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여자, 어을우동 _ 20편 (역사 로맨스)

국화200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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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가 아름드리 피었다. 지천이 국화의 계절이었다. 연이를 시켜 들에 핀 감국(甘菊)을 따다 마당에 심어 놓았었다. 손톱보다 작은 꽃잎들이 짙은 노란색의 단단한 수술을 감싸며, 작은 해바라기마냥 피었다. 어우동은 동쪽을 바라보며 올망졸망 피어있는 감국을 손끝으로 만져보았다. 국화만의 매혹적인 향이, 달지 않게 퍼졌다. 어우동은 싸리나무로 만든 채반을 들고 나와 감국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따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연이가 치마를 무릎 안으로 접으며 쪼그렸다.

“이 자그마한 것들을 따서 뭘 하시게요?”

“말려서 베개를 만들려고 그런다.”

“국화를 말려서 베개를 만드신다구요? 꽃베개네요. 아씨가 베시게요?”

어우동은 수줍은 듯 웃으며 말을 꺼내었다.

“아니다, 내 것이 아니니라. 나으리....... 하긴, 주무시질 아니하시니 베개 따위는 필요가 없겠구나....... 그럼 어떠냐. 잠시 쉬실 때라도 베개하시면 될 일. 국화를 말려 베개 속에 넣으면 눈이 밝아지고, 어지럼증이 없어진다 하는구나. 그리고 머리가 맑아진다 하는구나. 나으리께선 밤길로만 다니시니, 눈이 밝아야 되질 않겠느냐.”

찹찹한 마음이었던 것이, 이내 미소로 번졌다. 말을 꺼내어놓고 보니, 그러했다. 밤길만 다니시니, 눈이 밝아야 할 터. 연이도 어우동의 말이 우스웠던지, 낄낄대며 국화를 따기 시작했다. 어우동은 보름이 넘도록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목욕을 했다. 그 말인 즉, 청풍은 보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그때, 그리 돌아서고 이별이 아니라고 여겼었다. 뒷모습이 씩씩하였으니 이별이 아니라고 여겼었다. 지금도 그 믿음엔 변함이 없었다. 혹여나, 무슨 변이라도 당하지 않았을까, 어우동의 걱정은 태산처럼 쌓여만 갔다. 채반가득 채워진 국화 송이들을 보며, 연이가 재잘거렸다.

“아씨! 오늘은 목간통에 국화를 넣고 목욕을 하셔요. 국화향이 아씨 살결 속으로 스며들게 말이어요. 음, 향이 너무 좋아요. 그나저나, 청풍서방님께선 왜 이리 기별이 없으신지....... 벌써, 아씨를 잊었을 리는 없을 텐데. 아씨도 궁금하시죠? 그렇지요?”

“중한 일이 계실 테지.”

국화에 넋을 놓고 청풍을 떠올렸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맑은 하늘에 후두두 소낙비가 내렸다. 비는 노란 국화를 덮쳤고, 어우동의 까만 머리와 작은 어깨를, 마당의 흙을, 기왓장을 때리며 쏟아졌다. 연이는 어우동을 일으키며 마루로 뛰었다. 기왓골에서 떨어지는 빗물들이 작은 구덩이를 만들더니, 제 몸들로 가득 채웠다. 내리는 비가 야속하였다. 이리 세차게 내리치면, 도포자락을 적시며, 태사혜를 적시며, 청풍이 진자리를 밟아가며 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도 잠시, 섭섭함을 멈추었다. 청풍의 무게를 받치며 이곳으로 들게 하는 태사혜가 문득 떠올라서였다. 옥색비단에, 코와 뒤꿈치에 구름문양의 검은 가죽이 어우러져 고왔던 태사혜가 아니었던가. 그 고운 신발이 진흙탕에 괴로워할 것을 생각하니, 서운한 마음이 가셨다. 단정하고 말끔한 청풍 또한 아니었던가. 그런 분이 흙탕물로 인하여 추해지는 것이 싫어졌다. 어두동은 내리는 빗방울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마루에 앉아 하루를 마감했다. 마루 한쪽에선 어우동을 대신해 국화들이 시들어 가고 있었다.
늦은 야밤에 인기척을 들으며, 문을 열고 어우동이 버선발로 뛰어나갔다. 청풍이 들었다함은 빗길을 오느라 엉망이 되었을 것이었다. 그런 애틋함에 어우동이 버선발로 마당까지 뛰어 내려갔다. 그러나 청풍이 아니었다. 기다림이 이리도 모질고 힘들 줄은 미처 몰랐었다. 바람소리, 새벽 내, 짝을 찾아 울어대는 풀벌레소리에도 어우동은 잠을 설쳤다. 연경비의 마음이 이러하였을까. 허황된 약조를 기다리며, 하루하루 애가 타들어가 마른침을 삼켰을까. 언제 내쳐질지 모르는 외별당에서, 엮어줄 단단한 끈 하나 없이, 속절없이, 부질없이 이동의 발걸음에 귀를 세웠을까. 품지 않는다고는 하나, 적이 나타났었으니, 그 심정 오죽하였을까. 이토록 기다림이 길고 무서울 줄이야, 그 누가 알았단 말이던가.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연이를 바라보며, 어우동은 마루에 주저앉았다. 버선과 속치마가 흙탕물에 젖어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것들은 축축이 젖어들어 어우동을 더욱 무겁게 하였다. 빗길을 뛰어오며 연이가 서신을 내밀었다.

