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춤 106 - 제3장 다시 세상으로 42

내글[影舞]2005.03.15
조회185

그림자의 춤(影舞) 106 - 제3장 다시 세상으로 42 - 내글 -      

- 세월은 만남의 기쁨을 더하기도 하지만, 쌓아놓은 세월의 무게도 무시할 수 없다.

 

42


준일은 하란의 이상한 행동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준일은 현관을 향해 섰던 몸을 돌려 하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하란의 얼굴에는 핏기가 하나도 없었고,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몹시 떨고 있었다. 준일은 하란에게 다가서려다 뒤에서 다가오는 차갑고 섬직한 기운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준일의 눈에 검은 그림자가 자신을 향해 덮쳐오는 것이 보이자, 곧바로 몸을 돌려 검은 그림자를 향해 몸통을 부딪쳐갔다.

준일은 20년 전 정민이 자신에게 전수해주었던 무술을 가지고 정연을 달련 시키면서 보완되었고, 그 후로 체계화하여 부대 특수요원들을 위한 무술로 발전시켰다. 준일은 자신을 덮쳐오는 검은 물체를 느끼고는 반사적으로 공격했던 것이다.

“이런…, 이야!”

준일은 자신의 몸에 부딪히는 것이 없음을 느끼고 실패한 첫 번째 공격에 이어 다시 돌려차기를 했으나 역시 헛바람만 일으키고 말았다.

“으흐흐, 제법이다! 하지만 그런 건 너희들 사람사이에서나 통하지,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자 그만 힘 빼고, 순순히 내 뜻을 따르라.”

준일은 검은 물체가 내 뱉는 말에서 음산하고 마음을 후벼 파고들며 깊은 바다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받고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헉, 너는 누구냐?”

“후후후, 그건 알 필요가 없다. 네가 할 말은 두 가지다. 첫째는 선택받은 영의 아들이 있는 곳과 두 번째로는 선택받은 영이 있는 곧을 말해주면 된다.”

“으윽! 그, 그게 무슨 말이냐. 그, 그건 나, 나도 모른다. 으…, 컥컥!”

검은 물체에서 튀어나온 손에 목을 잡힌 준일은 벗어나려 발버둥 치며 말을 이었다.

“후후, 그렇군! 네놈은 당연히 모르겠지. 그렇지만 네 딸년은 알고 있을 거야, 그렇지?”

준일은 문득 하란과 가영의 상태가 궁금해져 힘을 다해 고개를 돌려 보았다.

“아, 아니…! 네놈이 무슨 짓을 한 거냐?”

준일의 눈에 이미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 하란과 가영의 모습이 들어왔다.

“흐흐흐, 네놈도 이미 저렇게 되었어야 하는데, 그래도 네놈은 선택받은 영에게서 약간의 힘을 얻은 모양이구나. 하지만 그것도 나에겐 별거 아니야. 너도 이젠 그만 까불고 저렇게 쉬도록 해라.”

준일은 눈앞이 갑자기 까맣게 변하는 걸 느끼고는 정신을 놓았다.

“후후, 상제님께서 괜한 걱정을 하신거로군. 이렇게 형편없는 것들이 무슨 힘이 있다고 조심하라 하신건지. 누리장군과 검지장군이 당했다는 게 이해가 안 되는군. 자, 어디보자! 저년의 의식을 살펴볼까? 구지 직접 찾아올 필요도 없었을 것 같은데 이렇게 귀찮은 걸음을 하게 되다니. 어서 이일을 끝내고 무당에게 가서 굿이나 한판 받아야겠구나.”

말을 끝낸 검은 물체가 흔들리는가 싶더니 검은 물체 속에서 신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신장은 미끄러지듯 쓰러져 있는 가영에게 다가가서 손을 뻗자, 가영은 줄에 매달린 꼭두각시처럼 신장의 손이 움직이는 대로 신장에게 끌려갔다.

“흐흐흐, 어린것이 꽤나 성숙한 혼을 가졌구나. 늙은 무당이 곧 죽을 텐데 잘됐다. 이년을 앞으로 내 무당으로 삼아야겠다, 흐흐흐!”

신장은 정신을 잃고 서있는 가영의 가슴을 향해 천천히 손을 가져갔다.

“이, 이게 뭐야?”

신장은 어떤 알지 못할 힘에 의하여 녹아내리고 있는 자신의 손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이, 이럴 수가!”

가영의 목에는 신수 산다가 만들어준 하늘님의 문양인 삼 태극이 새겨진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신장의 손이 다가오자 가영의 목에 걸려있던 목걸이에서 빛을 내더니 신장의 손을 양초처럼 녹아내리게 만들고 있었다. 신장은 믿기지 않는 현상에 그 자리에 석상이 된 듯이 굳어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 와장창!

“이런 늦었나? … 고모, 심촌!”

거실 유리창이 깨지며 정연과 신수 산다가 뛰어 들었다.

- 작은 주인, 다행이 아직은 늦지 않았다. 모두 정신만 잃었을 뿐이다. 신수 산다는 곧 바로 신장을 무시한 채로 세 사람의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 없다는 것을 정연에게 알렸다. 정연은 녹아내리는 손을 바라보며 석상처럼 굳어 움직이지 못하는 신장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이놈들, 내가 전에 분명히 경고 했을 텐데, 다신 내나 나와 관련된 사람들 주위엔 얼씬도 하지 말라고!”

