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와버렸네요...

인생 떠돌이200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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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고 짜증이 나서 오늘 짐을 잔뜩 싸서 집을 나와버렸어요...

두어번 속상할때(것두 아주아주) 글을 올리곤 하고, 또 나름의 해답도 얻곤 했었는데..오늘은 그냥 질러버렸습니다...

참기 싫구요...참을 수 없구요...모르겠어요..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하는지요...

임신 8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그 사람은 아직도 제가 병원엘 언제 가는지...우리 아이 초음파 사진 한번, 비디오 한번, 온라인 동영상 한번 보지 않았네요..물론 제가 얘길하면 같이 가긴 하지요...문젠 거기서 끝이라는거지요..

임신내내 입덧 한번 없어서 뭐 먹고 싶은거 사달란 얘기 한번 안 했고...얘기 해도 결국은 자기 먹고 싶은거 먹습디다...임신 우울증? 그게 다 뭐랍니까? 없었지요...일을 하는지라 일때문에 지쳐도 내색 한번 안 했구요...시댁쪽 결혼, 명절, 손님들...아직도 허리 번쩍번쩍 들고 치러내구요...배에 튼살 크림 내손으로 사와서 가끔 발라달라면 대충 한번 쭉 발라주고는 바로 손부터 씻구요...후배에게 선물받은 태교 동화 겨우 졸라서 한번 읽어줬구요...청소 한번 알아서 한적 없구요...맞벌이라 주말에만 밥을 해 먹는데, 반찬하고 밥하고 야채 다 씻어놓고, 고기 좀 구워달라면 왜 자기를 못 부려먹어 안달이냐고 속을 뒤집에 놓곤 굶고 있는 사람 앞에서 혼자서 밥 잘먹고 그대로 누워서 TV보고 있구요...결혼 생활 1년 5개월동안 번번히 내가 하는 목욕탕/화장실 청소, 쓰레기 분리수거, 밥하고 설겆이하기 등등 구경만 하구요...내가 임신을 했는데도 자거나 없는 틈 타서 집안에서 담배피고는 여기저기 재 뿌려놓구요...여자 문제도 한두번 있었구요...야근하고 새벽에 들어가는 아내에게 집에서 게임하면서도 전화 한번 없었구요...해도 받질 않구요...오늘도 역시 새벽 4시가 다 되어가는데 짐 싸서 나온 몸 무거운 아내에게 전화는 커녕 메신져 한번 없었네요...

짐이 있을땐 꼭 반씩 나눠들어야하구요...자기네 집 가족들 생일때나 명절때는 꼭 20~30만원씩 선물 사 내야하고, 우리 가족 생일때나 기념일이 있을때는 전화 한통 안 하구요...(심지어 저희 엄마 생신때 전화 한번 하라고 하니 안 하고는 저녁때 물어보니 깜빡 잊었답니다)..그러면서 자기네 가족에게는 희생을 강요하죠...몸 무거운 저를 위해 차를 사자고 하고서는 임신졸음으로 차 안에서 잠 드는 저를 보면서 늘 잠만 잔다고 원망만 하구요...자기가 기사냐고 하구요...겨울에 추울때는 회사 앞에 와서 먼저 기다리기 싫어 언제나 저에게 전화를 먼저 걸어서 나오라고 해서는 추위에 몇분씩 떨게 하구요...일주일에 기본 3일은 새벽 2~3시까지 술이구요...두번은 인사불성으로 회사 직원에게 엎혀들어왔구요...

그 일을 일일히 어떻게 말로 다 합니까? 아가 보험 4만원은 아까워도 자기 몰래 혼자 타고오는 보드 십수만원은 전혀 아깝지가 않은 사람이네요..

