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림 하나 설탕 둘 - (3) 불청객

아랑2005.02.25
조회2,204

프림 하나 설탕 둘 - (3) 불청객

 

 

 

그가 방문 앞에서 서성이는 소리에 움츠러 들던 맘이 그가 다시 들어가는 소리에 안도하여 숨을 몰아 쉬었다.

 

"휴~  들키는줄 알았네  하여튼 난 너무 완전 범재를 잘한다니까..."

 

들킨줄도 모르고 여전히 자신의 자만에 빠져 낯선방을 둘러 보기 시작했다. 강검사가 묵고 있는 방과 흡사한 위치에 침대며책상이 놓여 있었고, 단지 색깔만 틀린 하얀 색의 검은 줄무늬의 간소한 싱글장농만이 놓여져 있었다.

 

' 음 그사람 껀 무슨색이더라?  황색 회색  아무튼 좀 다르군..'

 

아파트 창문 보다 좀 작은 창문이 보여 밖을 내다 보았다. 눈이 많이 내렸다. 전주로 내려오던 내내 내리던 눈이 아직도 내리고 있었다. 아마도 내일 아침이면 꿈처럼 깨어나 없었던 일로 만들어 줄수 있듯이 눈이 하염없이 내렸다.

 

 

 

밝은 빛이 그녀의 방을 비추었다.

 

"어머?  몇시지  학교가야 하는데."

 

무심히 시계를 보던 그녀는 자신의 방이 사뭇 다르단걸 알고는 어리둥절한 모습이였으나 이내 여긴 서울 자신의 호젓한 방이 아니라 전주의 낯선 방임을 알고 도로 침대로 누워 버렸다.

 

똑똑----

 

"아직도 자나?"

 

강검사가 나직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아침임을 말해주듯 약간 쉬어 있었다.

 

"아  아니에요. "

 

"그럼 나 들어가도 돼지?"

 

갑자기 그녀의 방에 들어오려는 서슴없는  그의 행동을 말릴 방법은 하나

 

"아 안돼요!!  저 옷입어요.  "

 

"........  풋,   알았어 그럼 밥먹으러 나오라구 안채로"

 

"네..  네.... 먼저가세요."

 

"............."

 

벌써 간건지 아님 못들은건지 그는 더이상 아무 소리도 없이 조용했다.

 

그가 갔으려니 생각하고,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난 민지는 침대를 정리한뒤  가벼운 옷으로 갈아 입었다. 눈이 내려서 그런지 약간은 포근한 날씨가 왠지 그녀의 기분을 그나마 업시켜 주었다.

 

막 방문을 열고 나서려던 그녀는 문옆의 기둥에 기대어 있던 강검사를 놀란 눈으로 바라 보았다.

 

"어머?  아직 안갔어요?"

 

"뭐야,  고작 기다려준 사람한테 너무 섭섭한데?  그만 가지 모두들 기다리실 꺼야"

 

이남자는 할줄 아는 말이 '모두들 기다리실 꺼야' 밖에 없나 보다. 하나도 안 멋있구만....

 

그의 뒤를 쫄래 쫄래 따라 가던 민지는 그가 갑자기 방향을 트는 바람에 그의 어깨에 얼굴을 부닥치고 말았다.

 

"아야...  아이  왜 갑자기 서고 그래요?"

 

"너무 조용해서 오긴 오나 확인 하려고 하하하  아프겠다.  어디 호~"

 

그는 정말 지나치게 다정하다 싶피 그녀에게 친근하게 대해 주었다.

 

"됐어요. 가요."

 

서슴없는 그의 다정한 행동에 그만 당황해서  길을 먼저 재촉했다. 가까운 안채가 멀게만 느껴 졌다.

 

"삼촌 안녕히 주무셨어요.  할 아버지도 안녕히 주무셨지요?"

 

"어째 할애비는 안녕못했음 하는 표정이냐?"

 

할아버지의 말에 그녀도 무안해 질려고 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맞장구를 쳤다.

 

"설마요. 할아버지는 너무 건강하시잖아요.."

 

"아휴~  말뽄세 하고는 니 새엄마가 그리 가르쳤니?"

 

삼촌 옆에 있던 둘째 숙모가 목소리를 높여 그녀에게 나무랬다.

 

"시끄럽구나. 어서 밥이나 가져와 쟤얼굴이 저게 모냐 살좀 찌게 먹는 거 좀 신경쓰거라  애미네가"

 

"네?  네  죄송합니다. 아버님"

 

역시 최강의 파워 할아버지시다. 

