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적룡 및 제상 무린, 그리고 대장군 철기주, 정찬우, 요적란, 이서기, 자현룡, 함덕, 유란 등 맹장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각 지방의 주요 부대를 지휘하는 장수들까지 모두 황도에 모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것은 그만큼 작금의 사태가 위태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미란이 모두 앞에 한 장의 지도를 펼쳐 보였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중앙대륙의 지도입니다.”
“동방… 서, 남, 북방에 중방이라니…? 이런 국가가 역사에 있었습니까?”
“지명을 보시지요.”
“흠… 지금의 지명인데… 이건…”
그때, 패림의 제후 자현룡이 말했다.
“이것은 음원의 지도가 아닙니까?”
“음원?”
“그렇습니다.”
“제 영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음원 맹주의 자치구가 있어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젊은 시절 그와 겨루어 본 적이 있는데 단 일 합에 패했습니다.”
“그런…”
“지금은 그때와 다르겠지만…. 아무튼, 음원은 무인들의 세계라 보시면 될 것입니다.”
그때 황제 적룡이 말했다.
“그런 사병조직이 어찌 국가에 편입되지 않고 존재한다는 말이오?”
“지금 이 어전의 사람들처럼 존재조차 모르는 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 안다 해도 그런 음지세력에 신경을 쓰는 제후들은 없습니다. 그러나 백성들은 모두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습니다.”
“그건…”
황제 적룡은 조금 당황스러워 했고 곧 초란이 말했다.
“저는 이번 중림부 사건으로 음원에 대한 대대적인 정보수집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그들은 권력보다는 자유로움 삶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무와 의를 중시하는 인물들 이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의외인 것은 그들의 태생 입니다. 깊이 들어가 보니 그들은 대부분 천민 출신 이었습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그들은 조상은 수세기 전 처음 무를 숭상해서 음원을 창시한 이래로 지금까지 대부분 평민이나 천민 출신이었다고 합니다. 개중에는 그 세력을 확대해서 관과 관계를 맺는 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권력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중림의 상인세력과 같이 자신만의 독보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어서 비록 존재를 안다 해도 중앙정부에서 조차 힘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들은 중림과 달리 무인세력 입니다. 매우 위험한 인물들이 아닙니까?”
“물론, 그렇습니다. 그들은 무를 스스로 창시하고 자신만의 파벌을 개척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무예의 경지는 궁중의 무예를 능가할지도 모를 일이지요. 그것은 자현룡 장군의 말을 들어 보아도 미루어 짐작이 갈 것입니다. 패림에 독자적인 음지세력이 존재하듯이 중앙집권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 대륙에 어디인가에서 어떠한 세력이 그 힘을 키우고 있을지 모르는 일인 것입니다.”
“그런…”
“음원은 지금 철저하게 자급자족을 하면서 부락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유 없이 남을 해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장 두려운 사실은 전쟁이 나면 가는 곳마다 군량의 징발로 원성을 사는 중앙군과 달리 그들은 많은 지방의 백성에게 신망이 높다는 것입니다. 음원은 무인 세력이기에 그 힘을 이용해 국가의 법도가 미치지 못하는 백성들에게 힘을 빌려주며 백성들의 지지를 받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를 이용해서 농토가 없이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흠…”
모두 침묵하자 철기주가 미란에게 물었다.
“그들이 강대하나, 두려워 할 대군은 아니다. 지금 이 시점에 그들을 토벌할 생각이 아니라면, 어찌 이용할 생각인 것이냐?”
“이용 한다고요?”
누군가 놀라 묻자 미란이 대답했다.
“사형의 말대로 입니다. 그 숫자는 많지 않지만 이 지도는 보시다시피 음원은 뚜렷이 자신의 보이지 않는 영토가 있습니다. 그리고 방주라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영토 전체에 자신들의 마을을 개척하고 있으며, 그 마을을 중심으로 주변 백성의 신망을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작은 지방의 관리는 쉽게 그 힘을 비릴 수 없는 관군보다는 음원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 실정입니다.”
“…”
“이 영토를 보면… 중방의 영토가 목진의 정진, 동창에 이르고 있습니다.”
황제가 이에 말했다.
“그 영토를 회복할 생각인 것이냐?”
“그렇습니다.”
미란은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인강의 해로를 얻을까 합니다. 허나… 애석하게 이것을 얻어도 우리가 잃은 해로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그때, 철기주가 말했다.
“이것은 양국이 더 이상 물러난 데가 없음을 의미하지 않느냐?”
“맞아요.”
