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림 하나 설탕 둘- (1) 다방커피&원두커피

아랑200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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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림 하나 설탕 둘 - (1)다방커피&원두커피

 

 

 

오해를 받는 다는 건 참 힘들다고 민지는 생각했다.

오후의 햇살이 그녀의 희고 넓은 이마 위로 드리워 질무렵 한통의 전화가 그녀를 그 오해 속으로 몰아 넣었다.

 

"전주에 있는 삼촌 집에 내려가 있거라"

"네? 왜 갑자기..."

"그럼 네 아버지 화를 그대로 받아 들이 샘이냐?"

"어머니....  하지만 전 그러고 싶지 않아요. 아직 학기도 마치치 않았는데.... 곳 취업...  여보세요? 여보세요?"

 

상대방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먼저 수화기를 내려 놓았는지 연신 전화기의 뚜뚜 거리는 음만 들린다.

 

민지의 엄마는 그녀가 5살 되는 무렵 돌아 가셨다.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돌아 가셨다. 그뒤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어느날 그녀의 계모랍시고 지금의 차갑기 그지 없는 장성경이 떡하니 안방을 차지 했다. 그뒤로 부터 5살 민지는 천진한 웃음을 겉어 내고 계모와 그녀의 아버지 눈치만 보며 20년을 지냈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왜 하필 전주 그것도 무시 무시한 할아버지가 계시는 곳으로 그녀를 보내는지 알수 가 없다.

 

민지의 생모는 전주에서 알아주는 터줏 대감집 외동딸이였다. 삼촌만 셋인 집에 막내로 태어난 엄마는 그야말로 금이야 옥이야 말도 못할 정성속에 커왔다. 지금의 아버지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누구도 부러울 것이 없는 그런 여자 였다. 할아버지의 반대로 유학도 가지 않고 지금의 아버지와 결혼을 해 아직까지도 할아버지의 미움을 톡톡히 받고 있는 분이 아버지이시다.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과 갑작스런 재혼으로 두집은 더이상 나쁠수도 없이 앙숙처럼 변했고, 근 20년을 연락한번 하지 않고 지냈다. 민지의 엄마가 돌아가신 그날도 할아버지는 엄마의 빈소를 찾아와 그녀의 아버지의 멱살을 잡으시며 끝내 호통을 치시고 차가운 눈으로 울고 있는 민지를 바라보시더니 휭하니 가버리셨다.  민지는 아직도 그때의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여 전주에 내려간다는 것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

 

민지는 기울기 시작한 오후의 햇살을 살짝 찡그리며 올려다 본 후 다시 전화를 걸었다.

 

뚜루~ 뚜루~  뚜루~

 

"여보세요."

 

"아줌마,  전 민지예요."

 

"어 그래 왜?"

 

"어머니 계세요? "

 

"사모님은 나가셨는데...  저기 그런데 민지야 지금 손님이 와 계셔 민지를 기다리고 있는데.."

 

"네? 손님요?  누구예요?"

 

자신을 찾는 손님이 대체 누구인지 몹시 궁금했다. 

 

"저 그게 전주에서 오신분 같은데..  바꿔 줄께.."

 

"여보....."

 

"안들어 오고 뭐합니까? 시간 없으니까 차라리 내가 나가죠."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무례하게 그녀를 채근했다. 그덕에 자신도 모르게 민지가 서있는 장소를 선뜻 말해 주었다.

30여분이 지나고서야 민지가 말한 법원앞 커피숍으로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1시간은 족히 걸릴 거라 여긴 민지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남자가 정말 자신을 찾아온 사람이 맞는지 황당하게 바라 보았다.

 

"그만좀 보고 어서 일어 나요. 시간 없으니까."

 

"네?  아니 저 그것 보다 왜 절 찾아 오셨죠?"

 

키가 큰 그가 우둑커니 서서 그녀의 엉뚱한 질문에 오히려 답답해 하는 모습으로 한참을 망설이더니 결국 그녀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그녀 앞의  다식어 버린 커피를 들고 마셔 버린다.

 

"저  그건 내껀데... 내가 마신 거라구요.."

 

민지는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그래서 먹지도 않고 있는 차를 내가 마신게 불만인가? 어차피 먹지도 않을 꺼면서"

 

"어?  어....  하여튼 그건 남이 먹던거라구요."

 

준후는 다소 격양된 목소리의 그녀가 맘에 들기 시작했다.

 

"훗.....  하하하하  순진하긴 여전하군."

 

"네?  여전하다니..  절 아세요?"

 

"안다?  글쎄 안다기 보단 예전에  본적이 있었지.  자 그럼 우선 일어 나지 바쁜일이 겹쳐서 말이야."

 

그는 일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는 그녀의 팔꿈치를 받쳐들고 스스럼 없이 일으켜 세웠다.

 

"이봐요. 난 아직 댁이 누군지도 모른다구요. 그런데 어딜 자꾸 대려 가려는 거죠?"

 

"아~  알아 날 모르는게 당연하지 그리고 오늘 아침 장성경 너의 계모께서 직접 말한다고 했는데 못들었을리 없잖아?"

 

"네?  뭐라구요?  그럼 진짜 절 전주에 데려갈 작정인가요?  안돼요!!! 절대!!"

 

그녀의 흥분한 목소리에 잠시 주춤 하던 그는 살짝 미소 짓더니 이내 고무적인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알아,  하루아침에 쫓겨 나는 심정 나도 그심정 잘알지 하지만 내려가서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좀 달라 질거야 그리고 직장 문제라면 걱정 없어 벌써 전출 신고 하고 왔으니까 자 그럼 된거지?"