“무엇이더냐.”

어우동의 말투엔 허허로움과 함께 곤고함이 묻어나왔다. 연이는 살포시 미소 지으며 마루에 같이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서신을 어우동의 손에 쥐어주었다.

“서방님께서 보내신 서찰이구만요. 그러니 고뿔들기 전에, 어여 들어가 펼쳐보셔요.”

“참말이더냐? 허면 이걸 누가 가지고 왔단 말이더냐.”

“늘, 서방님 곁에 따라다니던 사내 있잖아요. 칼을 차고 다닌다던 남정네 말입니다요. 검은 가리개 사이로 두 눈이 어찌나 날카롭고 매섭던지. 휴우! 어찌 친해져서 서방님 뒤나 캐보려고 했더니만, 쇤네는 아서야겠습니다요.”

연이는 빗물을 털어내며 제방으로 들어갔다. 어우동은 서신을 품에 안고 들어와 등잔아래 앉았다. 치마와 버선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지만, 어우동은 괘념치 않았다. 하지만, 어우동은 서신을 품고만 있을 뿐, 쉬 열지를 못하고 있었다. 바람이 아니었던가. 펼치는 순간, 바람의 정령이 되어 청풍이 전해준 글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더 더욱이나 비가 오고 있질 않았던가. 먼지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 했다. 허면, 비가 내리니 참으로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오랜 기간 기별이 없었으니, 이별의 것은 아닌가싶어 별의별 상념이 다 날아다녔다. 이별의 것이라면 어떠한가. 발길을 끊어버리면 그만인 것을. 이리 기별을 넣어준 고맙고 올바른 분이 아니던가. 어우동은 갖가지 상념들을 뿌리치며 서신을 펼쳐보았다.

[밤기운이 스산하여 정처 없이 떠돌고만 싶소이다. 그리 떠돌고 있소이다.
기운을 너무 탕진하여, 다리가 자꾸만 주저앉으니.
원기회복하면 바로 갈 것입니다. 내, 그대가 심히 염려했을 것을 알고 있으니.
미안하오.
그대와 낭랑하게 웃으며 화폭을 채우고, 글을 쓰며, 노래하였을 때가
무척이나 그립소. 그대도 그러하리라 생각하니, 이 몸 기운이 솟는구려.
이레 후에나 갈 것 같소이다.
지금쯤이면, 동쪽을 바라보는 그대의 마당에 황국이 만발을 하였을 터.
그 향기 고이 담아두셨다가, 이 몸 찾았을 때, 나눠주시구려.
비가 내려 칠흑 같이 어두운 밤하늘을 보고 있자니, 그대의 검은 머릿결이
눈앞의 하늘인 듯하오.]

