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경고(赤色警告) 부제:잔혹하게사랑하라 달칵, 달칵. 은색빛의 고급스러워 보이는 지포라이터가 새하얗고 매끄러운 그의 손 안에서 그리 듣기 싫지 않는 소음을 조용한 허공으로 박자맞추어 뿜어내었다. “형! 이제 내가 됐다고 말했잖아, 왜 이렇게 사람이 못됐어!” “………” “형 왜 이렇게 잔인해. 왜 이렇게 사람이 잔인하냐고!” 그야말로 악에 바친듯 의자에 긴 다리를 꼬고 앉은 그에게 소리치는 아직 앳되어 보이는 소년의 얼굴은 잔뜩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분명 화가 무척이나 많이 나 있음을 알려주는 듯 싶었다. 소년의 악에 바친 듯한 말을 잠자코 아무 말없이 듣고 있는 그는 아무런 동요의 표정변화 따윈 찾아볼수 없었다. 여전히 손에 잡은 지포라이터만 못살게 이리저리 굴릴뿐이였다. “사람 여더댓명 죽이고서 돈으로 해결하는 것도 한두번이야. 그런것도 한두번이라고 왜 이렇게 사람이 잔인하게 살려고 해, 왜 이렇게 아프게 살려고만 하는거냐고!” “………” “내 나이또래는 사귀고, 헤어지고 수십번을 반복해! 그 중에서 나를 싫다 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꺼라고 근데 왜 그건 하나 모르고 사람을 하나하나 죽여가는건데!” “………” “왜 형 손에 시뻘건 피를 묻히는건데! 나도 나 싫다는 사람 잊어. 아니 벌써 잊어먹었어. 형이 이렇게까지 말도안되는 납치까지 할 이유는 없는거라고!” 여전 말 없이 지포라이터만 가지고 노는 그의 모습이 소년의 눈에는 여간 거슬리는게 아니었다. 소 귀에 경 읽기라, 아무리 소리쳐도 듣는척도 안하는 모습이 그렇게도 얄밉고 원망스러울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얼마나 고집이 센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것이 소년이었다. 입술을 질끈 깨물은 소년은 몇 분간 그를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목을 쥐어잡을 듯한 기세로 몰아부쳐 노려보는 듯 싶더니 그 눈빛도 잠시 농도짙은 한숨을 끝으로 소년은 눈을 거두었다. “형 마음대로 해! 그 누나를 죽이던 말던 마음대로 하란 말이야!” “………” “난 그 누나가 불쌍하지 않아. 다만 항상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형이 미치도록 불쌍할 뿐이야. 난 분명 말하지만 지금 형이 하는 일은 나를 위한 일이 절대로 아니야.” “………” “알고있다면, 아니 지금이라도 알아들었다면 당장 저 누나 풀어줘.” 쾅. 소년은 싸하게 한마디를 그에게 남기고는 새하얀색의 방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가 싸한 냉기만을 남겼다. 문의 큰 마찰소리가 조용한 집안 거실을 살짝 메아리쳐 울렸다. 그리고 그 메아리친 소리가 거의 허공에 산산조각 부서졌을때쯤 고개를 비스듬이 숙이고 있던 그가 마침내 고개를 살짝 치켜들어 소년이 들어간 문을 응시했다. “훗. 쇼 관람은 언제든 즐거워.” 나즈막한 목소리가 참으로 매력적이었지만, 그 목소리가 내뱉어내는 살기는 이루 뭐라 말할수 없었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오한이 들게 만드는 그 살기야 말로 짙은 어둠속의 공포였다. 여전 그 문을 응시하며 차가운 한기를 뿜어내던 그는 잠시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나 호사스런 다른방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허름한 한 방문을 열었다. …그 누구도 지을수 없는, 따라할수도 없는 잔인함이 잔뜩 서린 그 웃음과 함께. ** 흑(黑). 지나치게 검은것들이 눈 앞을 메꾸었다. 앞에 무엇이 있는지도 분간이 가지 않을정도로 흑은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그러기에 한경또한 가슴이 일초에도 몇백번씩 뛰는 듯한 불안감을 가득 품고있었다. 