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이야기 - 아무튼 대단한 우연이다. 여기서 마주치다니.. 아까 머리를 찧고나서 겨우 눈을 뜨니 눈앞에 웬 눈이 커다란 여자가 얼굴을 들이대고 괜찮냐고 소리를 지르길래 괜찮다는 뜻으로 한번 멋있게 피식 웃어줬다. 그런데 어라 이여자 오히려 머릴 다친줄 알고 막 흔들어대다니 헉~ 이봐요. 머리 울려서 더 아파요. 정말 괜찮다고 하고 일어서려고 다시 올려다봤는데 어라? 이럴수가 그녀였다! 어제부터 계속 보고싶던 그녀 근데 이거 내꼴이 이게 뭐람. 물통하나에 쓰러져서 이꼴이라니.. 어제 애써 멋지게 보인 내 이미지 구겨지는구나. 그런데 이런 상황에선 뭐라 말해야하는거지? 만나서 반가워요는 아닌것 같고 뭐에요 아프잖아요는 시비거는것 같고 나 참 전에 이런 경우가 있었어야지... 그래 씩 웃어주면서 친한척 해봐야지 이건 반응이 좋을것 같은데. 어라? 근데 반응 별로네. 내가 말을 잘못 골랐나? 이거 당황스럽구만. 너무 엄살부렸나봐 어케... - 그녀의 이야기 - 뭐? 우리 가게로 찾아와서 병원비를 청구한다고? 그래. 내가 안전사고?를 일으키긴 했지만 이 인간 너무 쫌스럽게 구는거 아냐? 가게까지 찾아올 필요는 없지 않냐고... 안그래? 지하철맨은 내가 갑자기 표정이 싸늘해지자 뻘줌했는지 지가 훌훌털고 일어났다 "하하, 농담이에요. 설마. 이런일 갖고 치료비 받는다고 가게까지 가겠어요? 그리고 저 길치에요. 방향치" 헉~ 지금 그게 농담이란다. 아까 웃는것 같긴해도 눈에다 힘을 빡 주던데.. 글구 방향친게 자랑인가? 뭐 내가 잘못한건 있지만서도 저렇게 계획적으로다가? 건수를 만들려는 사람들은 영~ 그 남자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를 챈건지, 못 챈건지 계속 실실댄다. 어제는 저 웃음이 참 맑고 순수해 보였는데 오늘 보니 너무 실실대서 그런가 좀 어벙해 보인다.. 아우, 어쩐다. 병원 문 열려면 시간이 한시간넘게 남았는데. 어쨌거나 본인이 괜찮다곤 해도 병원을 데려가야 맘이 편할텐데.. 머리를 긁적이며 고민하는 내게 세림이가 다가와 속삭인다. "이모, 병원 문 열때까지 우리 집에 있으라고 하자." "야! 너 미쳤냐 첨 본 남자를 끌어들여서 어쩌라는 거야 엉?" " 첨 본거 같진 않은데? 이모 아는 사람 같은데?" "......." "이모, 어쨌거나 날도 추운데 여기 약수터에 계속 있을수도 없고, 일단은 저 사람 병원에 델구 가야지 우리 맘이 편하지. 나중에 딴소리 하면 어떡해. 그 뭐라더라? 자해공갈단 같은거면.." "너 근데 다 좋은데. 그런 말은 대체 어디서 배웠냐. 그거 유치원생이 쓸 말이 아닌거 같은데!" " 이모, 일단은 데려가자니까 그러네. 가만 근데 병원비 많이 나옴 어카지? 아이, 모르겠다. 일단 가서 상황을 봐서 밥먹이고 대충 떼울수 있음 떼우자고. 응? 어때 어때 내생각이? " 음~ 이 녀석 언제 이런말은 다 배웠는지. 내가 일하느라 잘 못 돌봐서 그런가 별 말을 다 배웠네. 언니, 미안해. 세림이 녀석 해맑게 키워야 하는데 애 늙은이를 만들었어. 