그녀의 이 답에 철기주기 굳은 얼굴로 다시 물었다.
“미란! 넌 이 전쟁을 피로 물들일 생각인 것이냐?”
“적장 적령은 이미 그리 결정했습니다.”
그녀의 이 말에 어전에 무겁고 긴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지금 우리가 응전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양국이 흘릴 피를 앞으로 있을 단 한번의 전투로 줄일 수 있다면… 전 응할 것 입니다.”
“미란…”
“우리는 이미 모든 대외의 상권을 상실했습니다. 그럼에도 국가는 모든 교역을 닫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 된다면, 용의 내부에 거대한 암초가 상업의 피폐라는 명목 하에 독버섯처럼 퍼질 것입니다.”
“그 대처가 음원이라는 것이냐?”
“단지 힘이 균형을 유지한 채 대전을 맞으려는 것입니다.”
“정말 그것이 가능 한 것이냐?”
“역사적으로 중앙의 집권자가 음원을 도와준 사례를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삶의 터전을 국가라는 제도로 묶어 버렸죠. 그러니… 그들은 이 통일국가의 어느 누구에게도 충성하지 않을 것입니다. 허나 용이 그들을 인정해 준다면… 그들은 아군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목진도 내부에 독버섯이 퍼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결국, 양국은 빨리 전란을 끝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는 것입니다.”
“미란…”
“…”
이때 철기주는 미란에게 결정적은 질문을 던졌다.
“복수자라 칭하는 적령이라는 장수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너만은 그런 전쟁에 내 몰려도 승전할 확신이 없다면 이 중앙대륙이 다시 사분오열하는 한이 있다 해도 절대로 도발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냐? 너의 마지막 패가!”
이 물음에 미란은 크게 놀랐으나, 곧 냉정을 찾았다.
“죄송합니다. 그것은 사형이라 해도 말할 수 없습니다.”
“…“
미란의 이 뜻밖의 대답에 철기주 보다 오히려 그곳에 모인 모든 문, 무 대신들이 더 놀랐다. 그러나 미란은 이에 개의치 않고 적룡에게 청하고 있었다.
“폐하께서 이 일을 윤허해 주신다면 저는 곧 내일 날이 밝는 대로 패임으로 향하겠습니다.”
황제 적룡은 고민 끝에 협상의 모든 것을 미란에게 일임한다는 어명을 내렸고 윤허를 얻은 미란은 곧 자현룡과 함께 패림으로 향했다. 길을 가는 도중에 자현룡이 미란에게 물었다.
“그들은 관료를 만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압니다만… 더군다나, 소문에 패림의 맹주 최무귀는 중병을 앓고 있다 들었습니다.”
“꾀병 입니다.”
“네?”
“한번 찾았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네? 그런…”
“허나, 잘 생각해 보니… 이것은 그들이 국가에 인정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입니다.”
“그럼…”
“제가 위기에 처하기를 기다린 것입니다. 때를 기다린 것이지요. 이번에는 만나줄 것입니다.”
“허나… 목진도 혹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허나 틀림없이 음원은 저희 편이 되어줄 것입니다. 왜냐하면 목진은 위기에 처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음원이 목진에게서 받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어쩌면 적령은 이미 그를 만났을 지도 모르지요… 아니면, 최소한 그의 영토 내에 있는 동방주 만이라도 매수하려 할지도 모르고요…”
“그럼…”
“그럼에도 그녀는 그러한 일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째서 그리 확신하시죠?”
“음원마저 목진의 편에 선다면 용이 절대로 앞으로 나나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그녀는 지금 용에게 빨리 나아오라고 떼를 쓰고 있습니다.”
“흐음… 하지만, 이번에야 말로 최무귀가 만나줄지…”
“그는 목경부의 친우입니다. 그런 목경부가 좌초되었습니다. 그는 틀림없이 절 만나줄 것입니다. 그리고 제게는 이미 소개장이 있으니 너무 염려 마시죠.”
“소개장?”
“네… 맹주 최무귀의 친구가 준 소개장 입니다.”
“그렇다면, 그 친구라 함은 목경부…”
“…”
그들은 길을 재촉했다.
#02
며칠 후.
마침내 음원의 맹주 최무귀와의 미란은 마주하게 되었다.
“어서 오시지요.”
맹주 최무귀는 그들에게 절을 하며 예를 갖추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 입니다.”
역시 이에 답하여 미란도 맹주에게 절을 했다. 그리고 그녀의 이러한 행동은 주위의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장 놀란 것은 역시 자형룡 이었다. 그리고 그도 얼떨결에 절을 했다. 사실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이 모두 놀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맹주 최무귀는 국가에서 보면 일개 평민의 신분이고 미란은 대국 용의 전 군을 통솔하는 군사였기 때문이다.
