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울의 왈츠 : 제 4화 - 피도 눈물도 다 흘려보내라. 그래야 내가 슬프지 않을 수 있다… - “언니, 언니! 나 왔어………… 어라, 이 사람들은 뭐래.” 자그마한 얼굴을 반쯤 가리는 자주빛 선글라스를 벗으며 집안으로 쿵쿵되며 시끌벅적하게 들어선 들레는 좁다란 거실쇼파에 둘이 꼭 껴앉고 있는 여울과 강이를 보자마자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한사람 자기에도 약간 벅찬 이 쇼파에서 둘이 숨이 막힐것같이 꼭 껴앉고, 무슨 꿈을 꾸는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자는게 신기하기도 했지만, 들레는 내심 부러운 마음이 앞섰다. “나도 얼른 애 하나 낳던지 해야지, 부러워 죽겠네. 쳇!” 들레는 괜히 입술을 비죽이고는 부럽다는 듯 여울과 강이를 바라보았다. 닮지 않는 듯, 닮은듯… 이런게 가족이라는거구나. 고아로 컸던 들레이기에 우리에겐 이젠 생활에 일부분처럼 너무 익숙한 가족의 느낌이 들레에겐 그저 생소한 그 무언가의 기분일 뿐이였다. “이렇게 예쁘게 자면 누가 못 깨울울 알고! 쳇, 난 더 깨우고 싶다네!” 부러운듯한 얼굴로 여울과 강이를 바라보던 들레는 심술이 난것인지, 크게 소리치며 여울과 강이를 깨우기 시작했다. 목소리하면 민들레지, 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듣는 들레인지라 하이톤의 경쾌하지만 자는 사람에겐 그저 굉장한 소음의 목소리가 집안 곳곳을 울렸다. 그리고 우악스럽게 여울과 강이를 흔드는 힘이 보통이 아닌 듯 싶다. “……으…으…뭐…야” 먼저 눈을 뜬 건 눈이 눈에 띄게 부어버린 여울이었다. 차가운 손등으로 뻑뻑한 눈가를 비비며 일어나자 보이는 들레에 얼굴에 뭐냐는 듯 물으며 다시 두 눈을 감았다. “뭐야, 기껏 깨워났더니 왜 또 자려는거야! 일어나, 일어나!” “……졸…려.” “졸린 건 이따가 자고! 오늘은 나 맛있는 거 해주기로 했잖어! 일어나아아아!” “………” “빨랑 일어나아아아! 나도 졸린거 참고 맛있는 거 먹으려고 왔단말야!” 여울은 안되겠다는 듯 손사레를 쳐대며 다시 두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 했지만, 귓가에 파고드는 들레의 목소리와 어깨를 뒤흔드는 힘에 고운 미간을 찌푸리고는 어슬렁어슬렁 상체를 일으켰다. “…무슨 맛있는거 타령이야.” “저번주에 약속했잖아, 나 잡채해준다고!” “요즘 맛있게 해서 파는데 많더라. 사다먹어.” “싫어! 난 언니가 해준거 꼭 먹을꺼야! 얼른해줘어어엉.” 여울은 쇼파에서 일어나 아직도 잠이 깨지 않은 강이를 쇼파에 잘 눕혀주고는 무슨 어이없는 소리를 하느냐는 듯 들레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들레는 7살난 어린아이처럼 여울의 팔을 붙잡고 늘어지며 잡채를 외쳤다. “재료가 어딨다고 아침부터 무슨 잡채야.” “마트 가서 사오면 되잖어!” “돈이 어딨다고 그래.” “내가 낼꺼다! 이 짠순이 아줌마!” “목소리 좀 줄여. 우리 강이 깨겠다.” 하지만 여울의 말이 끝나자마자 강이는 두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고, 쇼파에서 일어나 한달음에 뛰어와 여울의 다리를 붙잡았다. “엄마야. 왔어?” “왔어가 아니라, 오셨어요. 다시 말해봐. 오셨어요.” “엄마야, 왔어?” “그 똥꼬집은 아주 언니 쏙 빼다 박았네.” 매섭게 위로 살짝 올라간 도도한 여울의 눈매와는 다르게 강이의 눈매는 동글동글하고, 웃으면 초승달마냥 예쁘게 휘어졌다. 강이는 예의 그 예쁜 웃음과 함께 여울을 올려다보았다. 여울은 들레의 말이 그리 썩 듣기 좋지는 않았는지, 잠시 들레를 살짝 놀려봐주고는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 있는 강이를 번쩍 들어앉았다. 