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아픔이라 느끼며 살았던 모든 것들이 부질없이 흩어지고 허물어진다. 부둣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세상을 버렸던 아버지의 그것마저도 지금의 이 심장을 움직일 수 없을 같다. 수백 년 전의 그 사람이 내게 온 것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내가 그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고 낯설다. 단지 나를 떨리게 하고 눈물 흘리게 하는 것은......
- 사람을 담아 다른 세상이 열릴 수 있다는 너무도 잔인한 그 하나의 축복...
탐내지 않을 수 없으면서도 가지는 것이 죄가 되는 지금이다.
한 사람을 품어 떠나던 그 처절한 마지막이.....
내 심장에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온몸을 찢어내는 고통과 숨 줄이 타들어가는 생명의 끝에서...
한점 두렵지 않을 수 있었던 그 사랑이....
정령 사람의 것이었는지......
사람 속에 무엇이 있어 그리 할 수 있었는지....
나는 아직도 그 마음의 깊이를 간음할 수가 없다.
진서의 손을 잡고 강둑을 걷던 동준이 좁은 길로 들어서자 뒷짐을 지어 그 손을 놓지 않고 그대로 걸었다. 이틀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마루에서 진서의 무릎을 베고 자는 것과 그렇게 강둑을 걷는 것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 보내는 시간인데도 가슴가득이 채워지는 편안함에 모든 것이 아깝기만 했다.
산기슭에 걸려있는 태양의 잔 빛들이 붉은 명암을 녹이며 번지고 있었다. 더위가 한풀 꺾인 저녁바람에 강가를 뒤엎고 있던 갈대들이 서설되며 곤아 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동준이 모든 것이 너무도 새로워 주취하지 못할 서러움이 밀려들었다.
- 지금에서야 세상이 내 눈으로 들어온다.
한번도 보려 하지 않았던 길가의 풀꽃마저도 내 눈에 들어와 그 빛깔을 드리운다.
내가 살아낸 삶이 더 잔인하게 심장을 난도질 한다.
다른 것을 품어 탐내는 지금 그 모든 것들이 비수처럼 내게 돌아오고 있다.
“어제 오늘 왜 통 말이 없어요?”
동준이 진서를 돌아보며 애써 밝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자신이 말하지 않는 것들은 그저 모르는 척 넘어가고 있었지만 그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두려움들이 자라고 있는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 눈이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이곳에 있으니까 모든 게 필요 없어지네. 자는 것도 먹는 것도 몸이 시키면 하면 되고 너 쳐다보고 있으면 다 알아져서 말하는 거 자꾸 까먹게 되네.”
진서가 싱긋 웃었다.
“왜 웃는데?”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서요.”
“처음.....”
동준이 진서가 클럽에 왔던 그날을 떠올려 보았다. 이유없이 자꾸 웃음이 나게 하던 그 느낌하나가 그토록 절실한 사랑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동준이 진서의 손을 잡고 시내를 둘러보다 중고가게 앞에서 멈추었다. 진서가 가게 앞에 나와 있는 흔들의자를 손을 툭 쳐 건드렸다. 앞뒤로 작게 움직이는 그것을 바라보다 동준을 돌아봤다.
“재밌겠다. 이거 사서 정자위에 갖다 놓고 책 읽으면 좋겠다.”
“너무 낡은 것 같은데....”
“그래서 더 좋아요. 사람 손 타서 나무 결이 이렇게 부드러워 졌잖아요. 너무 새것이면 우리 집에 안 어울릴 거예요.”
“너 그렇게 말하니까 꼭 애늙은이 같다.”
“어, 이렇게 유혹적인 애늙은이 보셨는지 모르겠네.”
동준이 자신의 바지 뒷주머니에 손을 쑥 집어넣으며 장난을 거는 진서의 짧은 머리를 아무렇게 헝클어트리며 시원하게 웃었다.
“이제....뭐든 유혹이 된다고 믿는 이 어이없는 자신감....”
진서의 고집으로 병원에 들러 소독을 받고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이 정자에 흔들의자를 올려다 놓고 이리저리 위치를 옮겨 보았다.
“이쪽?”
“응.......아니아니...약간 어색해. 뭔가가 이상해.”
동준이 잡는 위치마다 이상하다며 달라질 것도 없는 자리를 자꾸 옮겨놓게 하던 진서가 결국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너....지금 장난하는 거지.”
“아......이상하네...뭔가 이프로가 부족한 것 같은데...됐어요. 한번 앉아 봐요.”
동준이 저주지 쪽으로 향해있는 흔들의자에 몸을 앉히고 발끝을 툭 쳐 의자를 흔들어 보았다. 생각보다 편하게 몸을 받아 움직임 속에 있게 해주는 그 안락함이 금방 등을 깊숙이 끌어당겼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진서가 동준의 무릎위에 앉았다.
“아! 이거네. 이제 그림이 나오네.”
동준이 피식 웃으며 앞이마로 진서를 등을 툭 쳤다. 너무도 사소한 사랑스러움이 그 순간 동준을 사로잡았다. 모든 것이 정지 돼 오직 그 하나의 느낌이 심장을 채워가고 있었다. 사랑이었다. 자신만이 느끼고 가질 수 있는 그 하나의 사랑에 동준이 영혼까지 전율하며 떨려왔다.
- 그 사람....
그 하나 가져 더 이상의 세상을 닮을 것이 없었던 그 사람....
그 떨림이.....
그 전율이.....
지금 너를 안은 내 심장에 내려앉고 있다.
앞에 두고 마주 앉아 보는 것조차도 아깝다 했던 그 말이...
눈 속에 내려 앉아 감아도 때어낼 수 없다 했던 그 말이...
거짓말처럼 선명하게 내 심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동준이 또 다시 아련한 감정에 빠지는 자신을 알아 애써 그것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너 한번씩 너무 엉큼한 거 알지.”
진서가 딴청을 피우며 그 등을 동준에게 깊숙이 묻었다. 저수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한결 시원하게 몸을 휘감아 늦여름의 더위를 씻어내 주고 있었다.
“아, 편하다.”
진서가 몸에 힘을 빼 동준에게 완전히 기대안자 동준이 갑자기 흑하며 신음을 냈다. 그제야 상처를 기억한 진서가 놀라 몸을 일으키려 상채를 들자 동준이 두 팔로 진서의 몸을 감싸 앉으며 그 목 줄기에 얼굴을 묻었다. 부드러운 살결의 체온이 입술과 턱에 닿았다.
“그냥 있어. 괜찮아.”
“정말 괜찮아요. 진짜?”
동준이 대답대신 진서를 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진서의 머릿결 속으로 코를 가져가 깊게 그 향을 호흡했다. 바람 속에 흩날리는 그 향기마저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을 만큼 그 존재 하나에 모든 세상이 담기고 있었다. 너무 탐나고 좋은 것은 가져도 아픔이 될 수 있음을 동준이 그렇게 뼈 속까지 새겨가고 있었다.
- 그 사람도 그랬겠구나.
그 매화 밭에서 흩날리는 꽃잎을 보며 너무 아름다워 눈부신 그것마저 아까워 서러웠던 그 마음이
지금 내게도 번지고 있다. 진서야...!
니 이름 부르는 것도.....
이렇게 너의 살 내음 속에 묻히는 것도 전부가 아깝기만 하다....
불어오는 이 바람도, 눈 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저 푸른 저수지의 빛깔도...
지금을 정지시켜 영원 속에 가두고 싶다.
동준이 재대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게 계속 마음에 걸리든 정재가 호경에게 전화를 했다.
“형. 정재에요.”
“응. 별일 없지.”
“동준이 형 고성 내려가 있어요.”
“그긴 무슨 일로?”
“괜찮으면 형이 좀 내려가 봐 줄래요. 약이랑 몇 가지 가져갈 것도 있고..”
“무슨 약...동준이 다쳤니?”
“허리에 칼 맞았어요.”
“뭐.....얼마나...상태 어떤데?”
“여름이라 그냥 두면 덧날수도 있고 형 병원 안가고 그냥 있을 것 같아서..”
“그래. 나 오후에 별일 없다. 나중에 만나서 약도 그려주고....챙겨갈 거 주라.”
호경이 우후에 정재를 만나 대충의 상황을 듣고 고성으로 길을 잡았다. 늦어 막이 점심을 먹고 마을 포도밭에서 마지막 끝물을 사오던 동준이 비포장도로로 들어서는 호경의 차에 놀라 그 자리에 우뚝 섰다.
“뭐야....너. 어떻게 왔어.”
“시끄러 임마. 그 말은 내가 하고 싶은 거고...”