흑 ~ 뭐 어쨌거나. 여기서 계속 이러고 있는거는 좀 그렇지. 저기서 들여다보면서 킥킥 거리는 사람들 보기도 민망하고. 에이, 모르겠다. 일단은 집에 데려가서 소독부터 해주고 밥이나 먹이자. 다른건 지금 모르겠다. 글구 저사람 머리가 은근히 튼튼해 보인다. 잘하면 병원비가 안들지도... "저기요. 일단은 저희집에 가서 소독부터 하시구요. 식사나 하세요. 그담에 병원가죠" 헉~ 저 웃음은 뭐지? 내 말이 끝나자마자 활짝 웃는걸 어떻게 해석해야하지? 이거 내가 뭔가 실수를 한건 아닐까? 어째 좀 두려운걸.. 세림아, 우리 뭔가 잘못말한게 아닐까? - 그의 이야기 - 그녀, 내말을 오해했나보다. 아까 그말은 얼떨결에 농담삼아 한 말인데, 금새 얼굴이 딱딱해지다니.. 유머 감각이 없는 여잔가? 당황스러워서 서둘러 말을 보태봤지만, 이것도 반응이 영~ 이구, 길치가 무슨 자랑이라고... 아주 무덤을 판다! 파! 어떤말을 이어서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는 찰나 저 쪽에서 물끄러미 우릴 보고있던 아이가 쪼르르 달려와서 그녀의 귓가에 속삭인다. 호~ 그녀의 얼굴이 수시로 변하고 있다. 얼굴이 밝아졌다가, 흙빛이 됐다가 진짜 재밌는 여자네. 얼굴빛이 수시로 변한다. 배우해도 되겠어. 한참을 둘이서 쑥덕거린후 그녀( 물론 그동안 나는 해맑게? 웃고있었다) 나더러 집에 같이 가서 밥을 먹잔다. 엥? 웬 밥? 아, 소독하고 이른 시간인데 밥이나 같이 먹자고? 어 첫인상하곤 다르게 인심이 좋은 아가씬가 보네. 그래. 뭐 나쁠건 없겠지. 순수한 호의인것 같은데 따라가 볼까? (근데 나 아까 아침밥 먹었는데 어떡하지? 아직 배부른데...) - 그녀의 이야기 - 헉~ 뭔 사람이 얼굴이 저리 두껍다니. 가자고 그런다고 넙죽 따라나서다니. 보기랑 틀리네. 이거 잘못 걸린거 아닐까? 집에가서 치료비 내놓을때까지 뻗대고 있는 건 아니겠지? 온갖 생각을 하며 집에 도착하니 엄마가 식사 준비를 하고 계셨다. "어딜갔다왔니? 이렇게 아침 일찍?" "약수터 다녀왔어요. 근데 엄마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그 남잘 잠시 문밖에 세워두고 엄마에게 사정 얘기를 하니 첨엔 놀라시던 엄마. 피식 웃으시며 빨리 들어와서 아침 차리랜다 아침 챙겨드리고 병원까지 모시고 가라고 신신당부하는 엄마 "괜찮다곤 해도 그래도 아프실거 아니니. 식사하시면 병원까지 같이 다녀와" "피이~ 엄만 내가 그렇게 보였나 내가 돈 몇푼에 사람 병원도 안 데려갈거 같아요?" ( 실은 그런 생각을 품었었다.) 일단 엄마를 안심시켜드리고 그 남잘 데리고 들어오니 그 남자 첨엔 쭈삣쭈삣 하더니만 이내 자기 집인양 구경하고 다니기 시작한다. 얼씨구~ 좀 있음 방문 까지 열어보겠다. 한번 째릿하니 그 남자 이내 점잖은척 하며 거실에 앉아있다. 무슨 남자가 저렇게 붙임성이 좋대. 우리 엄마한테 웃으며 말도 잘 붙이고. 아무튼 별나 근데 이게 아침밥으로 되려나. 김밥하고 된장국이 단데. 다른것도 좀 할걸 그랬나. 엄마가 준비한다는거 괜히 말렸나 에이, 모르겠다. 