 

"강검사는 몇일날 올라 가누~"

 

식사도중 작은 숙모가 강검사에게 살살 녹는 목소리로 물어 왔다.

 

"네?  아 전 당분간 여기서 일을 보기로 했습니다."

 

"아직 말 안했냐? 아범   강검사 전출 낸거    애미야 앞으로 여기서 강검사 지낼거다

그러니 니가 힘들겠지만 신경좀 잘 써줘"

 

"네 아버님, 이제는 아버님이 안심심 하시겠어요. 그이도요. 안그래요 여보"

 

선한 웃음의 큰숙모가 오히려 반긴다는 표정을 지어 주었다.

 

"민지도 많이 먹어라"

 

"네?  네 감사 합니다. 숙모"

 

"......^^**"

 

식사가 끝난 후 숙모의 말류에도 불구하고 설거지를 도맡아 해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좋아 하신다는 모과차와 한과를 들고 남자들이 모여 있는 할아버지의 안방으로 들어갔다.

 

똑똑.. 

 

"할아버지 차 가져 왔습니다."

 

민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강검사가 문을 열고 그녀가 들고온 쟁반을 받아 쥐었다.

 

"괜찮은데...  고마워요 강검사님"

 

"...........??  뭐 별로.."

 

'뭐야 사람 무안하게 고맙단말이 틀렸나 ?'

 

고맙다고 한 그녀의 인사를 무안할 정도로 무시하며 그가 인상을 그엇다.

 

"이리와 안거라  넌 바둑둘줄 아느냐?"

 

"네?  아네 조금요."

 

할아버지 앞으로 모과차를 놓아 두며 조용히 응답했다.

 

"허~ 그래 그럼 강검사랑 한번 두어봐"

 

모처럼 기분이 좋아 보이시는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자신의 자리까지 양보하며 강검사와 바둑을 둘것을 요구 했다.  사실 급은 조금 있지만 초보 수준에 불과한 그녀가 강검사를 이길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할아버지와의 모처럼 좋은 하루를 망칠수 없다는 생각에 할아버지가 물러난 자리를 대신 앉아 심사 숙고 하며 바둑을 두었다.  1시간 가량이 지났을까..  결국 그녀가 어거지로 이긴것 같았다.

 

"우리 민지가 대단 합니다. 아버지 바둑을 다 두다니 철민이 녀석도 못하는 걸.  하하하하"

 

"그러게  니 누이도 곧잘 두더니만.......... "

 

할아버지는 눈에 고이는 눈물을 피하듯 고개를 돌리셨다.

 

"대단해 언제 바둑은 배운거지?"

 

"핏,  그냥 저준거면서  왜그래요 사람 무안 하게.."

 

"하하  맞아 강검사 너무 쉽게 수를 물린거 아니야?"

 

"하하하 그런가요. 이건 순전히 민지의 실력인데요? 하하하"

 

"........  실력은 ...  참 할아버지 저 오늘 서울 다시 가면 안돼요?"

 

한참 분위기좋았는데 민지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었는 발언을 해버려서 할아버지 이마에 주름을 만들어 버렸다.

 

"그만 나가 보거라 좀 쉬어야 겠다."

 

더이상 말하지도 묻지도 말라는 무언의 암시 속에 그녀는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돌아 왔다. 잠시뒤 그녀의 방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그런소릴 꼭 이럴때 해야되?"

 

그가 또 나무라고 있다. 

 

"누군 하고 싶어 한줄 알아요?"

 

"그럼 그 의도가 뭐야 데체"

 

"의도?  나야 말로 이집사람들이나 우리집 사람들이 나한테 하는 의도를 모르겠는데 내가 어떻게 말해요?"

 

"............  넌 아직도 모르는 거야?  그집에서 넌 더이상 필요가 없다고"

 

"네?  그게 무슨..."

 

"...  니네 아버지란 사람은 딸을 돈으로 사고 파는 그런 파렴치한이야 "

 

그의 입에서 더이상 험한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그의 빰을 힘껏 때렸다. 그의 머리가 돌아갈 정도로 힘있게 때린 모양이다.

 

"하~  좀 쎄군.  이거 어쩌지 그런데 사실이야  내말이 모두 너희 아버진...."

 

그녀는 다시 손을 올려 그를 향해 날렸으나 그의 힘있는 손길에 붙잡혀 맥없이 쓰려져 버렸다.

 

"다 신  다신 내 앞에서 우리 아버지 욕하지 마요. 그리고 난 돈에 팔려온 사람이 아니야.. 절대로...."

 

그녀는 소리 없이 울어야 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면서 ....

