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자 진양의 외성 광장에서는 큰 제가 시작 되었다. 많은 문, 무 대신과 지방의 제후 및 군부의 수장들이 그 지위에 따라 제단 앞에 정렬해 있었다. 그리고 금위군이 황제의 주위를 호위하고 있었으며, 적포청의 군사들이 제단 전체와 성 곳곳을 수 겹으로 감시하고 있었다.
‘지난날 첩자의 일로 이리 삼엄한 것인가?’
중앙의 단에서 멀리 떨어진 백성들 틈에서 적령이 얼굴을 가린 채 황제를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제가 한창일 때 급히 진양에 초란이 말을 달려 들어서고 있었다.
‘정녕 죽으려는 것이니? 너는…’
제가 있는 곳을 향해 말을 달리는 초란의 눈은 젖어 있었지만, 눈매는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막상 제가 진행되는 광장에 가득 찬 인파 속에서 적령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안돼! 빨리 찾아야 해…’
아무리 적령의 얼굴을 안다 해도 수 많은 군중들 틈에서 어디 있는지 모르는 그녀를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때, 그녀의 시야에 문득 미란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렇다면, 철기주 장군님도…’
그렇게 생각하며 철기주를 찾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철기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한 그녀의 시야에 또 다른 사람이 보였다. 그것은 무연이었다.
‘저 장수는…’
제에 참석해 제상 무린의 옆에 서 있던 무연에게 한 병사가 찾아왔다. 그녀는 호위병사도 아닌 자가 제상이 있는 고위 관료의 자리에까지 온 것에 조금 당황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다른 대신들도 조금 이상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 자리는 일개 병사가 올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 병사도 이 사실을 아는지 무연에게 쪽지를 하나 주고는 황급히 그 자리를 피했다.
‘이건…’
병사가 황급히 주고 사라진 쪽지를 펴 본 무연은 크게 놀라는 빛이 역력했다. 그리고 무연은 곳 그 자리를 빠져 나가고 있었다.
‘이 여인이 왜…’
그리고 무연이 자리를 뜨는 것은 미란에게도 목격 되었다. 그렇게 행사장의 백성들 틈에서 무연은 쪽지를 보낸 여인과 마주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초란 이었다.
“당신이 어떻게…”
“우선 자리를 옮기시죠.”
한편, 무연이 자리를 뜨자 이를 계속 주목하던 미란은 무연이 초란과 만나는 것을 보고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무슨 변괴가 있음이야…’
미란은 즉각 무엇인가 변괴가 있음을 감지하고 두 사람을 따라 행사장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그 길로 초란과 무연을 미행하기 시작했다.
“철기주 장군님을 꼭 만나야 합니다.”
“어째서…”
“화급합니다.”
“이유를 말해야…”
“철기주 장군님을 만나면 말하겠습니다.”
“…”
“어서요.”
무연은 파리하게 질린 얼굴이면서도 너무나 냉철해 보이는 그녀의 날카로운 눈매에 그만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따라 오시죠.”
그 길로 두 여인은 곧 철기주의 저택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 초란이 무연에게 물었다.
“왜 대장군께서는 제에 참여하지 않으시는 거죠?”
“장군님께서는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시기 때문입니다. 이곳 황도에는 적국의 첩자가 많으니까요. 이를 알기에 폐하도 미란 언니도 묵인하는 것입니다.”
두 사람은 미란의 미행 사실을 모르고 곧 철기주의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자신의 저택에서 뜻밖에 초란은 만나게 된 철기주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너?”
그러나 철기주를 보자 그가 미처 반가와 하기도 전에 초란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장군님…”
“도대체 무슨 일이냐?”
“청이 있어 왔습니다.”
“청?”
“그러합니다.”
“그 청이란 것이 무엇이냐?”
“적령 장군을 구명해 주십시오.”
“뭐?”
그녀의 이 말에 철기주도 무연도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초란은 눈물을 보일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사연을 말해 보아라.”
“먼저, 소녀의 청을 들어주신다 약조해 주십시오.”
철기주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큰 음모가 있음이 분명했으나, 청을 허락하지 않으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 방도 또한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 약조…”
“아니 됩니다!”
그때 갑자기 미란이 나타나 철기주를 막아 섰다..
“넌…”
미란은 지체하지 않고 초란의 목에 칼을 대었다.
“적장 적령이 이번 제에 숨어든 모양이구나.”
사태가 반전되자 방금 까지 눈물로 호소하던 초란은 사라지고, 그녀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미란을 노려 보았다.
“황제를 노리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사형.”
“사실이냐?”
“그렇습니다.”
초란의 한기 섞인 이 한마디에 철기주와 무연은 그만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이에 철기주가 다시 물었다.
“너는 어찌해서 적장을 구명해 달라고 하면서 나에게 그자를 고발하는 것이냐?”
“적령장군은 죽으려는 것입니다. 용의 황제를 죽이고…”
그녀의 이 말은 다시 한번 세 사람을 놀라게 하고 있었다.