어차피 한끼 간단히 먹여서 보내려고 했는데 뭐 그렇게 신경쓸거까진 없잖아. 안그래? 근데 진짜 이건 좀 너무 썰렁한가? - 그의 이야기 - 그녀가 식사하라며 나를 부른다. 이상하게 쑥스러워하는듯해서 그녀를 흘낏보다 식탁을 쳐다보니 식탁에 있는건 된장국과 김밥과 김치. 이 정도면 괜찮은데. 뭘 그렇게 쑥쓰러워 하는거지? 나 김밥 되게 좋아하는데... 활짝 웃으며 내가 젤 좋아하는게 김밥이라고 말하니 그녀 금방 얼굴이 환해지며 오늘 애가 먹고싶어해서 쌌다고 웃는다. 에구, 웃는게 어쩜 저리 이쁠까? 김밥이 토실토실하니 참 예쁘기도 하다. 헉~ 근데 저게 뭐야? 내가 젤 싫어하는, 아니 못 먹는 오이 아냐? 이거 이거 야단났군. 어찌한대. 오이를 빼고 먹자니, 그녀가 이상하게 생각할거 같고, 그녀 정성을 무시하는거 같고 어쩐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먹고 보자. 근데 솔직히 두렵다.. - 그녀의 이야기 - 내 김밥이 그렇게 맛있나? 그 남자 손에 잡자마자 입으로 꿀떡~ 호호. 나 김밥 이제껏 두번 밖에 안 싸봤는데 되게 맛있나봐. 어머? 오이를 되게 좋아하나보네. 오이만 먼저 빼서 먹고 나머지는 한입에 쏙 들어가네 좀 식성이 어린애같긴 하지만 복스럽게 잘 먹는다. 보기는 좋구만. 근데 왜 저렇게 땀을 흘리지? 우리 집이 좀 덥나? 음, 이제 사십분 있음 병원 문 열고 진료할 시간이군. 김밥은 거의 다 먹었으니 조금만 앉아있다 병원가자고 해야겠다. 일단은 순지(강아지) 밥 부터 챙겨주고 병원 갈 준비 해야겠군. 벌써 다 먹었네? 내가 잠깐 딴 생각하는 사이에 다 먹었잖아? 역시 남자라 그런가. 먹는 양도 많고 빨리 먹는구나. 훗 먹는거 하난 맘에 든다. 그런데 저렇게 잘 먹는 사람이 왜 그렇게 부실한가 몰라. 자취하나? - 그의 이야기 - 그녀가 앞에서 빤히 바라보고 있는 통에 오버를 했다. 좀 천천히 먹어도 될걸. 꿀떡 삼키고 그러느라 속이 답답하다. 맛있게 먹는게 좋아보였는지 그녀와 그녀 어머니. 말아논 김밥을 모두 갖다놓고 많이많이 들으랜다. 헉~ 무슨 아가씨가 손이 이렇게 커. 이 김밥 언제 다 말았대. 새벽부터 일어나 말았나부지. 양 진짜 많네. 맛이 없는건 아니었는데 그놈의 오이 때문에 진땀을 빼야했다. 이구, 왜 난 이렇게 못 먹는게 많은건지. 이럴때 정말 힘들구나. 간신히? 김밥을 다 먹으니 그녀와 그녀 어머니 그렇게 맛있었냐며 되게 흐뭇해한다. 특히 그녀 어머니. 웃으시며, 복스럽게 먹는 모습이 우리 사위 닮았다고, 자주 놀러오란다. 김밥은 사위도 좋아해서 자주 만들었다고. 같은 동네 같으니 언제 또 놀러오라고. 그런데. 얘기를 하시는 그녀 어머니 눈가에 눈물이 반짝이는거 같았다. 왜 그러시냐고 물어보자, 나이 들어서 눈물이 수시로 난다며 얼른 훔치시는 어머니. 연세가 많으신 그녀어머니는 머리칼이 눈이 내린듯한 은빛이었다. 그걸 바라보던 그녀 얼굴이 갑자기 묘하게 흐려졌다. 강아지 밥을 준다며 갑자기 돌아서서 마당으로 나가는 그녀. 뭔가 이상하다. 무슨 사연이 있는걸까? 돌아서서 강아지를 쓰다듬는 그녀 어깨가 유난히 작아보였다... 