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폐하께서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양국의 연합으로 연을 견제하면서 힘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미란의 확신에 대해 제상 무린이 물었다.
“어찌 그것을 확신하시오.”
“제 첩자에 의하면 얼마 전 목진의 장군 적령이 또 다시 좌천되었다 합니다.”
“그것만으로…”
“그러한 맹장이 좌천되어야 할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자, 지금의 결론에 도달한 것입니다.”
“설명이 부족한 것이 아닙니까?”
“직감입니다. 그뿐입니다.”
그때, 황도에 목진의 사신이 국경을 넘었다는 전달이 도달했다. 그리고 곧 양 국은 동맹의 협약을 맺었다.
연의 황도 양주.
모든 대신들이 모인 어전회의는 다소 소란스러웠다.
“첩자에 의하면 용과 목진이 동맹을 했다 합니다.”
“그럼, 곧 연합군이 연의 국경을 넘는 것이 아닙니까?”
“어허, 이거 큰 일이 아닙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어서 대책을 간구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이러한 소란을 보며 군사 담달이 말했다.
“당분간은 그리 경홀히 행동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연이 북방의 제나라와 동맹을 했기 때문입니다. 허나 이러한 동맹은 주변상황에 따라 언제라도 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언제 어느 나라가 우방국이 되고 역으로 적국이 될지 모르는 급변하는 정세인 것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일 것입니다. 용, 목진 뿐 아니라 북방 3국에 대한 정보를 취하는 데도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군사 훈련에 게으름을 용납해서는 아니 되며, 지방 제후들과의 결속도 더욱 굳건히 다져야 할 것입니다.”
용의 황도 진양.
연합을 주도한 미란이 어전회의에서 말하고 있었다.
“분명 용, 연, 목진 3국은 지금 팽팽한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허나 정점의 균형은 있을 수 없습니다. 급변하는 정세에 따라 3국의 상황은 언제나 변할 것입니다. 따라서, 그 균형에 틈이 생길 때 일거에 틈이 있는 국가로 힘을 쏟을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3국의 균형이 무너진다면 어는 나라에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목진 입니다.”
“어찌하여서…”
“중앙대륙은 아직까지는 농업의 모든 산업의 우위에 있습니다. 따라서 농업이 안정되면, 상업이 번창하고 국민이 윤택하여 국가가 번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목진이 차지한 함현평야는 가장 남방에 위치한 비옥한 땅입니다. 그래서 같은 평야지대라도 그 수확량이 많은 대지인 것입니다. 더군다나, 목진은 전란의 시대에서 현군을 주군으로 모시어 백성이 신망 또한 높습니다.”
그때 학사 연의자(然義子)가 미란의 이 마지막 말에 반박했다.
“허나 지금은 현군보다는 강력한 왕이 필요한 시기 입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이 그것입니다. 목진의 왕은 전쟁을 싫어하여 꼭 필요하지 않으면 군사를 일으키는 일이 없다 합니다. 그렇게 군사를 신중히 일으키기에 때로는 얻을 땅도 얻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현재 목진은 지리상의 이점은 있지만 왕을 따르는 황도의 정치세력과 군부의 신망이 높은 장수 적령이 안으로는 반목하고 있다 합니다. 우리는 이 틈이 벌어지는 시기를 보아 그 약점을 이용할까 합니다.”
목진의 황도 선루.
이곳에서도 활발히 어전회의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 자리에 적령은 없었다.
“이러한 평화의 시기가 길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하니 반드시 내부의 관리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아니 됩니다. 각 군부는 지방 제후들의 단속에 더욱 힘을 기울일 것이며, 군사훈련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입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절대로 소홀히 함이 있어서는 아니 됩니다.”
위창소가 이리 말하고 있을 때 한 신하가 말했다.
“장군 적령에 대한 처벌은 어찌할 것입니까?”
“그 일은 제게 맡기시지요.”
“허나 폐하 앞에서 어전 문을 박차고 나가는 그러한 참담한 상황을 계속 묵과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근신하고 있으니…”
“종적을 감춘 것이 근신하는 것이란 말이니까?”
그때 황제 유성찬이 두 사람의 논쟁을 가로 막았다.
