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1

소소한행복200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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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1


23세..

삼수를 하고 어정쩡한 대학 새내기 생활은 참 어색했다.

동기들에게 반말을 해라고 하기도 혹은

높임말을 해라고 하기도 뭐하고

현역들처럼 선배들에게 미친 척 귀여움 떨기도 징그럽고

나이 지긋한 후배님 대접 받을 수도 없는 3수..

그렇게 2000년 봄날이 어색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안면 좀 튼 동기 녀석에게 끌려서 간 오티 자리..

원래 나이 몇 살 더 먹은 선배라는 사람들의 훈계 실린 이야기는

재미없어 눈치 보며 하품만 연신 해대고 있었다.

그때 ,,,못 마시는 술을 홀짝홀짝 마셔 된 탓인지

앞에서 어떤 섬광 같은 것을 느꼈다..

“뭐지..?”

하고 앞을 주시하니..한 말쑥한 남자가 나와서 자기 소개를 하고

있었다.

그는 칠판에 ‘최민수’라고 적었다.

여기저기서 킥킥 되는 웃음이 나왔다.

이름 꼭 기억해주시고 지나가다 보면 인사 꼭 하고 밥 사달라고

해요..라며 평범한 멘트를 남긴 선배는 갑자기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지루하던 오티 자리는 금새 활기를 찾는 듯하였고

산만했던 분위기는  어느새 그 사람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압구정 길을 걷다 갑자기 후광을 느껴 뒤를 돌아보니 

장동건이 있었다는 친구의 우수개 소리를 믿게 되었다.

사람에게서 빛이라니....참....




그날 OT 이후로 학교가 가고 싶어졌다.

그날 OT 이후로 진짜 신기하게도 그때 보았던  빛이

수시로 느껴졌다.

내가 앞을 보고 있든 뒤를 보고 있든. 강의실에 있든,

그 빛을 따라 가보면 항상 말쑥하게 차려입은

그 최민수가 있었다.

여기저기 쑤시고 다닌 후 그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동아리..

아뿔사..그는 정말 생긴 것 답지 않게 불교 동아리였다.

우리 집은 가족 모두 교회를 다닌다.

불교에 대한 거부감은 없지만...

어렸을 때부터 항상 하느님을 모셔온 나로서는

불교 동아리에 들어가자니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선배와 많은 시간을 같이 있을 수 있는 길은 

동아리 밖에 없다.


그래 결심했다.


하느님한테 쬐금 죄송스럽지만.

.다 살아라고 하는 짓 아닌가.


무턱대고 싫다고 반항하는 지나를 이끌고 동아리 방을 찾았다.

선배는 없었지만  매일 월요일 정모를 한다고 하니

매주 그를 볼 수 있다.


드디어 월요일이 왔다.

안 입던 치마도 입고 립스틱에

녹색 니트에  맞춘 녹색 아이 섀도우 까지..

멋쟁이 선배와 어울릴려면 이정도 감각쯤이야..ㅎㅎ

“야 나 왜 이렇게 떨리냐.?”

“야 난 향냄새 맡을 생각 하니까 벌써부터 몽롱하다.

하튼 인생에 도움을 안 줘.“

“야, 나 선배랑 연결만 되면 크게 쏠게”

아직도 투덜데는 지나를 이끌고 동방 문을 두두렸다.

‘’어 어서들 와라..“

반기는 선배과 신입생들 사이에서 연신 두리번 거리며 선배의

모습을 찾았지만. .. 없었다..

왠일이니..

###가 어쩌고 @@@가 말씀하시기를...

한 20분 듣고 있으니 슬슬 잠이 왔다.

옆을 보니 향내에 취했는지 지나는 아예 엎드려 자고 있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무거워...지네...했는데 잤나 보다..

잠결에 옆에 빈 자리에 누가 앉는 느낌이 들고

나를 쳐다 보는 것 같고 약간 웃는 것 같기도 하고 ..


일어나야할 것 같은 분위기라  실눈을 뜨고 살피니

오른쪽 지나는 아직 자고 있고 ..

앞 쪽 설교는 막바지 이르고 있는 듯 하고

왼쪽 ....OH! mY god ,,! 최민수다 ...

뭐야 ...어떡하지...왜 하필 이럴 때 그가 내 옆에 있는걸까..

언제부터 있은 거지...

그냥 쓰러진 척 하고 계속 엎드려 있을려다 ..실 일어났다.

홀깃 본 뒤쪽의 선배님들의 눈도 곱지 않다.


설교가 끝나고 뒷풀이 시간...

딴 신입생들은 정말 불교에 조예가 깊은 듯...

이것저것 질문도 하고 진지한 이야기도 했다.

그 선배는 정말 똑똑하고 지적이게 보였다.

나도 한 마디라도 거들고 싶었지만..이것 참..뭐 아는게 있어야지..

지나랑 구석에 처박혀 있었더니

한 천사같은 여자 선배가 말을 걸어 준다..

“한솔이랑 ,지나라고 했지....불교는 처음이라했으니 좀 지루했지..?”

“네..”

일단 주위 시선을 끌기 위해 풀죽은 듯 말을 던진 후..

“원래 교회 다니다가 불교의 매력에 빠져 큰 결심했는데

아직 어렵네요..선배님들이 잘 부탁합니다.“

며 종교인들의 관용정신에 호소를 했다.

그때 느닷없이 최민수 선배가 내 쪽을 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근데 눈은 한 대  맞었냐? 퍼렇다.”

좌중은 다 웃음바다가 터졌다.


모임을 파하고 버스 맨 뒷 자석에 몸을 기댔다.

최민수 생각을 했다..

내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의 눈화장을 무안 준 그를 원망했냐고 ?

천만에 ‘이런 이런 선배는 정말..유머러스하군

        역시 내가 사람을 잘 본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