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1부 17막 : 적령(赤靈) #01 & #02)

J.B.G2005.03.09
조회116

#01

 

중림부의 초류향.

대륙이 양분된 이후 계속 연성에 머물던 적령이 어느 날 굳은 얼굴로 다시 초류향을 찾았다. 초란을 찾은 적령은 무엇인가 할 말이 있었지만 한참을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자 초란이 먼저 물었다.

 

“할 말이 있으며 어서 말해봐. 친구끼리 뭘 망설이는 거야?”

“사실은… 공이 필요해.”

“…”

 

적령의 이 말에 초란은 마음이 조금 불안해 졌다. 그러나 그러한 불안감을 숨기려고 짐짓 웃으며 말했다.

 

“너 같은 맹장이 공이라니…? 무슨 소리야?”

“목진은 내가 없이도 연을 복속했어. 내 지위가 그만큼 위태로워 진 거지…”

“하지만, 그것은 네가 뒤에서 흩어진 군부를 바로 세웠기에 가능했던 일이잖아.”

“누가 그걸 인정해 주지?”

“…”

“최종적으로 군사를 일으켜 연을 복속한 것은 군사 위창소와 그 무리야. 그리고 황제는 전쟁을 싫어하기 때문에 할 수만 있으면 나를 등용하지 않으려 하고 있어.”

“그래서… 공이 필요하다는 거니?”

“달리 무슨 이유가 있겠어?”

 

초란은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답답함이 밀려왔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니…?’

 

그러나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고 없었다.

 

“정말 그뿐이라면…”

“…”

“내가 무엇을 도와주면 좋겠어?”

“용을 복속할 정보를 얻어야겠어.”

“…그래…”

“결정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다시 목진의 장수로 출사할 수 있을 거야.”

“…”

 

초란은 매우 심란했다. 그녀가 보기에 지금 같은 전란의 시대라면 적령 같은 장수는 아무리 왕이 그녀를 멀리하려 해도 시기가 되면 출사할 수 밖에 없는 위치였다. 그런데도, 초란이 보기에 초조해져서 서두르는 적령이 너무나 위태해 보였다.

 

“그럼… 용에 갈 생각이니?”

“나와 같이 용국으로 가 줄 수 있겠니?”

“…”

“남장을 한 나와 약초를 캐러 전국을 유랑하는 부부로 위장해서 용국의 황도인 진양으로 가주었으면 해. 내가 정보를 얻는 동안 의심 받지 않도록 도와주었으면 하는데… 어렵겠니?”

 

초란은 이미 도움이 되기로 결정한 이상, 망설이는 기색 없이 대답했다.

 

“아냐. 그리할게.”

 

적령은 초란의 허락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도 무겁기는 마찬가지였다.

 

‘미안하다…’

 

그날 밤 초란이 잠들자 적령은 홀로 밖에 나와 달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제는 정말… 모든 것을 끝내고 싶어… 모든 것을…’

 

그녀는 정원의 구름다리 위에서 물 이랑에 일그러져 달빛에 반사되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정말 추하군…’

 

그녀는 외눈이 되어 일그러진 자신의 얼굴을 외면하고 눈을 감았다.

 

‘이젠 지쳤어… 끝내자. 이번 여행에서… 그리고 무와 비 곁으로 돌아가는 거야. 두 사람 곁으로…’

 

초란은 방에서 불을 켜지 않은 채 정원의 적령을 바라보았다.

 

‘불안해…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그렇게 다음날의 태양이 떴고 두 사람은 부부로 위장해 용의 황도 진양으로 향했다.

 

 

 

#02

 

용의 황도 진양.

적령과 초란이 용에 온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나고 있었다. 그들은 진양의 내성에 있는 한 여관에 묶고 있었다.

 

“매일 밤 어디를 그렇게 다니는 거야?”

“이곳에 온 목적이 진양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니 당연한 것이잖아.”

“너무 자주 드나들면 의심을 사게 될지도 몰라.”

“그러기 전에 일을 끝낼 거야.”

“각국은 나름의 첩보부대를 운영한다고 하던데… 그것으로는 부족한 거야?”

“물론, 공식적인 첩보부대가 있는 것이 사실이야. 하지만, 군을 통솔하는 군사 정도가 되면 자신만의 정보체계를 구축해서 독립적으로 정보를 모을 수 있는 권위를 얻게 되지…”

“위창소도 그런 정보망이 있을까?”

“아마도… 그리고 용의 군사 미란도 있겠지…”

“그렇다면 더 조심해야 하는 것 아냐?”

 

그때, 밖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뭐지?”

 

초란이 놀라 이리 말할 때, 적령은 이미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러한 그녀를 따르며 초란이 말했다.

