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경고(赤色警告) 부제:잔혹하게사랑하라 한경은 울음을 터트린것이 꽤나 고단했는지, 밥도 먹지 않고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오랜만에 무슨 좋은 꿈이라도 꾸는건지 살짝 웃음을 머금은 한경의 표정이 이곳으로 그 몇일을 지내면서 가장 밝은 표정이었다. 울음을 토해내고 이리저리 정신이 없이 잠들어서 그런지 손목과 발목을 묶고있던 끈은 바닥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 새근새근, 정말이지 새근거리면서 자는 한경의 모습은 천사가 따로 없었다. 그것도 만지면 없어질듯 새하야면서도 투명한 천사. ** 한참 곤히 자고 있던 한경은 무언가 위에서 짓누르는 느낌에 몸을 뒤척거리며 천근만근 무거운 눈꺼풀을 살짝 들어올렸다. 달빛도 감히 들어오지 못하는 캄캄한 방 안에서 어차피 눈을 뜨나 마나 그게 그거였지만 말이다. “…으으……으…음.” 입 밖으로 작은 신음소리를 내뱉아내며 한경은 눈을 떳다. 아니, 눈을 뜨는 시늉만 간신히 했지 칠흑같은 어둠때문에 앞이 잘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또렷이 느껴지는건 얼굴위로 느껴져오는 그 누군가의 거치른 숨소리였다. 한경은 그 숨소리가 느껴지자마자 발끝서부터 머리끝까지 찌릿한 오한이 들었다. 벌써 몇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 그 사람의 향(香). 막연한 불안감에 숨조차 제대로 쉬질 못하고 한경은 두 눈을 꾹 감아버렸다. 다시 눈을 뜨면 내 앞에서 느껴지던 숨소리가 없어질꺼야. 하지만 그 마음은 그저 마음뿐일뿐, 그의 숨소리는 없어지질 않았다. 오히려 더욱 진하게 한경의 피부에 맞닿아왔다. “………” 술을 많이 마신것인지 그에게서 그만의 향이 아닌 독한 술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그 냄새만으로도 술에 취할수 있을꺼란 착각이 들만큼 진한 술내음이었다. 그는 아무말 없이 자칫 위험한 자세로 반듯하게 누워있는 한경의 몸 위를 타고 있었다. 닿을 듯 말 듯, 오히려 더 위험해보인다. 그리고 더 자극적이다. 한경은 숨조차 크게 제대로 내쉬지 못하고, 얼른 그가 자신의 몸 위에서 내려와 주기만을 바랬다. 하지만 그건 허튼 바램일뿐, 그는 움직일 기미를 보이질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몸을 숙여 한경에게로 밀착할 뿐. “………” “………” 고요한 방안에는 두 남녀의 숨소리가 한데 뒤엉켰다. 물론 한경은 그 작은 숨소리마저 들릴새라 아주 작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지만 말이다. 어둠속에서 눈이 마주치는게, 무엇이 보이는게 가능하기는 하는걸까. 그들은 앞에 뭐가 있는지 보이기나 하는것인지 뚫어지게 앞만 응시했다. 몇초, 아니 몇분이 흘렀을까. 그가 먼저 침대 바닥에 균형을 위지하던 손을 올려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었다. 그리고 그가 주섬거리면서 내는 부시럭 소리는 한경은 뭔지도 모르지만 우선 겁부터 잔뜩 먹었다. “…잘 지냈어?” 한경은 놀란 듯 아무래도 큰 눈을 더 크게 치켜떳다. 그가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차가운 금속성의 자그마한 커터칼이었다. 커터칼을 손에서 몇번 쥐고 놀아나더니 날이 매섭게 잘 선 곳을 하얗게 질린 한경의 얼굴에 대었다. 뭔가 말로 표현할수 없는 매끄런 피부와 매서운 칼날의 조화. “이게 뭔 줄 알어?” “…으…흡.” 