 

"아  아뇨,  아직 난 이댈 갈수 없다구요. "

 

그녀의 이대로란 말에 그가 약간 오해를 한 모양이다.

 

"왜? 애인을 만나야 하는 그런 문제라도 남았나?  내가 알기론 남자친구는 그림자도 없는 줄 아는데..."

 

그녀가 말한 이대로는 그녀의 소지품을 가져가야 한다는 이야기였는데 이남자는 자신의 계모나 아버지처럼 멋대로 생각하고 오해 하고 있다. 아무렴 어때 전주만 가지 않은면 되는거 아닌가?

 

"아니 당신이 내 사생활까지 다 알필요 있나요. 난 엄연히  .......  있다구요."

 

거짓말을 하려니 입이 마르고, 두근 거린다.

 

"뭐?!!"

 

어라 이남자가 놀라고 있네? 왜 난 남자도 있으면 안돼냐?

 

매일 매일은 아니더라도 준후는 그녀를 지켜보았다. 아니 눈여겨 보았다. 지난 7년동안을 그런데 그녀에게 남자라니 당치도 않다.  그녀의 가느다란 분홍빛 입술이 바짝 마른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유일한 증거이다.

 

"뭐가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그가 다시 의자에 앉아 양복 안주머니의 담배를 입에 물었다. 약간 화가난 것 같은 모습이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저 그러니까 있다구요. 그거 남  남자..가.."

 

"그래서  못가겠다.?  하~  이 아가씨 안돼겠네  난 하여튼 어르신 부탁으로 당신 데려가야 하니까 어서 일어 나요. 더이상 당신때문에 내 소중한 시간 낭비 하고 싶지 않으니까. 지금가도 늦게 도착할거 같아"

 

담배를 몇모금 빨더니 비벼끄곤 다시 그가 그녀의팔꿈치를 잡고,  커피숍을 나섰다.

 

"저기 집에 가서 짐도 가져와야 하고....."

 

"타,  짐은 내가 다 챙겨 왔으니까,  당신 어머니라는 사람이 짐을 알뜰히도 챙겨 놨더군 자 이제 된건가?  참 애인은 나중에 전화로 이야기 해요.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있다구요. 하~  진짜 있어요!!"

 

차안에 얌전하게 있던 그녀가 빽 하고 소릴 질렀다. 준후는 너무 놀라 그녀를 빼꼼히 바라 보았다. 여려 보이던 그녀의 입에서 어떻게 저런 소리가 나온건지 놀라웠다.

 

"그래 그래 있어. 그럼 나중에 소개나 좀 해주지 그래 자 그럼 지금부터 전주로 갑니다. 아가씨"

 

힘찬 엔진 소리와 함께 그의 스포츠카가 출발을 했다.  파란색의 산뜻한 그의 차는 생각보다 아늑했다. 이생각 저생각으로 한참을 고민하던 민지는 언제 잠이 들었는지 인기척에 눈을 떠보니 그가 눈앞에 있었다.

 

"헛,   뭐  뭐예요?"

 

"하~  나이거야 원 자는 사람한테 옷좀 덮어 준게 잘못인가?  "

 

"여  여기....  어디죠? 아직 전주 아니예요?"

 

"참 우물에서 냉수 찾겠네....   출발한지 고작 1시간밖에 안됐어 적어도 3시간은 더 가야 될껄 눈이 안온다면 말이야.  참 뭐좀 먹을래?  난 커피 마실껀데..."

 

"네....  저도 커피주세요.."

 

잠시 자릴 비운 그의 차안을 둘러 보았다. 역시 그처럼 깔끔했다.  이리 저리 뒤적이던 그녀는 낯익은 사진 하나를 발견했다. 작은 악세사리에 끼워진 앙증맞은 여자아이의 사진이였다.

 

'조카가보내..  참 자상도 하지...'

 

그가 돌아 오는 소리에 얼른 제자리로 돌아와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가 건내준 커피는 원두 커피였다.  민지의 취향과는 거리가 먼 그녀는 다방커피를 선호 했다. 설탕와 프림을 넣어 먹는 고전적 스타일을 좋아 했다.

 

"왜?  먹기 싫어 아까 보니까 다방커피 좋아 하는것 같던데 이것도 먹어봐 괞찮으니까.."

 

그가 쥐어준 따뜻한 커피가 차안가득 향을 날렸다. 머뭇 거리던 민지는 그가 내민 호두과자를 입에 물고 목마름에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정말 향 만큼이나 새로운 맛이였다.

 

"음...  이거  좋은데요?"

 

"그러게,  그런데 넌 요즘 여자차럼 다이어트엔 관심없는거야?  하긴~"

 

그는 얼굴을 져치면서 까지 그녀의 얼굴과 몸을 빠르게 훗고 지나 갔다. 그의 그런 행동때문에 그녀의 얼굴이 후끈 달아 오른것 처럼 빨개졌다.

 

"뭐  뭐가요...  전 그냥 다방커피가 좋아요. 달콤한게.."

 

"그러게  그런거 같더라..  자~  이제 좀 쉬었으니 또 출발해 볼까?"

 

뭐가 그리 신이 난건지 그는 연신 음음음 거리며 차를 출발 시켰다. 해가 뉘였뉘였지다 못해 약간 어둑해진 것 같았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전주의 하늘은 찬바람에 어얼 붙어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