“너, 너는…!”

“후후, 그렇다. 내가 네놈이 찾는 선택받은 영의 아들이야. 그리고 내말을 무시하는 네놈을 벌하려온 지옥의 사자지, 하하하!”

정연은 끓어오르는 화를 누르기위해 짐짓 큰 소리로 웃었다.

“네, 네가 바로 선택받은 영의 아들이 맞는군. 하지만, 아직 어린 네가 나를 이길 수는 없지. 나는 신장이다. 너 같은 사람이 나를 어떻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까.”

“후후, 먼저 왔었던 신장이 나에 대해 자세한 말을 하지 많은 모양이군!”

“으흐흐흐, 난 그 나약한 검지장군과는 격이 다르다! 내게는 나의 힘을 믿는 무당이 셋이나 되지. 검지장군 같은 그림 속에만 존재하는 허깨비 같은 신장이 아니다.”

- 작은 주인, 위험해!

신장은 말을 끝내기 무섭게 몸을 돌려 정연에게 덮쳐들었다. 신장의 녹아 내렸던 손은 이미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고 정연을 향한 신장의 무서운 기세는 정연이 상대했던 두 명의 신장과는 그 근본이 달랐다. 신수 산다가 소리침과 동시에 신장의 공격을 막으려 달려들었지만 이미 신장은 정연에게 손이 닿고 있었다.

“아!” 

- 휘익!

“으으으!” 

정연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신장의 손에 몸이 휩쓸리는 순간 신장의 손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신장은 당황하여 다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호호호, 동방상제는 역시 어리석구나! 너 같은 자를 이런 자리에 보내다니, 직접와도 벅찰 일을…! 아참, 연이야 괜찮니?”

“이, 이모!”

- 오, 오셨습니까? 죄, 죄송합니다. 작은 주인님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하고 수님이 직접 손을 쓰시게 만들다니…. 저를 벌하여 주십시오.

신수 산다는 수의 갑작스런 출현에 놀라기도 했으나 수가 정연을 위험에서 구해 준걸 고마워했고,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용서를 구했다.

“호호호, 아니다! 네가 할 바는 다했다. 저놈의 영이 삐뚤어진 놈이라 네가 미처 손을 쓰지 못했던 거야. 그러니 맘에 담지마라.”

- 그런데 주인님과 주모님은 어찌 안 오셨습니까?

“호호, 오라버니랑 언니는 짐이 많아 내가 먼저 왔다. 아마도 오늘 오후엔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이모, 엄마랑 아빠가 와요, 진짜죠? 와아 신난다!”

정연은 정민과 연정이 온다는 말에 뛸 듯이 기뻐했다.

“그래, 그렇게 좋으냐?”

“그럼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빠를 만나는 건데…! 아니, 두 번째구나. 하지만 그때는 아빠가 날 알아보지 못했으니 이번이 처음인 거나 마찬가지네, 뭐. 참, 이번에도 날 알아보지 못하는 건 아니겠죠?”

정연은 전처럼 정민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다.

“호호호, 염려 말거라! 오라버니는 네가 지하광장에 왔다간 뒤로 바로 제정신을 찾으셨단다. 그리고는 얼마나 미안하게 생각하셨는지 아느냐. 그때 내가 말해 주었을 텐데?”

“네, 알아요! 하지만 괜히 걱정이 돼서….”

“호호호, 누가 오라버니 아들 아니랄까봐 그러는 구나!”

수는 정민과 판박이처럼 큰 정연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옆에 있던 신수 산다는 정민이 다시 세상에 나온다는 말을 듣고 걱정되기 시작했다.

- 주인님이 오십니까?

정연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 벌어진 일이니 분명 정연이 정민에게 혼이 날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수가 신수 산다의 걱정을 알기라도 한 듯 입을 열었다.

“그렇다! 그러니 저놈을 빨리 처리해라. 만일 오라버니가 이일을 안다면 크게 화를 낼 것이니 깨끗하게 모든 걸 정리하여라. 난 다시 오라버니에게 가야겠다.”

- 잘 알겠습니다, 수님!

신수 산다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수는 정연의 볼을 쓰다듬고 왔던 것처럼 보이지 않는 공간에라도 무을 열고 들어간 것처럼 사라졌다.

수가 사라지자 멍하니 수를 쳐다보던 신장은 제정신을 차리고 도망갈 궁리를 했다. 신장의 생각에 정연 혼자라면 어떻게 해볼 수 있겠지만 신수 산다가 있는 한 이길 수 없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수 산다가 신장의 생각을 눈치 채고 먼저 움직이는 바람에 신장의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신수 산다는 이미 신장의 생각을 읽어내고 신장이 벗어나지 못하게 주변에 결계를 치고 신장의 곁으로 다가 섰다.

- 후후후, 어리석은 자! 이미 너의 영이 사로 잡혀있음을 모르는 구나. 웬만하면 그대로 보내려했지만 너 같은 악한 영을 가진 신장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너의 영을 거두겠다.

-----------------------------------------------------------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