호경이 동준을 한번 흘려본 후 옆에 선 진서에게 인사를 건넸다. 처음 그때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섬머슴에 같은 짧은 머리에 비를 맞아 온통 헝클어진 채 그 큰 눈만 댕그랗게 뜨 있던 모습이 떠올라 호경이 작게 웃었다. 어깨 끈이 얇은 하늘색 원피스 때문인지 아니면 또 다른 느낌이 주고 있는 모호함인지 그때의 어리고 앳된 느낌과는 다른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동준이 그렇게 올라간 정재가 계속 앙금처럼 불편하고 아프게 남아 있었다. 아마도 그 마음 또한 자신만큼이나 무겁고 시릴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호경을 보낸 녀석의 배려가 동준을 더 깊은 죄책감을 들게 하고 있었다.
호경이 파란 대문을 열고 시골집에 들어서 입을 떡 버렸다.
“야, 이집 전망이 죽인다 야. 자식 좋은 건 혼자 다하고 있었구나.”
“그래. 여기 있으니까 아무것도 생각 안 나더라.”
부엌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던 진서가 마당으로 빠끔히 고개를 내밀어 동준을 불렀다.
“뒤뜰에 가서 상치 좀 따올래요.”
동준이 대답대신 그 눈에 시선을 맞추어 웃어보였다. 호경이 그 모습이 재미있어 장난스러운 농담을 던졌다.
“아주 신혼살림을 차렸구나.”
동준이 상치를 따고 있는 사이 신기한 듯 정자를 이리저리 둘러보던 호경이 정자위로 올라가 흔들의자에 앉아 발끝으로 굴러보았다. 그 집의 평화로움과 필요이상 밝아 보이는 동준의 표정이 이상하게 더 깊은 불안감을 자아내고 있었다.
“너 같지 않아 낯설다, 임마!”
“정재.....어떻대?”
“뭐가?”
“보고 왔을 거 아냐.”
“어떻긴 보면 모르냐. 약까지 챙겨서 여기까지 나 보낸 거 보면 니 걱정 무쟈게 하고 있지.”
“다른 건.... ”
“너희들 무슨 일 있었냐. 안 그래도 녀석 좀 다운돼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난 그냥 니 걱정 때문에 그런 줄 알았지. 뭔데...무슨 일인데?”
“아냐. 별거 아니야.”
“아, 자식들....뭘 좀 속 시원히 말을 하든지 전부 입에 철심 박아놨는지...한번 열기가 어찌나 힘든지.” “가자. 나가서 소주 몇 병 사오자.”
“너 이 몸으로 술 마시면 안 되는 거 아냐?”
“칼 맞고도 멀쩡한 놈이 소주마시고 죽겠냐.”
“진서씨가 나한테 눈치 줄 것 같은데...”
말없이 삼겹살을 구워내던 진서가 동준이 비우는 술잔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러다 두병 째 병이 비워지자 동준을 빤히 응시했다.
“그만해요. 약 먹는 사람이 이렇게 많이 마시면 어떡해요.”
호경이 아까부터 진서의 눈치를 살피다 결국 한마디를 거들고 나섰다.
“그래. 이제 술을 그만하자. 오늘만 날이냐. 일단 몸은 재대로 만들어놔야 할 것 아니냐.”
동준이 빙긋이 웃으며 새초롬한 진서에게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골나기 일보 직전이구나. 알았다. 그만한다. 호경아, 난 요즘 진서가 제일 무섭다.”
“아, 정말 못 봐주겠네. 그래 노총각 가슴에 소금처서 염장을 질러라.”
낮은 담 너머로 불어 들어오는 저녁 바람에 호수의 푸른 기운이 섞여 도시와는 너무도 다른 밤의 정취를 느끼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 사람 모두에게 보이지 않게 드리워진 각자의 무게가 조금씩 그 밤의 명암만큼 짙어지고 있었다. 애써 밝은 분위기를 흘리고 있는 동준의 그것마저도 진서에겐 불안한 그림자로 그 명암위에 덧발라지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보이지 않으려 자꾸 웃고 있는 그에게 어떤 것도 더 물을 수 없어 주위를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호경이 급한 전화를 받다 베터리가 나가 시내로 임시 충전을 하러 나가서는 그냥 거기서 자겠다며 전화가 왔다. 두 사람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녀석의 마음을 알아 동준이 전화를 끊으며 싱겁게 웃었다. 늦은 자리를 정리하며 아무 말 없이 그릇들을 부엌으로 옮겨놓던 진서의 허리를 감은 동준이 또 다시 그 머릿속으로 코를 박고 부볐다.
“진서야, 며칠째 씻지를 못해서 오늘은 도저히 못자겠다.”
“그래서...”
소주를 한 병이나 마셔버린 그것에 여전히 쀼루퉁한 표정을 풀지 않은 채 툭 받아치는 진서의 목 아래로 얼굴을 가져간 동준이 입술을 진서의 귀에 바짝 붙이고 작게 속삭였다.
“니가 좀 해주라.”
“뭐가 이쁘서!”
“기왕이면 면도도...해주면 좋고....”
“점점.....”
동준이 손으로 진서의 귓불을 만지작거리며 그 목소리를 더 낮게 내려 깔아 약간의 장난기를 섞었다.
“호경이 일부러 자리도 비켜줬는데....지금 여기서 무슨 일 생겨도 그건 아마 쥐도 새도 모를걸.”
진서가 엷은 웃음을 흘리며 눈 꼬리를 작게 흘겨 떠 동준의 장난 섞인 말을 받아쳤다.
“그래봐야 상처 실밥 터져서 병원실려가기 밖에 더 하겠어요.”
동준이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아내며 그 목을 감고 있던 팔을 다시 허리로 내려 진서를 번쩍 들어올려 마당 옆 수돗가로 데려갔다.
“그러니까...실밥 터지지 않게 살살 다뤄주세요. 윤진서씨.”
진서가 방으로 들어가 수건과 몇 가지를 준비해 나오는 사이 동준이 셔츠를 벗어 던지고 뒤뜰로 가 작업용으로 쓰던 나무 의자를 가져와 수돗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등을 보이며 앉은 동준의 뒷모습을 잠시 그대로 지켜보고 있던 진서의 눈에서 좀 전의 가벼운 장난기가 밀려나고 있었다.
마루에서 비춰진 불빛으로 동준의 어깨와 옆구리에 나 있는 굵은 상처가 그 삶의 거친 단면을 한번에 보여주고 있었다. 그 밤 동준의 오피스텔에서 함께 사랑을 나누면서도 그 몸에 있는 상처들을 자세히 보지 못했었다. 빈틈없이 잘 다듬어진 몸 위로 문신처럼 각인 된 그 자국들이 진서의 가슴을 쓰라리게 했다. 살며시 등 뒤로 다가선 진서가 조심스럽게 동준의 어깨에 나 있는 오래된 자국위에 손을 가져갔다.
“보기 흉하지.”
“좋은 작품에 흠집 났네.”
“그러게. 안 그랬으면 꽤나 비싸게 팔수 있는 건데 말야.”
진서가 허리를 굽혀 그 자국위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동준이 진서의 허리를 한 팔로 감아 자신의 무릎위에 앉혔다.
“내가 말한 적 있었니? 생각해보니까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뭘?”
“사랑...!”
“무드 없긴. 그럼 그냥 사랑한다고 말을 하면 되지. 묻긴 왜 물어요.”
동준이 눈으로 웃으며 엄지손가락으로 진서의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좀더 깊고 진한 거....다른 건 없나. 그것만 가지고는 어딘지 좀 마자란 것 같은데... 뭔가 모자라. 딱 이프로가 부족한 거 같은데.....“
동준이 낮에 했던 진서의 농담을 따라 하며 맑은 웃음을 밤 속에 뿌렸다.
“말로 하기 부족하면 이걸로 한번 해봐요.”
진서가 자신의 입술에 닿아 있던 동준의 엄지손가락을 살짝 깨물고 난 후 동준의 목에 팔을 감아 입술을 포갰다. 모든 것이 밤 속에 묻혀 작은 움직임 하나마저도 야릇한 흥분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그 작은 입술의 움직임 하나에 동준의 온 몸이 파르르 전율하며 뜨겁게 진서를 원하고 있었다. 동준의 아랫입술을 살포시 깨물어 코끝을 부드럽게 부벼대던 진서가 까칠하게 나 있는 턱수염에 자신의 턱을 스쳤다.
“하루 동안에 수염이 꽤 많이 자랐네.”
진서가 몸을 빼내 일어서려 하자 동준이 감고 있던 팔을 풀지 않고 입 꼬리를 살짝 올려 여운이 남은 키스의 끝자락을 음미하듯 진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지 마라. 너 이건 반칙이다. 나 지금 일어서지도 못할 상탠데...이러는 게 어딨어.”