“모든 죄를 중벌로 다스린다면, 어찌 현군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적령이 비록 죄가 깊으나 그 동안의 공도 크니 지난번 일에 대한 죄는 그의 지휘권을 거두어들이는 것에서 더 이상 묻지 않겠습니다. 그대들은 적령장군의 일 보다는 백성을 보살피는 일에 더 힘을 쓰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어전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04
중림부.
학사 현애규의 서당에서 적령이 그와 차를 마시고 있었다.
“어찌 저를 부른 것입니까?”
“새로 들여온 차가 있어 같이 즐기고 싶었습니다.”
적령은 사실 현애규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잘 알고 있는 현애규가 물었다.
“아직도 위창소에게 화가 나신 것입니까?”
“선생께서 정치에도 관심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없다면 거짓이겠죠.”
“어째서 출사를 하지 않는 것입니까?”
“아직 때가 아니 되었습니다.”
“행복한 분이시군요.”
“네?”
“자신이 출사할 때를 스스로 정할 수 있다니 말입니다.”
“장군께서는 그렇지 않다는 말입니까?”
“저는 항상 떠밀려 왔습니다. 무엇인가에…”
“운명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렇게 부른다면 그렇겠죠.”
“거짓말도 잘 하시는 군요.”
현애규의 이 말에 그만 적령은 마시던 찻잔을 탁자에 내려 놓았다.
“제 말이 실례였다면 용서하시죠.”
“어찌 거짓이라 하는 것입니까?”
“장군이 스스로 말하길 운명에 떠밀려 왔다 함은… 우선은 제후의 집안에 태어난 것부터겠지요.”
“어찌 그것을…”
“누가 장군의 기품을 보고 그리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헌데 장군은 목진에 출사하기 전 운산에 살았다 들었습니다. 그러니 제후에서 평민이 되었다가 다시 장수가 된 것이겠지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것은 모두 제가 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
“인간이 어디에 태어나는 것은 스스로 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모든 백성이 그러한 것이니 딱히 장군만 불행하다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것을 원망한다면 그것은 사치 입니다. 그리고 제후였던 장군이 어찌 백성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초란에게 듣기로는 그 기간 장군은 행복했다 합니다. 이 전란의 시대에 행복했다 말하며 운명에 떠밀린 것이라 한다면 그것 또한 사치 입니다. 그리고 그 후로 남편과 자식을 잃고 목진의 장수가 되었습니다. 복수자로… 전란으로 많은 사람이 가족을 잃은 한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복수를 할 힘 조차 없습니다. 그런데도 장군은 언제라도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군대가 있고, 곧 복수자로서 뜻을 이룰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자신이 운명에 떠밀려 불행히 여기까지 왔다 하며 자신의 운명을 한하는 것입니까?”
“엉뚱한 달변으로 나를 책하려 하는 것입니까?”
“장군은 분명 운명에 떠 밀려 왔다 했습니다. 그럼 당신이 무예와 학문을 익힌 것이 다 떠밀려 한 것입니까? 제후에서 평민이 된 것에 자신의 의지는 하나도 없단 말입니까? 지금의 복수자로서의 길은 정녕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닙니까? 장군은 자신의 정해진 운명에 떠밀려 온 것 같지만 실상 모든 것은 당신 스스로 정해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 장수가 되었으나 이를 거부하고 당신의 의지에 의해 평민이 되었고, 혹 죽으려는 뜻을 품었으나 누군가의 의지로 살았고, 그러므로 스스로의 의지대로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게 살았으며, 누군가의 의지로 가족을 잃고 자신도 죽을 고비를 넘겼으나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또 다시 복수자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당신이 걸어온 길은 모두 운명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고 걸어온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의 의지가 개입된 것 뿐입니다.”
영웅 (1부 15막 : 정치(政治) #03 & #04)
#03
용의 황도 진양.
문, 무 대신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조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군사?”
“이제 곧 목진의 사신이 올 것이라 했습니다.”
“목진의 사신이?”
“네. 그리고 화친하여 연합하고자 할 것입니다.”
“그런…”
“그러면 폐하께서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양국의 연합으로 연을 견제하면서 힘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미란의 확신에 대해 제상 무린이 물었다.
“어찌 그것을 확신하시오.”