이레 후라면 칠일이었다. 고맙고 고마울 따름이었다. 어우동은 서신을 곱게 펴, 옷장 속 깊숙이 넣어두었다. 마지막 구절을 분명 그리움을 표한 것이었다. 허나, 앞 구절엔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심이 스몄으니. 편안치가 않아, 자신을 그리워하며, 보는 시각들에서 자신을 느끼고 있으니, 어우동의 심장은 파닥거리는 싱싱한 잉어를 품고 있는 듯하였다. 이곳저곳 다니자면, 발이 부르트고 고통스러울 것이었다. 어우동은 청풍을 맞이하면, 제일먼저 발을 주물러 주리라 마음먹었다. 사내의 발은 어찌 생겼으며, 발가락은 어느 것이 더 긴지, 발뒤꿈치는 굳은살이 얼마나 자리하고 있는지, 자세히 살필 것이었다. 그리고는 아주 편하고 시원하게 매만져 줄 것이라 다짐했다.
이레는 길고도 길었다. 어우동은 연이를 대동하여 장을 직접 보러 나섰다. 어우동에게는 말 그대로 초야(初夜)를 치름이었다. 거한 혼례음식은 아니더라도, 손수 장만을 하고 싶었다. 대례상(大禮床)에 올려지는 장 닭을 대신하여, 죽은 닭을 장만하여 가마솥에 삼고, 삼색고명을 올렸다. 장수와 다남(多男)을 의미하는 밤과 대추도 장만하였다. 슬하에 소생(所生)을 볼 욕심은 아니었다. 단지, 청풍의 장수를 비는 마음에서 준비한 것이었다. 그리고 석수어(石首魚) 한 마리와 술을 장만하였다. 산해진미는 아닐지라도 낭군을 맞아들이듯 예를 갖추고 싶었다. 조촐한 상차림이었다. 어우동은 목간통에 청송의 부탁대로 국화를 넣어 목욕을 정갈히 하였다. 비단 살결을 내려 타고 국화향이 사방에서 풍겼다. 참빗으로 머리빗질을 해주던 연이가 들떠서 야단이었다. 신방(新房)이 될 어우동의 방을 뱅하니 둘러보며 연이가 입을 열었다.

“신방이 조금 작긴 하지만, 그럼 어때요? 좁은 데로 꼭 껴안고 주무시면 되지요. 호호호! 어찌 이리도 머릿결이 검은지, 푸르스름한 기운까지 도는 것이....... 아씨, 머릿결은 타고 났지요. 곱습니다요, 너무 고와서 쇤네가 샘이 다 나네요. 아씨, 설레세요? 가슴이 막 떨리고 그러세요?”

“너는 내 심장소리가 들리지도 않느냐.”

어우동은 전에 다르게 스스럼없이 말을 뱉었다. 연이는 딸을 시집보내듯 어우동의 머리를 정성들여 꼼꼼히 매만졌다.

“머릿기름도 조금 바를까요? 윤이 나게 말이여요.”

“아니다, 국화향이 사라질까 싫다. 그도 아니구나. 이마위의 잔머리만 정결하게 발라주려무나.”

연이의 손질이 끝이 나자, 어우동은 명경을 들여다보며 두 손바닥으로 머리를 이리저리 조심스레 쓸어 넘겼다. 두 볼엔 홍조가 가득했다. 이어, 어우동은 진달래 빛 분홍색 치마에, 하얀색의 얇은 능라저고리를 입었다. 가슴 띠가 분홍색 치마위로 한결 멋을 더해주었다. 어우동이 분홍색 능라치마를 퍼트리며 자리에 앉았다. 하얀 저고리와 어울려, 이제 막 피어나려는 연꽃송이를 연상하기 충분했다. 벌써 날은 저물어있었다. 어우동은 단정히 앉아, 청풍의 발걸음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찌나 가슴이 벅차오르는지, 이내 숨이 멎어버릴 것만 같았다. 어우동의 애심이 청풍에게까지 전달된 모양이었다. 청풍은 이른 진시(辰時)임에도 불구하고 대문을 넘었다. 청풍은 혼례의복처럼 흑화(黑靴)를 대신하여, 검은 가죽에 하얀 선이 코를 장식한 태사혜를 신고 있었고, 단령(團領)을 대신하였는지, 청홍색 도포가 두드러져 보였고, 품대(品帶)를 대신한 가슴 실띠의 붉은 술이 찰랑거렸다. 사모(紗帽)를 대신한 갓을 내려놓자, 타원형 옥이 박힌 상투관에 은으로 만든 동곳이 청풍의 신분과 부유함을 상징하고 있었다. 청풍은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묘한 기운과 화사하면서도 우아한 자태의 어우동에게 눈을 떼지 못하였다. 분화장이라곤 하지 않던 어우동이 엷은 분칠에 연지까지 바르고 있었다. 깨끗하고 하얀 능라저고리가 어우동의 여색을 더욱 발하게 만들었다. 청풍의 시선이 너무나 뜨겁게 여겨지자, 어우동이 고개를 슬며시 돌리며 부끄러운 듯 입을 열었다.

“소첩의 얼굴에 뭐라도 묻었는지요. 나으리의 시선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내, 익히 그대의 미려함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참으로 희한한 일이요. 천상의 선녀도 그대만은 못할 것이오. 내, 그대가 그리워 바삐 걸음을 하였건만, 오늘은 일찍 돌아가야 될 듯하오. 그렇지 아니한다면, 그대가 큰 낭패를 볼 듯싶소. 대체 어쩌자고 이리도 아름답단 말이요....... 미안하구려. 내, 쓸데없는 말을 뱉었소이다. 오해마시구려. 그대와 약조한 바데로 육정을 탐내지는 아니할 테니 말이요. 제아무리 사내라 해도 벗을 탐하지는 아니할 테니....... 잠시만 더 머물다 가리다.”