“장군께서는 자리를 피해 주시지요.”
“…네.”
미란은 자현룡마저 물린 채 최무귀와 독대를 했다. 한참 시간이 지나도 미란이 말이 없자 긴 침묵 끝에 취무귀가 물었다.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적이 상인세력으로 반란을 일으켰듯이… 음원이 적진에서 반란을 일으켜 주셔야겠습니다.”
“인강의 서쪽의 영토를 모두 회복할 요량입니까?”
“중방의 영토까지만 회복하는 것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긴 침묵이 흘렀다.
“내가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합니까?”
“네.”
“친구의 소개장이 있다고는 하나… 그것만으로 당신을 어찌 믿는다는 말입니까? 책략을 논하는 군사의 말을 그대로 믿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용이 있는 한 음원은 양지로 나올 수 없습니다.”
“협력을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협박하러 오신 것입니까?”
“불가피한 큰 희생이 따르겠지만, 난 틀림없이 음원의 도움 없이도 정진, 동창을 회복할 것입니다. 다만, 다음에 있을 대전을 위해 힘을 아끼고자 하는 것입니다.”
“…”
또 다시 긴 침묵이 흘렀다. 그러는 사이 미란은 사실 초조했다. 최무귀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힘의 균형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후에 있을 대전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미란이 먼저 말했다.
“당신의 요구는 들어주겠습니다.”
“난 아무 요구도 한 적이 없습니다.”
“중림의 외상 유해수는 중림의 도독이 되었습니다.”
“…”
“음원의 각 방파를 국가에 등록해 무의 본류로 인정하고, 그를 중심으로 형성된 자치구와 마을의 관리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음원의 방주가 하도록 국가에서 독립을 인정하고자 합니다.”
영웅 (1부 21막 : 미란(美爛)의 반격 #01 & #02)
#01
용의 황도 진양.
황제 적룡 및 제상 무린, 그리고 대장군 철기주, 정찬우, 요적란, 이서기, 자현룡, 함덕, 유란 등 맹장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각 지방의 주요 부대를 지휘하는 장수들까지 모두 황도에 모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것은 그만큼 작금의 사태가 위태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미란이 모두 앞에 한 장의 지도를 펼쳐 보였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중앙대륙의 지도입니다.”
“동방… 서, 남, 북방에 중방이라니…? 이런 국가가 역사에 있었습니까?”
“지명을 보시지요.”
“흠… 지금의 지명인데… 이건…”
그때, 패림의 제후 자현룡이 말했다.
“이것은 음원의 지도가 아닙니까?”
“음원?”
“그렇습니다.”
“제 영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음원 맹주의 자치구가 있어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젊은 시절 그와 겨루어 본 적이 있는데 단 일 합에 패했습니다.”
“그런…”
“지금은 그때와 다르겠지만…. 아무튼, 음원은 무인들의 세계라 보시면 될 것입니다.”
그때 황제 적룡이 말했다.
“그런 사병조직이 어찌 국가에 편입되지 않고 존재한다는 말이오?”
“지금 이 어전의 사람들처럼 존재조차 모르는 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 안다 해도 그런 음지세력에 신경을 쓰는 제후들은 없습니다. 그러나 백성들은 모두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습니다.”
“그건…”
황제 적룡은 조금 당황스러워 했고 곧 초란이 말했다.
“저는 이번 중림부 사건으로 음원에 대한 대대적인 정보수집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그들은 권력보다는 자유로움 삶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무와 의를 중시하는 인물들 이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의외인 것은 그들의 태생 입니다. 깊이 들어가 보니 그들은 대부분 천민 출신 이었습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그들은 조상은 수세기 전 처음 무를 숭상해서 음원을 창시한 이래로 지금까지 대부분 평민이나 천민 출신이었다고 합니다. 개중에는 그 세력을 확대해서 관과 관계를 맺는 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권력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중림의 상인세력과 같이 자신만의 독보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어서 비록 존재를 안다 해도 중앙정부에서 조차 힘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들은 중림과 달리 무인세력 입니다. 매우 위험한 인물들이 아닙니까?”
“물론, 그렇습니다. 그들은 무를 스스로 창시하고 자신만의 파벌을 개척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무예의 경지는 궁중의 무예를 능가할지도 모를 일이지요. 그것은 자현룡 장군의 말을 들어 보아도 미루어 짐작이 갈 것입니다. 패림에 독자적인 음지세력이 존재하듯이 중앙집권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 대륙에 어디인가에서 어떠한 세력이 그 힘을 키우고 있을지 모르는 일인 것입니다.”