“제 첩자에 의하면 얼마 전 목진의 장군 적령이 또 다시 좌천되었다 합니다.”
“그것만으로…”
“그러한 맹장이 좌천되어야 할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자, 지금의 결론에 도달한 것입니다.”
“설명이 부족한 것이 아닙니까?”
“직감입니다. 그뿐입니다.”
그때, 황도에 목진의 사신이 국경을 넘었다는 전달이 도달했다. 그리고 곧 양 국은 동맹의 협약을 맺었다.
연의 황도 양주.
모든 대신들이 모인 어전회의는 다소 소란스러웠다.
“첩자에 의하면 용과 목진이 동맹을 했다 합니다.”
“그럼, 곧 연합군이 연의 국경을 넘는 것이 아닙니까?”
“어허, 이거 큰 일이 아닙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어서 대책을 간구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이러한 소란을 보며 군사 담달이 말했다.
“당분간은 그리 경홀히 행동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연이 북방의 제나라와 동맹을 했기 때문입니다. 허나 이러한 동맹은 주변상황에 따라 언제라도 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언제 어느 나라가 우방국이 되고 역으로 적국이 될지 모르는 급변하는 정세인 것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일 것입니다. 용, 목진 뿐 아니라 북방 3국에 대한 정보를 취하는 데도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군사 훈련에 게으름을 용납해서는 아니 되며, 지방 제후들과의 결속도 더욱 굳건히 다져야 할 것입니다.”
용의 황도 진양.
연합을 주도한 미란이 어전회의에서 말하고 있었다.
“분명 용, 연, 목진 3국은 지금 팽팽한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허나 정점의 균형은 있을 수 없습니다. 급변하는 정세에 따라 3국의 상황은 언제나 변할 것입니다. 따라서, 그 균형에 틈이 생길 때 일거에 틈이 있는 국가로 힘을 쏟을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3국의 균형이 무너진다면 어는 나라에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목진 입니다.”
“어찌하여서…”
“중앙대륙은 아직까지는 농업의 모든 산업의 우위에 있습니다. 따라서 농업이 안정되면, 상업이 번창하고 국민이 윤택하여 국가가 번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목진이 차지한 함현평야는 가장 남방에 위치한 비옥한 땅입니다. 그래서 같은 평야지대라도 그 수확량이 많은 대지인 것입니다. 더군다나, 목진은 전란의 시대에서 현군을 주군으로 모시어 백성이 신망 또한 높습니다.”
그때 학사 연의자(然義子)가 미란의 이 마지막 말에 반박했다.
“허나 지금은 현군보다는 강력한 왕이 필요한 시기 입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이 그것입니다. 목진의 왕은 전쟁을 싫어하여 꼭 필요하지 않으면 군사를 일으키는 일이 없다 합니다. 그렇게 군사를 신중히 일으키기에 때로는 얻을 땅도 얻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현재 목진은 지리상의 이점은 있지만 왕을 따르는 황도의 정치세력과 군부의 신망이 높은 장수 적령이 안으로는 반목하고 있다 합니다. 우리는 이 틈이 벌어지는 시기를 보아 그 약점을 이용할까 합니다.”
목진의 황도 선루.
이곳에서도 활발히 어전회의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 자리에 적령은 없었다.
“이러한 평화의 시기가 길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하니 반드시 내부의 관리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아니 됩니다. 각 군부는 지방 제후들의 단속에 더욱 힘을 기울일 것이며, 군사훈련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입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절대로 소홀히 함이 있어서는 아니 됩니다.”
위창소가 이리 말하고 있을 때 한 신하가 말했다.
“장군 적령에 대한 처벌은 어찌할 것입니까?”
“그 일은 제게 맡기시지요.”
“허나 폐하 앞에서 어전 문을 박차고 나가는 그러한 참담한 상황을 계속 묵과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근신하고 있으니…”
“종적을 감춘 것이 근신하는 것이란 말이니까?”
그때 황제 유성찬이 두 사람의 논쟁을 가로 막았다.
“모든 죄를 중벌로 다스린다면, 어찌 현군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적령이 비록 죄가 깊으나 그 동안의 공도 크니 지난번 일에 대한 죄는 그의 지휘권을 거두어들이는 것에서 더 이상 묻지 않겠습니다. 그대들은 적령장군의 일 보다는 백성을 보살피는 일에 더 힘을 쓰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어전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04
중림부.
