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평이 됨 직한 방청석을 가득메운 사람들의 나즈만한 숨소리가 온몸으로 느껴질 만큼 법정안은
차분하게 가라앉어 있었다.
한발짝 한발짝 발검음을 옮길때마다 법정안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지영을 향하고 있었다.
짧은 순간.
지영은 방안을 휘 둘러보았다.
누군가를 찾기 위함이 아니었다.
어릴적을 함께 보내주었던 친구들도 아니었고,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을 혜영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다.
미련스럽게 아직도 자신을 사랑해주고 있는 진아도 아니었고, 힘겹게 살아오셨을 어머님도 아니었다.
그저 습관적으로 아무런 생각없이 휘 둘러보고 있는 것이었다.
지영은 조심스럽게 피고인 석으로 들아서고 있었다.
[주민등록번호]
[XXXXXX-XXXXXXX 입니다.]
[이름]
[김 지영 입니다.]
[본적]
[서울특별시 ...구....동....번지 입니다.]
짧은 질문이었다.
대답역시 짧고 간결했다.
쉽게 판결을 내리리라고 생각되었는데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 긴 시간이 아닌 짧은 침묵과 정적이 꽤나 오랜시간 흘러간거라고 생각될만큼 불안하고 초조한 그러면서도 너무도 정숙한 분위기가 되풀이 되고 있는 듯 하였다.
[XX 고 합 XXXXX호 사건, 피고 김지영 사건에 관해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잠시 또 침묵....
지영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꼿꼿하게 서 있었지만 눈은 몇 미터 앞의 책상 중앙에 두고 있었다.
심장의 고동소리가 점점 빨라져 옴을 느낄 수 있었다.
애써 태연한척 하려 하는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인생을 달관한 듯한 알수없는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했지만 그럴때마다 심장의 박동은 더 크게 울리는 거였다.
[1. 시간에 관하여 피해자 이상희가 피해를 입었다는 시간과 성남시 상대원3동 소재 슈퍼에서 신고를 하였다는 시간 및 방범대원이 피고를 임의 동행 형식으로 검거한 시간을 검토해보면 최초 사건 발생 시간부터 검거 시간까지 10 여분의 시간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피고가 사건이 발생한 장소로부터 900 여 미터 떨어진 곳까지의 거리를 성인 보폭으로 생각했을때 대략 10 여분의 시간인데, 만일 피고가 범인 이라면 사건이 일어난 장소와 검거된 장소 중간에 자취방이 있었음에도 몸을 숨기려 하지 않고 묵묵히 걷다가 체포되었다는 것이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렵다.]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지영의 눈을 판사를 행했다.
좌로 우로 두리번 거리기도 했지만 판사는 계속해서 준비된 글뭉치를 읽어내려가고 있었다.
[2. 피해자 이상희는 반경 10 센티가 넘을 만큼 많은 양의 피를 흘렸고, 원심 법정에서 피고 김지영이 뒤에서 어깨동무를 하여 벽쪽으로 끌고 갔다고 진술하였으며, 당시 피해자 이상희의 웃옷 및 바지가 축축하게 젖을 만큼의 많은 양이었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의 손 또는 문제의 점퍼의 어느 부분이라도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됨이 마땅하다 할 것이나, 본 법정의 김구연 및 김 승주의 진술로 미루어 피고의 옷에 혈흔이 없었음이 인정된다.]
[3. 피고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범행에 사용되었다는 과도에 관한 지문의뢰를 요청하였으나 이 요청이 피고에게 유리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경찰 및 검찰에서 받아들여 지지 않음으로써 피고가 실제 사건의 범인인지를 명확하게 할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법정의 웅성거림이 제법 크게 들려왔다.
[오~~~]
[와~~~]
벌써 환호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비로서 지영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무나 투명한 너무나 맑은 한방울의 눈물이 콧들을 타고 떨어져 바닥에서 퍼져나갔다.