무슨 일이 있는걸까? - 그녀의 이야기 - 엄마가 또 형부얘길 꺼내고 있다. 근데 문제는 오늘 첨 본 낯선 사람한테 꺼낸다는 거다. 요즘 부쩍 맘이 약해지셨는지, 눈물도 많아지셨고 말수도 적어지셨다. 아직까지 엄마는 힘드신건지.. 하긴 나도 아직은 힘들기만한데 뭘. 아, 잊어버리자 자꾸 생각하지 말자. 강아지 등을 토닥이며 마음을 정리하고 돌아서니 방금전까지 식탁에 앉아있던 그가 없다. 당황스럽다. 도대체 어딜 간거지? 식탁위에 작은 쪽지가 놓여있다. "어머니는 들어가서 쉬시라 했고, 세림이는(세림이 맞죠? 아까 얼핏 들었는데) 피곤해서 좀 잔다네요.머리 아픈건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마시고요 이런 일로 병원 간다는건 좀 그래서요. 걱정마세요. 참, 맛있는 김밥 먹은 보답으로 설겆이 해놓고 갑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이 사람 이렇게 그냥 가면 어떡해. 아깐 잠시 병원 데려갈까 말까 고민했지만 그래도 머리에서 피도 나고 신경쓰이는데 그냥 가면 어떡하냐고!!! 근데 이 사람 진짜 마음 씀씀이가 대단한 사람인가 보네. 잠시 마음 심란한건 어떻게 알고 그냥 간건지.. 솔직히 아까 그 상황에서 그 사람이 캐물으면 어떻게 얘기하나 곤란했는데.. 내키지도 않고.. 어째 이번에도 신세를 진것 같은 느낌이네. 그 사람 자꾸 생각하게 되네 그 사람하곤 인연이 자꾸 닿나보다. 담에도 만나면 어떡해야 하지. 이제 슬슬 신경이 쓰인다.
내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대(그녀는 아수라 백작?)
- 그의 이야기 -
아무튼 대단한 우연이다. 여기서 마주치다니..
아까 머리를 찧고나서 겨우 눈을 뜨니
눈앞에 웬 눈이 커다란 여자가 얼굴을 들이대고 괜찮냐고 소리를 지르길래
괜찮다는 뜻으로 한번 멋있게 피식 웃어줬다.
그런데 어라 이여자 오히려 머릴 다친줄 알고 막 흔들어대다니 헉~
이봐요. 머리 울려서 더 아파요.
정말 괜찮다고 하고 일어서려고 다시 올려다봤는데
어라? 이럴수가 그녀였다! 어제부터 계속 보고싶던 그녀
근데 이거 내꼴이 이게 뭐람. 물통하나에 쓰러져서 이꼴이라니..
어제 애써 멋지게 보인 내 이미지 구겨지는구나.
그런데 이런 상황에선 뭐라 말해야하는거지?
만나서 반가워요는 아닌것 같고
뭐에요 아프잖아요는 시비거는것 같고
나 참 전에 이런 경우가 있었어야지...
그래 씩 웃어주면서 친한척 해봐야지
이건 반응이 좋을것 같은데.
어라? 근데 반응 별로네. 내가 말을 잘못 골랐나?
이거 당황스럽구만. 너무 엄살부렸나봐 어케...
- 그녀의 이야기 -
뭐? 우리 가게로 찾아와서 병원비를 청구한다고?
그래. 내가 안전사고?를 일으키긴 했지만 이 인간 너무 쫌스럽게 구는거 아냐?
가게까지 찾아올 필요는 없지 않냐고... 안그래?
지하철맨은 내가 갑자기 표정이 싸늘해지자 뻘줌했는지 지가 훌훌털고 일어났다
"하하, 농담이에요. 설마. 이런일 갖고 치료비 받는다고 가게까지 가겠어요?
그리고 저 길치에요. 방향치"
헉~ 지금 그게 농담이란다. 아까 웃는것 같긴해도 눈에다 힘을 빡 주던데..