학사 현애규의 서당에서 적령이 그와 차를 마시고 있었다.
“어찌 저를 부른 것입니까?”
“새로 들여온 차가 있어 같이 즐기고 싶었습니다.”
적령은 사실 현애규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잘 알고 있는 현애규가 물었다.
“아직도 위창소에게 화가 나신 것입니까?”
“선생께서 정치에도 관심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없다면 거짓이겠죠.”
“어째서 출사를 하지 않는 것입니까?”
“아직 때가 아니 되었습니다.”
“행복한 분이시군요.”
“네?”
“자신이 출사할 때를 스스로 정할 수 있다니 말입니다.”
“장군께서는 그렇지 않다는 말입니까?”
“저는 항상 떠밀려 왔습니다. 무엇인가에…”
“운명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렇게 부른다면 그렇겠죠.”
“거짓말도 잘 하시는 군요.”
현애규의 이 말에 그만 적령은 마시던 찻잔을 탁자에 내려 놓았다.
“제 말이 실례였다면 용서하시죠.”
“어찌 거짓이라 하는 것입니까?”
“장군이 스스로 말하길 운명에 떠밀려 왔다 함은… 우선은 제후의 집안에 태어난 것부터겠지요.”
“어찌 그것을…”
“누가 장군의 기품을 보고 그리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헌데 장군은 목진에 출사하기 전 운산에 살았다 들었습니다. 그러니 제후에서 평민이 되었다가 다시 장수가 된 것이겠지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것은 모두 제가 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
“인간이 어디에 태어나는 것은 스스로 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모든 백성이 그러한 것이니 딱히 장군만 불행하다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것을 원망한다면 그것은 사치 입니다. 그리고 제후였던 장군이 어찌 백성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초란에게 듣기로는 그 기간 장군은 행복했다 합니다. 이 전란의 시대에 행복했다 말하며 운명에 떠밀린 것이라 한다면 그것 또한 사치 입니다. 그리고 그 후로 남편과 자식을 잃고 목진의 장수가 되었습니다. 복수자로… 전란으로 많은 사람이 가족을 잃은 한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복수를 할 힘 조차 없습니다. 그런데도 장군은 언제라도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군대가 있고, 곧 복수자로서 뜻을 이룰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자신이 운명에 떠밀려 불행히 여기까지 왔다 하며 자신의 운명을 한하는 것입니까?”
“엉뚱한 달변으로 나를 책하려 하는 것입니까?”
“장군은 분명 운명에 떠 밀려 왔다 했습니다. 그럼 당신이 무예와 학문을 익힌 것이 다 떠밀려 한 것입니까? 제후에서 평민이 된 것에 자신의 의지는 하나도 없단 말입니까? 지금의 복수자로서의 길은 정녕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닙니까? 장군은 자신의 정해진 운명에 떠밀려 온 것 같지만 실상 모든 것은 당신 스스로 정해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 장수가 되었으나 이를 거부하고 당신의 의지에 의해 평민이 되었고, 혹 죽으려는 뜻을 품었으나 누군가의 의지로 살았고, 그러므로 스스로의 의지대로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게 살았으며, 누군가의 의지로 가족을 잃고 자신도 죽을 고비를 넘겼으나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또 다시 복수자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당신이 걸어온 길은 모두 운명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고 걸어온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의 의지가 개입된 것 뿐입니다.”
적령은 잠시 침묵했다.
“한가지 묻죠?”
“무엇을..”
“지금 그것은… 누군가의 의지에 누군가의 의지가 개입하는 것… 혹 그것이야 말로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란 건가요?”
“난해한 질문을 하는군요.”
“대답해 주세요.”
“난 내 의지를 관철해갈 뿐 입니다. 누군가 그것은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라 말한다면 반박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것이 하늘이 정한 거대한 운명 중에 속한 작은 운명이라 해도 나는 내 의지를 관철시키는 것에 뜻을 다할 것입니다.”
“그렇군요…”
적령은 내려 놓았던 차를 다시 들어 마셨다.
“나의 진정한 길은… 복수자로서의 사명이 끝난 후에 다시 찾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
현애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