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부모님 그리고 하나뿐인 딸 나..

딸래미..2005.03.21
조회23,879

자고 일어나 보니 네이트 톡이 되어 있네요...

저의 가족의 치부라면 치부랄수도 있는 가정사를 자세히 글로 옮긴거라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읽었다고 생각하니 조금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그저 이혼이라는 어쩔수 없는 상황에 놓인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가정의 해체에 대한 부분을 이해시키고 이혼후라도 끊임없는 사랑을 베푼다면 그 어떤 자녀도 부모님을 원망하거나 삐딱하게 자라지 않을꺼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 자꾸 예전의 힘든 기억이 떠오르고 엄마와 아빠의 눈물이 떠올라 힘겨웠지만 이젠 힘든시기는  남들과 조금 다르게 자랐다 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가슴 한구석에 아주 조금만 남겨둔채 앞으로 수없이 남은 살아야할 날들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저에게 격려의 말과 제 글에 공감느껴주신 많은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세상 모든 가정에 항상 행복만이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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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20살 되던 해 부모님은 합의 이혼을 하셨습니다....

대학생이었던 전 엄마편도 아빠 편도 들수 없었고 더 이상 제가 나설수 없는 상황이란걸 알아서 그냥 묵묵히 있었습니다..

엄마와 아빠의 이혼문제는 돈문제가 가장 큼 문제였습니다. 

다른 어떤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두분이 표면상으로 저에게 이혼의 이유를 설명할때는 돈문제를 얘기하더군요..다른 이유도 있을꺼라 생각했지만 묻지 않았습니다. 알아서 내게 좋을게 없다는 부모님 판단이 있었으니 말 안했겠지 라는 생각을 했기떄문에..

엄마말로는 돈문제떄문에 친가쪽 친척들에게  험한 말을 들었고 그 상황에서 아빠는 엄마를 감싸주지 않고 이혼하자고 했고 그래서 엄마는 나때문에 이혼만은 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런 취급까지 받으며 살수 없다고 나보고 이해해달라고 했습니다.

뭔가 또다른 사정이 있겠지 라고 직감했죠..하지만 역시 묻지 않았습니다.

사춘기 시절 이후 아빠와는 얼굴보는것 조차 피하던 저였기에 엄마말만 믿고 더더욱 아빠를 멀리했고 그런얘기까지 들으니 친척들까지 싫어졌습니다.

그렇기에 나때문에 엄마인생 포기 말고 엄마 갈길 가라고 했죠..10살짜리 꼬마도 아니고 엄마 보고싶으면 내가 찾아가면 되니까 내 걱정 말라고..

결국 부모님은 이혼을 했고 이미 다 자라버린 저는 치기어린 탈선도 할수없는 성인이 되어있었지요.. 탈선을 하기엔 제가 부모님을 너무 사랑했고 부모님 역시 저를 너무나 사랑했으니까요..부모님의 이혼으로 나까지 망가질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찌보면 지극히 이기적인 저일수도 있어요..

부모님 이혼떄문에 나까지 내 인생 포기할수는 없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집 형편이 안되 학교를 휴학하고 일년을 아르바이트 해서 다음학기 등록금과 용돈을 모았고 그 다음부터는 아빠가 등록금은 대주셨습니다. 용돈은 계속 아르바이트로 벌었고 학교생활도 열심히 내 힘듬을 기댈수 있는 든든한 어깨를 가진 좋은 남자도 만났습니다.

엄마와 살고 싶었지만 아빠는 날 엄마한테 뻇길수 없다고 굳이 데리고 사시겠다고 했고 아빠의 성질급함에 질려있던 저와 엄마는 안그랬다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할수 없이 아빠와 지냈습니다.

 

이혼 후 엄마는 혼자 이런저런 일들을 하며 돈을 벌었고 원체 생활력이 강한 분이라 그런지 금방 돈 문제를 해결하시더군요..이혼은 했지만 엄마라는 자리는 버릴수 없다고 하시며 같이 살떄 만큼이나 살갑게 저를 챙기고 보살폈습니다. 다 큰 딸이지만 그래도 엄마 손은 필요하다고 아빠가 안계신 틈에 집에와서 저와 청소며 반찬을 만들었고 제 속옷이며 용돈 옷가지들...돈으로 해줄수 있는건 다 해주시려 하더군요.. 처음엔 싫었습니다. 이혼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돈으로 갚으려는 것 같았고 다 필요없다고 그냥 엄마랑 저녁이나 먹고 같이 있는데 좋은거지 엄마가 뭐 사주고 돈주고 그런거 싫다고..했습니다. 매일 보던 진짜 자매처럼 각별하던 엄마를 일주일에 한두번 밖에 못보는게 너무 힘들었으니까요..

