요.... 놓치면 울어버릴꺼에요 ㅜㅜ

푸하 : 자갸.. 저기에 우리가 사야하는 밤이 있네요... 자갸는 제사준비 많이 해봤으니까... 

         자갸가 골라  보아요... 

랑 : 자갸는 뭐하구요?

푸하 : 산사람도 먹고 살아야죠.. 전 딸기를 골라오죠....

 

장 볼때의 철칙..

둘밖에 없으니까..... 음식쓰레기 만들지 말자.... 였습니다.

 

문제는 정육 코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국거리와 산적거리를 사야하는데.....

한우좋은건 다 아시죠????

하지만.. 가격이... 장난이 아닌거죠....

살짝 그 옆에 호주산 고기가 보이는 지라....

 

푸하 : 자갸.. 우리가 호주있어봐서 알잖아요.... 호주산 소고기 참 좋죠?

랑 : 그럼요 얼마나 좋은데요.... 소들도 스트레스 안받을꺼에요.. 넓은데 풀어놔서.....

푸하 : 그럼 국거리 호주산 소고기로 살까요????

랑 : 아뇨.. 울 엄마는 호주 안갔다와봐서... 호주산 고기 안믿을 꺼에요... 한우로 사요.....

 

갑자기.. 훌쩍....

예상금액이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고기는 한우로 낙찰...

 

그 다음에는 산자라고 하는 과자를 고르고 있었죠...

약과 고르고 산자라는 것을 든 순간....

 

랑 : 여보야.... 그거 울 엄마 안좋아해요....

푸하 : 그럼 산자 올리면 안되는 거에요????

랑 : 아니요.. 울 엄마는 이거 좋아해요...

 

울 랑이가 들어올린 것은 킹젤리라고 쓰여있는 젤리 종합선물세트....

무지 달아보인다는 느낌과.... 생전 태어나서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라는 거부감이.. 거기다.. 불량식품처럼 생긴 모양새까지....

푸하의 신혼일기.. 명절나기푸하의 신혼일기.. 명절나기푸하의 신혼일기.. 명절나기푸하의 신혼일기.. 명절나기푸하의 신혼일기.. 명절나기 이런 눈초리를 보내고 나서.....

 

푸하 : 정말 충청도에서는 젤리를 상에 얹어 놓는다는 말인가요?

          내가 저기 아줌마들한테 물어봐도 되겠죠?

랑 : (그제서야 꼬리를 내리며) 아들이 좋아하면 엄마도 좋아해요...

          아들이 좋아하는 거 놓으면... 엄마가 좋아할꺼에요...

 

속으로는 어이없고, 너가 무슨 7살 어린애냐.. 장가까지 간넘이.. 엄마 핑계대고.. 너 먹고 싶은걸 고르냐..... 했지만서도(순간입니다.).... 뒤돌아 생각하니.....맞는 말 같지 않나요?

 

엄마 젯상에 오르는 과일은.. 정말 좋은 거여야 한답니다.

 

푸하 : 크고 예쁜거 골라보세요

 

랑이가 이곳저곳을 뒤적뒤적하더니만..... 배와 사과와... 단감을 꺼내오는 겁니다.

 

푸하 : 자갸야.. 외삼촌이 주신 곶감이 있어요... 상에 곶감 놓으면 안될까요????

랑 : 외삼촌이 준 곶감은 특상품이 아니에요.....

      차라리 예쁜 단감사다가 예쁘게 깍아서 올리는게 나아요.....

 

설 전날....

예쁘게 전 부치고, 음식하고..... 담날 아침에... 할 거리들을 다 씼어서 준비하고.....

양도 얼마 되지 않고.. 신랑이랑 둘이서 하니(신랑이 친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자취생활을 오래해서... 음식을 어지간한 여자보다.. 더 잘한다는....) 금방 끝났죠....

빨리 자고 일어나서 음식하자고... 11시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 세시인가.. 랑이가 일어나서... 인터넷을 하는 겁니다.

 

푸하 : 뭐해??? 안자고.... 낼 새벽부터 음식해야하잖오...

랑 : 꿈자리가 뒤숭숭해..... 못자겠어...

푸하 : 확... 그렇다고 안자면 써.. 자자자자자자자자(우겨서 재웠습니다.)

 

담날 아침부터 음식하고..... 제사상차리고....

한살을 더 먹기위해.. 떡국을 퍼서.. 한숟갈 먹으려는데...

집에서 전화왔습니다.

 

울 엄니 : 제사 잘 지냈어?

푸하 : 웅... 다 지내고 떡국 먹고... 제기 치우고..음식 냉장고 넣음 돼.. 왜?

울 엄니 : 엄마가 어깨가 아파서 팔을 움직일 수가 없다.

              팔이 빠졌나봐.....

푸하 : 뭐 잠깐만....

          내가 다시전화할께....

 

이런 내용이 핸드폰으로 오가는데..... 요즘 핸드폰은 성능이 참 좋죠... 거의 스피커폰의 수준인지라...

울 랑이 음식치우고 제기를 치우는 겁니다.

설 갈 채비를 한답니다.

얼른 츄리닝으로 갈아입고.. 설로 올라가는데... 9일날 11시에 출발 했는데...

평소 1시간 20분이면 가는 서울이 세시간이나 걸리더군요.

 

설로 가서.. 응급실 모셔가니....

(집에서는 아빠랑 남동생이랑 술약속에 새벽까지 술을 먹고.. 뻗었더라구요)

쇄골뼈가 부러졌더라면서... 레지던트 아찌.... 책들고 열심히 보시며 설명하시더라구요.....

떡국은 자셨는지....

11일날 다시 오라고....

집에 와서.. 다시 떡국 끓이고.. 밥 차리고... 하면서....

