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울의 왈츠 : Prologue - 피도 눈물도 다 흘려보내라. 그래야 내가 슬프지 않을 수 있다… - 하룻밤의 그 달콤한 속삭임의 끝이 이렇게 허망한것이었다면 그때 그 속삭임을 내쳐야 했음을 너무 뒤늦게 알아버렸다. 그 달콤함의 속삭임이 내게 남긴거라곤 곪고 곪음을 반복한 커다란 상처의 흔적들 뿐…. “축하드립니다. 임신 2개월이시네요.” 정갈한 하얀가운을 입고 무테안경을 치켜 올린 의사선생님은 그녀에겐 마치 사형선고와 같은 말을 웃으며 축하한단 말과 함께 전했다. 사랑하는 그와 그녀의 아이. 아니, 이제는 사랑했던 그와 그녀의 아이가 되버렸지만… 그녀는 의사선생님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진찰실을 비틀거리는 위태한 걸음으로 빠져나왔다. 그 모습은 마치 먼지속에 파묻혀 있는 시들시들해진 검은 장미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 아니길 바랬다. 몇일전부터 계속되는 헛구역질이 의미하는 게 그것이 아니길 바랬다. 하지만 오늘 병원까지 와서 확실하게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기에 아니라고 혼자 다짐하기에도 너무나도 많이 늦어버렸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여가며 병원을 나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번화가를 정처없이 걸었다. 건조하게 마른 두 눈동자의 시선은 멍하게 허공을 향하고 응시하고 있었다. 평소 촉촉한 짙은 다갈색의 예쁜 눈동자가 아니었다. 촉촉하기는 했으나, 그건 분명 슬픔의 눈물로 인한 것이였다. “조심하세요. 몸도 많이 안 좋으신거 같은데 병원이라도 모셔다 드릴까요?” “………” 저 앞에서 바삐 뛰어오는 사람과 부딪치는 바람에 그녀는 바닥에 힘없이 쓰러질수 밖에 없었다. 마침 옆을 지나가던 남자는 그녀를 일으켜 주며 병원을 같이 가줄것을 제의했지만, 그녀는 고맙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다시금 정처없이 걸음을 쉬지 않았다. 위태로운 그녀는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끝내 발걸음이 닿은 곳은 하늘에 따사로운 햇빛이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는 한강이었다. “………” 한강 바로 앞에 털퍼덕 주저앉은 그녀는 그제서야 눈에 한아름 담고 있던 눈물을 쏟아내었다. 눈물들은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뺨을 타고 줄기차게 흘러내렸고,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던 울음도 눈물과 함께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의 소근거림따윈 그녀에게 들리지도 않았다. 그저 출렁거리는 물결의 한강을 바라보며 그녀는 눈물 지을 뿐이였다. “………” 애써 계속 터져나오는 울음을 입술을 질끈 깨물며 참는 그녀의 모습은 절벽끝에 대롱대롱 달린 투명한 물방울의 모습처럼 위태로워 보이기만 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듯, 말듯… 하지만 도저히 도와줄수 없는, 잘못 만지만 그냥 그대로 소멸해 버릴것만 같았다. 손등으로 눈물을 거칠게 닦아낸 그녀는 마른침과 함께 울음을 삼키며 얼마나 깨물었는지 피가 터진 피빛 입술을 달싹였다. “아…가야… 너도 슬…픈거니?” 오른손으로 배를 살살 쓰다듬으며 말하는 그녀의 눈엔 말랐던 눈물이 금세 차올랐다. 2개월이다. 벌써 2개월동안 그 사람과 그녀의 아이가 뱃속에서 숨쉬고 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어떠한 음식을 보면 헛구역질이 나오게도 했고, 가끔은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음 떼를 쓰기도 했다. 