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할수 밖에 없는 그대(1)

시암선셋2005.02.20
조회201

- 그의 이야기-

 

새벽녘에 악몽을 꾸어서인지 늦잠을 자고 말았다.

헐~ 내 나이에 악몽을 꾸다니. 아직 덜 자랐단 말인가?

난데없이 산으로 뛰어올라가다가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꿈이라니...

이미 키 클 나이는 한참 지났는데 이 꿈은 대체 뭐람.

에구 모르겠다. 뭐 별건 아니겠지 어젯밤 늦게 술마셔서 피곤해서 꾼 꿈이겠지.

가만, 이거 또 무슨 징크스가 생기는 건 아닐까

아 여지껏 그놈의 가지가지 징크스 때문에 되는일이 없었구만.

이거 또 무슨 안좋은 징조는 아니겠지?

에휴~ 별 놈의 것들이 사람 소심하게 만드네.

근데 오늘따라 왜이렇게 지하철이 느리게 가는것 같애.

시간도 없구만. 지각하면 과장이 뭐라 할거란 말야.

에라~ 모르겠다 그냥  맘 편히 생각하고 지하철에 앉은 사람들 얼굴이나 보자

음 저 여자는 긴머리가 무지 잘 어울리네. 머리결도 곱고

저기 저 아주머니는 너무 머리 볶으셨다 너무 꼬불꼬불해.

저기 저 아저씨는 머리에 기름이 너무 흐르시네. 부담스럽구만

근데 저기 아까부터 세상모르고 자는 여자는 뭐지?

남들 출근하는 아침에 저렇게 세상모르고 자다니. 밤새 뭘 한건지.. 쯧쯔

입까지 벌리고 자는구나.  혹시 이 열차랑 기지에서 같이 나온거 아냐?

뭐하는 여잔지는 몰라도 좀 보기 그렇네. 한심스럽다야.

 

- 그녀의 이야기-

 

아우, 골이야  어제 그렇게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게 아니었는데

어제 우울한 일이 있었다고는 해도 그래도 출근해야 하는데 그렇게 마시는건 오버였어

아우~ 머리가 흔들려서 눈을 뜨고 있을수가 없네.

아음~ 정신차리자, 정신차리자,정신차리자   문지연.

아 근데 내가 조금 술이 덜깨서 그렇게 보이는건가?

저기 내 앞에 앉아있는 남자가  자꾸 힐끔힐끔 날 보는것 같네 그려

아까는 이리저리 둘러보며 사람들 구경하더니만, 이젠 나만 보는것 같네

음. 저런 사람이 말로만 듣던 지하철 변탠가? 아주 눈매가 능글능글하구만

도대체 어딜 보는거지? 어째 기분이 안좋네. 좌악~ 훑어보는것 같아서.

음 어떡해야 하나  그렇다고 그냥 보는것 같고 오바하기도 그렇고,

그래도 기분이 영 나쁘네. 혹시 나 아까 잠깐 졸때 잠꼬대했나?

흉한 꼴 보였나? 그래도 저건 좀 너무한데. 아주 시선을 꽂아뒀구만.

안되겠어. 방법을 취해야지.

 

- 그의 이야기 -

 

헉~ 갑자기 깜짝 놀랬다. 잠깐 창밖을 보다가 그 여자쪽을 다시 봤는데

눈에 어찌나 힘을 주고 있던지 그 여자. 눈이 튀어나올라고 한다..

세상에. 눈이 엄청 크구만. 아깐 진짜 졸린 눈이었구나.

옛날에 동생이 보던 만화가 생각날라그러네. 눈이 얼굴 반만한 주인공 얼굴.

아 근데 진짜 뚫어져라 보니깐 나도 좀 무안스럽다. 아까 너무 쳐다봤나?

다른데 좀 봐야겠네.. 핸드폰으로 문자나 보내볼까?

 

- 그녀의 이야기 -

 

푸헤헤~ 거봐라  괜히 쳐다본거 무안하지?

나랑 그동안 눈싸움해서 이긴사람 없었어. 내가 원래 한 눈 하거든.

아 근데 머리도 아픈데 눈에 너무 힘줬나. 진짜로 눈이 쏟아질것처럼 아프구만

흥 그래도 저런 놈은 본때를 보여줘야돼. 할 일없이 대낮부터 여자 몸?이나 샅샅이 훑어보고 말야

지금처럼 무안한 경우를 당해봐야 다신 그런 묘한 시선을 안 보내지. 암~

웅 다음 역이 내릴 역이구나. 잠도 대충 자서 그런가 좀 개운한것도 같네.