그러자, 강이는 아이답지 않게 소리없이 히죽 웃고는 여울의 목에 팔을 둘렀다. “강아, 강이도 잡채 먹고 싶어?” “잡채?” “응. 들레이모가 해달라고 하는데 강이가 먹고 싶지 않음 안하려고” “흐음. 그냥 해줘. 안 해주면 들레이모 불쌍하잖아.” 여울과 강이는 장난스럽게 들레 바로 앞에서 대화를 나누었고, 마지막 강이의 말에 들레는 얼굴이 잘 익은 홍시마냥 시뻘개졌다. “너, 너! 한강 이자식! 어떻게 네가 3살이야! 이 애늙은아!” 들레가 삿대질에다 침까지 타닥타닥 튀어가며 소리쳤지만, 이미 여울과 강이는 옷을 갈아입으러 방에 들어간지 오래였다. 카랑카랑한 들레의 목소리가 조용한 거실을 울렸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방안에서는 분명 들레를 비웃는듯한 여울과 강이의 지나치게 환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애를 낳고 만다! 낳고 말어!” 들레는 씩씩 거리며 방문을 향해 크게 쏘아댔지만, 화가 풀릴일은 없었다. 잠시 후, 외출준비를 다 끝낸 여울과 강이가 방에서 나오고 쇼파에 다리를 꼬고 입을 삐쭉 내밀고 있던 들레는 괜히 콧방귀를 크게 뀌고는 쾅 소리가 나도록 현관문을 닫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거실에 남은 여울과 강이는 서로 마주보고 씨익 웃어주곤 들레의 뒤를 따라 집안을 나섰다. “엄마야, 근데 잡채가 뭐야?” “그냥 국수처럼 먹는거야, 그리고 강이가 좋아하는 당근도 많이 들어가.” “헤에. 당근! 당근!” “근데 강이는 왜 당근을 그렇게 좋아하는거야?” “강이는 당근 많이 먹고 토끼될꺼야!” 여울은 기가막히다는 듯 강이의 머리에 주먹을 쥐어 콩 쥐어박았고, 강이는 되려 뭐가 이상하냐는 듯 여울에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그래, 너도 애는 애지. ** Written by 오늘비 (d_dmino_o@hanmail.net) 글제목: 한여울의 왈츠 연재시작일: 2005 02 22 http://cafe.daum.net/rainNcat - 최민희님, 캬리님 감사드립니다.♡ 1
한여울의 왈츠 : 제 4화
한여울의 왈츠 : 제 4화
- 피도 눈물도 다 흘려보내라.
그래야 내가 슬프지 않을 수 있다… -
“언니, 언니! 나 왔어………… 어라, 이 사람들은 뭐래.”
자그마한 얼굴을 반쯤 가리는 자주빛 선글라스를 벗으며
집안으로 쿵쿵되며 시끌벅적하게 들어선 들레는 좁다란 거실쇼파에
둘이 꼭 껴앉고 있는 여울과 강이를 보자마자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한사람 자기에도 약간 벅찬 이 쇼파에서 둘이 숨이 막힐것같이 꼭 껴앉고,
무슨 꿈을 꾸는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자는게 신기하기도 했지만,
들레는 내심 부러운 마음이 앞섰다.
“나도 얼른 애 하나 낳던지 해야지, 부러워 죽겠네. 쳇!”
들레는 괜히 입술을 비죽이고는 부럽다는 듯 여울과 강이를 바라보았다.
닮지 않는 듯, 닮은듯…
이런게 가족이라는거구나.
고아로 컸던 들레이기에 우리에겐 이젠 생활에 일부분처럼 너무 익숙한
가족의 느낌이 들레에겐 그저 생소한 그 무언가의 기분일 뿐이였다.
“이렇게 예쁘게 자면 누가 못 깨울울 알고! 쳇, 난 더 깨우고 싶다네!”
부러운듯한 얼굴로 여울과 강이를 바라보던 들레는 심술이 난것인지,
크게 소리치며 여울과 강이를 깨우기 시작했다.
목소리하면 민들레지, 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듣는 들레인지라
하이톤의 경쾌하지만 자는 사람에겐 그저 굉장한 소음의 목소리가 집안 곳곳을 울렸다.
그리고 우악스럽게 여울과 강이를 흔드는 힘이 보통이 아닌 듯 싶다.
“……으…으…뭐…야”
먼저 눈을 뜬 건 눈이 눈에 띄게 부어버린 여울이었다.
차가운 손등으로 뻑뻑한 눈가를 비비며 일어나자 보이는 들레에 얼굴에
뭐냐는 듯 물으며 다시 두 눈을 감았다.
“뭐야, 기껏 깨워났더니 왜 또 자려는거야! 일어나, 일어나!”
“……졸…려.”