그랬더니 엄마는 같이 지내면서 못해주니까 이렇게라도 챙겨주게 해달라고 하더군요..엄마가 너한테 미안해서 그러는게 아니라 해주고 싶어서 이런다고 예전엔 돈없어서 못해줬는데 지금은 엄마가 돈이 있으니 해주는거라고..그래서 다 받기로 했습니다. 그게 엄마 마음이 편하다면 나도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재혼을 하시더군요...좋은 분이셨습니다. 다른거 다 볼것 없이 엄마 마음 편하게 해주고 엄마 사랑해주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엄마 재혼한다는 얘기에 알았다고 대답했습니다. 재혼과 동시에 엄마는 한국을 떠났고 그래서 1년에 두어번밖에 볼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연락도 자주하고 저와의 연락을 위해 엄마는 인터넷도 배우고 메일쓰는 것도 배워 여전히 연락은 자주 합니다.

비록 이혼은 했지만 엄마는 저의 엄마라는 자리는 포기 안했습니다. 엄마는 아빠와는 헤어졌지만 저에대한 책임은 지셨습니다.  엄마는 저에게는 아직도 여전히 가족입니다. 비록 법적으로는 아니지만 어릴떄부터 아플떄 힘들때 슬플때 엄마는 기댈수 있는 가슴을 항상 열어 놓으셨고 평생을 제 엄마로 있어주실 꺼라는 생각에 전 엄마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도 나중에 엄마가 되면 울 엄마처럼 자식에 대한 책임감만큼은 절대 저버리지 않을꺼라고 맹세했습니다.

 

그리고 아빠는 힘들어 했습니다. 평생 바람한번 안피고 너무 사랑했던 엄마와의 이혼. 하나밖에 없는 자식인 저의 무언의 반항..처음 아빠와 둘이 지낼떄는 아빠와 한공간에 숨쉬는것 조차 힘겨워했습니다. 당연히 전 밖으로 돌았고 술같은건 잘 못하니 술어 쩔어 들어온적은 없지만 집엔 항상 늦게 들어갔습니다. 아빠가 없는 시간에 맞추어서..

그러던 어느날 아빠는 오늘은 꼭 집에 일찍들어오라고 하더군요..

그날 아빠가 하도 당부하길래 집에 일찍 들어갔더니 제가 그리도 좋아하는 새끼 강아지가 있었습니다.

제가 개를 무척좋아합니다. 부모님도 알지만 털날리는게 싫다고 허락하지 않았었는데..아빠가 강아지로 제게 화해신청을 하는 거였습니다.

그날 이후 아빠와의 관계는 달라졌습니다. 강아지 처음 키워보는 저와 아빠는 자주 머리를 맞대고 상의를 해야했고 강아지가 자라면서 피우면 재롱에 둘이 마주보며 웃음도 짓고 저 역시 개때문에 집에 일찍 들어가게 되었고 그러면서 점점 아빠와의 멀어졌던 사이도 가까워 졌습니다. 처음엔 강아지 문제로 얘기를 해야했지만 점점 제 문제들 그리고 돌아가는 사회 문제들..같이 영화도 빌려다 보며 이런얘기 저런 얘기를 나란히 앉아 하게 됬고 집안일을 하던 엄마가 안계시니 둘이 분담하게 된 집안일로도 할얘기들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전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고 지금은 아빠와 아주 잘 지냅니다. 물론 강아지는 집안의 귀염둥이 이고요..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받은 충격과 상처는 이제 다 치유가 된것 같습니다. 그렇게 치유가 되기까지 부모님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겠지요..두 분은 두분 나름대로 저에게 최선을 다했습니다.그리고 전 알고 있고요...이혼으로 인해 부모님을 원망하진 않습니다. 비록 이혼은 하셨지만 전 잘 자랐고 잘 키워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전 사랑 받을만큼 받았고 남을 사랑할줄도 배웠습니다. 그걸로 됐습니다. 전 충분히 지금 행복합니다.

이젠 결혼을 할 나이가 되었고 나이가 한살 한살 먹을수록 그럴수 밖에 없는 부모님의 상황을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이유도 모르지만 저렇게 날 사랑하시는 두 분이 이혼을 결정하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이혼이 한 가정에 주는 타격은 엄청납니다. 특히 자녀들에게 주는 상처는 그 자녀가 되보지 않는한 알수 없습니다. 다 자라 20살이 된 자녀에게도 그건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됩니다. 하물며 어린 아이들이야 어련하겠습니까...

그렇다고 자식들때문에 서로를 할켜가며 부부라는 이름을 지속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서로를 할퀴는 사이 아이들도 상처를 받으니까요....

이혼이 서로의 인생에 피치못할 사정이라면 아이를 그 피치못할 사정의 걸림돌로 생각 하지 마십시오..아이는 넘어야할 걸림돌이 아니라 적어도 아이가 혼자 판단할 나이까지 책임을 져야할 부모님들의 소중한 자식입니다.

 

아직 엄마도 되보지 못한 27살 먹은 여자가 되먹지 못하게 이런 소리 한다고 하실수도 있겠네요..

이런글을 쓰니 멀리 계신 엄마가 더 보고싶네요...

 

 

이혼한 부모님 그리고 하나뿐인 딸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