우측 커다란 창문에선 다른곳과는 빛이 들어오는 듯 싶었지만, 검붉은 커텐으로 인해 그 밝은 빛 또한 이곳과는 완전히 차단되었다. 그냥 창문이 있구나, 지금이 낮이구나 하는 느낌만 전해주는 창문일뿐이었다. 뭐 하나 비추어볼만큼 강한 빛은 절대 아니었다. “……으으…” 관자놀이가 지끈지끈거리는게 여간 고통스러운것이 아니었다. 한경은 머리라도 꾸욱 쥐어누르고 싶었지만 등뒤로 묶여있는 손때문에 그냥 벌써 하얗게 부르터버린 입술밖으로 신음을 뱉어낼 뿐이었다. 고요한 방안에선 한경의 조금은 거치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숨소리도 점차 시간이 지나갈수록 조금씩 조금씩 고르게 내쉬어지고 있었다. 한경은 지금 이 상황에서 소리라도 꽥 질러보았음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몸이 생각대로 따라주질 않으니 그저 답답하기만 했다. 말 한마디 하나 제대로 내뱉을 만한 기력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목 안이 텁텁한게 정말 제발이지 물 한모금이라도 넘겼음 했다. “……으으…” 시들어진 들꽃 하나가 토해내는 듯한 아련한 신음소리가 다시 한번 방안을 울리었고, 그 소리가 허공에 흐트러지자 마자 어디에 있었는지 조차 모른 문이 벌컥 열리고 새하얀 빛이 한경의 눈을 바로 내려찍어 자극하며 내려앉았다. 한경은 살짝 비틀어 강한 빛을 비키려한 고개짓은 금세 멈출수 있었다. 이내 문이 닫힘으로써 그 빛은 다시금 흔적도 찾아볼수 없게끔 눈앞에서 사라졌다. 아니, 무거운 발걸음의 그를 흔적으로 남겨두고 눈 앞에서 사라졌다. “반갑다, 김한경.” “………” 따뜻함으로 포장된 날이 잔뜩 선 그의 말이 한경의 달팽이관을 울렸다. 한경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고, 그의 무거운 발자국은 점점 가까져옴을 느낄 수 있었다. 구두밑이 바닥을 마찰하여 들리는 그 소리가 웬지 모르게 끔찍하다. ◆ 미리별(d_dmino_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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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경고(赤色警告) 부제:잔혹하게사랑하라
달칵, 달칵.
은색빛의 고급스러워 보이는 지포라이터가 새하얗고 매끄러운 그의 손 안에서
그리 듣기 싫지 않는 소음을 조용한 허공으로 박자맞추어 뿜어내었다.
“형! 이제 내가 됐다고 말했잖아, 왜 이렇게 사람이 못됐어!”
“………”
“형 왜 이렇게 잔인해. 왜 이렇게 사람이 잔인하냐고!”
그야말로 악에 바친듯 의자에 긴 다리를 꼬고 앉은 그에게
소리치는 아직 앳되어 보이는 소년의 얼굴은 잔뜩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분명 화가 무척이나 많이 나 있음을 알려주는 듯 싶었다.
소년의 악에 바친 듯한 말을 잠자코 아무 말없이 듣고 있는
그는 아무런 동요의 표정변화 따윈 찾아볼수 없었다.
여전히 손에 잡은 지포라이터만 못살게 이리저리 굴릴뿐이였다.
“사람 여더댓명 죽이고서 돈으로 해결하는 것도 한두번이야. 그런것도 한두번이라고
왜 이렇게 사람이 잔인하게 살려고 해, 왜 이렇게 아프게 살려고만 하는거냐고!”
“………”
“내 나이또래는 사귀고, 헤어지고 수십번을 반복해!
그 중에서 나를 싫다 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꺼라고
근데 왜 그건 하나 모르고 사람을 하나하나 죽여가는건데!”
“………”
“왜 형 손에 시뻘건 피를 묻히는건데!
나도 나 싫다는 사람 잊어. 아니 벌써 잊어먹었어.
형이 이렇게까지 말도안되는 납치까지 할 이유는 없는거라고!”
여전 말 없이 지포라이터만 가지고 노는 그의 모습이 소년의 눈에는 여간 거슬리는게 아니었다.
소 귀에 경 읽기라, 아무리 소리쳐도 듣는척도 안하는 모습이
그렇게도 얄밉고 원망스러울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얼마나 고집이 센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것이 소년이었다.
