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락

김명수200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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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락


해양수산부가 3월 9일 선정한 한국의 8대 해산물을 보니 봄에는 해삼과 가자미, 여름에는 전복과 뱀장어, 가을에는 고등어와 갈치, 겨울에는 굴과 넙치를 선정했다. 정부는 이 8가지 해산물에 대해서는 생산단계에서 유통단계까지 철저한 위생관리를 통해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럼 8대 해산물외에는 소홀히 해도 무방하다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정부가 지정한 해산물이 아니라 해도 수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생산하는 해산물, 수입하는 해산물 모두에 신경을 써야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수입 생선의 뱃속에 납덩이를 넣어 반입하는 꼴사나운 짓거리를 본지가 얼마 전이다. 국민 건강을 담보로 하는 신성한 음식물이기에 더 꼼꼼히 챙겨야할 것이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은 내륙지방이나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흔히 먹지 못하는 수산물을 철따라 쉽사리 접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대량으로 생산되지 못하기도 하려니와 유통되는 시간에 따라 선도나 맛과 향이 변질되기도 하여 처음의 맛, 고유의 맛을 간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형질이 변하여도 변한 형질에 따라 항상 맛 나는 생선이 있다. 말려서 먹어도, 회로 먹어도, 구어서, 쪄서, 매운탕으로, 조려서, 젓갈로, 된장 뚝배기로, 국으로, 튀김으로, 아니면 보관했다가 계절이 바뀌거나 다음해에 먹어도 그 고유한 맛의 형질을 잃지 않는 생선이 바로 볼락이다.


볼락은 대량생산할 수 없는 물고기이기 때문에 생산되는 즉시 그 지역에서 소비된다. 제주도의 옥돔이 제주도내에서 소비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볼락은 그 특성상 물속의 암초주변이나 무성한 해초사이에서 서식하다보니 그물을 놓기도 여간 어렵지가 않고 낚시로 잡아도 수량에 한정이 있기에 어촌이나 해안도시 아니면 내륙지방에선 낯선 물고기다. 그러나 한번 그 맛을 알고 나면 다른 생선은 하찮게 보일정도로, 속된말로 안 먹어보면 모르고 반찬으론 밥도둑이고 술꾼에겐 술도둑이다.


낚시를 광이라 할 정도로 좋아하는 나이기에 아내는 내가 낚시를 다녀와서 아무리 고급 참돔, 감성돔, 돌돔을 잡아다 대령하여도 별로라 하지만 볼락을 잡아다 바치면 입이 함박만 하게 벌어진다. 아내도 볼락의 맛을 알기 때문이다.


볼락구이로 소주나 한잔 할까하고 소풍삼아 어시장에 나가 살펴보니 반 뼘 조금 더한 볼락 네댓 마리를 놓고 이만 원이라 한다. 비싸다고 투덜대면서도 그 맛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기어이 사고 말았다. 아내의 입이 샐쭉해져도 내 어찌 소주 한잔 곁들인 볼락의 맛을 잊을소냐. 남풍 솔솔 가슴 파고드는 화창한 봄날에 볼락구이 안주하여 취흥도도하게 즐기리라.


2005 3 25

 김 명 수 

 

<볼락 소금구이>

볼락

 

볼락이 다른 잡어들과 달리 극진한 대접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맛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볼락은 회, 구이, 매운탕 등 어떻게 만들어 먹어도 세상 그 어떤 생선 요리에 절대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맛 있다.
  
바다낚시를 즐기는 꾼들 사이에서 볼락은 매우 특별한 대접을 받는 물고기라고 할 수 있다. 잡어와는 아예 격이 다를 뿐 아니라 심지어는 ‘돔’자 들어가는 고급 어종들보다 볼락을 더 좋아하는 꾼들까지 있다.
다른 바다낚시 대상어종들 마냥 손맛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늠름한 체형을 가진 것도 아닌데 볼락이 각별한 애정을 받는 비결은 무얼까?
민장대에 밑밥통 하나 들고 캄캄한 갯바위를 구석구석 누비며 귀신같이 볼락굴을 찾아내는 어느 ‘볼락 도사’님께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귀엽게 생긴 데다가 다른 물고기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뛰어나기 때문이란다.
그 말이 사실일까?

