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1부 18막 : 미란(美爛) #03)

J.B.G200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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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림부 외상의 저택.

외상의 우두머리인 유해수(唯海首)는 미란을 극진히 접대했다.

 

“이런 누추한 곳에 어찌 군사께서…”

“예의는 되었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이렇게 안으로 든 두 사람은 곧 술상을 마주하고 앉았다.

 

“요즘 자주 해적들이 창궐한다고 하던데… 외국과 교역하기에는 어떠하신지요.”

“그야 용의 수군장 유란(柳爛)장군의 보살핌으로 큰 피해를 겪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 다 황제폐하의 은덕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저희가 이곳에서 외국과 교역을 편안히 할 수 있겠습니까?”

 

미란은 외국에서 들여온 귀한 술의 향을 음미하며 마시고 있었다.

 

“목진의 수군은 어떠하던가요?”

“네?”

“용의 수군만큼이나 용맹하던가요?”

“그건…”

“지난번 유해수 어른의 대규모 상선이 인해도 부근에서 해적의 습격을 받았을 때 목진의 수군에 의해 구명을 받았다 들었습니다만…”

“무해와 서쪽 대양은 용국이 그리고 인해와 동쪽 대양은 목진의 수군이 다스리고 있으니 저희는 그저 양 국에 충성을 맹세하고 목숨을 구명할 뿐입니다.”

“그… 양 국에 충성을 맹세한다는 것이 전 옛날부터 이해가 가지 않아요. 그 전에는 봉국과 태상국에 충성하셨고… 그렇지 않나요?”

“저희는 상인일 뿐입니다. 다만, 실리를 쫓을 뿐… 선비의 절개 같은 것은 없습니다.”

“저작거리의 개도 제 주인을 아는데… 어찌 사람이 그 주인을 알지 못하는 것인지…”

 

미란은 지금 외상의 우두머리인 유해수를 모욕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를 협박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가 목진에 붙지 않으면서 계속 중립을 지키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유해수도 외국과의 무역을 위해 용의 해군력이 절실했기 때문에 자신이 중립을 지켜야 함을 잘 알고 있었다.

 

“어찌 갑자기 벙어리가 된 거죠?”

“저희는 통일되는 용에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흥! 그것은 목진이 통일하면 목진에 충성을 맹세하겠다는 말이 아닌가요?”

“소인은 그저…”

“되었습니다. 다만, 그 맹세가 변치 않기를 바랍니다.”

 

다음날.

미란은 다시 내상의 우두머리인 목경부(目涇夫)를 찾았다. 그도 역시 미란을 극진히 대접하고 있었다.

 

“군사께서 어찌 이리 어려운 걸음을…”

“아저씨께 확인할 것이 있어서요.”

“아직도 소인을 믿지 못하시는 것입니까?”

“그냥 정기적인 것일 뿐이에요. 어제는 외상의 우두머리인 유해수를 만났어요.”

“그와 저는 어차피 실리를 쫓는 자 입니다. 그러니 목진이 통일하면, 목진을 따를 것이고, 용이 통일하면 용을 따를 것입니다.”

“상인들은 다 그런가요?”

“…”

“절개를 가지고 행동할 수는 없는 건가요?”

“그럴 것이라면 애초에 선비가 되었지 무엇 하러 상인이 되었겠습니까?”

“모르겠어요. 그런 면에서 저는 유해수도 아저씨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모두 하나의 이치와 목적을 위해 산다면, 사육되는 짐승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삶의 방식이 다양하고 그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인간이 것입니다.”

“아저씨한테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군요.”

“…”

 

그녀의 말에 목경부는 그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전란의 시대에 법도가 제도로 서지 않아 도적떼들이 들끓을 텐데도 잘 꾸려 나가시네요.”

“군부의 도움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소리 말아요. 무역상들의 경호를 서줄 만큼 우리 군은 그리 한가하지 않아요.”

“…”

 

목경부는 미란의 물음이 무엇인지 잘 알기에 애써 침묵했다.

 

“사병이 얼마나 되죠?”

“그런 것은 없습니다.”

“물론, 용이나 목진이 상인들의 사병을 금지하기 때문에 비공식적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요. 다만, 유사시를 대비하는 것이니 털어놓아 봐요.”

“제 약점을 굳이 잡지 않아도 저는 용에 충성을 할 겁니다. 이것은 조부이신 협성 장군님과의 의리입니다.”

“그런 의리는 없다고 방금 까지 말했잖아요.”

“…”

 

한동안 침묵하던 목경부는 어렵게 지도 하나를 내어 놓았다.

 

“이게 뭐죠?”

“중앙대륙의 지도입니다.”

“지금 절 놀리시는 거예요? 중앙대륙이 언제부터 5개국으로 늘어나죠?”

“이것은 중앙대륙의 또 하나의 세력인 음원(陰原)의 지도입니다.”

“음원?”

“네 그렇습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알죠?”

“아는 사람은 다 안다고?”