입술을 질끈 깨물은 소년은 몇 분간 그를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목을 쥐어잡을 듯한 기세로 몰아부쳐 노려보는 듯 싶더니
그 눈빛도 잠시 농도짙은 한숨을 끝으로 소년은 눈을 거두었다.
“형 마음대로 해! 그 누나를 죽이던 말던 마음대로 하란 말이야!”
“………”
“난 그 누나가 불쌍하지 않아. 다만 항상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형이 미치도록 불쌍할 뿐이야.
난 분명 말하지만 지금 형이 하는 일은 나를 위한 일이 절대로 아니야.”
“………”
“알고있다면, 아니 지금이라도 알아들었다면 당장 저 누나 풀어줘.”
쾅. 소년은 싸하게 한마디를 그에게 남기고는
새하얀색의 방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가 싸한 냉기만을 남겼다.
문의 큰 마찰소리가 조용한 집안 거실을 살짝 메아리쳐 울렸다.
그리고 그 메아리친 소리가 거의 허공에 산산조각 부서졌을때쯤
고개를 비스듬이 숙이고 있던 그가 마침내 고개를 살짝 치켜들어
소년이 들어간 문을 응시했다.
“훗. 쇼 관람은 언제든 즐거워.”
나즈막한 목소리가 참으로 매력적이었지만,
그 목소리가 내뱉어내는 살기는 이루 뭐라 말할수 없었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오한이 들게 만드는 그 살기야 말로 짙은 어둠속의 공포였다.
여전 그 문을 응시하며 차가운 한기를 뿜어내던 그는
잠시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나 호사스런 다른방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허름한 한 방문을 열었다.
…그 누구도 지을수 없는, 따라할수도 없는 잔인함이 잔뜩 서린 그 웃음과 함께.
**
흑(黑). 지나치게 검은것들이 눈 앞을 메꾸었다.
앞에 무엇이 있는지도 분간이 가지 않을정도로 흑은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그러기에 한경또한 가슴이 일초에도 몇백번씩 뛰는 듯한 불안감을 가득 품고있었다.
우측 커다란 창문에선 다른곳과는 빛이 들어오는 듯 싶었지만,
검붉은 커텐으로 인해 그 밝은 빛 또한 이곳과는 완전히 차단되었다.
그냥 창문이 있구나, 지금이 낮이구나 하는 느낌만 전해주는 창문일뿐이었다.
뭐 하나 비추어볼만큼 강한 빛은 절대 아니었다.
“……으으…”
관자놀이가 지끈지끈거리는게 여간 고통스러운것이 아니었다.
한경은 머리라도 꾸욱 쥐어누르고 싶었지만 등뒤로 묶여있는 손때문에
그냥 벌써 하얗게 부르터버린 입술밖으로 신음을 뱉어낼 뿐이었다.
고요한 방안에선 한경의 조금은 거치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숨소리도 점차 시간이 지나갈수록 조금씩 조금씩 고르게 내쉬어지고 있었다.
한경은 지금 이 상황에서 소리라도 꽥 질러보았음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몸이 생각대로 따라주질 않으니 그저 답답하기만 했다.
말 한마디 하나 제대로 내뱉을 만한 기력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목 안이 텁텁한게 정말 제발이지 물 한모금이라도 넘겼음 했다.
“……으으…”
시들어진 들꽃 하나가 토해내는 듯한 아련한 신음소리가 다시 한번 방안을 울리었고,
그 소리가 허공에 흐트러지자 마자 어디에 있었는지 조차 모른
문이 벌컥 열리고 새하얀 빛이 한경의 눈을 바로 내려찍어 자극하며 내려앉았다.
한경은 살짝 비틀어 강한 빛을 비키려한 고개짓은 금세 멈출수 있었다.
이내 문이 닫힘으로써 그 빛은 다시금 흔적도 찾아볼수 없게끔 눈앞에서 사라졌다.
아니, 무거운 발걸음의 그를 흔적으로 남겨두고 눈 앞에서 사라졌다.
“반갑다, 김한경.”
“………”
따뜻함으로 포장된 날이 잔뜩 선 그의 말이 한경의 달팽이관을 울렸다.
한경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고,
그의 무거운 발자국은 점점 가까져옴을 느낄 수 있었다.
구두밑이 바닥을 마찰하여 들리는 그 소리가 웬지 모르게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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