진서가 의자에 걸어뒀던 수건을 집어 들어 동준의 얼굴위로 툭 던졌다.
“수염도 깎아야 하고 작업할게 만만치 않네.”
시원하게 수돗물 쏟아지는 소리가 조용하던 밤의 적막을 잠시 밀어내 동준이 수건을 적시고 있는 진서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적당히 물기를 짜 동준의 등을 닦기 시작한 진서의 손길이 어깨와 허리로 옮겨질 때 마다 동준이 작게 웃으며 한손으로 진서의 남은 손을 따라가며 유혹이 담긴 묘한 자극을 담아내고 있었다.
등을 모두 닦아낸 진서가 다시 수돗물을 털어 수건을 적셔 왔다. 어깨와 목 줄기를 지난 손길이 그 가슴에 닿자 동준이 더 참지 못하고 진서를 다시 끌어안아 자신 앞에 앉혔다. 어떤 것도 숨길 필요 없이 다 들어내 보일 수 있는 본능마저도 심장을 어른거리게 하는 환희가 될 수 있는 그 사랑에 동준이 너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자신의 살결에 닿아 있는 그 체온이 동준에게서 남자의 본능과 사람의 깊은 정을 모두 끌어내고 있었다. 어떤 것이 육체인지 또 어떤 것이 그것은 움직이고 있는 영혼인지 조금씩 경계가 엷어지고 있었다. 그 하나의 융화 속에 세상이 눈을 감고 호흡을 멈추어 그들만이 생명을 가진 냥 뜨거운 용암 줄기처럼 서로를 삼키고 있었다.
동준이 진서를 더 깊이 끌어당기다 상처부위에 닿아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진서가 그 귀에 입술을 바짝 가져다 대 작게 속삭이듯 말을 했다.
“진짜 병원실려가요.”
동준이 그 목 줄기에 있던 입술을 귓전으로 옮겨 진서가 건넸던 톤으로 작게 흘렸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지금은 이대로 그냥 둬도 실려 간다. 진서야, 사랑하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
동준이 진서를 세우고 몸을 일으켜 벨트의 버컬을 풀어냈다. 가볍게 훌훌 벗어낸 바지를 대충 뭉쳐 붕대로 덮어둔 허리상처 위를 눌러 막고 시원한 물줄기를 온몸에 끼얹었다. 적당히 식어 있던 밤공기에 싸한 한기가 번져 데워졌던 몸이 기분 좋을 만큼 긴장되고 있었다.
약간은 마른 듯한 체격에 섬세한 선을 보이고 있는 작은 근육들이 탄탄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젖은 어깨위로 내려 비친 달빛에 구릿빛의 나신이 그 어떤 유혹보다 깊고 진하게 진서의 심장을 떨리게 하고 있었다.
“야, 시원하다. 진서야. 너도 해볼래.”
“싫어요.”
동준이 야릇하게 웃으며 우두커니 서 있는 진서를 보고 있었다.
“이리와. 그럼 여기 발만 적셔봐. 기분이 한결 달라질 거야.”
진서가 약간 망설이다 다가서자 동준이 그 발끝에 물줄기를 흘려보냈다. 그의 말대로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이 발끝으로 전해져 머리까지 시원하게 식혀주었다. 진서가 몇 발짝 더 다가서자 동준이 기다렸다는 듯 호수를 들어 그 얼굴과 가슴에 사정없이 물줄기를 뿌려 됐다. 놀라 소리를 지르던 진서가 이미 젖어 버린 옷에 포기를 한 듯 동준이 들고 있는 호수를 빼앗으려 달려들었다.
엷은 하늘색 원피스가 물에 젖어 그 몸의 실루엣을 그대로 들어내 보이고 있었다. 동준이 수돗물을 잠그고 진서를 한바퀴 빙 돌아 입가에 손을 올려놓았다.
“와호! 유혹적인데.....이건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유혹인데.”
“한밤중에 팬티바람으로 그러고 있는 당신은...전혀 유혹적이지 않은데...어떡해요.”
“말도 안돼. 믿을 수 없어. 확인해 보는 수밖에 방법이 없지.”
동준이 마루로 가 전기 스위치를 내렸다. 삽시간에 어둠이 마당으로 밀려들어 고즈넉한 달빛만이 두 사람의 형체를 휘감고 있었다. 잠시 그렇게 어둠에 익숙해진 진서의 시선 속으로 남은 한 장마저 벗어내 버린 동준의 나신이 들어왔다. 놀란 가슴이 호흡을 흔들어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원래부터 그렇게 자연 속에 섞여 있던 모습처럼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마당을 가로질러 걷고 있는 동준의 모습이 전혀 낯설거나 이상하지 않았다.
차라리 하나의 아름다움이었다. 한번도 본적 없는 그 어떤 존재를 본 듯 진서의 시선이 동준의 걸음을 따르고 있었다. 사람의 나신이 그토록 빛을 발하며 눈부실 수 있다는 것에 그 심장이 저절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완전하게 어둠을 익힌 시선이 서로의 눈동자를 읽어내 느낄 만큼 그 빛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동준이 의자로 가 앉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진서의 눈빛을 한동안 응시하다 고개 짓으로 불렀다. 진서가 그 눈에서 시선을 때어내지 않은 채 고개를 가로 저었다. 동준이 다시 자신의 무릎으로 오라는 뜻을 그 눈에 담은 채 작게 고개 짓을 했다. 여전히 움직이지 못하고 자신의 시선만 붙잡고 있는 진서에게 동준이 손을 뻗으며 작은 소리를 흘려냈다.
“이리와. 이리와라. 진서야! 안고 싶다.”
호수에서 불어드는 밤바람이 젖은 몸을 스쳐 한순간 한기가 든 진서가 자신도 모르게 두 팔로 몸을 감쌌다. 그리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동준에게로 다가갔다. 동준이 무릎사이에 진서를 세워두고 잠시 동안 그 허리를 감은 채 머리를 기댔다. 진서의 허리를 감았던 손끝이 조심스럽게 아래로 옮겨져 젖은 원피스 속의 엷은 레이스에 멈추었다.
“무섭니?”
진서가 대답대신 작게 고개를 젓자 동준이 작고 부드러운 레이스 천 조각을 아래를 끌어내렸다. 동준의 무릎위로 올라앉은 진서가 젖은 한기로 파르르 어깨를 떨자 동준이 그 어깨를 힘주어 안았다.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깊고 거칠게 진서를 입술을 가진 동준이 그 허리를 부드럽게 젖혀 진서 속으로 밀고 들어갔다.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그 몸이 진동하며 동준을 받아들였다. 하나가 된 몸을 가만히 둔 채 진서의 턱을 들어올려 자신을 보게 한 동준이 그 이마에 자신의 코끝을 가져가 아래로 선을 긋듯 콧등을 지나 부드러운 입술에 잠시 머물다 다시 아래로 목선까지 내려와 멈추었다.
“기억나니. 이거 니가 나한테 한건데...”
그 새벽 술이 취해 소파에 잠들었던 동준을 떠올려 진서가 작게 웃었다.
“깨 있었어요?”
“너무 강력한 유혹이라 정신이 다 아찔했는데 어떻게 자겠니?”
“........”
진서가 아무 말 없이 동준의 눈을 깊이 응시했다. 그 속에 가득한 사랑이 눈으로 손끝으로 그 입술로 닿는 모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너무 아름다운 것에 독이 있듯이 그 영혼의 진동까지 함께 느끼고 있던 진서의 심장이 한순간 뜨겁게 달아올라 목 줄기가 아프게 메이고 있었다. 동준이 아른거리는 진서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마로 그 코끝을 툭 쳤다.
“사랑한다 진서야. 사랑한다. 사랑한다.....니가 나 다 가졌다. 전부다....내 영혼까지 모두 니가 가졌다. 그러니까 이제 나 때문에 우는 거, 아픈 거 하지마라....사랑한다.”
새벽녘에 잠시 잠이 들었던 동준이 진서의 뒤척임에 잠이 깼다. 자신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던 여인의 진한 향기와 한없이 어리고 여린 빛이 그 얼굴에 함께 내려 앉아 있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낼 것 같은 강인한 눈빛과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 낼 것 같은 두려운 눈망울이 늘 그 속에 함께 있어 동준이 자신의 탁하고 무거운 삶이 그대로 전이될까 더 두렵고 불안했다.