그렇게 아이는 자신의 존재를 그녀의 뱃속에서 알리고 있었다. “너희 아…빠는…엄마를 버렸지만 엄…마는 아가를 버…리지 않을게. 버려진다는 건… 눈물이 날만큼, 죽…고싶단 생각이 들만큼 슬프다…는 걸 엄마가 너무 잘 아니까…” 그녀는 흘러내리는 눈물때문인지 고개를 치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가에 눈물로 인해 뚜렷하게 하늘이 잘 보이진 않지만 오늘따라 하늘이 맑고 푸르다. 그래서 더 슬퍼지는건가… 그녀는 다시 한번 오른손으로 자신의 배를 쓰다듬고, 또 쓰다듬으며 쓰디쓴 눈물을 삼켰다. 오늘의 눈물이, 오늘 참았던 눈물이 그대로 그대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엄…마는 이…제 아가밖에…없…어…” 18살이란 어린나이에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를 차마 매몰차게 떼어내질 못했다. 학교는 부모님 몰래 자퇴서를 제출했고, 집 또한 가출을 결심하고 필요한 옷가지와 돈을 준비해 무작정 아무 버스에 올라타 뱃속의 아가와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 여자는 약하다 했지만 어머니는 그 무엇보다 강하다 하였다. 뱃속에서 숨쉬고 있는 이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이겨내야 한다. 눈으로 눈물을 흘리기보단 가슴으로 눈물을 흘려야 하는 법을 배워야했고, 입으로 아픔을 터트리기보단 가슴으로 묻어야 하는 법을 배워야했다. 오늘의 눈물이 그대에게 아픔이 되길 오늘의 눈물이 그대에게 슬픔이 되길 오늘의 눈물이 그대에게 비수가 되어 꽂히길…. 이름: 한여울 생년월일: 1984년 3월 25일생. 음 특이사항: 미혼모 ※ 이름: 한 강 생년월일: 2001년 1월 24일생. 특이사항: 사생아 ** Written by 오늘비 (d_dmino_o@hanmail.net) 글제목: 한여울의 왈츠 연재시작일: 2005 02 22
한여울의 왈츠 : Prologue
한여울의 왈츠 : Prologue
- 피도 눈물도 다 흘려보내라.
그래야 내가 슬프지 않을 수 있다… -
하룻밤의 그 달콤한 속삭임의 끝이 이렇게 허망한것이었다면
그때 그 속삭임을 내쳐야 했음을 너무 뒤늦게 알아버렸다.
그 달콤함의 속삭임이 내게 남긴거라곤 곪고 곪음을 반복한 커다란 상처의 흔적들 뿐….
“축하드립니다. 임신 2개월이시네요.”
정갈한 하얀가운을 입고 무테안경을 치켜 올린 의사선생님은
그녀에겐 마치 사형선고와 같은 말을 웃으며 축하한단 말과 함께 전했다.
사랑하는 그와 그녀의 아이.
아니, 이제는 사랑했던 그와 그녀의 아이가 되버렸지만…
그녀는 의사선생님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진찰실을
비틀거리는 위태한 걸음으로 빠져나왔다.
그 모습은 마치 먼지속에 파묻혀 있는 시들시들해진 검은 장미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
아니길 바랬다. 몇일전부터 계속되는 헛구역질이 의미하는 게 그것이 아니길 바랬다.
하지만 오늘 병원까지 와서 확실하게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기에
아니라고 혼자 다짐하기에도 너무나도 많이 늦어버렸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여가며 병원을 나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번화가를 정처없이 걸었다.
건조하게 마른 두 눈동자의 시선은 멍하게 허공을 향하고 응시하고 있었다.
평소 촉촉한 짙은 다갈색의 예쁜 눈동자가 아니었다.
촉촉하기는 했으나, 그건 분명 슬픔의 눈물로 인한 것이였다.
“조심하세요. 몸도 많이 안 좋으신거 같은데 병원이라도 모셔다 드릴까요?”
“………”
저 앞에서 바삐 뛰어오는 사람과 부딪치는 바람에
그녀는 바닥에 힘없이 쓰러질수 밖에 없었다.
