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이룰 수 없는 기타의 것들.

고뇌하는 달2005.03.01
조회427

담배

 

맘놓고 담배를 한개피 피워보고 싶다.

난 담배란 남자의 한숨같은거라고 생각해왔다.여자처럼 마음 놓고 하소연 하기도 자존심 상하고

그렇다고 엉엉울면 남자 답지 못하다 할테고  내 놓고 한숨 쉬자니 그 또한 그렇고....담배 피우면서 잠시 기분 전환도 하고 에피타이저 역할도 하고 한숨의 역할 도 하고 그런데로 폼도 난다.

운전하고 갈때 앞차 창문이 스르륵 열리면서 하얀 손가락이 쭈욱 빠져나와 담배를 툭툭 터는 모습을 보면 "쫘식, 멋지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나도 담배를 피울 줄 알면 반드시 운전하면서 피워보겠단 생각도 해본다,

 

나도 담배를 피워보았다.

처음 피운건 초등학교 오학년 때

친구와 담배 한개피를 훔쳐서 무슨 축사 뒤에서 피워보았다.

일명 뻐끔담배.

입에서만 연기를 가지고 있다가 뱉는거.

 

그리고 직장 다닐때 골초 언니가 권해주어서 피웠다. 아! 그때 제대로 피우긴 했는데 도저히 한 모금 마시면 어지러워서 내 체질이 아닌가보다 하고 접었다. 담배피우다 어지러워 쓰러지면 그 무슨 망신인가 싶어 포기.

 

낚시.

 

낚시를 해보고 싶다. 낚시는 생각하는 자의 레크레이션이란다. 난 여행을 좋아해서 자고 와야 하는 거리가 아니라면 혼자도 곧 잘 떠난다. 한번은 저수지 한 귀퉁이에 앉아서 캔 커피를 마시며 물결을 보고있었는데 한참의 시간이 흘럿던기보다. 저 쪽에서 두 남녀가 나를 계속 보고 있다. 처음엔 의식을 안했는데 날 걱정하는 듯, 뭔가 우려하는 듯 보고 있다. 헉!! 내가 자살이라도 할까봐 보는가 보다 싶었다.

어머 민망해라.

만일 내가 낚시를 할 줄 안다면 맘 놓고 사색도 하고 흔히들 말하는 손끝맛도 보고 좋을텐데.

그렇다고 여자 혼자 낚싯대를 들고 다닐 수도 없고. 둘이어도 혼자인듯한 낚시.왜 우리 남편은 그런 취미가 없을까?

 

비 맞기

 

사실 이건 정말 하고 싶은데 못해본거다.

채터레이부인의 사랑이란 책을 아는가. 그 책에 보면 멜라니랑 은밀한 사랑을 나누는 그녀가 알몸으로 마당에 나가 비를 맞는 장면이 나온다. 아 그렇다고 나도 그처럼 하고 싶단 이야기는 아니고 내 자의로 비를 흠뻑 맞아보고 싶다는 이야기다.

살살 내리는 간지러운 보슬비 같은거 말고 후려때리는 억수같은 장대비를 맞고싶다.

어렸을땐 감기걸린다 우산써라.

사춘기땐 청승맞아 보일까봐.

커서는 미쳤다 소리 들을까봐.

 

대학때 월악산으로 엠티를 갔는데 마침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소나기가 내리는거다. 남들은 비를 피하고 텐트를 접고 비옷을 찾거나 우산을 꺼내쓰느라 난리인데 나만 봉사대원 처럼 비를 맞으며 "텐트는 내가 걷을 께"하고 씩씩하게 외치고는 그 시원한 빗줄기 아래서 실행에 옯기는데 평소 나를 좋아했던 그 녀석 죽어라 따라다니며 우산을 씌워준다. 비를 맞는다 소리도 못하고 그렇게 소나기는 지나갔다.

 

이렇게 내 주변엔 사소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많이 놓치고 사는 경우가 있다. 많은 경험이 아니라 딱 한번의 경험을 원할 뿐인데도그게 어렵다.

속에는 불길이 이는데 겉으론 잠잠한 척. 마음속으론 불륜을 수백번도 더 저지르고 남을 시기하면서도 겉으론 군자인 척. 아 나는 어디로 간걸까.

본래의 나는 죽어 없어지고 위선이라는 껍데기를 쓴 나는 이렇게 글을 쓴다. 잠도 안자고 말이지.

대체 무얼 얻고자 함인지 알 수가 없다.

부족함이 많다.

이 고뇌의 끝. 방황의 끝은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