결정적으로...임신 후 임산부 바지 두개 산것 빼고 처음으로(8개월이 다 되도록 남편 바지 단추 풀러서 입고 있는게 구차했겠지요...자기 보기에는...돈도 벌만큼 버는 사람인데도 제가 저에게는 아주 많이 짜거든요...왜 그러고 살았는지...) 옷을 사준다 하길래 동대문엘 갔었지요...그 날은 남편이 지방갔다가 오는 날이라서 4시간 운전을 했다고 하네요...네...이해합니다...피곤하겠지요...그래도 가면서부터 인상을 쓰더니 결국은 옷을 고르는내내 혼자 돌아다니면서 음료수 사마시고(것두 본인것만) 찾아도 안 보이더니 자기가 골라주는 거 안 입고(비실용적이었지요..)내가 마음에 드는거 사서 그런지 계산 하자마자 (것두 제 카드로...옷 사준다던 사람이 돈이 없답니다...) 옷만 들고는 주차장으로 성큼성큼 가버리네요...제가 마치 버려진 강아지 같았습니다...아니, 내가 내가 번 돈으로 내 몸에 편한 옷 산게 죕니까? 저 치장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 머리 1년이 다 되도록 한번 안 하고 옷 한번 변변히 사질 않는데요...그치만 임산복은 어쩔 수 없이 몇개 샀죠...저 허리띠 졸라매서 결혼 1년 5개월만에 6천 5백만원 모았습니다...것두 자기는 쓸 것 다쓰면서요...

그렇게 절 동대문 주차장에 버려놓고는 집에 가는내내 말 한마디 없다가 집에 가서는 그 피곤한 몸으로 게임하다가 말없이 혼자 자버리네요...

저는 이 사람이 이젠 싫습니다...예전에 원망스럽고 속상하고,,그래도 푸는 사람 한명은 있어야한다 싶어서 먼저 말 걸고..없는 애교 부리곤 했었는데...이젠 지긋지긋합니다...한공간에서 답답하게 같이 있는것도 싫고 튀어나온 배로 집안일하고 있는데 거들떠 보지도 않고 혼자 누워서 TV보거나 커피 타 달라고 하는 입(심정같아서는 주둥아리라고 하고 싶네요...하지만 아가땜에 참네요...) 한대 쥐어박고 싶습니다...

그래요...친구들이 그러더군요...임신했을때는 엄살도 좀 떨고 그래라..남자는 얘길 하지 않으면 잘 모른다...아니, 모르는 것두 유분수지...임신해서 남들하고 똑같이 회사생활하고 집안일 하는게 힘들거다라는 생각을 왜 못합니까? 바보입니까? 걸 굳이 말로 해서 나 너무 힘드니까 나좀 챙겨줘하는 게 맞는 겁니까? 임신해서 벌써 두번 쓰러졌으면 당연히 임신하면 참 힘들겠구나..라는 생각 못 합니까? 내 배에 있는 아가가 본인 자식이 아니랍니까? 죄송합니다...여러분께 흥분을 했네요...

도저히 봐 줄 수가 없어서 그냥 짐 싸서 나와버렸습니다...사실 갈데도 없고...여관이니 모텔이니 돈 아깝고 무서워서 지금 이시간까지 사무실에는 일아닌 일을 하고 있네요...

모르겠어요...앞으로 어찌 해야할지요...맘 같아선 별거라도 하고 싶은데(솔직히 헤어지고 싶네요...철 없는 인간 철들게 키워서 데리고 살 생각은 추후도 없네요...) 이 몸을 하고선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닌것 같구요...같이 살자니 억장이 무너지고 죽거나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어서 쉽게 마음으 다스려지지가 않네요...

휴...정말 힘듭니다...살아지니까 살지...이 꼴이 뭐랍니까? 아낌없이 챙김받아도 되는 시기라 생각하는데..아가에게 부끄럽게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냐구요...이혼이 맞는 길인지...그 길밖에 답은 없는지...

그 사람 메신저 아이디가 제가 옷 산 그날로부터 고맙고 미안하다가도 미워지면 싫어지고...입니다...전 고마운적 미안한적이 없네요...밉고 싫기만 하지요...

휴...휴...

 

 

집을 나와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