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가 끌리는 이유 (2)서로 다른 별 사람들

瓚禧200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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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가 끌리는 이유


 

(2)서로 다른 별 사람들




샛길을 요리조리도 잘 피해 가며 걸어가는 그녀를 놓칠 새라 우신의 걸음도 덩달아 빨라졌다. 맛있는 곳을 안다며 작은 골목길을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있는 그녀였다. 우신은 새로 산 구두가 망가질 새라 조심 물웅덩이를 피해가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우신의 어깨를 툭 부딪치며 한 사람이 지나갔다.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르는 우신이었다. 이런 환경, 이런 장소에는 익숙지 못한 그였다.



“빨리 안와요?”



저쪽에서 우신을 향해 재촉 하는 채련을 보고 우신은 낮은 한숨을 쉬었다.



‘못 말리는 여자이군.’



그녀를 따라 힘겹게 간곳은 한 허름한 감자탕 집이었다. 안에는 낡은 의자와 테이블이 몇 개 있었고, 사람으로 꽉 차 있었다. 빈 자리가 없는 것에 안도한 우신이 ‘이만 가지’ 라며 몸을 돌리는 순간, 채련이 그를 잡으며 한곳을 가르쳤다. 때마침 한 테이블이 나오고 있었다. 우신은 썩은 벌레라도 먹은 표정으로 그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다른 이가 먹고 간 테이블은 뼈다귀와 흘린 국물들로 더러워져 있었다. 그런 우신의 표정을 보던 채련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 아줌마가 바쁘셔서 그러니깐 조금만 기다려요. 내가 치울게요.”



채련은 정말 자주 온 사람처럼 교복 재킷을 턱 하니 벗어놓고는 능숙하게 테이블을 치우기 시작했다.




“언제 온겨?”

“방금 왔어요.”

“수고 하네. 그려!”



채련이 온 것을 뒤 늦게 눈치 챈 주인아주머니는 채련이 치우는 것을 아주 당연히 여기는 듯 했다. 그러한 모습들이 우신의 눈에는 낯설게만 느껴졌다. 채련이 다 치우고 나자 그제야 아주마가 냄비하나를 들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가버렸다.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마음대로 가져다 줘도 되는 거야?”

“쿡, 이런 곳 처음 오죠? 여기 메뉴는 이것 밖에 없어요.”



채련은 우신이 재미있는지 연신, 정말 처음 오는 거냐고 되묻고 있었다. 그런 우신을 보며 웃던 채련이 한쪽 구석에 있던 옷걸이에서 요란한 무늬의 앞치마를 가지고와  우신의 목에 턱 하니 걸어주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그 멋있는 양복에 설마, 감자탕 국물을 흘리고 싶으신 건 아니겠죠?”



정말 여우같은 여자였다. 우신은 할 수 없이 그 이상한 무늬의 앞치마를 메고는 앞에 놓인 감자탕을 바라보았다. 먹음직스럽게 생겼지만, 순간 위생이 불량한건 아닌지 물어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또다시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아 말하고 싶어 간질대는 목을 매만졌다. 우신이 쳐다보고만 있자 채련이 말했다.



“왜 안 먹어요? 안 드시면 아마 후회 하실껄요?”



채련은 자신의 개인 그릇으로 커다란 뼈다귀를 올리더니 살을 살살 발랐다. 그런 뒤 살만 빼서 우신의 개인 그릇과 바꾸어 우신 앞에 놓아주었다.



“먹어 봐요.”



누군가가 우신을 위해 살을 발라준 적은 없었다. 어머니조차, 우신의 밥그릇 위에 무언가를 얹어 준적이 없었다. 그런데 자신의 앞에 앉은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위해 살을 발라 주고 있었다. 순간 어머니와 처음 그 집에 들어갔을 때 일이 떠올랐다. 자신의 밥 위에는 한번도 무언가를 얹어 준적이 없던 어머니가 한명의 밥그릇 위에 조기 살을 발라 얹어주었던 일이 떠올랐다. 순간 속에서 울컥 하고 무언가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우신은 애써 감정을 추스르며 채련이 준 고기 살로 손을 뻗었다.



“맛있죠?”

“그럭저럭 괜찮네.”

“맛있다는 표현을 항상 그렇게 해요?”

“무슨 뜻이지?”

“맛있으면서 괜히 투정부리는 어린애 같아요!”



채련의 말이 맞았다. 음식 맛은 정말 자신이 이제까지 먹어 본적이 없던 그런 맛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속이는 일에 익숙한 우신이었기에 맛있다는 말이 선뜻 나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채련의 말에 동감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면 꼭 자신이 투정부리는 어린애가 되어 버릴 것만 같아 우신은 말을 하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또다시 그 혼잡한 길거리를 지나 근처 커피숍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향긋한 모카커피를 앞에 두고 우신은 전번과 같이 오렌지 주스를 빨고 있는 채련을 바라보았다. 우신의 눈빛을 느꼈는지 밖을 바라보던 채련이 방긋 웃었다.



“근데 항상 이런 비싼 곳만 다녀요?”