 

 

오후 무렵 지는 해에 반사 된 눈이 그녀의 퉁퉁 부은 눈을 아프게 했다. 오전내내 울었으니 부었을리 만무하고, 그녀를 울게한 장본인은 그림자도 안보인다.

 

앞마당을 서성이던 그녀의 뒤로 표독스런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여기서 뭐하니 이땅이 얼마나 비쌀까 측정하니?"

 

"......?  무슨 소리세요?"

 

"흥,  시침 때기는 생긴건 고모 같지만 니속에 니 아버지 핏줄이란게 고스란이 드러나는 얼굴로 참 잘도 사람들을 속이려 하는 구나..."

 

"도 대 체  무슨 말이냐구요?"

 

"정말 모르니, 넌 니 아버지가 진 빛을 대신 갚을 수 있게 외가 집에 떠맡겨 진걸 아니 팔렸다고 할수 있겠지..  어라 증말 모르나 보내 하여튼 고모부도 너무 하는군  하긴 이젠 고모부라고 부를 이유도 없지만 말이야."

 

민지는 표독스런 말말 내 맷는 작은 숙모의 어꺠를 잡고 마고 흔들며, 소리쳤다.

 

"이 거짓말 누가 그런말 믿을 까 봐요. 그리고 좀 힘들어 져서 할수 없이 날 여기로 보내신걸 가지고 너무들 하시는 군요. 정말"

 

"훗  그래 넌 그렇게 생각하는게 속편하겠지 하지만 못 믿겠으면 할아버지한테 물어 봐라 아니 강검사 한테 물어봐 아 저기 오내 저치도 양반은 못되나 부다."

 

아무것도 뭍지 않은 옷을 털며 작은 숙모가 들어가 버리자 그녀는 또다시 눈물이 흘러 버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놀란 그가 달려와 그녀를 붙잡았다.

 

"뭐야?  왜그래?"

 

"이거 놔요...  당신이랑 말하기 싫으니까.."

 

"........ 민지야.  왜그래  아까 내가 한말 취소 할께 미안해."

 

".......  뭘요?  뭘 사과 하는 거죠? 우리 아버지 모독한거 저 앞에 가시는 분도 그러더 군요

우리 아버지가 날 외가집에 팔았다고.  으흐흑흑  도대체 어떻게 된거예요!!!!!!!"

 

흐느껴우는 그녀를 달래기는 커녕 그도 그녀가 실컷 울기만을 바랬다. 그래야만 사정을 이해 아니 오해라도 하지 않을것 같았기에  한참이 지난후 그녀를 데리고 뒷산으로 올라 왔다.

 

작은 묘지가 서너게 있었다. 그중 제일 초라해 보이는 묘지가 눈에 들어 왔다. 

 

"여긴...   엄마의 묘....  그렇죠?"

 

"그래 니가 한번도 오지 못한 너희 어머니 묘야"

 

"...... 흐흑흑  엄  엄마......"

 

"니네 엄만  이런말 하면 안돼지만,   너희 아빠를 만나서 정말 억울하게 돌아 가셨어. 그리고 지금도 돈때문에 너희 아버지란 사람은 널 또 이용하는 거고, 하지만 걱정마 "

 

"난 여기서도 불청객이군요."

 

"민지야...  아니야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날 돈이나 노리는 그런 사람의 딸로 밖에는 보지 않잖아요."

 

아직도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않고 그녀는 흐느끼듯 자신을 비관했다.

 

"이리와봐."

 

"..... 시 싫어요.  놔요.."

 

"쉿~  이리와봐.. 너 이렇게 해주고 싶었어 오래전 부터......"

 

"..............오 래 전 부터?  그게 무슨."

 

더이상 그녀가 말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냥 그녀를 안고 싶었다. 7년동안 기다려온 세월에 한조각을 껴안듯 그녀를 위로하고 달래 주고 싶었다. 그래서 서슴없이 찐하지 않은 키스로 그녀를 지켜주고 싶다는 표시를 했다.  당황한 것 같은 그녀가 그를 밀어 내려고 했지만, 약간 주춤 거리던 그가 다시 키스해 왔다. 부드럽게...

 

 

"다  아무도 널 건드리지 못하게 해줄께..  이건 너랑 약속하는게 아니라 나와의 약속이야 오래전부터..  그리고 넌 불청객이 아니야...  "

 

긴 여운을 남기는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열정을 담은 그의 키스가 또 다시 시작 되었다.

 

노을진 무덤가에 한떨기 이름모를 꽃처럼 화려하지 않은 그녀를 그의 가슴에 담는 것 같다.

 

 

멀리서 이노인이 그들을 가슴 시리게 바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