어찌 단촐하게.. 명절 지낸다 했다.. 했는데...

울 랑이 장모 아프다고... 침대에 누운 장모옆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겁니다.

얼마나 아플까.....

이럼서 말입니다.

세상에서 젤 잘생긴 사위, 세상에서 젤 예쁜 울 장모님 하면서... 일거수 일투족을 살피는 겁니다.

심지어는 담날 아침에... 아빠가 엄마 어깨 괜찮냐고... 찜질해 준다고 얼음을 올리다가... 엄마가 좀 아팠나봅니다.

으악~~~ 하는 외마디 비명에... 사위 뛰어가고....

아빠가 도리어 당황해서.....

 

울 아빠 : 찜질을 해야 빨리 낫지 않을까????

울 랑 : (아빠 손에서 얼음 주머니를 뺐다시피하면서) 아버님 제가 어머니 찜질 해 드릴께요...

           어머니 이거 너무 차갑죠.... 제가 수건 가져다가... 싸서 해 드릴께요....

 

찜질 주머니 다시 고치더만....

깔끔한거 좋아하는 엄마 집안 보면 더 화날꺼라고.. 청소기 들고... 걸래들고... 집안 청소를 하는 겁니다.

경상도 남자인 우리 아버지..... 멋적기만 하고....

남동생은 잠결에 나와서 밥차려줘.. 한마디 했는데....

하필이면 엄마가 남동생 젤 앞에 있는 바람에.... 엄마 어깨 부러졌는데 밥차려 달라고 했다고... 불효자 되고.....

 

울엄니 : 내가 사위랑 딸이랑 한테 효도받으라고...일생에 한번 쉬어보라고.. 다쳤나보다...

     

결혼해서 삼주되는 동안 울 신혼집에서 잔게 7일이 안됩니다.

모두 울 친정에 가서 살았죠....

결혼했다고 방도 빼서..엄마 컴퓨터 방으로 만들어 놓았으면서.....

울 집 모두에서 씨암탁 커플이라고 이야기를 하지요....

둘이 이야기 하는 것을 들어보면 어이가 없습니다.

 

랑 : 어머니 있잖아요... 제 친구가 여자친구를 사귀었거든요... 그런데 저보고 느끼하데요...

울 엄니 : 어떤 뇬이 울 사위보고 느끼하데.. 데리고 와....

              혼내줘야지....

랑 : 그런데요..어머니.. 푸하도 저보고 느끼하데요......

울 엄니 : 푸하.. 너 왜 울 사위보고 느끼하데??? 응???

              울 사위가 얼마나 잘생기고.. 어쩌구.. 등등등

 

한 오분 사위자랑 하십니다.

 

푸하 : 엄마 남편이야? 내 남편이야? 내가 느끼하다는데.. 왜????

          글고.. 장모랑 사위면... 좀 예의바르게.. 그 드라마처럼 안돼나????

          이 커플의 이 조합도 맘에 안드네... 딸편드는 장모가 아니라 사위편 드는 장모가 어딨어???

울 엄니: 너 엄마랑 사위랑 사이가 나빠야겠어?

랑 : 아 그리고 어머니... 저희 회사에서요... 선물세트가.. 이것저것 들어왔는데.....

      그리고 구두티켓이 들어왔거든요.... 이거 어머니 신발 편한거 사서 쓰세요.....

울 엄니 : 이걸로 울 사위 구두 한켤레 사줘야겠네...

푸하 : 신발 사주면 도망간다며? 그리고 사위가 준 티켓으로 사위사주는게 어딨냐?

울 엄니 : 엄마 맘이쥐....

 

문을 열고 들어오자 마자... 울 엄니 볼에 뽀뽀하고... 껴안고... 밖에 나가면 팔짱끼고.. 좋아하고....

거기다 딸보다 사위가 엄마를 닮았다고 주변에서 다 이야기를 하니....

좋은가 봅니다.

울 엄니... 무뚝뚝한 남편에... 무뚝뚝한 아들 키우다가.. 사근한 사위 얻으니까.. 세상에 제일 이쁘답니다.

그럼서 하시는 말씀이...

 

울 엄니 : 난 울 푸하가 경상도 남자 데려오면 절대 결혼 안시킬라고 했어....

랑 : 충청도 사위볼라고 그런거죠 어머니

 

하하호호 난리도 아닙니다.

물론 사이가 나쁜 것보다는 낫겠지만..너무 사랑받는 나머지...

울 집에 있는 남동생이 찬밥이 되어가는 느낌이...

예를 들어.. 남동생이 있을때..... 알아서 차려먹겠지 하고 밥 안차려주던 엄마가...

갑자기... 사위오면... 도깨비 방망이처럼 밥상이 나오고... 차가 나오고.. 과일이 나오고... 간식이 나오고...

물론 남동생 여친이 와도... 그런 상황이 있지만...

저와 남동생의 소외의식이 점점 커져가는 거죠.

심지어는 이번 설에....

10년만에 세뱃돈도 받았습니다.

이유는 한가지....

군복바지 같은거 있죠....

이쁘다고 그거 둘이서 사서 입었었거든요...

랑이가 그거 입고 설에 올라간거에요...

울엄니가 울 사위는 청바지 입는게 더 낫답니다.

청바지 값을 세뱃돈에 챙겨넣어서.. 청바지 사입으라는 주문을......

명절에.... 엄마 다치고.. 거꾸로 보냈네요...

그 사이에 돌아가신 시엄니 성묘도 다녀오고.. 그 근처에 사시는 시댁 큰어른들도 찾아 뵙고 하느라....

그리 바쁠거 같지 않던 명절이... 무지 바빠 졌네요....

식구가 단촐해진 것이 아니라.. 식구가 더 많아진 것을 절감했던 명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