진서에게 배었던 팔을 조심스럽게 빼내 몸을 일으킨 동준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방을 나왔다. 어스름한 새벽빛이 또 다시 다른 하루를 열고 있었다. 폐까지 깊게 들이마신 담배연기가 수만 가지로 얽혀있던 머릿속으로 뿌옇게 번져 현기증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너무 깊숙이 한필중을 알아버린 자신의 삶이 쉽게 다른 방향으로 길을 틀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동준이 그곳을 떠나게 될 때를 대비해 종두가 히든카드로 들고 있는 한필중의 파일이 동준에겐 더 굵은 오랏줄이 되고 있었다. 한번은 꺼내 사용한다 해도 자신을 위한 방패막이로는 쓸 수 없는 것이었다. 이미 종두와 정재가 그 속에 있었고 한필중이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의 곁에 선이 닿아 있는 호경을 비롯한 누구라도 밟아 무너뜨릴 수 있었다.
동준이 문득 자신의 인생이 빗나가기 시작했던 고교시절의 그날이 떠올랐다. 태수 일을 대신 가져가겠다던 자신을 붙잡고 눈물을 보이며 막으려 했던 김조환의 그 말이 뼈 속까지 파고들어 통증을 주고 있었다. 한번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나면 다시 올라오는 길이 얼마나 힘들고 험난한지 피로 새긴 의지로도 그 길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그 말을 동준이 비로소 깨닫고 있었다.
- 선생님 말씀이 틀리지 않을 모양입니다.
끝까지 찾아 돌아 오겠다 했던 제 약속 이제 다 잊으셨을 만큼 세월이 흘러버렸는데도..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비굴함속에 저를 그대로 방치했습니다.
그 대가로 태어나 처음 탐내보고 싶은 한사람마저도 저로 인해 불행함속에 서 있습니 다.
아직 제게 어떤 선택권이 남았습니까?
담 너머로 새벽 호수를 한참 바라보던 동준이 문을 열고 나오는 진서를 돌아보았다.
“왜 이렇게 일찍 깼니?”
“옆에 있던 사람이 없으니 그렇죠.”
동준이 진서를 호수 쪽으로 돌려세워 뒤에서 안았다. 잠시 머뭇거리다 흘려 말하듯 입을 열었다.
“서울 다녀올게.”
동준의 말에 놀라 진서가 몸을 돌려 동준을 보았다.
“오피스텔 정리하고 클럽일도 그렇고 마무리를 지어야 할일이 좀 있다.”
“같이 가요.”
“아니, 니가 여기 있어야 나도 편하게 일 정리하고 빨리 올 수 있을 거 같아.”
“하지만....”
“진서야, 아주 오래전부터.....지금 이 순간......그리고 앞으로도 난 니 사람이다. 불안해하지 마라. 너 절대로 놓치지 않을 거니까 아무걱정 말고 기다려.”
동준이 두 손으로 진서의 얼굴을 감싸 자신의 눈에 맞추었다. 자신속에 꿈틀거리는 두려움을 들키지 않으려 더 강한 확신과 믿음을 그 눈 속에 담아 진서에게 전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 말....어떤 것도 듣지 말고 믿지 마라. 내가 너 놓지 않는다는 그것만 기억해. 그럴 수 있지.”
진서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불안함을 내보이지 않으려 애서 태연함을 가장하고 있었다.
한필중이 아이들을 시켜 정재의 뒷조사를 끝낸 파일을 건네받았다. 이미 오래전에 자신과 연이 닿아 있었던 것을 알아 짐짓 놀라고 있었다. 그곳까지 동준을 위해 달려올 만큼 깊게 얽혀있는 사설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서규식과의 관계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 무엇보다도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 명목상으로는 갑을의 관계로 비춰지고 있었으나 서규식이 발판으로 서 있는 오랜 상류층의 밑거름들이 한필중에게는 상황에 따라 약과 독이 함께 될 수는 있는 것들이었다.
동준이 클럽에 도착해 한필중에게 전화를 했다. 기다렸다는 듯 태연하게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 약간의 거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접니다.”
“어디냐?”
“종두 형 어딨습니까?”
“카메라하고 종두가 가지고 있는 파일......그리고 너까지 셋.....전부 가지고 별장으로 와.”
“그 전에 약속하십시오.”
“건방떨지 마라.”
“제 주위 사람들 털끝하나 상하는 일 생긴다면...”
“니 하기 나름이다. 너를 데려갔던 그 놈....정재라고 했던가. 나와는 묘하게 얽혀있는 관계더구나. 귀한 집 의사선생을 친구로 둔 것이 니 복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잘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거다.”
동준이 전화를 끊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천천히 깊게 담배연기를 호흡하며 생각의 속도를 느려 트리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시 전화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그 생각의 끝을 한곳으로 모으고 있었다. 다이얼을 누르는 손끝이 무겁게 경직돼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와 닿아 있었다.
“나다. 말했던 거 준비해라. 181, 73킬로에 적당히 맞출 수 있으면 좋겠다.”
수화기 저편으로 낮고 침울한 남자의 목소리가 잠시 멈추어 있다 다시 이어졌다.
“준비는 돼 있다. 불러줬던 대로 송금하면 바로 인수받을 수 있다....그것보단....너무 위험한 방법이라....”
“혹시 계획했던 데로 되지 않으면 남은 수습....부탁한다.”
“새끼, 소년원에서도 뒤치다꺼리만 맞기더만 지금까지 그런 소리 하냐.”
“미안하다. 그리고.......고맙다.”
“인사는 나중에 일끝나면 그때 해라.”
동준이 정재의 퇴근에 맞춰 병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주차장을 걸어 나오며 동준의 시선과 부딪힌 정재가 먼저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여전히 불편함과 또 다른 감정들이 산란하게 교차되고 있었다.
“상처는 좀 어때?”
“괜찮아.”
오피스텔로 들어선 동준이 소파에서 말을 기다리고 있는 정재를 그대로 둔채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한참동안 나오질 않고 있었다. 쉽지 않은 말을 꺼내놓을 그 말머리를 찾아헤메는 듯 편치않은 얼굴이 정재에게 그대로 보여지고 있었다.
그 무거움이 정재에게 전해져 다른 걸 묻지 못하고 그렇게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동준이 정재를 마주보고 앉아 잠시 그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너라면......아니....너였어야 했어. 내가 아니라 처음부터 너였으면 이런 일 겪게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차라리 니가 찾은 그걸로 끝났으면...."
"의미없는 얘기야."
"그래. 지금 니 속에 내 존재 어떨지 안다. 아는데.....그래서 미안한데.....그래도 한번더 너한테 말해야 겠다."
동준의 얼굴에서 차갑고 섬칫한 것을 느낀 정재가 불안하게 되 물었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인데 그래."
"일주일 후에 내가 연락 없으면 진서.....니가 데려가라."
잠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멍한 눈으로 동준을 보던 정재가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무슨 말이야. 뭘....하려고.....도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거야?"
"너한테는 아픈 상처고 짐이 될 것도 안다. 하지만 너라서 편하게 진서 부탁할 수 있다. 내가..진서.."
동준의 말을 더 듣지 않고 격하게 자른 정재의 눈빛이 뜨겁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만해. 형이 무슨 생각으로 지금 이런말 하는지 모르겠지만....난 싫어. 그렇게 못해. 안해."
"말하지 않아도 니가 진서 놓지 않을 거 안다. 혹시 내가 진서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일 생기면...그때는 나하고 인연 마음에 두지 말고 진서 ...."
동준이 마지막 그 말을 다 하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자신이 하고 있는 그 말들이 정재에게나 자신에게 모두 심장을 가르는 통증이 되고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것 같아 모든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말해. 무슨 일인지...?
"미안하다. 정재야."
정재가 그 분노를 더 참지 못하고 동준의 멱살을 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붉게 충혈된 그 눈에 동준에 대한 원망과 연민이 함께 흐르고 있었다.
"말하란 말이야. 도대체 뭘 하려고 이러는건지...형 하나 어떻게 되는걸로 끝나는게 아니야. 진서...하룻밤에도 시체처럼 굳어가던 애야. 그걸 어떻게....나한테 또 보라는 거야. 내가 왜...."
오늘 날씨 너무도 잔인할 만큼 완벽하게 흐려 정신 산란하게 합니다.
퇴근해도 쉬 그 발걸음이 집으로 향해지지 않을 것 같은 그 어떤 싸한 유혹...
누구와도 술잔을 기울이며 회색의 암울한 감정을 흘려 보내야 할것 같은 의무감 또는 책임감..^^
오늘 일상을 벗어난 사랑한번 가져보시는 것은 어떨지.....(강력 추천)
약간의 감정만 싫어줘도 저절로 허물어지고 싶은 그런 날이 바로 오늘이 아닌가 하는 물고기 주책..
환생.....<18> 사랑보다 깊은 유혹....그리고
지금까지 아픔이라 느끼며 살았던 모든 것들이 부질없이 흩어지고 허물어진다. 부둣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세상을 버렸던 아버지의 그것마저도 지금의 이 심장을 움직일 수 없을 같다. 수백 년 전의 그 사람이 내게 온 것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내가 그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고 낯설다. 단지 나를 떨리게 하고 눈물 흘리게 하는 것은......