“그런…”
“음원은 지금 철저하게 자급자족을 하면서 부락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유 없이 남을 해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장 두려운 사실은 전쟁이 나면 가는 곳마다 군량의 징발로 원성을 사는 중앙군과 달리 그들은 많은 지방의 백성에게 신망이 높다는 것입니다. 음원은 무인 세력이기에 그 힘을 이용해 국가의 법도가 미치지 못하는 백성들에게 힘을 빌려주며 백성들의 지지를 받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를 이용해서 농토가 없이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흠…”
모두 침묵하자 철기주가 미란에게 물었다.
“그들이 강대하나, 두려워 할 대군은 아니다. 지금 이 시점에 그들을 토벌할 생각이 아니라면, 어찌 이용할 생각인 것이냐?”
“이용 한다고요?”
누군가 놀라 묻자 미란이 대답했다.
“사형의 말대로 입니다. 그 숫자는 많지 않지만 이 지도는 보시다시피 음원은 뚜렷이 자신의 보이지 않는 영토가 있습니다. 그리고 방주라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영토 전체에 자신들의 마을을 개척하고 있으며, 그 마을을 중심으로 주변 백성의 신망을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작은 지방의 관리는 쉽게 그 힘을 비릴 수 없는 관군보다는 음원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 실정입니다.”
“…”
“이 영토를 보면… 중방의 영토가 목진의 정진, 동창에 이르고 있습니다.”
황제가 이에 말했다.
“그 영토를 회복할 생각인 것이냐?”
“그렇습니다.”
미란은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인강의 해로를 얻을까 합니다. 허나… 애석하게 이것을 얻어도 우리가 잃은 해로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그때, 철기주가 말했다.
“이것은 양국이 더 이상 물러난 데가 없음을 의미하지 않느냐?”
“맞아요.”
그녀의 이 답에 철기주기 굳은 얼굴로 다시 물었다.
“미란! 넌 이 전쟁을 피로 물들일 생각인 것이냐?”
“적장 적령은 이미 그리 결정했습니다.”
그녀의 이 말에 어전에 무겁고 긴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지금 우리가 응전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양국이 흘릴 피를 앞으로 있을 단 한번의 전투로 줄일 수 있다면… 전 응할 것 입니다.”
“미란…”
“우리는 이미 모든 대외의 상권을 상실했습니다. 그럼에도 국가는 모든 교역을 닫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 된다면, 용의 내부에 거대한 암초가 상업의 피폐라는 명목 하에 독버섯처럼 퍼질 것입니다.”
“그 대처가 음원이라는 것이냐?”
“단지 힘이 균형을 유지한 채 대전을 맞으려는 것입니다.”
“정말 그것이 가능 한 것이냐?”
“역사적으로 중앙의 집권자가 음원을 도와준 사례를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삶의 터전을 국가라는 제도로 묶어 버렸죠. 그러니… 그들은 이 통일국가의 어느 누구에게도 충성하지 않을 것입니다. 허나 용이 그들을 인정해 준다면… 그들은 아군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목진도 내부에 독버섯이 퍼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결국, 양국은 빨리 전란을 끝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는 것입니다.”
“미란…”
“…”
이때 철기주는 미란에게 결정적은 질문을 던졌다.
“복수자라 칭하는 적령이라는 장수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너만은 그런 전쟁에 내 몰려도 승전할 확신이 없다면 이 중앙대륙이 다시 사분오열하는 한이 있다 해도 절대로 도발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냐? 너의 마지막 패가!”
이 물음에 미란은 크게 놀랐으나, 곧 냉정을 찾았다.
“죄송합니다. 그것은 사형이라 해도 말할 수 없습니다.”
“…“
미란의 이 뜻밖의 대답에 철기주 보다 오히려 그곳에 모인 모든 문, 무 대신들이 더 놀랐다. 그러나 미란은 이에 개의치 않고 적룡에게 청하고 있었다.
“폐하께서 이 일을 윤허해 주신다면 저는 곧 내일 날이 밝는 대로 패임으로 향하겠습니다.”
황제 적룡은 고민 끝에 협상의 모든 것을 미란에게 일임한다는 어명을 내렸고 윤허를 얻은 미란은 곧 자현룡과 함께 패림으로 향했다. 길을 가는 도중에 자현룡이 미란에게 물었다.