그는 잔인하게 고른 치열을 들어내며 싱긋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과는 다르게 손에는 그 커터칼을 잡은 손에 힘을 살짝 주었다. 금세 하얗게 질린 피부에서 흘러나오는 붉은색의 피. 어둠속에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피부로 하나하나, 세포 하나하나로 다 느낄 수 있었다. 흘러나오는 피는 이내 볼을 타로 내려와 목으로까지 거침없이 흘러내렸다. 그는 잠시 또 한번의 잔인한 미소를 내비치고서는 손에 쥐고 있던 커터칼을 집어 던졌다. 그리고는 잠시의 시간의 여유도 없이 피가 흘러내리는 한경의 볼에 그는 자신의 뜨거운 입술을 갖다대었다. 붉은 피, 붉은 입술. 차가운 피, 뜨거운 입술. “…으…흐읍.” 그의 야릇한 혀놀림의 한경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어냈다. 그리고 그는 그 소리가 그저 우습기만 한지 잠시 입술을 떼고 한경을 향해 적나라하게 코웃음을 내쳤다. 분명 머리는 이런 신음따윈 내뱉지 말라고 아우성이었지만, 몸은 이미 그에게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있었다. 단지 볼에서 흘러나오는 피을 핥을 것 뿐인데 한경은 익숙하지 않은 느낌에 몹시 불쾌했다. “자극하지마.“ “…으흡…으…으.” “상처받는 건 내가 아니라 너니까.” 그는 한경의 귓전에 대고 달콤함으로 가장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긋나긋하지만 그 뒤로는 말로 할 수 없는 역한 감정이 묻어나 있었다. 그는 다시 한번 아직 피가 멈추지 않은 볼에 민망할 정도로 쪽 소리가 나게끔 입을 맞추고서는 비틀비틀 술에 취한 몸짓으로 한경의 몸 위에서 일어섰다. “…잘자라.” 분명 다정함이 묻어나야하는 말에 다정함 없이 내뱉는 그의 모습은 어둠속에서 붉은 빛으로 한경의 눈안으로 비춰주었다. 착각일지 몰라도 그는 분명 붉은 빛으로 울부짖고 있었다. 엑스, 그는 어둠속에서 홀로 붉게 빛 나고 있었다. 그는 어둠속에서 홀로 외로움을 울부짖고 있었다. ◆ 미리별 (d_dmino_o@hanmail.net) 비오는날의고양이 (cafe.daum.net/rainN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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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경고(赤色警告) 부제:잔혹하게사랑하라
한경은 울음을 터트린것이 꽤나 고단했는지,
밥도 먹지 않고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오랜만에 무슨 좋은 꿈이라도 꾸는건지 살짝 웃음을 머금은
한경의 표정이 이곳으로 그 몇일을 지내면서 가장 밝은 표정이었다.
울음을 토해내고 이리저리 정신이 없이 잠들어서 그런지
손목과 발목을 묶고있던 끈은 바닥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
새근새근, 정말이지 새근거리면서 자는 한경의 모습은 천사가 따로 없었다.
그것도 만지면 없어질듯 새하야면서도 투명한 천사.
**
한참 곤히 자고 있던 한경은 무언가 위에서 짓누르는 느낌에
몸을 뒤척거리며 천근만근 무거운 눈꺼풀을 살짝 들어올렸다.
달빛도 감히 들어오지 못하는 캄캄한 방 안에서 어차피 눈을 뜨나 마나
그게 그거였지만 말이다.
“…으으……으…음.”
입 밖으로 작은 신음소리를 내뱉아내며 한경은 눈을 떳다.
아니, 눈을 뜨는 시늉만 간신히 했지 칠흑같은 어둠때문에 앞이 잘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또렷이 느껴지는건 얼굴위로 느껴져오는
그 누군가의 거치른 숨소리였다.
한경은 그 숨소리가 느껴지자마자 발끝서부터 머리끝까지 찌릿한 오한이 들었다.