- 사람을 담아 다른 세상이 열릴 수 있다는 너무도 잔인한 그 하나의 축복...
탐내지 않을 수 없으면서도 가지는 것이 죄가 되는 지금이다.
한 사람을 품어 떠나던 그 처절한 마지막이.....
내 심장에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온몸을 찢어내는 고통과 숨 줄이 타들어가는 생명의 끝에서...
한점 두렵지 않을 수 있었던 그 사랑이....
정령 사람의 것이었는지......
사람 속에 무엇이 있어 그리 할 수 있었는지....
나는 아직도 그 마음의 깊이를 간음할 수가 없다.
진서의 손을 잡고 강둑을 걷던 동준이 좁은 길로 들어서자 뒷짐을 지어 그 손을 놓지 않고 그대로 걸었다. 이틀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마루에서 진서의 무릎을 베고 자는 것과 그렇게 강둑을 걷는 것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 보내는 시간인데도 가슴가득이 채워지는 편안함에 모든 것이 아깝기만 했다.
산기슭에 걸려있는 태양의 잔 빛들이 붉은 명암을 녹이며 번지고 있었다. 더위가 한풀 꺾인 저녁바람에 강가를 뒤엎고 있던 갈대들이 서설되며 곤아 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동준이 모든 것이 너무도 새로워 주취하지 못할 서러움이 밀려들었다.
- 지금에서야 세상이 내 눈으로 들어온다.
한번도 보려 하지 않았던 길가의 풀꽃마저도 내 눈에 들어와 그 빛깔을 드리운다.
내가 살아낸 삶이 더 잔인하게 심장을 난도질 한다.
다른 것을 품어 탐내는 지금 그 모든 것들이 비수처럼 내게 돌아오고 있다.
“어제 오늘 왜 통 말이 없어요?”
동준이 진서를 돌아보며 애써 밝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자신이 말하지 않는 것들은 그저 모르는 척 넘어가고 있었지만 그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두려움들이 자라고 있는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 눈이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이곳에 있으니까 모든 게 필요 없어지네. 자는 것도 먹는 것도 몸이 시키면 하면 되고 너 쳐다보고 있으면 다 알아져서 말하는 거 자꾸 까먹게 되네.”
진서가 싱긋 웃었다.
“왜 웃는데?”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서요.”
“처음.....”
동준이 진서가 클럽에 왔던 그날을 떠올려 보았다. 이유없이 자꾸 웃음이 나게 하던 그 느낌하나가 그토록 절실한 사랑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동준이 진서의 손을 잡고 시내를 둘러보다 중고가게 앞에서 멈추었다. 진서가 가게 앞에 나와 있는 흔들의자를 손을 툭 쳐 건드렸다. 앞뒤로 작게 움직이는 그것을 바라보다 동준을 돌아봤다.
“재밌겠다. 이거 사서 정자위에 갖다 놓고 책 읽으면 좋겠다.”
“너무 낡은 것 같은데....”
“그래서 더 좋아요. 사람 손 타서 나무 결이 이렇게 부드러워 졌잖아요. 너무 새것이면 우리 집에 안 어울릴 거예요.”
“너 그렇게 말하니까 꼭 애늙은이 같다.”
“어, 이렇게 유혹적인 애늙은이 보셨는지 모르겠네.”
동준이 자신의 바지 뒷주머니에 손을 쑥 집어넣으며 장난을 거는 진서의 짧은 머리를 아무렇게 헝클어트리며 시원하게 웃었다.
“이제....뭐든 유혹이 된다고 믿는 이 어이없는 자신감....”
진서의 고집으로 병원에 들러 소독을 받고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이 정자에 흔들의자를 올려다 놓고 이리저리 위치를 옮겨 보았다.
“이쪽?”
“응.......아니아니...약간 어색해. 뭔가가 이상해.”
동준이 잡는 위치마다 이상하다며 달라질 것도 없는 자리를 자꾸 옮겨놓게 하던 진서가 결국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너....지금 장난하는 거지.”
“아......이상하네...뭔가 이프로가 부족한 것 같은데...됐어요. 한번 앉아 봐요.”
동준이 저주지 쪽으로 향해있는 흔들의자에 몸을 앉히고 발끝을 툭 쳐 의자를 흔들어 보았다. 생각보다 편하게 몸을 받아 움직임 속에 있게 해주는 그 안락함이 금방 등을 깊숙이 끌어당겼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진서가 동준의 무릎위에 앉았다.
“아! 이거네. 이제 그림이 나오네.”
동준이 피식 웃으며 앞이마로 진서를 등을 툭 쳤다. 너무도 사소한 사랑스러움이 그 순간 동준을 사로잡았다. 모든 것이 정지 돼 오직 그 하나의 느낌이 심장을 채워가고 있었다. 사랑이었다. 자신만이 느끼고 가질 수 있는 그 하나의 사랑에 동준이 영혼까지 전율하며 떨려왔다.
- 그 사람....
그 하나 가져 더 이상의 세상을 닮을 것이 없었던 그 사람....
그 떨림이.....
그 전율이.....
지금 너를 안은 내 심장에 내려앉고 있다.
앞에 두고 마주 앉아 보는 것조차도 아깝다 했던 그 말이...
눈 속에 내려 앉아 감아도 때어낼 수 없다 했던 그 말이...
거짓말처럼 선명하게 내 심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동준이 또 다시 아련한 감정에 빠지는 자신을 알아 애써 그것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너 한번씩 너무 엉큼한 거 알지.”
진서가 딴청을 피우며 그 등을 동준에게 깊숙이 묻었다. 저수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한결 시원하게 몸을 휘감아 늦여름의 더위를 씻어내 주고 있었다.
“아, 편하다.”
진서가 몸에 힘을 빼 동준에게 완전히 기대안자 동준이 갑자기 흑하며 신음을 냈다. 그제야 상처를 기억한 진서가 놀라 몸을 일으키려 상채를 들자 동준이 두 팔로 진서의 몸을 감싸 앉으며 그 목 줄기에 얼굴을 묻었다. 부드러운 살결의 체온이 입술과 턱에 닿았다.
“그냥 있어. 괜찮아.”
“정말 괜찮아요. 진짜?”
동준이 대답대신 진서를 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진서의 머릿결 속으로 코를 가져가 깊게 그 향을 호흡했다. 바람 속에 흩날리는 그 향기마저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을 만큼 그 존재 하나에 모든 세상이 담기고 있었다. 너무 탐나고 좋은 것은 가져도 아픔이 될 수 있음을 동준이 그렇게 뼈 속까지 새겨가고 있었다.
- 그 사람도 그랬겠구나.
그 매화 밭에서 흩날리는 꽃잎을 보며 너무 아름다워 눈부신 그것마저 아까워 서러웠던 그 마음이
지금 내게도 번지고 있다. 진서야...!
니 이름 부르는 것도.....
이렇게 너의 살 내음 속에 묻히는 것도 전부가 아깝기만 하다....
불어오는 이 바람도, 눈 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저 푸른 저수지의 빛깔도...
지금을 정지시켜 영원 속에 가두고 싶다.
동준이 재대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게 계속 마음에 걸리든 정재가 호경에게 전화를 했다.
“형. 정재에요.”
“응. 별일 없지.”
“동준이 형 고성 내려가 있어요.”
“그긴 무슨 일로?”
“괜찮으면 형이 좀 내려가 봐 줄래요. 약이랑 몇 가지 가져갈 것도 있고..”
“무슨 약...동준이 다쳤니?”
“허리에 칼 맞았어요.”
“뭐.....얼마나...상태 어떤데?”
“여름이라 그냥 두면 덧날수도 있고 형 병원 안가고 그냥 있을 것 같아서..”
“그래. 나 오후에 별일 없다. 나중에 만나서 약도 그려주고....챙겨갈 거 주라.”
호경이 우후에 정재를 만나 대충의 상황을 듣고 고성으로 길을 잡았다. 늦어 막이 점심을 먹고 마을 포도밭에서 마지막 끝물을 사오던 동준이 비포장도로로 들어서는 호경의 차에 놀라 그 자리에 우뚝 섰다.
“뭐야....너. 어떻게 왔어.”
“시끄러 임마. 그 말은 내가 하고 싶은 거고...”
