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가 끌리는 이유 (6) 관심도 때론 독이다.

瓚禧200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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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가 끌리는 이유

 

 

 

 


(6) 관심도 때론 독이다.




우신은 계속 말이 없었다. 핸드폰만 꽈악 쥐고 있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10분째였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간간히 애원조로 말하는 한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부탁하마. 이럴 때 아니면 얼굴 보기도 힘들잖니.]



한경의 말에 우신은 문뜩 ‘그 사람과 전 남이지 않습니까?’ 라고 한경에게 대들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 말을 밖으로 내 뱉지는 않았다. 유치하게 굴고 싶지는 않았다. 어린애처럼 굴기 싫었다.



“싫습니다.”

[내가 이렇게 부탁해도 안 되겠니?]

“갈 명분이 없습니다.”

[왜 명분이 없다고 하니. 넌 ..........]




한경은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우신은 그런 한경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안타깝기 보다는 벌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자신이 점점 독기 밖에 남지 않은 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그 탓을 우신은 어머니인 한경에게 돌렸다. 자신이 독해지면 독해질수록 그런 자신에게 미워지면 미워질수록 그 건 한경 때문이라고 돌리고 있었다. 명분이 없었다. 그의 생일에 자신이 참석할 명분이 없었다. 새아버지인 갑진과 자신은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 아니던가? 호적상에도 그는 동거인으로 되어있을 뿐이었다. 우신은 ‘기다리마.’ 라고 말하는 한경의 말을 뒤로하고 전화를 끊었다. 매년 이런 식이었다. 항상 이렇게 되어버리는 일은 어머니인 한경이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한경이 그러면 그럴수록 우신의 마음속에는 미움만 쌓여가는 것을 모르는 건가? 우신은 답답함에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의 생일 때 마다 우신은 아버지가 그리웠다. 숨을 헐떡이면서도 우신 앞에서는 강한 모습을 보이려 했던 그의 아버지가 그리웠다. 우신은 아팠다. 속으로 고름이 터지고 핏물이 나도 우신은 이를 꽉 깨물고 참았다. 씁쓸했다. 어머니에게 매번 모질게 돌아서는 것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기엔 자신의 상처가 너무 컸다.



채련은 한경이 전화를 받고는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았다. 집중이 안됐다. 공부를 해야 했지만, 그보다 한경의 가슴 아픈 목소리가 더 귓가에 와 닿았다. 채련은 방과 후 근처 제과점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예쁘게 장식된 생크림 케이크를 하나 사들고 우신의 집으로 향했다.



우신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면 지금쯤 채련의 학교가 파했을 시간이었다. 우신은 황급히 재킷을 집어 들었다. 처음으로 그녀를 기다릴 생각이었다. 조금 이른 감이 있기는 하지만 매일 자신을 기다려준 채련을 기다리고 싶어진 우신이었다. 우신은 발걸음을 재촉해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우신은 팔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 역시나 채련은 없었다. 우신은 집에 들어가지 않고, 채련이 항상 주저앉아 자신을 기다리던 그 자리에 채련처럼 쪼그려 앉았다. 서늘함이 스며들었다.



“이렇게 추운 곳에서 그동안 기다린 건가?”



채련의 얇은 교복 재킷이 떠올랐다. 우신이 잠시 그러고 있는 동안 작은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우신은 반사적으로 모퉁이를 바라보았다. 채련이었다. 채련은 우신이 있을 줄 몰랐다는 듯 눈을 똥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정말인지 감정을 숨기는 일이라고는 전혀 소질이 없는 아이였다. 우신은 자리를 툴툴 털고 일어났다. 채련은 어느 순간인가 우신의 앞에 턱 하니 와버렸다. 정말 빠른속도였다.



“축지법이라도 마스터 한건가?”

“무슨 뜻이예요?”

“너무 빨리 내 앞에 서 있어서 한 말이야. 농담이라고.”



우신은 갑자기 너무 진지해져 버리는 채련의 머리를 아프지 않게 쥐어박았다. 그런 우신의 모습이 싫지만은 않은지 채련은 빙긋 웃었다. 우신이 채련이 들고 있던 케이크 상자를 보며 채련에게 말했다.



“오늘은 쪼그리고 앉아서 케이크라도 먹자는 건가?”



우신의 말에 채련이 우신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오늘 아버님 생신이라는 이야기 들었어요. 우리 같이 가요.”



채련이 웃으며 우신의 팔에 자신의 손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지금 뭐라고 한거야?”

“아버님 생신이라면서요.”

“아버님?”

“...........”
“내게 아버지는 한분이야. 그리고 그 분은 돌아가신지 오래야. 그런데 넌 누구를 뜻하는 거지?”




차가운 말투였다. 채련은 순간 실수를 한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이미 말은 밖으로 내 뱉어져버린 후였다. 주어 담으려 해도 담을 수 없을 만큼 너무 많은 말을 했음을 떠올렸다. 우신은 탁 소리가 날 정도로 힘을 주어 채련의 팔을 떼어버렸다. 당황해 하는 채련을 냉정히 돌아서서 말했다.



“이만가는 게 좋겠다.”



소름끼치도록 섬뜩한 기운이 도는 말투였다. 채련은 순간, 우신의 변한 모습이 지금 이 순간이라는 것을 느꼈다. 당혹감과 어찌 해야 할지 모르는 감정들이 한순간에 채련을 휘감고 지나갔다. 들어가려는 우신을 채련이 애써 잡으며 말했다.