채련의 말에 우신은 ‘대체로.’ 라고 말했다. 꼭 비싼 곳을 가야지 라고 한 적은 없었다. 다만 지금까지 자신이 만난 모든 여자들은 무조건 좋고, 비싼 것을 우신에게 바래왔었다. 채련의 말을 들으니 그녀가 떠올랐다. 조금은 허름해 보이는 음식점에 들어가자고 했다가 톡톡히 망신을 당했던 우신이었다.



[내가 이런 곳에서 밥 먹을 정도의 매력인거예요?]



그녀의 톡 쏘는 말투가 귓가에 아른댔다. 그 뒤로부터 우신은 항상 그 근처에서 최고로 비싼, 최고로 좋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었다. 그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보통 여자들은, 그러니깐 내말은 결혼적령기의 여자들은 좀더 좋은 것을 바라더군. 남자로써 그런 감정들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니깐.”

“싸고 좋은 곳도 많잖아요.”

“글쎄. 그런 곳을 알아볼 만큼의 수고는 하고 싶지 않아.”

“다른 별에서 온 사람 같아요.”

“다른 별?”


쪼옥- 하고 스트로우 빠는 소리가 우신의 귀를 자극하고 있었다. 채련은 뭐가 그리 흥미로운지 마치 외계생물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우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입을 삐죽대며 말했다.



“그런 허름한, 감자탕 집 가본 적 있어요?”

“아니.”

“그럼 길거리 자판기 커피 마셔 본 적 있어요?”

“아니. 그럴 필요가 없으니깐.”

“그럴 필요라고요?”

“그래. 돈 있는데 왜 그런 곳에서 마시고 먹어야 하는 거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꼭 비싸고 멋진 게 좋은 게 아니란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 빛 좋은 개살구. 그래요! 빛 좋은 개살구도 있잖아요.”



채련은 꼬투리를 잡은 형사마냥 우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좋은 곳, 비싼 곳에 데리고 간다고 자신에게 시위하는 여자는 이제껏 없었다. 흥미로워 지는 여자였다. 물론 아직 여자기 보다는 소녀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그래서 내가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 같다는 말인가?”

“그래요! 빙고!”



채련은 생글거리며 말했다. 다른 이가 우신을 향해 이런 말을 했다면 그는 듣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 앉은 채련은 은근히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부분이 있었다. 같은 말인데, 채련이 하면 왠지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기분 좋게 채련은 우신을 건들이고 있었다.



“앞으로 아저씨를 만나는 백일 동안 내가 아저씨를 바꾸어 놓을꺼예요.”

“난 변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두고 보라고요.”



차를 마시고 둘은 주차장으로 향했다. 삐빅- 하는 경쾌한 소리가 차 쪽에서 울렸다. 우신은 익숙하게 차문을 열어 채련을 배려했다. 우신이 차문을 열자 채련의 발걸음이 딱 멈추었다.



“항상 모든 여자에게 이렇게 문을 열어주나요? 아까는 안열어주더니.”

“여자 먼저. 그게 신사도 정신 아닌가? 아까는 너무 경황이 없어서 그랬어.”

“내 말은 모든 여자에게 이렇게 문을 열어 주냐는 거예요.”



조금은 심통난 목소리로 채련이 되물었다.



“물론.”



우신의 대답에 채련은 잠시 팔짱을 끼고 서있더니, 우신이 열어놓은 문을 탁 소리가 나게 닫아 버렸다. 어이없는 행동이었다. 조금은 화가 올라올려는 우신이었다. 그런 우신을 향해 채련이 말했다.



“그럼 앞으로 전 문 열어주지 마세요! 다른 여자들과 동급이 되는 것은 싫다고요.”



정말 특이한 여자였다. 어이없긴 했지만, 조금은 채련의 마음을 알 것 같아 우신은 아무 말 없이 운전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채련에게 물어 자그마한 빨간 지붕의 양옥 주택 앞에 차를 세웠다.



“여기 맞아?”

“네. 여기예요.”

“그럼 들어가. 그리고 앞으론 불쑥 찾아오지 마. 그런 것 익숙치 않으니깐.”

“익숙하다는 것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예요. 아마 제가 항상 그렇게 아무 소리 없이 찾아간다면 언젠간 그게 익숙해 질수도 있는 거겠죠.”



우신은 채련을 쳐다보았다. 어린애답지 않은 말투였다. 어쩜 채련은 우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어른스러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우신의 생각을 안다는 듯 채련이 내리면서 말했다.



“난 아저씨가 생각하는 것만큼 순진한 여고생이 아니에요. 알건 다 아니깐 그렇게 애 취급 하지 마세요.”



토라진 말투였지만, 꽤나 도전적이고 귀여운 구석이 있는 말투였다. 우신은 뒤도 안돌아 보고 들어가는 채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본 적이 없었던 우신이었다. 딱 사람을 빼고는 말이었다. 우신은 간만에 느껴보는 감정에 흐뭇해졌다. 어쩜 채련의 말처럼 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우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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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없으면 어쩌나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선뜻 글을 쓸수 없었는데, 응원 많이 해줘서 감사해요.

 

힘내서 열심히 쓸께요. 행복한 저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