우선 생김새부터 한번 살펴보자. 커다란 눈은 악한 구석이라고는 도저히 찾아 볼 수 없게 생겼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흘러내릴 것처럼 선하게만 보인다. 불룩한 배는 또 어떤가. 다소 균형이 흐트러진 몸매이긴 하지만 사람과는 달리 탐욕스럽지 않고 오히려 정감이 넘쳐 보인다. 게다가 좁은 지느러미와 짧은 꼬리는 앙증맞기 그지없다. 적어도 외모에 있어서는 귀엽다는 말 외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원래 흔한 고기는 실제 가치보다 값어치를 적게 평가 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볼락은 다르다. 볼락은 자원이나 낚시 스타일만 놓고 본다면 잡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큰 돈 들이지 않아도 가까운 낚시터에서 누구나 쉽게 낚을 수 있는 물고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락을 함부로 잡어라 부를만큼 ‘배짱 좋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감성돔이나 벵에돔 같은 족보 있는 물고기를 노리다가 노래미나 학공치가 낚이면 인상을 찌푸리기 일쑤지만, 볼락이 낚이면 살림망에 챙겨넣거나 적어도 조심스레 바늘을 빼 다시 살려주기 마련이다. 다른 잡어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극진한 대접을 받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볼락을 시중에서 사먹으려면 부담스러울 만큼 적잖은 돈이 든다. 허름한 복장을 한 동네꾼들이 즐겨 낚는다고 해서 싸구려 물고기라 생각하면 심각한 오산이다. 무게당 가격으로 따지면 고급 횟감도 저리 가라할 정도다.

이처럼 볼락이 격조 높은 대우를 받는 이유는 귀엽고 친근한 인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뛰어난 맛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볼락은 어떻게 요리해 먹어도 그 맛이 으뜸이다. 싱싱한 회는 고소하면서 입에 착착 달라 붙는 감칠맛이 일품이고, 깔끔한 맛이 돋보이는 매운탕은 생선 매운탕 중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구이도 빼놓을 수 없다. 볼락은 장소와 준비된 정도에 따라 익혀 먹는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 방파제나 갯바위에서는 석쇠를 이용해 불에 직접 익혀 먹는 경우가 많다. 이때 고기를 익히기 위해 동원되는 것에는 휴대용 가스렌지부터 연탄, 장작 등 여러가지가 있다.

현장에서 직접 구워 먹을 때는 불 조절을 잘못하면 타거나 설익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바닷가에서 먹는다는 운치에 힘 입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가정에서는 보통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익혀 먹는다. 이렇게 요리하면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라 어린이나 어르신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좋아한다. 덩치는 그리 크지 않지만 살점이 많기 때문에 구워 놓으면 제법 먹을 거리가 많다.

오븐에 굽는 것도 좋다. 볼락을 장만해 칼집을 넣은 다음 다른 것은 전혀 곁들일 필요 없이 굵은 소금만으로 간을 해 익히면 된다. 준비물이 거의 없고 요리법이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한 가지 신경을 써야 할 점은 불을 약하게 해 천천히 익혀야 제맛이 난다는 사실이다. 또 색깔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충분히 익혀야 고소한 맛이 배가된다.
‘볼락 소금구이’는 다른 재료를 첨가하지 않기 때문에 볼락이 가진 고유한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특히 식용유를 쓰지 않아 전혀 느끼하지 않고 고소하면서도 깨끗한 맛이 난다.


볼락

 

볼락 소금구이를 해 먹기에 가장 알맞은 씨알은 손바닥만한 크기다. 그보다 크면 골고루 잘 익히기 어렵고, 그보다 작으면 먹을 것이 별로 없다. 외줄낚시나 민장대낚시에 낚이는 볼락은 대부분 구이로 만들어 먹기에 적당한 씨알이다.

장만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칼 끝으로 비늘을 제거한 다음 배를 갈라 내장을 없앤다. 그리고 깨끗한 물에 씻어 표면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하면 기본적인 손질이 끝난다.

볼락
깨끗하게 장만을 마친 뒤에는 살이 골고루 잘 익을 수 있도록 칼집을 넣어야 한다. 칼집은 볼락 양쪽 면에 같은 방향으로 3~4군데 정도 내면 적당하다. 굵은 천일염만 있으면 다른 준비물은 필요 없다.
소금을 칼집 사이와 볼락 표면에 적당히 뿌린 다음, 스며들 수 있도록 5분 정도 두었다가 구우면 된다. 프라이팬에 구워도 맛 있지만 기름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오븐에 굽는 것이 더 좋다. 볼락 소금구이는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기다리는 마음/김민부 작사/장일남 작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