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23-

여시녀2005.02.24
조회487

  이야~~눈이 조금 내리더니..비로 바뀌었네요..정말 센티멘탈 해지는 목요일입니다.

일주일 마물 잘하시구여..자주 찾아뵐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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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도서관입구에서의 마주침 이후 영화 동아리 선배는 끈질기게 나를 찾아다녔다.

왜 그러는지 알수 없었지만..나는 괜히 기분이 나빠져.....그 선배를 피해 도망다녀야만 했다.


“왜그래? 왜 진서는 나만 보면 피하지?”


아~또다..저 느끼한 웃음..리마리오는 귀엽기만 한데..

저사람은 내가 못 먹는 버터를 2통은 먹은듯한 역겨움이니..어찌된거야?


“피하긴요..제가 뭘요...지금 좀 바빠서요..그럼 이만..”


“잠깐만..채임이 정말 어딨는지 몰라?”


“네..저도 연락 안된지 오래됐어요..”


“지금 시간좀 내줘...꼭 할말이 있어.”


“저 지금 시간 없는데요..”


“그럼 마치고 보자..기다리고 있을께..”


막무가내로 학교앞 호프집에서 기다리겠단 말만 하고는 가버린다.

저런 똥고집...별루다...

수업이 끝나고..도서관에서 책이라도 읽을 생각이었던 나는 영화 동아리 애들이 한무더기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쓸쓸히 발걸음을 돌렸다.

괜히 나중에라도 내가 자신을 따돌리기 위해..아니면 기다림에 지쳐 가버리는걸 기대해

헛된 시간을 보내게 했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어쩌지?’


한참을 생각한 끝에 도착한 곳은...바로 그 호프집이었다.


딸랑 거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나는 잠시 그 산장을 생각해냈지만..

곧 나를 훅 하고 덮쳐오는 담배 연기에 나도 모르게..인상을 찌푸리며...

안으로 들어섰다...제일 구석 어둑한 곳에 그가 혼자 앉아서 맥주를 몇병째 비워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순간..이곳에 온 것이 후회가 되었다.


가까이 다가가니...게슴츠레한 그 눈을 들어서는 나를 확인하자...


“오~이제서야 오셨나? 역시 채임이 친구는 틀리군...1~2시간 기다리게 하는건 기본이고...

넌 4시간이나 나를 기다리게 하는구나..”


얼핏 듣기에도 많이 취한 듯 보였다.


“많이 취하셨네요...일어나시죠?”


“왜? 나 너 안잡아먹어..물론 이 건물도 안 무너지고..언능 이리와서 앉아봐..”


내 손목을 부여잡는 그의 손길에 온 몸에 소름이 확 돋았다.

“왜 이래요?”


“왜 이렇게 뻣뻣한거야?앉으라자나?”


털썩 내가 맞은 편에 주저앉자 그가 내 앞에 놓인 빈잔에 맥주를 따르며

비릿한 웃음을 날렸다.


“내가 말이야...채임이를 보려고 말이야..조교 쎔까지 꼬셔가면서 말이야..

음 집을 알아냈는데..말이야...걔가 안보인단 말이야...어디 갔을까?”


“그걸 왜저한테 물어보세요?”


“넌 제일 친한 친구자나...어디 잘 가는지 알거 아냐?”


“글쎄요...전 아직 채임이 집도 잘 몰라요...그리고 설사 그걸 안다고 해도

왜 선배가 채임이에 대해서 그렇게 집착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채임이와 어떤 연관이 있으신 것도 아니면서...

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일어나보겠습니다.”


내가 주섬주섬 책이며 가방을 챙겨 일어나려고 했다...


“앉아...앉아있으란 말이야...요즘 계집애들은 왜 이렇게 시건방진거야?”


버럭 소리를 지르는 그 때문에 주위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날아들었다.

물론 구석진 곳이라서...잘 보이진 않았겠지만..내 얼굴은 붉어져갔다.


“너나 그 년이나 똑같아...아쒸..정말...싸가지 없는 것들..

왜 나를 물로 보냐 이거야..왜 우습게 보냐고...너도 함 당해볼래? 어?”


술에 취한 그의 횡설 수설..정말 더 듣고 싶지 않았지만...일어서면 무슨 봉변을 당할지..

한심한 상황이 아닐수 없었다.

이런 곳을 내 발로 걸어오다니..발등을 포크로 찍어버리고 싶었다.


“도대체...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에요?”


“나...오늘 외롭거든..심심하거든...채임이 년이 안 만나주고..안 오니까..

친구인 너라도 대신 놀아달라 이말이야..”


어느 순간..그 느끼쟁이는 내 옆자리로 자릴 옮겨 앉았다.


벽과 그 느끼쟁이 사이에 껴버린 나는 순간 숨이 답답해져옴을 느꼈다.


“정말 왜이래요? 저리 비키지 못해요?”


“어휴..요 앙칼....그래..그런 앙탈이 좋아...그 년도..첨엔 그렇게 앙탈을 부렸지..하지만 곧

나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을 거야.”


이게 무슨 소린가?


어느 순간 그의 문어다리같은 징그러운 손가락이 내 허벅지 위를 스물스물 기어다니고 있었다.


너무 놀란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려고 하는데...다른 한손이 내 입을 막고서는 벽으로 바짝

밀어 붙이는 것이 아닌가?

음악은 쿵쾅거리며 귓전을 때리고 등뒤로 느껴지는 호프집의 차가운 벽돌 느낌에 치가 떨렸다.

한손으론 내 입을 막고..다른 한손으론 내 허벅지와 가슴사이를 오가는 그의 손을...

나이프로 잘라버리고 싶었다.


“욱욱...으으윽...”


“조용히해..여기서 개망신 당하고 싶지 않으면.....나도 내가 무슨 짓 할지 몰라..”


방금 전까지 저 두꺼운 안경너머로...흐물흐물 거리던 눈빛이..갑자기...먹이감을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지저분하지만 맹렬하게 빛나는 것이 보였다.


이런 제길...이렇게 사람 많고 시끄러운 호프집 안에서...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경운가?

버둥대는 내가 귀찮다는 듯이...더욱 입을 막은 손에 힘을 주더니..

아예 숨을 못 쉴정도로 밀어부쳐놓았다..

하지만 그런 사이에도..기름이 번뜩거리는 시꺼무리 죽죽한 입술을 목에다 갖다 대고는 마구 비벼대기 시작하고 그 너저분한 손은 가슴을 터뜨릴 듯이 마구 주물어대다가 성에 차지 않는지

입고잇는 티속으로 손을 쑤욱 집어넣는 것이 아닌가?


이건 정말 치욕이다..모욕이다..참을수가 없었다.

정말 있는 힘껏 온몸을 벽쪽으로 바짝 붙였다가 반동을 이용해서 그를 밀어뜨렸다.

절대 움직일 것 같지 않던 사람이 ‘쿵’ 소리를 내며 의자에서 굴러떨어졌다.


“아야야..”


“이런 미친 변태 자식..”


온 몸에 힘이 쭈욱 빠져나가는 느낌이었지만...있는 힘을 다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무슨 일이야?”

“몰라..싸우나봐..”


웅성거리는 사람들...하지만 그 누구하나..그 조그만 테이블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다.


이런 냉혹한 현실에 몸서리가 쳐지고. 곧바로 다가온 택시에 뛰어들 듯이 타고서는 집으로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