호경이 동준을 한번 흘려본 후 옆에 선 진서에게 인사를 건넸다. 처음 그때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섬머슴에 같은 짧은 머리에 비를 맞아 온통 헝클어진 채 그 큰 눈만 댕그랗게 뜨 있던 모습이 떠올라 호경이 작게 웃었다. 어깨 끈이 얇은 하늘색 원피스 때문인지 아니면 또 다른 느낌이 주고 있는 모호함인지 그때의 어리고 앳된 느낌과는 다른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동준이 그렇게 올라간 정재가 계속 앙금처럼 불편하고 아프게 남아 있었다. 아마도 그 마음 또한 자신만큼이나 무겁고 시릴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호경을 보낸 녀석의 배려가 동준을 더 깊은 죄책감을 들게 하고 있었다.
호경이 파란 대문을 열고 시골집에 들어서 입을 떡 버렸다.
“야, 이집 전망이 죽인다 야. 자식 좋은 건 혼자 다하고 있었구나.”
“그래. 여기 있으니까 아무것도 생각 안 나더라.”
부엌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던 진서가 마당으로 빠끔히 고개를 내밀어 동준을 불렀다.
“뒤뜰에 가서 상치 좀 따올래요.”
동준이 대답대신 그 눈에 시선을 맞추어 웃어보였다. 호경이 그 모습이 재미있어 장난스러운 농담을 던졌다.
“아주 신혼살림을 차렸구나.”
동준이 상치를 따고 있는 사이 신기한 듯 정자를 이리저리 둘러보던 호경이 정자위로 올라가 흔들의자에 앉아 발끝으로 굴러보았다. 그 집의 평화로움과 필요이상 밝아 보이는 동준의 표정이 이상하게 더 깊은 불안감을 자아내고 있었다.
“너 같지 않아 낯설다, 임마!”
“정재.....어떻대?”
“뭐가?”
“보고 왔을 거 아냐.”
“어떻긴 보면 모르냐. 약까지 챙겨서 여기까지 나 보낸 거 보면 니 걱정 무쟈게 하고 있지.”
“다른 건.... ”
“너희들 무슨 일 있었냐. 안 그래도 녀석 좀 다운돼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난 그냥 니 걱정 때문에 그런 줄 알았지. 뭔데...무슨 일인데?”
“아냐. 별거 아니야.”
“아, 자식들....뭘 좀 속 시원히 말을 하든지 전부 입에 철심 박아놨는지...한번 열기가 어찌나 힘든지.” “가자. 나가서 소주 몇 병 사오자.”
“너 이 몸으로 술 마시면 안 되는 거 아냐?”
“칼 맞고도 멀쩡한 놈이 소주마시고 죽겠냐.”
“진서씨가 나한테 눈치 줄 것 같은데...”
말없이 삼겹살을 구워내던 진서가 동준이 비우는 술잔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러다 두병 째 병이 비워지자 동준을 빤히 응시했다.
“그만해요. 약 먹는 사람이 이렇게 많이 마시면 어떡해요.”
호경이 아까부터 진서의 눈치를 살피다 결국 한마디를 거들고 나섰다.
“그래. 이제 술을 그만하자. 오늘만 날이냐. 일단 몸은 재대로 만들어놔야 할 것 아니냐.”
동준이 빙긋이 웃으며 새초롬한 진서에게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골나기 일보 직전이구나. 알았다. 그만한다. 호경아, 난 요즘 진서가 제일 무섭다.”
“아, 정말 못 봐주겠네. 그래 노총각 가슴에 소금처서 염장을 질러라.”
낮은 담 너머로 불어 들어오는 저녁 바람에 호수의 푸른 기운이 섞여 도시와는 너무도 다른 밤의 정취를 느끼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 사람 모두에게 보이지 않게 드리워진 각자의 무게가 조금씩 그 밤의 명암만큼 짙어지고 있었다. 애써 밝은 분위기를 흘리고 있는 동준의 그것마저도 진서에겐 불안한 그림자로 그 명암위에 덧발라지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보이지 않으려 자꾸 웃고 있는 그에게 어떤 것도 더 물을 수 없어 주위를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호경이 급한 전화를 받다 베터리가 나가 시내로 임시 충전을 하러 나가서는 그냥 거기서 자겠다며 전화가 왔다. 두 사람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녀석의 마음을 알아 동준이 전화를 끊으며 싱겁게 웃었다. 늦은 자리를 정리하며 아무 말 없이 그릇들을 부엌으로 옮겨놓던 진서의 허리를 감은 동준이 또 다시 그 머릿속으로 코를 박고 부볐다.
“진서야, 며칠째 씻지를 못해서 오늘은 도저히 못자겠다.”
“그래서...”
소주를 한 병이나 마셔버린 그것에 여전히 쀼루퉁한 표정을 풀지 않은 채 툭 받아치는 진서의 목 아래로 얼굴을 가져간 동준이 입술을 진서의 귀에 바짝 붙이고 작게 속삭였다.
“니가 좀 해주라.”
“뭐가 이쁘서!”
“기왕이면 면도도...해주면 좋고....”
“점점.....”
동준이 손으로 진서의 귓불을 만지작거리며 그 목소리를 더 낮게 내려 깔아 약간의 장난기를 섞었다.
“호경이 일부러 자리도 비켜줬는데....지금 여기서 무슨 일 생겨도 그건 아마 쥐도 새도 모를걸.”
진서가 엷은 웃음을 흘리며 눈 꼬리를 작게 흘겨 떠 동준의 장난 섞인 말을 받아쳤다.
“그래봐야 상처 실밥 터져서 병원실려가기 밖에 더 하겠어요.”
동준이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아내며 그 목을 감고 있던 팔을 다시 허리로 내려 진서를 번쩍 들어올려 마당 옆 수돗가로 데려갔다.
“그러니까...실밥 터지지 않게 살살 다뤄주세요. 윤진서씨.”
진서가 방으로 들어가 수건과 몇 가지를 준비해 나오는 사이 동준이 셔츠를 벗어 던지고 뒤뜰로 가 작업용으로 쓰던 나무 의자를 가져와 수돗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등을 보이며 앉은 동준의 뒷모습을 잠시 그대로 지켜보고 있던 진서의 눈에서 좀 전의 가벼운 장난기가 밀려나고 있었다.
마루에서 비춰진 불빛으로 동준의 어깨와 옆구리에 나 있는 굵은 상처가 그 삶의 거친 단면을 한번에 보여주고 있었다. 그 밤 동준의 오피스텔에서 함께 사랑을 나누면서도 그 몸에 있는 상처들을 자세히 보지 못했었다. 빈틈없이 잘 다듬어진 몸 위로 문신처럼 각인 된 그 자국들이 진서의 가슴을 쓰라리게 했다. 살며시 등 뒤로 다가선 진서가 조심스럽게 동준의 어깨에 나 있는 오래된 자국위에 손을 가져갔다.
“보기 흉하지.”
“좋은 작품에 흠집 났네.”
“그러게. 안 그랬으면 꽤나 비싸게 팔수 있는 건데 말야.”
진서가 허리를 굽혀 그 자국위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동준이 진서의 허리를 한 팔로 감아 자신의 무릎위에 앉혔다.
“내가 말한 적 있었니? 생각해보니까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뭘?”
“사랑...!”
“무드 없긴. 그럼 그냥 사랑한다고 말을 하면 되지. 묻긴 왜 물어요.”
동준이 눈으로 웃으며 엄지손가락으로 진서의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좀더 깊고 진한 거....다른 건 없나. 그것만 가지고는 어딘지 좀 마자란 것 같은데... 뭔가 모자라. 딱 이프로가 부족한 거 같은데.....“
동준이 낮에 했던 진서의 농담을 따라 하며 맑은 웃음을 밤 속에 뿌렸다.
“말로 하기 부족하면 이걸로 한번 해봐요.”
진서가 자신의 입술에 닿아 있던 동준의 엄지손가락을 살짝 깨물고 난 후 동준의 목에 팔을 감아 입술을 포갰다. 모든 것이 밤 속에 묻혀 작은 움직임 하나마저도 야릇한 흥분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그 작은 입술의 움직임 하나에 동준의 온 몸이 파르르 전율하며 뜨겁게 진서를 원하고 있었다. 동준의 아랫입술을 살포시 깨물어 코끝을 부드럽게 부벼대던 진서가 까칠하게 나 있는 턱수염에 자신의 턱을 스쳤다.
“하루 동안에 수염이 꽤 많이 자랐네.”
진서가 몸을 빼내 일어서려 하자 동준이 감고 있던 팔을 풀지 않고 입 꼬리를 살짝 올려 여운이 남은 키스의 끝자락을 음미하듯 진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지 마라. 너 이건 반칙이다. 나 지금 일어서지도 못할 상탠데...이러는 게 어딨어.”
진서가 의자에 걸어뒀던 수건을 집어 들어 동준의 얼굴위로 툭 던졌다.
“수염도 깎아야 하고 작업할게 만만치 않네.”