“그는 천하의 둘도 없는 영웅이라 들었는데… 어찌 그런 무모한 짓을…”
“사연이 있습니다.”
“사연?”
이 대목에서 미란은 다급한 나머지 초란의 따귀를 힘껏 때렸다.
“닥치거라! 어서 그자가 있는 곳을 말해라!”
그러나 이러한 미란 앞에서 초란은 단호했다. 초란은 애써 미란을 외면한 채 철기주를 협박하고 있었다.
“장군님! 약조해 주시지 않으면, 적령장군 뿐 아니라 용의 황제도 죽습니다.”
사태가 심각함을 깨달은 철기주는 미란의 만류가 있었지만 이를 물리치고 대답한다.
“약조하마.”
“사형!”
“이미 약조했다.”
“그렇다면, 무연장군과 밖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전 잠시 후에 나가겠습니다.”
“응?”
초란의 그 진의를 알 수 없는 이 청에 철기주는 망설였지만 미란이 말한다.
“사형! 어서 차비를 해요. 연이도 사형을 따라 나서거라.”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미란의 말을 따라 나갔다. 그러자 초란이 다시 미란에게 명했다.
“미란 군사께서는 여기에서 오늘 밤 하루 동안 위폐 되어 주셔야겠습니다.”
“내게 네 명을 따르라는 것이냐?”
미란은 그만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초란은 단호했다.
“그렇지 않으면, 소녀는 비밀을 발설하겠습니다.”
“닥치지 못하겠느냐? 내 지금 여기서 네 목을 칠 수도 있다.”
“잊으신 겁니까? 비록 군사께서 적령 장군의 얼굴을 안다고는 하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철기주 장군에게 사실대로 고변 할 수도 없을 터. 지금 변장한 적령 장군이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소녀 뿐입니다. 소녀를 죽이면 적령 장군도 죽겠지만, 황제도 죽습니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두 사람에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저울은 이미 기울어져 있었다. 미란으로서는 지금은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황도의 적포청 군사와 금위군을 비롯한 수 많은 장수들을 허수아비라 생각하는 것이냐?”
“적령은 오늘 모든 은원을 정리하고 죽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분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미란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결정은 이미 난 것이었다. 역시 그녀로서는 지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가거라!”
“감사합니다.”
미란은 하루 동안 철기주의 저택에 위폐 되고, 초란, 철기주, 무연은 제가 올려지는 광장으로 말을 달렸다.
영웅 (1부 17막 : 적령(赤靈) #03)
밤이 되자 진양의 외성 광장에서는 큰 제가 시작 되었다. 많은 문, 무 대신과 지방의 제후 및 군부의 수장들이 그 지위에 따라 제단 앞에 정렬해 있었다. 그리고 금위군이 황제의 주위를 호위하고 있었으며, 적포청의 군사들이 제단 전체와 성 곳곳을 수 겹으로 감시하고 있었다.
‘지난날 첩자의 일로 이리 삼엄한 것인가?’
중앙의 단에서 멀리 떨어진 백성들 틈에서 적령이 얼굴을 가린 채 황제를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제가 한창일 때 급히 진양에 초란이 말을 달려 들어서고 있었다.
‘정녕 죽으려는 것이니? 너는…’
제가 있는 곳을 향해 말을 달리는 초란의 눈은 젖어 있었지만, 눈매는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막상 제가 진행되는 광장에 가득 찬 인파 속에서 적령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안돼! 빨리 찾아야 해…’
아무리 적령의 얼굴을 안다 해도 수 많은 군중들 틈에서 어디 있는지 모르는 그녀를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때, 그녀의 시야에 문득 미란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렇다면, 철기주 장군님도…’
그렇게 생각하며 철기주를 찾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철기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한 그녀의 시야에 또 다른 사람이 보였다. 그것은 무연이었다.
‘저 장수는…’
제에 참석해 제상 무린의 옆에 서 있던 무연에게 한 병사가 찾아왔다. 그녀는 호위병사도 아닌 자가 제상이 있는 고위 관료의 자리에까지 온 것에 조금 당황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다른 대신들도 조금 이상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 자리는 일개 병사가 올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 병사도 이 사실을 아는지 무연에게 쪽지를 하나 주고는 황급히 그 자리를 피했다.
‘이건…’
병사가 황급히 주고 사라진 쪽지를 펴 본 무연은 크게 놀라는 빛이 역력했다. 그리고 무연은 곳 그 자리를 빠져 나가고 있었다.
‘이 여인이 왜…’
그리고 무연이 자리를 뜨는 것은 미란에게도 목격 되었다. 그렇게 행사장의 백성들 틈에서 무연은 쪽지를 보낸 여인과 마주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초란 이었다.
“당신이 어떻게…”
“우선 자리를 옮기시죠.”