[4. 또 이상희가 범인을 명백하게 지목하고 있으나, 20살의 어린 처녀가 10월의 어두운 저녁에 가로등 불빛 하나만을 의지한체 그러한 급박하면서도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음에도 정확하게 기억한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판사의 마른 기침소리가 들렸다.
살짝 쥔 주먹으로 입을 가렸지만 이내 그의 말은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본 건에 관하여 피고가 범행을 하였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만한 사실이 아무것도 없음에도, 단지 이상희가 머리스타일 및 목소리 또 착용하였다는 옷이 똑같다는 것만으로 피고가 범행을 하였다는 사실을 쉽사리 믿을 수 없고 달리 그를 뒷받침할 명백한 증거가 보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본 법정은 피고 김지영에게 형사 소송법 제 xxx조 에 의해 무죄를 선고한다.]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여기 저기서 박수도 터져나왔다.
지영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허리를 깊숙히 숙여 판사에게 감사함을 표시하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그리곤 뒤를 돌아 방청객에게도 허리를 숙였다.
연신...끈임없이 눈물이 솓구쳐 흘렀다.
자신을 호위하던 교도관에게도 오른쪽 편의 검사에게도 또 간절히 기도했던 하느님에게도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지영아~]
그제서야 저영은 친구들이 법정에 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묶여진 호송줄도 풀려버렸고 두 손목을 감싸고 있던 수갑도 풀어지고 있었다.
금테의 교도관 주임이 어깨를 쓰다듬었다.
[고생했다. 나갈거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 사회에 나가거든 열심히 살도록해라.]
애증의 강-37
애증의강-37
째각이는 초침의 움직임이 심장의 고동소리와 함께 빨라져옴을 느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주기를 고대해보지만 야속한 시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더러는 울며 나오고 또 더러는 당연한 결과라는 듯 별 감흥이 없어보이기도 했다.
하나씩 둘씩 때로는 무더기로 들어가서 몇마디를 들었던건지 이내 돌아 나왔다.
지영은 그들과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하느님...
저 정말 억울한거 아시잖아요...
당신은 모든걸 알고 계신다고 배웠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짧았지만 이토록 간절한 기도를 올려본 일이 없기에 마주잡은 두 손에 땀방울이 맺혀버렸다.
[피고. 김지영]
거친 숨소리를 내 뿜으며 지영을 호명하고 있었다.
굳게 닫혀진듯한 문은 너무나도 조심스럽게 열려지고 있었다.
50여평이 됨 직한 방청석을 가득메운 사람들의 나즈만한 숨소리가 온몸으로 느껴질 만큼 법정안은
차분하게 가라앉어 있었다.
한발짝 한발짝 발검음을 옮길때마다 법정안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지영을 향하고 있었다.
짧은 순간.
지영은 방안을 휘 둘러보았다.
누군가를 찾기 위함이 아니었다.
어릴적을 함께 보내주었던 친구들도 아니었고,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을 혜영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다.
미련스럽게 아직도 자신을 사랑해주고 있는 진아도 아니었고, 힘겹게 살아오셨을 어머님도 아니었다.
그저 습관적으로 아무런 생각없이 휘 둘러보고 있는 것이었다.
지영은 조심스럽게 피고인 석으로 들아서고 있었다.
[주민등록번호]
[XXXXXX-XXXXXXX 입니다.]
[이름]
[김 지영 입니다.]
[본적]
[서울특별시 ...구....동....번지 입니다.]
짧은 질문이었다.
대답역시 짧고 간결했다.
쉽게 판결을 내리리라고 생각되었는데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 긴 시간이 아닌 짧은 침묵과 정적이 꽤나 오랜시간 흘러간거라고 생각될만큼 불안하고 초조한 그러면서도 너무도 정숙한 분위기가 되풀이 되고 있는 듯 하였다.
[XX 고 합 XXXXX호 사건, 피고 김지영 사건에 관해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잠시 또 침묵....
지영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꼿꼿하게 서 있었지만 눈은 몇 미터 앞의 책상 중앙에 두고 있었다.
심장의 고동소리가 점점 빨라져 옴을 느낄 수 있었다.