“선급하게 행동한 것은 인정해요. 하지만 이렇게 가버리면......”

“선급? 나에 대해 안다고 자만한 것은 아니고?”



우신은 전혀 다른 사람 같이 채련을 조롱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채련은 그가 밉기보다는 얼마나 큰 상처였기에 이 사람이 이토록 아파하는 것일까? 그가 안타까워 보였다.




“그래요. 인정해요. 아저씨에 대해 알고 싶고, 알고 싶었어요. 자만한 것이라면, 이게 자만한 것이라면 그것도 인정할게요.”




채련은 그가 또 화를 내기 전 자신의 본심을 말해야 겠다는 생각에 폭포수 같이 말을 쏟아내었다. 그는 어른이었다. 자신 보다  훨씬 많은 세상을 보고 경험한 그였다. 그가 자신의 진심을 못 알아 볼리 없다고 채련은 확신했다. 그녀의 진심이 통했을까? 우신은 아까보다는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관심도 지나치면 독이야.”




우신은 그 말 한마디만을 남겨둔 채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가 들어간 현관문이 두께만큼이나 그와 자신 사이의 벽이 느껴지는 채련이었다. 그를 잡아봤자, 지금은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채련은 한동안 그가 사라져 버린 현관문만을 쳐다보았다. 집으로 돌아와 따스한 물에 샤워를 하면서도 우신에게서 받은 그 씁쓰름한 감정은 도통 풀릴 줄을 몰랐다. 아마도 우신이 걱정되어 그러리라. 채련은 침대 모서리에 앉아 아까 우신이 한 말을 떠올렸다.




[관심도 지나치면 독이야.]




도대체 어떻게 해야 적당한 관심이란 말인가? 자신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과제와도 같은 것이었다. 우신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조급했다고 채련은 뒤 늦은 후회를 했다.


우신은 불빛 하나 없는 방안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고개를 한껏 숙여 몸을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아들! 남자는 어느 때고 당당해야 하는 법이야. 물론 자기 여자 앞에서는 예외지만 말이야.]


 

어머니인 한경과 부부싸움을 했던 날, 아버지는 아들인 자신을 향해 웃으며 말했었다. 그 모습이 참 멋져 보여 우신은 항상 아버지처럼 살겠노라 되새겼었다. 새삼 아버지의 음성이 귓가에 선했다. 우신은 외로워 졌다. 언제나 혼자였다. 어머니인 한경이 있어도 아버지가 떠난 그 순간부터 그는 혼자였다. 지독한 외로움에 죽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그를 한경은, 어머니인 한경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더 그를 치 떨리게 만들었다.



“사랑이고, 뭐고 영원한 것은 없어.”



우신은 낮게 중얼거렸다. 한때는 사랑이 영원하다고 믿었다. 하나의 사랑이면 죽을 때 까지 행복 할 것이다, 라고 믿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리 사랑했다고 믿었던, 자신의 표본이었던 부모님을 보며 우신은 느꼈다. 영원한 것은 없다고. 죽을 날을 받아두고 태연했던 아버지였다. 자신의 앞에서 눈물이라고는 보인 적 없는 강한 분이셨다. 하지만, 그날. 어머니와 아버지의 다툼소리를 병실 문 뒤에서 들으며 우신은 한경을 증오했다.



[당신이 무슨 상관이예요! 당신은, 당신은 무책임한 남자야! 흑]



하이 톤의 엄마의 목소리에 우신은 걸음을 멈추었다.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에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다. 어머니의 흐느낌 뒤에 아버지의 목소리가 낮게 들렸다.



[그래서 그 사람을 만난건가?]

[이제 와서 관심인가요? 그렇게 발버둥 칠 때는 날 쳐다보지도 않았으면서 이제 와서 관심인가요?]

[난 당신에게 소홀했던 적이 없었어!]

 [당신은 항상 그런 식이야. 그런 식으로 나만 나쁜 여자를 만들어 버려! 차가운 구석으로 날 내몰 때는 언제고........이제 와서…….이제 와서…….]




그 말을 뒤로 한 채 어머니는 병실을 뛰어 나갔다. 한경이 나간 뒤 병실에는 낮으면서도 굵은 아버지의 울음만이 스며들었다. 우신은 인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경의 외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지만, 언젠가 한경이 재혼을 한다면 그의 아버지가 겪은 아픔을 고스란히 돌려주리라 다짐했던 그였다.


우신은 복받쳐 오르는 설움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볼을 타고 따스한 눈물이 흘렀다. 오랜만에 흘려보는 눈물이었다.



“나도 이젠 힘들고 치쳐. 누군갈 미워하고 증오한다는 게 나도 힘들어. 나도 …….그만 하고 싶어. 하지만 멈출 수 없어.......”


 

우신은 고통스러웠다. 멈추지 못하는 자신이 미웠다. 그런 자신이 채련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고통스러웠다. 우신은 바랬다. 멈추지 않는 자신을 제발, 그 누구라도 그치게 해 주길…….그 누군가가 채련이길…….우신은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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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었죠? 그래도 이쁘게 봐주세요. 오늘은 너무 춥더라구요. 이가 덜덜 떨릴정도로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