오늘도 기분좋게 시작해보자. 좋아좋아

근데 저 남자도 이 역에서 내리나보네.  쩝~ 괜히 무안하니까 먼저 내리자.

얼굴 마주치면 진짜 별롤거 같애 빨리 후다닥 가버리는게 낫겠어

계단아, 계단아.  너는 왜 이리도 자식을 많이 낳았니?

너 때문에 아침마다 내 다리가 굵어지는구나.

에휴~ 힘들어. 겨우 다 올라왔구나

어 근데 저기  서 있는 사람이 나를 부르네.  출근시간 다 되어가는데 어쩌지?

길을 못 찾나?  아 난 맘이 너무 약해. 벌써  발걸음이 그쪽으로 가고있잖아!!

에잉, 어쩔수없지 후다닥 알려주고 뛰자.

 

- 그의 이야기 -

 

헐~ 진짜 묘한 여자네. 나보다 먼저 후다닥 달려가서 내리더니만

저 앞에서 왠 아줌마랑 얘기를 하고 있네.

그 긴 계단을 나는듯이 올라가서 난 무슨 운동선순줄 알았는데.

엄청 멀리 갔을줄 알았더니 겨우 계단 위 잖어 

아깐 출근하는 사람마냥 부산을 떨더니만 갑자기 한가해졌나 뭐하는거지?

어, 저게 뭐야  돈을 건네주는것 같은데?? 일수찍어주는 아줌만가?

근데 표정이 영 그렇네. 꼭 돈 뜯기는 여자같다.

가만, 저 여자 진짜 돈 뜯기는 거 아냐? 요즘 좀 줄었다 했더니만

요 근처에 또 생겼나 보네. 근데 의외로 순진한가 보네

돈 좀 빌려주세요 그런다고 순순히 내주게. 재밌는 여자다

 

- 그녀의 이야기 -

 

아, 난 왜이렇게 맘이 모질지 못하고 여린건지.

작고 가냘프게 생긴 아줌마가 자기 아들이 차에 치였다는 연락이 와서

급하게 병원에 가는길인데,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고 지갑을 두고 나왔댄다

그래서 급하게 잔돈푼만 내고 택시를 탔는데, 그 돈이 딱 떨어지니까 기사가

내리라고 윽박질렀다나 모라나. 도착해서 준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고 

병원까진 한참 남았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우시는데

맘이 찡해서 혼났다. 음 수중에 돈이 있긴한데, 이건 쓸데가 있는 돈인데 어찌한담.

저기요. 하고 딴말을 꺼내려는 순간,아주머니 눈에서 또다시 굵은 눈물이 흘러서

난 엄마야 하고 암말도 못하고 아주머니께 돈을 드렸다

수중에 있던 십오만원을 싸그리...

너무 고맙다고 내손을 꼬옥 잡으시는 아주머니. 연락처를 적어준다며 종이에

펜까지 꺼내서 내게 적어주시고 내 번호도 적어가시는데..

그래 설마 아들을 팔고서 그러겠어. 세상은 아직 믿을만할거야란 생각이 들었다

아주머니. 고맙다고 연신 말씀하시며 가시는데 내 맘은 왜이리 휑하던지....

아 그거 내일 선볼때 옷 살 돈이었는데 낼은 또 뭘입고 간대냐

언니가 난리치겄다. 아우~ 머리아파

 

- 그의 이야기 -

 

간당간당하게 회사도착.

한숨 돌렸네. 낼 부터는 알람 소리를 좀 더 잘들어야지.

요즘 부쩍 잠귀가 어두워졌는지 잘 못 듣는단 말야.

근데 왜 이렇게 아까 그 여자가 궁금하지? 나이가 드니 별게 다 궁금하네.

생긴건 야무지게 생겼는데. 하는 행동은 영~

한두푼 준것도 아닌것 같던데. 그거 그냥 뜯기면 상처받겠다.

은근히 맘이 여린것 같던데.....

허~ 내가 요즘 진짜 여자가 궁한가봐. 아까 그 여자 자는 모습이랑

머리 북북 긁는 홀딱 깨는 모습 다  봐 놓고서, 별 신경을 다 쓰니.

다 여자가 없어서 그런것이리라.

다행히 낼이면 청산할지도...

간만에 잡힌 소개팅 건수. 잘 해봐야지.. 흐흐

그럼 내일을 생각하면 오늘은 즐겁게 일을.

아 오늘도 그럼 화이팅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