애써 태연한척 하려 하는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인생을 달관한 듯한 알수없는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했지만 그럴때마다 심장의 박동은 더 크게 울리는 거였다.
[1. 시간에 관하여 피해자 이상희가 피해를 입었다는 시간과 성남시 상대원3동 소재 슈퍼에서 신고를 하였다는 시간 및 방범대원이 피고를 임의 동행 형식으로 검거한 시간을 검토해보면 최초 사건 발생 시간부터 검거 시간까지 10 여분의 시간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피고가 사건이 발생한 장소로부터 900 여 미터 떨어진 곳까지의 거리를 성인 보폭으로 생각했을때 대략 10 여분의 시간인데, 만일 피고가 범인 이라면 사건이 일어난 장소와 검거된 장소 중간에 자취방이 있었음에도 몸을 숨기려 하지 않고 묵묵히 걷다가 체포되었다는 것이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렵다.]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지영의 눈을 판사를 행했다.
좌로 우로 두리번 거리기도 했지만 판사는 계속해서 준비된 글뭉치를 읽어내려가고 있었다.
[2. 피해자 이상희는 반경 10 센티가 넘을 만큼 많은 양의 피를 흘렸고, 원심 법정에서 피고 김지영이 뒤에서 어깨동무를 하여 벽쪽으로 끌고 갔다고 진술하였으며, 당시 피해자 이상희의 웃옷 및 바지가 축축하게 젖을 만큼의 많은 양이었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의 손 또는 문제의 점퍼의 어느 부분이라도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됨이 마땅하다 할 것이나, 본 법정의 김구연 및 김 승주의 진술로 미루어 피고의 옷에 혈흔이 없었음이 인정된다.]
[3. 피고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범행에 사용되었다는 과도에 관한 지문의뢰를 요청하였으나 이 요청이 피고에게 유리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경찰 및 검찰에서 받아들여 지지 않음으로써 피고가 실제 사건의 범인인지를 명확하게 할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법정의 웅성거림이 제법 크게 들려왔다.
[오~~~]
[와~~~]
벌써 환호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비로서 지영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무나 투명한 너무나 맑은 한방울의 눈물이 콧들을 타고 떨어져 바닥에서 퍼져나갔다.
[4. 또 이상희가 범인을 명백하게 지목하고 있으나, 20살의 어린 처녀가 10월의 어두운 저녁에 가로등 불빛 하나만을 의지한체 그러한 급박하면서도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음에도 정확하게 기억한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판사의 마른 기침소리가 들렸다.
살짝 쥔 주먹으로 입을 가렸지만 이내 그의 말은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본 건에 관하여 피고가 범행을 하였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만한 사실이 아무것도 없음에도, 단지 이상희가 머리스타일 및 목소리 또 착용하였다는 옷이 똑같다는 것만으로 피고가 범행을 하였다는 사실을 쉽사리 믿을 수 없고 달리 그를 뒷받침할 명백한 증거가 보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본 법정은 피고 김지영에게 형사 소송법 제 xxx조 에 의해 무죄를 선고한다.]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여기 저기서 박수도 터져나왔다.
지영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허리를 깊숙히 숙여 판사에게 감사함을 표시하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그리곤 뒤를 돌아 방청객에게도 허리를 숙였다.
연신...끈임없이 눈물이 솓구쳐 흘렀다.
자신을 호위하던 교도관에게도 오른쪽 편의 검사에게도 또 간절히 기도했던 하느님에게도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지영아~]
그제서야 저영은 친구들이 법정에 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묶여진 호송줄도 풀려버렸고 두 손목을 감싸고 있던 수갑도 풀어지고 있었다.
금테의 교도관 주임이 어깨를 쓰다듬었다.
[고생했다. 나갈거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 사회에 나가거든 열심히 살도록해라.]
[네. 감사합니다. 교도관님]
[혜영아~~~]
지영은 가슴속으로 한 여인의 이름이 부르고 있었다.
이 순간 제일먼저 떠 오른 얼굴이 그녀였던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