“군사께서도 들어는 보셨을 것입니다. 다만, 군사께서는 하찮은 평민의 세계를 모르실 뿐 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엄연한 또 하나의 강력한 세력의 지도 입니다. 지금의 중앙대륙은 각 지방의 오지까지 모두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군사께서도 잘 아실 것입니다. 이것은 선대 라 제국시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관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백성은 이 음원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어느 정도의 대금을 지불하면 기꺼이 백성을 위해 검을 들기 때문입니다.”

“검?”

“네… 자유와 무를 숭상하는 자들입니다. 그래서 자신들끼리 조직을 결성하고 문파를 만들어 자치구를 구성해 살아가는 자들입니다.”

“들어본 적은 있지만, 그들이 그리 강대하단 말인가요?”

“그야, 군대만 하겠습니까? 하지만, 도적떼를 상대하기에는 관병보다 날쌔고 무예가 출중하니 크게 쓸모가 있는 것입니다. 즉. 힘이 없는 백성에게는 관병보다는 이 음원의 무사들이 더 친근하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런…”

“그래서 수군의 보호를 받은 외상과 달리 군의 도움이 어렵고, 사병도 가질 수 없는 저희 내상은 음원 소속의 무사들의 호위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가에서 젊은 자들을 징발하는데 그들이라고 누락 될 수 있는 것인가요?”

“물론, 징발이 이루어 지면 음원의 각 방파에 남는 자들은 모두 늙거나 아직 어린 소년, 소녀들 입니다. 하지만, 그들로도 충분히 힘이 만들어 집니다.”

“그리 무예가 뛰어나단 말인가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들은 소대 단위로 행동하기 때문에 대군을 움직이는 전략이 아닌 작은 첩보전이나 암살에 능한 자들 입니다. 아마… 제 예상이 틀리지 않다면, 음원맹주인 최무귀(債武鬼) 속하의 첩보대 비영(飛影)은 미란 군사보다도 정보가 더 빠를 것입니다.”

“그런…”

 

다소 놀라고 있는 미란에게 목경부는 하나의 문서를 더 꺼내 지도 위에 올려 놓았다.

 

“이것은 무엇이죠?”

“무림맹주 최무귀에게 미란 군사를 소개하는 소개장 입니다.”

“아저씨! 지금 날더러 일개 상인의 소개장을 가지고 근본도 없는 음원 무사들의 두목을 만나라는 것인가요?”

“군사. 신중하셔야 합니다. 상부의 계책에는 군사가 능하나 하부의 계책은 저를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그를 얻으면 이 지도의 또 다른 영토를 얻는 것입니다.”

“…”

 

그의 이 말에 미란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내 그를 만나는 것은 고려해 보고 결정하죠.”

“군사…”

“그 이야기는 그만 하기로 해요.”

 

미란은 술을 마시며 그날의 이야기를 거기에서 중단시켰다.

 

‘이 여자는 너무 완벽한 것이 문제이군… 약점이 전혀 없어서 다른 자가 옆에서 끼어들 틈이 없지 않은가…? 부족한 점이 있는 자라면 지금의 내 이야기를 귀담아들었을 텐데…’

 

다음날.

미란은 목경부의 간곡한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지도와 소개장을 들고 음원맹주가 있는 패림 인근의 음원 자치구를 찾았다.

 

‘정말 어이가 없군… 제후도 아닌 음원의 무인를 찾아 이리 먼 길을 오다니… 나도 참…’

 

그러나 최무귀의 저택을 찾은 미란은 어처구니 없게도 문전박대를 당하고 말았다.

 

“지금 무엇이라 하였느냐?”

“맹주께서는 지금 병환이 깊어 손님을 맞을 수 없다 합니다.”

“뭣이?”

 

미란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누군지 모른 다더냐? 용의 군사 미란이라 전한 것이냐?”

“그리 전했습니다. 허나 맹주께서는 목숨이 경각이라 뵐 수 없다 하십니다.”

 

그때 미란은 목경부의 소개장을 전해주려 했으나, 도저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그냥 돌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내 군사들을 보내 이 부락에 거하는 자들을 모두 주살할 것이다. 그리 전하거라!”

“네! 그리 전하겠습니다.”

“이런… 고얀…”

 

미란은 노기를 참지 못하고 그리 호통을 치고는 다시 진양을 향했다. 그리고 하인은 미란의 말을 그대로 맹주 최무귀에게 전했다.

 

“그래 군사는 떠났느냐?”

“네… 그런데 정말 군대를 거느리고 올까요?”

“이런 작은 부락을 주살하는데 대병을 보냈다면, 천하가 비웃을 것이다. 그냥 화가 나 한 말일 뿐이니라.”

“그런데 어찌 일부러 군사의 화를 돋우시는 것입니까?”

“지금은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그에게 굴복한다면 평생 하대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나 위기에 처한 그를 구명해 준다면, 분명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취무귀는 지금 미래를 내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때 다른 하인이 찾아왔다.

 

“나리?”

“무슨 일이냐?”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내상의 목경부 외에는 손님이 거의 없는 자신에게 계속 손님이 찾는 것에 대해 의아해 했다.

 

‘누가…’

 

그는 하인에게 물었다

 

“누구라 하더냐?”

“적령이라 했습니다.”

“뭣이?”

 

최무귀는 크게 놀라 자신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