“졸린 건 이따가 자고! 오늘은 나 맛있는 거 해주기로 했잖어! 일어나아아아!”
“………”
“빨랑 일어나아아아! 나도 졸린거 참고 맛있는 거 먹으려고 왔단말야!”
여울은 안되겠다는 듯 손사레를 쳐대며 다시 두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 했지만,
귓가에 파고드는 들레의 목소리와 어깨를 뒤흔드는 힘에
고운 미간을 찌푸리고는 어슬렁어슬렁 상체를 일으켰다.
“…무슨 맛있는거 타령이야.”
“저번주에 약속했잖아, 나 잡채해준다고!”
“요즘 맛있게 해서 파는데 많더라. 사다먹어.”
“싫어! 난 언니가 해준거 꼭 먹을꺼야! 얼른해줘어어엉.”
여울은 쇼파에서 일어나 아직도 잠이 깨지 않은 강이를 쇼파에 잘 눕혀주고는
무슨 어이없는 소리를 하느냐는 듯 들레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들레는 7살난 어린아이처럼 여울의 팔을 붙잡고
늘어지며 잡채를 외쳤다.
“재료가 어딨다고 아침부터 무슨 잡채야.”
“마트 가서 사오면 되잖어!”
“돈이 어딨다고 그래.”
“내가 낼꺼다! 이 짠순이 아줌마!”
“목소리 좀 줄여. 우리 강이 깨겠다.”
하지만 여울의 말이 끝나자마자 강이는 두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고,
쇼파에서 일어나 한달음에 뛰어와 여울의 다리를 붙잡았다.
“엄마야. 왔어?”
“왔어가 아니라, 오셨어요. 다시 말해봐. 오셨어요.”
“엄마야, 왔어?”
“그 똥꼬집은 아주 언니 쏙 빼다 박았네.”
매섭게 위로 살짝 올라간 도도한 여울의 눈매와는 다르게
강이의 눈매는 동글동글하고, 웃으면 초승달마냥 예쁘게 휘어졌다.
강이는 예의 그 예쁜 웃음과 함께 여울을 올려다보았다.
여울은 들레의 말이 그리 썩 듣기 좋지는 않았는지,
잠시 들레를 살짝 놀려봐주고는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 있는 강이를 번쩍 들어앉았다.
그러자, 강이는 아이답지 않게 소리없이 히죽 웃고는 여울의 목에 팔을 둘렀다.
“강아, 강이도 잡채 먹고 싶어?”
“잡채?”
“응. 들레이모가 해달라고 하는데 강이가 먹고 싶지 않음 안하려고”
“흐음. 그냥 해줘. 안 해주면 들레이모 불쌍하잖아.”
여울과 강이는 장난스럽게 들레 바로 앞에서 대화를 나누었고,
마지막 강이의 말에 들레는 얼굴이 잘 익은 홍시마냥 시뻘개졌다.
“너, 너! 한강 이자식! 어떻게 네가 3살이야! 이 애늙은아!”
들레가 삿대질에다 침까지 타닥타닥 튀어가며 소리쳤지만,
이미 여울과 강이는 옷을 갈아입으러 방에 들어간지 오래였다.
카랑카랑한 들레의 목소리가 조용한 거실을 울렸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방안에서는 분명 들레를 비웃는듯한
여울과 강이의 지나치게 환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애를 낳고 만다! 낳고 말어!”
들레는 씩씩 거리며 방문을 향해 크게 쏘아댔지만, 화가 풀릴일은 없었다.
잠시 후, 외출준비를 다 끝낸 여울과 강이가 방에서 나오고
쇼파에 다리를 꼬고 입을 삐쭉 내밀고 있던 들레는 괜히 콧방귀를 크게 뀌고는
쾅 소리가 나도록 현관문을 닫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거실에 남은 여울과 강이는 서로 마주보고 씨익 웃어주곤
들레의 뒤를 따라 집안을 나섰다.
“엄마야, 근데 잡채가 뭐야?”
“그냥 국수처럼 먹는거야, 그리고 강이가 좋아하는 당근도 많이 들어가.”
“헤에. 당근! 당근!”
“근데 강이는 왜 당근을 그렇게 좋아하는거야?”
“강이는 당근 많이 먹고 토끼될꺼야!”
여울은 기가막히다는 듯 강이의 머리에 주먹을 쥐어 콩 쥐어박았고,
강이는 되려 뭐가 이상하냐는 듯 여울에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그래, 너도 애는 애지.
**
Written by 오늘비 (d_dmino_o@hanmail.net)
글제목: 한여울의 왈츠
연재시작일: 2005 02 22
http://cafe.daum.net/rainNcat
- 최민희님, 캬리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