한편, 무연이 자리를 뜨자 이를 계속 주목하던 미란은 무연이 초란과 만나는 것을 보고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무슨 변괴가 있음이야…’
미란은 즉각 무엇인가 변괴가 있음을 감지하고 두 사람을 따라 행사장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그 길로 초란과 무연을 미행하기 시작했다.
“철기주 장군님을 꼭 만나야 합니다.”
“어째서…”
“화급합니다.”
“이유를 말해야…”
“철기주 장군님을 만나면 말하겠습니다.”
“…”
“어서요.”
무연은 파리하게 질린 얼굴이면서도 너무나 냉철해 보이는 그녀의 날카로운 눈매에 그만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따라 오시죠.”
그 길로 두 여인은 곧 철기주의 저택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 초란이 무연에게 물었다.
“왜 대장군께서는 제에 참여하지 않으시는 거죠?”
“장군님께서는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시기 때문입니다. 이곳 황도에는 적국의 첩자가 많으니까요. 이를 알기에 폐하도 미란 언니도 묵인하는 것입니다.”
두 사람은 미란의 미행 사실을 모르고 곧 철기주의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자신의 저택에서 뜻밖에 초란은 만나게 된 철기주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너?”
그러나 철기주를 보자 그가 미처 반가와 하기도 전에 초란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장군님…”
“도대체 무슨 일이냐?”
“청이 있어 왔습니다.”
“청?”
“그러합니다.”
“그 청이란 것이 무엇이냐?”
“적령 장군을 구명해 주십시오.”
“뭐?”
그녀의 이 말에 철기주도 무연도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초란은 눈물을 보일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사연을 말해 보아라.”
“먼저, 소녀의 청을 들어주신다 약조해 주십시오.”
철기주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큰 음모가 있음이 분명했으나, 청을 허락하지 않으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 방도 또한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 약조…”
“아니 됩니다!”
그때 갑자기 미란이 나타나 철기주를 막아 섰다..
“넌…”
미란은 지체하지 않고 초란의 목에 칼을 대었다.
“적장 적령이 이번 제에 숨어든 모양이구나.”
사태가 반전되자 방금 까지 눈물로 호소하던 초란은 사라지고, 그녀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미란을 노려 보았다.
“황제를 노리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사형.”
“사실이냐?”
“그렇습니다.”
초란의 한기 섞인 이 한마디에 철기주와 무연은 그만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이에 철기주가 다시 물었다.
“너는 어찌해서 적장을 구명해 달라고 하면서 나에게 그자를 고발하는 것이냐?”
“적령장군은 죽으려는 것입니다. 용의 황제를 죽이고…”
그녀의 이 말은 다시 한번 세 사람을 놀라게 하고 있었다.
“그는 천하의 둘도 없는 영웅이라 들었는데… 어찌 그런 무모한 짓을…”
“사연이 있습니다.”
“사연?”
이 대목에서 미란은 다급한 나머지 초란의 따귀를 힘껏 때렸다.
“닥치거라! 어서 그자가 있는 곳을 말해라!”
그러나 이러한 미란 앞에서 초란은 단호했다. 초란은 애써 미란을 외면한 채 철기주를 협박하고 있었다.
“장군님! 약조해 주시지 않으면, 적령장군 뿐 아니라 용의 황제도 죽습니다.”
사태가 심각함을 깨달은 철기주는 미란의 만류가 있었지만 이를 물리치고 대답한다.
“약조하마.”
“사형!”
“이미 약조했다.”
“그렇다면, 무연장군과 밖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전 잠시 후에 나가겠습니다.”
“응?”
초란의 그 진의를 알 수 없는 이 청에 철기주는 망설였지만 미란이 말한다.
“사형! 어서 차비를 해요. 연이도 사형을 따라 나서거라.”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미란의 말을 따라 나갔다. 그러자 초란이 다시 미란에게 명했다.
“미란 군사께서는 여기에서 오늘 밤 하루 동안 위폐 되어 주셔야겠습니다.”
“내게 네 명을 따르라는 것이냐?”
미란은 그만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초란은 단호했다.
“그렇지 않으면, 소녀는 비밀을 발설하겠습니다.”
“닥치지 못하겠느냐? 내 지금 여기서 네 목을 칠 수도 있다.”
“잊으신 겁니까? 비록 군사께서 적령 장군의 얼굴을 안다고는 하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철기주 장군에게 사실대로 고변 할 수도 없을 터. 지금 변장한 적령 장군이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소녀 뿐입니다. 소녀를 죽이면 적령 장군도 죽겠지만, 황제도 죽습니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두 사람에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저울은 이미 기울어져 있었다. 미란으로서는 지금은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황도의 적포청 군사와 금위군을 비롯한 수 많은 장수들을 허수아비라 생각하는 것이냐?”
“적령은 오늘 모든 은원을 정리하고 죽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분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미란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결정은 이미 난 것이었다. 역시 그녀로서는 지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가거라!”
“감사합니다.”
미란은 하루 동안 철기주의 저택에 위폐 되고, 초란, 철기주, 무연은 제가 올려지는 광장으로 말을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