글구 방향친게 자랑인가? 뭐 내가 잘못한건 있지만서도 저렇게 계획적으로다가?
건수를 만들려는 사람들은 영~
그 남자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를 챈건지, 못 챈건지 계속 실실댄다.
어제는 저 웃음이 참 맑고 순수해 보였는데 오늘 보니 너무 실실대서 그런가 좀 어벙해 보인다..
아우, 어쩐다. 병원 문 열려면 시간이 한시간넘게 남았는데.
어쨌거나 본인이 괜찮다곤 해도 병원을 데려가야 맘이 편할텐데..
머리를 긁적이며 고민하는 내게 세림이가 다가와 속삭인다.
"이모, 병원 문 열때까지 우리 집에 있으라고 하자."
"야! 너 미쳤냐 첨 본 남자를 끌어들여서 어쩌라는 거야 엉?"
" 첨 본거 같진 않은데? 이모 아는 사람 같은데?"
"......."
"이모, 어쨌거나 날도 추운데 여기 약수터에 계속 있을수도 없고, 일단은 저 사람 병원에
델구 가야지 우리 맘이 편하지. 나중에 딴소리 하면 어떡해. 그 뭐라더라? 자해공갈단 같은거면.."
"너 근데 다 좋은데. 그런 말은 대체 어디서 배웠냐. 그거 유치원생이 쓸 말이 아닌거 같은데!"
" 이모, 일단은 데려가자니까 그러네. 가만 근데 병원비 많이 나옴 어카지?
아이, 모르겠다. 일단 가서 상황을 봐서 밥먹이고 대충 떼울수 있음 떼우자고.
응? 어때 어때 내생각이? "
음~ 이 녀석 언제 이런말은 다 배웠는지. 내가 일하느라 잘 못 돌봐서 그런가 별 말을 다 배웠네.
언니, 미안해. 세림이 녀석 해맑게 키워야 하는데 애 늙은이를 만들었어. 흑 ~
뭐 어쨌거나. 여기서 계속 이러고 있는거는 좀 그렇지.
저기서 들여다보면서 킥킥 거리는 사람들 보기도 민망하고.
에이, 모르겠다. 일단은 집에 데려가서 소독부터 해주고 밥이나 먹이자.
다른건 지금 모르겠다. 글구 저사람 머리가 은근히 튼튼해 보인다. 잘하면 병원비가 안들지도...
"저기요. 일단은 저희집에 가서 소독부터 하시구요. 식사나 하세요. 그담에 병원가죠"
헉~ 저 웃음은 뭐지? 내 말이 끝나자마자 활짝 웃는걸 어떻게 해석해야하지?
이거 내가 뭔가 실수를 한건 아닐까? 어째 좀 두려운걸..
세림아, 우리 뭔가 잘못말한게 아닐까?
- 그의 이야기 -
그녀, 내말을 오해했나보다.
아까 그말은 얼떨결에 농담삼아 한 말인데, 금새 얼굴이 딱딱해지다니..
유머 감각이 없는 여잔가?
당황스러워서 서둘러 말을 보태봤지만, 이것도 반응이 영~
이구, 길치가 무슨 자랑이라고... 아주 무덤을 판다! 파!
어떤말을 이어서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는 찰나
저 쪽에서 물끄러미 우릴 보고있던 아이가 쪼르르 달려와서
그녀의 귓가에 속삭인다.
호~ 그녀의 얼굴이 수시로 변하고 있다. 얼굴이 밝아졌다가, 흙빛이 됐다가
진짜 재밌는 여자네. 얼굴빛이 수시로 변한다. 배우해도 되겠어.
한참을 둘이서 쑥덕거린후 그녀( 물론 그동안 나는 해맑게? 웃고있었다)
나더러 집에 같이 가서 밥을 먹잔다. 엥? 웬 밥?
아, 소독하고 이른 시간인데 밥이나 같이 먹자고?
어 첫인상하곤 다르게 인심이 좋은 아가씬가 보네.
그래. 뭐 나쁠건 없겠지. 순수한 호의인것 같은데 따라가 볼까?