시원하게 수돗물 쏟아지는 소리가 조용하던 밤의 적막을 잠시 밀어내 동준이 수건을 적시고 있는 진서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적당히 물기를 짜 동준의 등을 닦기 시작한 진서의 손길이 어깨와 허리로 옮겨질 때 마다 동준이 작게 웃으며 한손으로 진서의 남은 손을 따라가며 유혹이 담긴 묘한 자극을 담아내고 있었다.
등을 모두 닦아낸 진서가 다시 수돗물을 털어 수건을 적셔 왔다. 어깨와 목 줄기를 지난 손길이 그 가슴에 닿자 동준이 더 참지 못하고 진서를 다시 끌어안아 자신 앞에 앉혔다. 어떤 것도 숨길 필요 없이 다 들어내 보일 수 있는 본능마저도 심장을 어른거리게 하는 환희가 될 수 있는 그 사랑에 동준이 너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자신의 살결에 닿아 있는 그 체온이 동준에게서 남자의 본능과 사람의 깊은 정을 모두 끌어내고 있었다. 어떤 것이 육체인지 또 어떤 것이 그것은 움직이고 있는 영혼인지 조금씩 경계가 엷어지고 있었다. 그 하나의 융화 속에 세상이 눈을 감고 호흡을 멈추어 그들만이 생명을 가진 냥 뜨거운 용암 줄기처럼 서로를 삼키고 있었다.
동준이 진서를 더 깊이 끌어당기다 상처부위에 닿아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진서가 그 귀에 입술을 바짝 가져다 대 작게 속삭이듯 말을 했다.
“진짜 병원실려가요.”
동준이 그 목 줄기에 있던 입술을 귓전으로 옮겨 진서가 건넸던 톤으로 작게 흘렸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지금은 이대로 그냥 둬도 실려 간다. 진서야, 사랑하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
동준이 진서를 세우고 몸을 일으켜 벨트의 버컬을 풀어냈다. 가볍게 훌훌 벗어낸 바지를 대충 뭉쳐 붕대로 덮어둔 허리상처 위를 눌러 막고 시원한 물줄기를 온몸에 끼얹었다. 적당히 식어 있던 밤공기에 싸한 한기가 번져 데워졌던 몸이 기분 좋을 만큼 긴장되고 있었다.
약간은 마른 듯한 체격에 섬세한 선을 보이고 있는 작은 근육들이 탄탄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젖은 어깨위로 내려 비친 달빛에 구릿빛의 나신이 그 어떤 유혹보다 깊고 진하게 진서의 심장을 떨리게 하고 있었다.
“야, 시원하다. 진서야. 너도 해볼래.”
“싫어요.”
동준이 야릇하게 웃으며 우두커니 서 있는 진서를 보고 있었다.
“이리와. 그럼 여기 발만 적셔봐. 기분이 한결 달라질 거야.”
진서가 약간 망설이다 다가서자 동준이 그 발끝에 물줄기를 흘려보냈다. 그의 말대로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이 발끝으로 전해져 머리까지 시원하게 식혀주었다. 진서가 몇 발짝 더 다가서자 동준이 기다렸다는 듯 호수를 들어 그 얼굴과 가슴에 사정없이 물줄기를 뿌려 됐다. 놀라 소리를 지르던 진서가 이미 젖어 버린 옷에 포기를 한 듯 동준이 들고 있는 호수를 빼앗으려 달려들었다.
엷은 하늘색 원피스가 물에 젖어 그 몸의 실루엣을 그대로 들어내 보이고 있었다. 동준이 수돗물을 잠그고 진서를 한바퀴 빙 돌아 입가에 손을 올려놓았다.
“와호! 유혹적인데.....이건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유혹인데.”
“한밤중에 팬티바람으로 그러고 있는 당신은...전혀 유혹적이지 않은데...어떡해요.”
“말도 안돼. 믿을 수 없어. 확인해 보는 수밖에 방법이 없지.”
동준이 마루로 가 전기 스위치를 내렸다. 삽시간에 어둠이 마당으로 밀려들어 고즈넉한 달빛만이 두 사람의 형체를 휘감고 있었다. 잠시 그렇게 어둠에 익숙해진 진서의 시선 속으로 남은 한 장마저 벗어내 버린 동준의 나신이 들어왔다. 놀란 가슴이 호흡을 흔들어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원래부터 그렇게 자연 속에 섞여 있던 모습처럼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마당을 가로질러 걷고 있는 동준의 모습이 전혀 낯설거나 이상하지 않았다.
차라리 하나의 아름다움이었다. 한번도 본적 없는 그 어떤 존재를 본 듯 진서의 시선이 동준의 걸음을 따르고 있었다. 사람의 나신이 그토록 빛을 발하며 눈부실 수 있다는 것에 그 심장이 저절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완전하게 어둠을 익힌 시선이 서로의 눈동자를 읽어내 느낄 만큼 그 빛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동준이 의자로 가 앉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진서의 눈빛을 한동안 응시하다 고개 짓으로 불렀다. 진서가 그 눈에서 시선을 때어내지 않은 채 고개를 가로 저었다. 동준이 다시 자신의 무릎으로 오라는 뜻을 그 눈에 담은 채 작게 고개 짓을 했다. 여전히 움직이지 못하고 자신의 시선만 붙잡고 있는 진서에게 동준이 손을 뻗으며 작은 소리를 흘려냈다.
“이리와. 이리와라. 진서야! 안고 싶다.”
호수에서 불어드는 밤바람이 젖은 몸을 스쳐 한순간 한기가 든 진서가 자신도 모르게 두 팔로 몸을 감쌌다. 그리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동준에게로 다가갔다. 동준이 무릎사이에 진서를 세워두고 잠시 동안 그 허리를 감은 채 머리를 기댔다. 진서의 허리를 감았던 손끝이 조심스럽게 아래로 옮겨져 젖은 원피스 속의 엷은 레이스에 멈추었다.
“무섭니?”
진서가 대답대신 작게 고개를 젓자 동준이 작고 부드러운 레이스 천 조각을 아래를 끌어내렸다. 동준의 무릎위로 올라앉은 진서가 젖은 한기로 파르르 어깨를 떨자 동준이 그 어깨를 힘주어 안았다.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깊고 거칠게 진서를 입술을 가진 동준이 그 허리를 부드럽게 젖혀 진서 속으로 밀고 들어갔다.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그 몸이 진동하며 동준을 받아들였다. 하나가 된 몸을 가만히 둔 채 진서의 턱을 들어올려 자신을 보게 한 동준이 그 이마에 자신의 코끝을 가져가 아래로 선을 긋듯 콧등을 지나 부드러운 입술에 잠시 머물다 다시 아래로 목선까지 내려와 멈추었다.
“기억나니. 이거 니가 나한테 한건데...”
그 새벽 술이 취해 소파에 잠들었던 동준을 떠올려 진서가 작게 웃었다.
“깨 있었어요?”
“너무 강력한 유혹이라 정신이 다 아찔했는데 어떻게 자겠니?”
“........”
진서가 아무 말 없이 동준의 눈을 깊이 응시했다. 그 속에 가득한 사랑이 눈으로 손끝으로 그 입술로 닿는 모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너무 아름다운 것에 독이 있듯이 그 영혼의 진동까지 함께 느끼고 있던 진서의 심장이 한순간 뜨겁게 달아올라 목 줄기가 아프게 메이고 있었다. 동준이 아른거리는 진서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마로 그 코끝을 툭 쳤다.
“사랑한다 진서야. 사랑한다. 사랑한다.....니가 나 다 가졌다. 전부다....내 영혼까지 모두 니가 가졌다. 그러니까 이제 나 때문에 우는 거, 아픈 거 하지마라....사랑한다.”
새벽녘에 잠시 잠이 들었던 동준이 진서의 뒤척임에 잠이 깼다. 자신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던 여인의 진한 향기와 한없이 어리고 여린 빛이 그 얼굴에 함께 내려 앉아 있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낼 것 같은 강인한 눈빛과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 낼 것 같은 두려운 눈망울이 늘 그 속에 함께 있어 동준이 자신의 탁하고 무거운 삶이 그대로 전이될까 더 두렵고 불안했다.
진서에게 배었던 팔을 조심스럽게 빼내 몸을 일으킨 동준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방을 나왔다. 어스름한 새벽빛이 또 다시 다른 하루를 열고 있었다. 폐까지 깊게 들이마신 담배연기가 수만 가지로 얽혀있던 머릿속으로 뿌옇게 번져 현기증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너무 깊숙이 한필중을 알아버린 자신의 삶이 쉽게 다른 방향으로 길을 틀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동준이 그곳을 떠나게 될 때를 대비해 종두가 히든카드로 들고 있는 한필중의 파일이 동준에겐 더 굵은 오랏줄이 되고 있었다. 한번은 꺼내 사용한다 해도 자신을 위한 방패막이로는 쓸 수 없는 것이었다. 이미 종두와 정재가 그 속에 있었고 한필중이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의 곁에 선이 닿아 있는 호경을 비롯한 누구라도 밟아 무너뜨릴 수 있었다.