“그들은 관료를 만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압니다만… 더군다나, 소문에 패림의 맹주 최무귀는 중병을 앓고 있다 들었습니다.”
“꾀병 입니다.”
“네?”
“한번 찾았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네? 그런…”
“허나, 잘 생각해 보니… 이것은 그들이 국가에 인정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입니다.”
“그럼…”
“제가 위기에 처하기를 기다린 것입니다. 때를 기다린 것이지요. 이번에는 만나줄 것입니다.”
“허나… 목진도 혹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허나 틀림없이 음원은 저희 편이 되어줄 것입니다. 왜냐하면 목진은 위기에 처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음원이 목진에게서 받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어쩌면 적령은 이미 그를 만났을 지도 모르지요… 아니면, 최소한 그의 영토 내에 있는 동방주 만이라도 매수하려 할지도 모르고요…”
“그럼…”
“그럼에도 그녀는 그러한 일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째서 그리 확신하시죠?”
“음원마저 목진의 편에 선다면 용이 절대로 앞으로 나나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그녀는 지금 용에게 빨리 나아오라고 떼를 쓰고 있습니다.”
“흐음… 하지만, 이번에야 말로 최무귀가 만나줄지…”
“그는 목경부의 친우입니다. 그런 목경부가 좌초되었습니다. 그는 틀림없이 절 만나줄 것입니다. 그리고 제게는 이미 소개장이 있으니 너무 염려 마시죠.”
“소개장?”
“네… 맹주 최무귀의 친구가 준 소개장 입니다.”
“그렇다면, 그 친구라 함은 목경부…”
“…”
그들은 길을 재촉했다.
#02
며칠 후.
마침내 음원의 맹주 최무귀와의 미란은 마주하게 되었다.
“어서 오시지요.”
맹주 최무귀는 그들에게 절을 하며 예를 갖추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 입니다.”
역시 이에 답하여 미란도 맹주에게 절을 했다. 그리고 그녀의 이러한 행동은 주위의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장 놀란 것은 역시 자형룡 이었다. 그리고 그도 얼떨결에 절을 했다. 사실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이 모두 놀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맹주 최무귀는 국가에서 보면 일개 평민의 신분이고 미란은 대국 용의 전 군을 통솔하는 군사였기 때문이다.
“장군께서는 자리를 피해 주시지요.”
“…네.”
미란은 자현룡마저 물린 채 최무귀와 독대를 했다. 한참 시간이 지나도 미란이 말이 없자 긴 침묵 끝에 취무귀가 물었다.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적이 상인세력으로 반란을 일으켰듯이… 음원이 적진에서 반란을 일으켜 주셔야겠습니다.”
“인강의 서쪽의 영토를 모두 회복할 요량입니까?”
“중방의 영토까지만 회복하는 것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긴 침묵이 흘렀다.
“내가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합니까?”
“네.”
“친구의 소개장이 있다고는 하나… 그것만으로 당신을 어찌 믿는다는 말입니까? 책략을 논하는 군사의 말을 그대로 믿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용이 있는 한 음원은 양지로 나올 수 없습니다.”
“협력을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협박하러 오신 것입니까?”
“불가피한 큰 희생이 따르겠지만, 난 틀림없이 음원의 도움 없이도 정진, 동창을 회복할 것입니다. 다만, 다음에 있을 대전을 위해 힘을 아끼고자 하는 것입니다.”
“…”
또 다시 긴 침묵이 흘렀다. 그러는 사이 미란은 사실 초조했다. 최무귀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힘의 균형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후에 있을 대전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미란이 먼저 말했다.
“당신의 요구는 들어주겠습니다.”
“난 아무 요구도 한 적이 없습니다.”
“중림의 외상 유해수는 중림의 도독이 되었습니다.”
“…”
“음원의 각 방파를 국가에 등록해 무의 본류로 인정하고, 그를 중심으로 형성된 자치구와 마을의 관리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음원의 방주가 하도록 국가에서 독립을 인정하고자 합니다.”
“사병을 인정한다니… 그 말을 믿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사병이 아니라 무인의 도와 의를 수련하는 방파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
그녀의 일 말에 길게 침묵하는 맹주 최무귀가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다.
“한가지 묻겠습니다.”
“…”
“어찌해서 용이 반진, 외진과 서해의 해로를 잃은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미란은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방주께서는 지금 제 미흡함을 책하시는 군요.”
“…”
“그것은 육지의 영토 못지 않게 바다의 영토가 중요함을 미처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
“목진도 당신과 같은 실수로… 인강의 서쪽 영토를 잃게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맹주!”
미란은 다시 큰 절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