 

“이목을 끄는 행동은 금물이야.”

“나도 알아”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갔을 때 한 장수가 복면을 한 자와 칼부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다른 장수가 나타나 협력했고 곧 그 싸움은 끝나 버렸다. 그리고 복면을 한 자는 체포 되었다.

 

“오라버니!”

“너까지 나설 필요는 없다고 했잖아.”

“하지만…”

“되었다. 그보다 어서 이 자를 데려가 문초를 해 보아야겠다. 틀림없이, 어떤 정보를 입수했을 거야.”

 

포박된 자는 아마도 적국의 첩자인 것이 분명했다. 그는 포박되어 곧 도착한 일대의 병사들에게 호송 되었다. 그리고 그를 포박한 것은 황도 수비군인 적포청의 장수 무영과 그 누이 무연 이었다. 그리고 무연의 모습을 본 초란은 황급히 옷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이때 적령은 다른 곳에 정신을 쏟고 있어서 지난날 중림에서 어두운 밤에 한번 만났던 무연의 존재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 돌아가자.”

“네.”

“응?”

 

무영은 한 순간 자신을 주목하는 시선을 깨달았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다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왜 그래요? 오라버니?”

“아무것도… 아냐…”

 

한데 모여있던 사람들은 사건이 해결되자 다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초란이 적령에게 물었다.

 

“뭐야? 왜 저 젊은 장수를 주목한 거야?”

“그냥… 뭔가… 알 수 없는 운명의 고리가 느껴졌어…”

“…”

“너야말로 왜 얼굴을 거린 거야? 저 젊은 장수를 아는 거야?”

“아니… 그보다 등을 보였던 여장 말이야.”

“그자가 왜?”

“아무것도 아냐. 그냥, 중림에서 본 것 같아서…”

“설마? 여장이 널 찾을 리 없잖아…?”

“그… 그렇겠지…”

 

초란은 그냥 적령이 모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모른 척 했다. 그리고 그 사건이 있은 지 며칠이 더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적령이 초란에게 떠날 것을 청했다.

 

“왜… 먼저 떠나라는 거야?”

“오늘 밤 중요한 일이 있어. 위험할지 모르기 때문이야. 그러니, 너는 먼저 전진에서 날 기다려…”

“여기서 기다릴게.”

“아니. 네가 있으면 도주에 불편할 뿐이야. 며칠 전 잡힌 첩자처럼 될 뿐이라고.”

“…알았어. 방해가 된다면 어쩔 수 없지…”

“란 아!”

“응?”

“네가 아니었으면 이곳에서 신분을 숨기며 정보를 얻지 못했을 거야. 고마워.”

“친구끼리 별 말을…”

 

다음날. 동트기 전 새벽 안개를 가르며 초란은 전진으로 행했고, 적령은 여관에서 조용히 다시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잘 가… 란 아…’

 

날은 이미 정오가 지나고 있었다. 초란은 전진으로 향하는 길에 시장기를 해결하려고 한 마을에서 식당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곳에서 식사를 하다가 미란은 많은 사람들이 황도로 향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를 이상히 여긴 초란은 점원에게 그 연유에 대해 물었다.

 

“저 말씀 좀 물을게요.”

“네.”

“왜 이리 사람들이 황도로 모여드는 거죠?”

“오늘은 지난날 봉의 대군이 황도를 침범한 날이잖아요.”

“그래서요?”

“그래서 라니… 매년 그날의 치욕을 잊지 않기 위해 황도의 외성에 있는 광장에서 제를 지내고 있잖아요. 그날 죽은 백성들을 위해서 말이요. 그 바람에 지방 관료들이 모든 소집된 거죠.”

“그러고 보니 들은 적이 있어요.”

“흠… 그러한 사정을 잘 모르는 것을 보니 당신은 중앙대륙 사람이 아니구려?”

“네… 사실은 중림에 사는 약초장수에요.”

“행색은 그래 보이지는 않는데?”

“아… 남편이 있는데 그이는 일이 있어서 저 먼저 중림으로 돌아가는 거에요.”

“그래요?”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백성들까지 모두 소집하면… 이 많은 사람을 다 광장에 수용할 수 있나요?”

“아 의무적으로 소집되는 거야 관리들뿐이죠. 그리고 백성들이야 뭐 황제의 얼굴을 한번 보려고 가지만…”

“…네?”

“이번에는 특별히 그 제에 황제가 참석한다고 해서 저 난리들이라오.”

 

순간, 초란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황제가 직접… 외성의 제에 참여한다고?’

 

초란은 황급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니? 이봐요. 음식 값은 내고 가야죠?”

 

초란은 음식값 지불도 잊은 채 황급히 다시 진양으로 말을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