“그리 하오면, 나으리....... 소첩이 아녀자로 보이신다는 말씀이신지요.”

청풍은 어우동의 물음에 당혹스러움을 감추고 못하였다. 그리고는 팔을 뻗어 내저었다.

“아니라 하지 않았소. 그대는 내 벗이요. 아주 귀한 벗이란 말이요. 내말을 오해하셨구려. 미안 하외다. 그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였구려.”

“아니옵니다.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상을 봐두었습니다. 한잔 하시겠습니까. 소첩, 오늘 나으리와 술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하시겠습니까.”

청풍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듯하였다. 그런 청풍을 홀로 버려두고, 방을 나와 부엌으로 향했다. 연이도 어우동과 마찬가지로 애가 탔는지, 좁은 부엌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은 어둑해진 어우동의 얼굴을 보며, 연이는 입을 열지 않고 조용히 상을 건네주었다. 청풍이 어우동이 내려놓은 상차림을 보며 입을 열었다. 긴장을 한 탓인지, 전처럼 농을 던져놓진 않았다.

“이게 다 무엇이오? 상을 받자하니, 너무 과한 것 같소이다.”

어우동은 청풍의 말이 섭섭하였다. 아무리 벗이라고는 하나, 명색이 아녀자가 아니었던가. 어우동은 섭섭함을 이겨내지 못하며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청풍은 사뭇 평소와는 다른 어우동을 보며 내심 뛰고 있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청풍은 급히 술을 한잔 마셨다. 꿈쩍도 하지 않던 어우동이 저를 들어 석수어의 살을 발라 두 손으로 건넸다. 주저하던 청풍은 못이기는 척, 고기 살을 입으로 받았다. 어우동은 술잔을 손에 쥐며 청풍 앞으로 내밀었다.

“소첩에게도 한잔 주시어요.”

“깜빡하였소이다. 미안하오. 자! 받으시오.”

청풍은 어우동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요부(妖婦)의 모습이라. 진정, 여태 보지 못했던 또 다른 모습이었다. 꼬리 아홉 달린 여우가 어우동을 집어 삼키고, 둔갑을 하였으리라. 청풍은 어우동의 황홀하고도 아름다운 자태와 흘리지 않았음에도 은근히 묻어나는 교태에 마른 침을 삼켜야했다. 정말이지 타고난 가인(佳人)이 아니던가. 청풍은 어우동에게 넋을 놓고 있는 자신을 속으로 책망하며 시선을 거두었다. 어쩐 일인지 어우동은 청풍의 시선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였다. 술잔이 두어 번 비워지자, 어우동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나으리! 이 몸이 나으리께 청이 있나이다.”

“청이라니요? 무슨 청을 말함이요? 그대도 나를 알다시피, 내 뭐든 들어 주리다, 라고 쉽게 말을 하지는 못하오. 허나, 청이라고 쉽게 꺼낼 그대가 아니니, 노력은 해보겠소이다. 그대의 청이 무엇이오?”

어우동의 표정으로 보아 심각해보였다. 청풍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어우동을 보며 더욱 가슴이 저리고, 찹찹했다. 헌데, 난데없이 어우동이 일어나 청풍에게 큰절을 올리는 것이었다. 청풍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큰 바위덩이 하나가 떨어져 심장을 심하게 때리고 있었다. 기어이 청풍은 눈을 감고야말았다. 마지막이란 말인가. 정녕, 이것이 이별주를 위한 성찬이란 말인가. 청이란 것이, 바라는 것이, 마지막을 이름이란 말이던가. 하기야 어디 사는 뉘인지도 모르면서, 밤이 되면 밤손님마냥 찾아드는, 언제 오리라 약조도 해주지 못하는, 바람이 아니었던가. 바람을 많이 맞아도 좋은 일은 없을 터, 곧 겨울이 아니던가. 청풍(靑風)을 맞아 뭐가 좋으랴. 고뿔이라도 걸리면 돌봐줄 이도, 따스하게 안아줄 이도 없는 외로운 사람이 아니던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던가. 그리 보면 참으로 아리따운 사람이 아닌가. 참으로 욕심나는 사람이 아닌가. 마지막의 모습에 추하지 않도록, 시리도록 고운 모습을 보여주니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