(근데 나 아까 아침밥 먹었는데 어떡하지? 아직 배부른데...)
- 그녀의 이야기 -
헉~ 뭔 사람이 얼굴이 저리 두껍다니.
가자고 그런다고 넙죽 따라나서다니. 보기랑 틀리네.
이거 잘못 걸린거 아닐까? 집에가서 치료비 내놓을때까지 뻗대고 있는 건 아니겠지?
온갖 생각을 하며 집에 도착하니 엄마가 식사 준비를 하고 계셨다.
"어딜갔다왔니? 이렇게 아침 일찍?"
"약수터 다녀왔어요. 근데 엄마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그 남잘 잠시 문밖에 세워두고 엄마에게 사정 얘기를 하니
첨엔 놀라시던 엄마. 피식 웃으시며 빨리 들어와서 아침 차리랜다
아침 챙겨드리고 병원까지 모시고 가라고 신신당부하는 엄마
"괜찮다곤 해도 그래도 아프실거 아니니. 식사하시면 병원까지 같이 다녀와"
"피이~ 엄만 내가 그렇게 보였나 내가 돈 몇푼에 사람 병원도 안 데려갈거 같아요?"
( 실은 그런 생각을 품었었다.)
일단 엄마를 안심시켜드리고 그 남잘 데리고 들어오니
그 남자 첨엔 쭈삣쭈삣 하더니만 이내 자기 집인양 구경하고 다니기 시작한다.
얼씨구~ 좀 있음 방문 까지 열어보겠다.
한번 째릿하니 그 남자 이내 점잖은척 하며 거실에 앉아있다.
무슨 남자가 저렇게 붙임성이 좋대. 우리 엄마한테 웃으며 말도 잘 붙이고. 아무튼 별나
근데 이게 아침밥으로 되려나. 김밥하고 된장국이 단데.
다른것도 좀 할걸 그랬나. 엄마가 준비한다는거 괜히 말렸나
에이, 모르겠다. 어차피 한끼 간단히 먹여서 보내려고 했는데 뭐
그렇게 신경쓸거까진 없잖아. 안그래?
근데 진짜 이건 좀 너무 썰렁한가?
- 그의 이야기 -
그녀가 식사하라며 나를 부른다.
이상하게 쑥스러워하는듯해서 그녀를 흘낏보다 식탁을 쳐다보니
식탁에 있는건 된장국과 김밥과 김치.
이 정도면 괜찮은데. 뭘 그렇게 쑥쓰러워 하는거지?
나 김밥 되게 좋아하는데...
활짝 웃으며 내가 젤 좋아하는게 김밥이라고 말하니
그녀 금방 얼굴이 환해지며 오늘 애가 먹고싶어해서 쌌다고 웃는다.
에구, 웃는게 어쩜 저리 이쁠까?
김밥이 토실토실하니 참 예쁘기도 하다.
헉~ 근데 저게 뭐야? 내가 젤 싫어하는, 아니 못 먹는 오이 아냐?
이거 이거 야단났군. 어찌한대.
오이를 빼고 먹자니, 그녀가 이상하게 생각할거 같고, 그녀 정성을 무시하는거 같고
어쩐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먹고 보자.
근데 솔직히 두렵다..
- 그녀의 이야기 -
내 김밥이 그렇게 맛있나? 그 남자 손에 잡자마자 입으로 꿀떡~
호호. 나 김밥 이제껏 두번 밖에 안 싸봤는데 되게 맛있나봐.
어머? 오이를 되게 좋아하나보네. 오이만 먼저 빼서 먹고 나머지는 한입에 쏙 들어가네
좀 식성이 어린애같긴 하지만 복스럽게 잘 먹는다. 보기는 좋구만.
근데 왜 저렇게 땀을 흘리지? 우리 집이 좀 덥나?
음, 이제 사십분 있음 병원 문 열고 진료할 시간이군.
김밥은 거의 다 먹었으니 조금만 앉아있다 병원가자고 해야겠다.
일단은 순지(강아지) 밥 부터 챙겨주고 병원 갈 준비 해야겠군.