동준이 문득 자신의 인생이 빗나가기 시작했던 고교시절의 그날이 떠올랐다. 태수 일을 대신 가져가겠다던 자신을 붙잡고 눈물을 보이며 막으려 했던 김조환의 그 말이 뼈 속까지 파고들어 통증을 주고 있었다. 한번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나면 다시 올라오는 길이 얼마나 힘들고 험난한지 피로 새긴 의지로도 그 길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그 말을 동준이 비로소 깨닫고 있었다.
- 선생님 말씀이 틀리지 않을 모양입니다.
끝까지 찾아 돌아 오겠다 했던 제 약속 이제 다 잊으셨을 만큼 세월이 흘러버렸는데도..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비굴함속에 저를 그대로 방치했습니다.
그 대가로 태어나 처음 탐내보고 싶은 한사람마저도 저로 인해 불행함속에 서 있습니 다.
아직 제게 어떤 선택권이 남았습니까?
담 너머로 새벽 호수를 한참 바라보던 동준이 문을 열고 나오는 진서를 돌아보았다.
“왜 이렇게 일찍 깼니?”
“옆에 있던 사람이 없으니 그렇죠.”
동준이 진서를 호수 쪽으로 돌려세워 뒤에서 안았다. 잠시 머뭇거리다 흘려 말하듯 입을 열었다.
“서울 다녀올게.”
동준의 말에 놀라 진서가 몸을 돌려 동준을 보았다.
“오피스텔 정리하고 클럽일도 그렇고 마무리를 지어야 할일이 좀 있다.”
“같이 가요.”
“아니, 니가 여기 있어야 나도 편하게 일 정리하고 빨리 올 수 있을 거 같아.”
“하지만....”
“진서야, 아주 오래전부터.....지금 이 순간......그리고 앞으로도 난 니 사람이다. 불안해하지 마라. 너 절대로 놓치지 않을 거니까 아무걱정 말고 기다려.”
동준이 두 손으로 진서의 얼굴을 감싸 자신의 눈에 맞추었다. 자신속에 꿈틀거리는 두려움을 들키지 않으려 더 강한 확신과 믿음을 그 눈 속에 담아 진서에게 전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 말....어떤 것도 듣지 말고 믿지 마라. 내가 너 놓지 않는다는 그것만 기억해. 그럴 수 있지.”
진서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불안함을 내보이지 않으려 애서 태연함을 가장하고 있었다.
한필중이 아이들을 시켜 정재의 뒷조사를 끝낸 파일을 건네받았다. 이미 오래전에 자신과 연이 닿아 있었던 것을 알아 짐짓 놀라고 있었다. 그곳까지 동준을 위해 달려올 만큼 깊게 얽혀있는 사설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서규식과의 관계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 무엇보다도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 명목상으로는 갑을의 관계로 비춰지고 있었으나 서규식이 발판으로 서 있는 오랜 상류층의 밑거름들이 한필중에게는 상황에 따라 약과 독이 함께 될 수는 있는 것들이었다.
동준이 클럽에 도착해 한필중에게 전화를 했다. 기다렸다는 듯 태연하게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 약간의 거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접니다.”
“어디냐?”
“종두 형 어딨습니까?”
“카메라하고 종두가 가지고 있는 파일......그리고 너까지 셋.....전부 가지고 별장으로 와.”
“그 전에 약속하십시오.”
“건방떨지 마라.”
“제 주위 사람들 털끝하나 상하는 일 생긴다면...”
“니 하기 나름이다. 너를 데려갔던 그 놈....정재라고 했던가. 나와는 묘하게 얽혀있는 관계더구나. 귀한 집 의사선생을 친구로 둔 것이 니 복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잘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거다.”
동준이 전화를 끊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천천히 깊게 담배연기를 호흡하며 생각의 속도를 느려 트리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시 전화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그 생각의 끝을 한곳으로 모으고 있었다. 다이얼을 누르는 손끝이 무겁게 경직돼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와 닿아 있었다.
“나다. 말했던 거 준비해라. 181, 73킬로에 적당히 맞출 수 있으면 좋겠다.”
수화기 저편으로 낮고 침울한 남자의 목소리가 잠시 멈추어 있다 다시 이어졌다.
“준비는 돼 있다. 불러줬던 대로 송금하면 바로 인수받을 수 있다....그것보단....너무 위험한 방법이라....”
“혹시 계획했던 데로 되지 않으면 남은 수습....부탁한다.”
“새끼, 소년원에서도 뒤치다꺼리만 맞기더만 지금까지 그런 소리 하냐.”
“미안하다. 그리고.......고맙다.”
“인사는 나중에 일끝나면 그때 해라.”
동준이 정재의 퇴근에 맞춰 병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주차장을 걸어 나오며 동준의 시선과 부딪힌 정재가 먼저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여전히 불편함과 또 다른 감정들이 산란하게 교차되고 있었다.
“상처는 좀 어때?”
“괜찮아.”
오피스텔로 들어선 동준이 소파에서 말을 기다리고 있는 정재를 그대로 둔채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한참동안 나오질 않고 있었다. 쉽지 않은 말을 꺼내놓을 그 말머리를 찾아헤메는 듯 편치않은 얼굴이 정재에게 그대로 보여지고 있었다.
그 무거움이 정재에게 전해져 다른 걸 묻지 못하고 그렇게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동준이 정재를 마주보고 앉아 잠시 그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너라면......아니....너였어야 했어. 내가 아니라 처음부터 너였으면 이런 일 겪게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차라리 니가 찾은 그걸로 끝났으면...."
"의미없는 얘기야."
"그래. 지금 니 속에 내 존재 어떨지 안다. 아는데.....그래서 미안한데.....그래도 한번더 너한테 말해야 겠다."
동준의 얼굴에서 차갑고 섬칫한 것을 느낀 정재가 불안하게 되 물었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인데 그래."
"일주일 후에 내가 연락 없으면 진서.....니가 데려가라."
잠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멍한 눈으로 동준을 보던 정재가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무슨 말이야. 뭘....하려고.....도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거야?"
"너한테는 아픈 상처고 짐이 될 것도 안다. 하지만 너라서 편하게 진서 부탁할 수 있다. 내가..진서.."
동준의 말을 더 듣지 않고 격하게 자른 정재의 눈빛이 뜨겁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만해. 형이 무슨 생각으로 지금 이런말 하는지 모르겠지만....난 싫어. 그렇게 못해. 안해."
"말하지 않아도 니가 진서 놓지 않을 거 안다. 혹시 내가 진서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일 생기면...그때는 나하고 인연 마음에 두지 말고 진서 ...."
동준이 마지막 그 말을 다 하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자신이 하고 있는 그 말들이 정재에게나 자신에게 모두 심장을 가르는 통증이 되고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것 같아 모든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말해. 무슨 일인지...?
"미안하다. 정재야."
정재가 그 분노를 더 참지 못하고 동준의 멱살을 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붉게 충혈된 그 눈에 동준에 대한 원망과 연민이 함께 흐르고 있었다.
"말하란 말이야. 도대체 뭘 하려고 이러는건지...형 하나 어떻게 되는걸로 끝나는게 아니야. 진서...하룻밤에도 시체처럼 굳어가던 애야. 그걸 어떻게....나한테 또 보라는 거야. 내가 왜...."
오늘 날씨 너무도 잔인할 만큼 완벽하게 흐려 정신 산란하게 합니다.
퇴근해도 쉬 그 발걸음이 집으로 향해지지 않을 것 같은 그 어떤 싸한 유혹...
누구와도 술잔을 기울이며 회색의 암울한 감정을 흘려 보내야 할것 같은 의무감 또는 책임감..^^
오늘 일상을 벗어난 사랑한번 가져보시는 것은 어떨지.....(강력 추천)
약간의 감정만 싫어줘도 저절로 허물어지고 싶은 그런 날이 바로 오늘이 아닌가 하는 물고기 주책..
잠시 평소의 자신을 버리고 심연의 뜨거운 당신을 불러내 보십시오.
바람속에 실려오는 비냄새가 썩 유혹적인 흐린 날입니다.
자...다들 마음을 확 풀어헤쳐 자유로운 영혼을 느껴봅시다.
홀로계신 님들 괜히 마음만 상하실라..후후...
오는 주말 잘들 보내시고 다음주에 뵙지요...
혹여 일상을 벗어난 특별함이 있거들랑 살짝쿵 들려도 주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