마침 옆을 지나가던 남자는 그녀를 일으켜 주며 병원을 같이 가줄것을 제의했지만,
그녀는 고맙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다시금 정처없이 걸음을 쉬지 않았다.
위태로운 그녀는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끝내 발걸음이 닿은 곳은 하늘에 따사로운 햇빛이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는 한강이었다.
“………”
한강 바로 앞에 털퍼덕 주저앉은 그녀는 그제서야 눈에 한아름 담고 있던 눈물을 쏟아내었다.
눈물들은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뺨을 타고 줄기차게 흘러내렸고,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던 울음도 눈물과 함께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의 소근거림따윈 그녀에게 들리지도 않았다.
그저 출렁거리는 물결의 한강을 바라보며 그녀는 눈물 지을 뿐이였다.
“………”
애써 계속 터져나오는 울음을 입술을 질끈 깨물며 참는 그녀의 모습은
절벽끝에 대롱대롱 달린 투명한 물방울의 모습처럼 위태로워 보이기만 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듯, 말듯…
하지만 도저히 도와줄수 없는, 잘못 만지만 그냥 그대로 소멸해 버릴것만 같았다.
손등으로 눈물을 거칠게 닦아낸 그녀는 마른침과 함께 울음을 삼키며
얼마나 깨물었는지 피가 터진 피빛 입술을 달싹였다.
“아…가야… 너도 슬…픈거니?”
오른손으로 배를 살살 쓰다듬으며 말하는 그녀의 눈엔 말랐던 눈물이 금세 차올랐다.
2개월이다. 벌써 2개월동안 그 사람과 그녀의 아이가 뱃속에서 숨쉬고 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어떠한 음식을 보면 헛구역질이 나오게도 했고,
가끔은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음 떼를 쓰기도 했다.
그렇게 아이는 자신의 존재를 그녀의 뱃속에서 알리고 있었다.
“너희 아…빠는…엄마를 버렸지만 엄…마는 아가를 버…리지 않을게.
버려진다는 건… 눈물이 날만큼, 죽…고싶단 생각이 들만큼 슬프다…는 걸 엄마가 너무 잘 아니까…”
그녀는 흘러내리는 눈물때문인지 고개를 치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가에 눈물로 인해 뚜렷하게 하늘이 잘 보이진 않지만 오늘따라 하늘이 맑고 푸르다.
그래서 더 슬퍼지는건가…
그녀는 다시 한번 오른손으로 자신의 배를 쓰다듬고, 또 쓰다듬으며 쓰디쓴 눈물을 삼켰다.
오늘의 눈물이, 오늘 참았던 눈물이 그대로 그대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엄…마는 이…제 아가밖에…없…어…”
18살이란 어린나이에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를 차마 매몰차게 떼어내질 못했다.
학교는 부모님 몰래 자퇴서를 제출했고, 집 또한 가출을 결심하고 필요한 옷가지와 돈을 준비해
무작정 아무 버스에 올라타 뱃속의 아가와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
여자는 약하다 했지만 어머니는 그 무엇보다 강하다 하였다.
뱃속에서 숨쉬고 있는 이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이겨내야 한다.
눈으로 눈물을 흘리기보단 가슴으로 눈물을 흘려야 하는 법을 배워야했고,
입으로 아픔을 터트리기보단 가슴으로 묻어야 하는 법을 배워야했다.
오늘의 눈물이 그대에게 아픔이 되길
오늘의 눈물이 그대에게 슬픔이 되길
오늘의 눈물이 그대에게 비수가 되어 꽂히길….
이름: 한여울
생년월일: 1984년 3월 25일생. 음
특이사항: 미혼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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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한 강
생년월일: 2001년 1월 24일생.
특이사항: 사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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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오늘비 (d_dmino_o@hanmail.net)
글제목: 한여울의 왈츠
연재시작일: 2005 0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