벌써 다 먹었네? 내가 잠깐 딴 생각하는 사이에 다 먹었잖아?
역시 남자라 그런가. 먹는 양도 많고 빨리 먹는구나.
훗 먹는거 하난 맘에 든다.
그런데 저렇게 잘 먹는 사람이 왜 그렇게 부실한가 몰라. 자취하나?
- 그의 이야기 -
그녀가 앞에서 빤히 바라보고 있는 통에 오버를 했다.
좀 천천히 먹어도 될걸. 꿀떡 삼키고 그러느라 속이 답답하다.
맛있게 먹는게 좋아보였는지 그녀와 그녀 어머니.
말아논 김밥을 모두 갖다놓고 많이많이 들으랜다.
헉~ 무슨 아가씨가 손이 이렇게 커.
이 김밥 언제 다 말았대. 새벽부터 일어나 말았나부지. 양 진짜 많네.
맛이 없는건 아니었는데 그놈의 오이 때문에 진땀을 빼야했다.
이구, 왜 난 이렇게 못 먹는게 많은건지. 이럴때 정말 힘들구나.
간신히? 김밥을 다 먹으니 그녀와 그녀 어머니 그렇게 맛있었냐며 되게 흐뭇해한다.
특히 그녀 어머니. 웃으시며, 복스럽게 먹는 모습이 우리 사위 닮았다고, 자주 놀러오란다.
김밥은 사위도 좋아해서 자주 만들었다고. 같은 동네 같으니 언제 또 놀러오라고.
그런데. 얘기를 하시는 그녀 어머니 눈가에 눈물이 반짝이는거 같았다.
왜 그러시냐고 물어보자, 나이 들어서 눈물이 수시로 난다며 얼른 훔치시는 어머니.
연세가 많으신 그녀어머니는 머리칼이 눈이 내린듯한 은빛이었다.
그걸 바라보던 그녀 얼굴이 갑자기 묘하게 흐려졌다.
강아지 밥을 준다며 갑자기 돌아서서 마당으로 나가는 그녀.
뭔가 이상하다. 무슨 사연이 있는걸까? 돌아서서 강아지를 쓰다듬는
그녀 어깨가 유난히 작아보였다...
무슨 일이 있는걸까?
- 그녀의 이야기 -
엄마가 또 형부얘길 꺼내고 있다.
근데 문제는 오늘 첨 본 낯선 사람한테 꺼낸다는 거다.
요즘 부쩍 맘이 약해지셨는지, 눈물도 많아지셨고 말수도 적어지셨다.
아직까지 엄마는 힘드신건지.. 하긴 나도 아직은 힘들기만한데 뭘.
아, 잊어버리자 자꾸 생각하지 말자. 강아지 등을 토닥이며 마음을 정리하고 돌아서니
방금전까지 식탁에 앉아있던 그가 없다.
당황스럽다. 도대체 어딜 간거지?
식탁위에 작은 쪽지가 놓여있다.
"어머니는 들어가서 쉬시라 했고, 세림이는(세림이 맞죠? 아까 얼핏 들었는데)
피곤해서 좀 잔다네요.머리 아픈건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마시고요
이런 일로 병원 간다는건 좀 그래서요. 걱정마세요.
참, 맛있는 김밥 먹은 보답으로 설겆이 해놓고 갑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이 사람 이렇게 그냥 가면 어떡해. 아깐 잠시 병원 데려갈까 말까 고민했지만
그래도 머리에서 피도 나고 신경쓰이는데 그냥 가면 어떡하냐고!!!
근데 이 사람 진짜 마음 씀씀이가 대단한 사람인가 보네.
잠시 마음 심란한건 어떻게 알고 그냥 간건지.. 솔직히 아까 그 상황에서
그 사람이 캐물으면 어떻게 얘기하나 곤란했는데.. 내키지도 않고..
어째 이번에도 신세를 진것 같은 느낌이네. 그 사람 자꾸 생각하게 되네
그 사람하곤 인연이 자꾸 닿나보다. 담에도 만나면 어떡해야 하지.
이제 슬슬 신경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