벌써 몇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 그 사람의 향(香).
막연한 불안감에 숨조차 제대로 쉬질 못하고 한경은 두 눈을 꾹 감아버렸다.
다시 눈을 뜨면 내 앞에서 느껴지던 숨소리가 없어질꺼야.
하지만 그 마음은 그저 마음뿐일뿐, 그의 숨소리는 없어지질 않았다.
오히려 더욱 진하게 한경의 피부에 맞닿아왔다.
“………”
술을 많이 마신것인지 그에게서 그만의 향이 아닌 독한 술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그 냄새만으로도 술에 취할수 있을꺼란 착각이 들만큼 진한 술내음이었다.
그는 아무말 없이 자칫 위험한 자세로 반듯하게 누워있는 한경의 몸 위를 타고 있었다.
닿을 듯 말 듯, 오히려 더 위험해보인다. 그리고 더 자극적이다.
한경은 숨조차 크게 제대로 내쉬지 못하고, 얼른 그가 자신의 몸 위에서 내려와 주기만을 바랬다.
하지만 그건 허튼 바램일뿐, 그는 움직일 기미를 보이질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몸을 숙여 한경에게로 밀착할 뿐.
“………”
“………”
고요한 방안에는 두 남녀의 숨소리가 한데 뒤엉켰다.
물론 한경은 그 작은 숨소리마저 들릴새라 아주 작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지만 말이다.
어둠속에서 눈이 마주치는게, 무엇이 보이는게 가능하기는 하는걸까.
그들은 앞에 뭐가 있는지 보이기나 하는것인지 뚫어지게 앞만 응시했다.
몇초, 아니 몇분이 흘렀을까.
그가 먼저 침대 바닥에 균형을 위지하던 손을 올려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었다.
그리고 그가 주섬거리면서 내는 부시럭 소리는 한경은
뭔지도 모르지만 우선 겁부터 잔뜩 먹었다.
“…잘 지냈어?”
한경은 놀란 듯 아무래도 큰 눈을 더 크게 치켜떳다.
그가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차가운 금속성의 자그마한 커터칼이었다.
커터칼을 손에서 몇번 쥐고 놀아나더니 날이 매섭게 잘 선 곳을
하얗게 질린 한경의 얼굴에 대었다.
뭔가 말로 표현할수 없는 매끄런 피부와 매서운 칼날의 조화.
“이게 뭔 줄 알어?”
“…으…흡.”
그는 잔인하게 고른 치열을 들어내며 싱긋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과는 다르게 손에는 그 커터칼을 잡은 손에 힘을 살짝 주었다.
금세 하얗게 질린 피부에서 흘러나오는 붉은색의 피.
어둠속에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피부로 하나하나, 세포 하나하나로 다 느낄 수 있었다.
흘러나오는 피는 이내 볼을 타로 내려와 목으로까지 거침없이 흘러내렸다.
그는 잠시 또 한번의 잔인한 미소를 내비치고서는
손에 쥐고 있던 커터칼을 집어 던졌다.
그리고는 잠시의 시간의 여유도 없이 피가 흘러내리는 한경의 볼에
그는 자신의 뜨거운 입술을 갖다대었다.
붉은 피, 붉은 입술.
차가운 피, 뜨거운 입술.
“…으…흐읍.”
그의 야릇한 혀놀림의 한경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어냈다.
그리고 그는 그 소리가 그저 우습기만 한지 잠시 입술을 떼고
한경을 향해 적나라하게 코웃음을 내쳤다.
분명 머리는 이런 신음따윈 내뱉지 말라고 아우성이었지만,
몸은 이미 그에게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있었다.
단지 볼에서 흘러나오는 피을 핥을 것 뿐인데 한경은 익숙하지 않은 느낌에 몹시 불쾌했다.
“자극하지마.“
“…으흡…으…으.”
“상처받는 건 내가 아니라 너니까.”
그는 한경의 귓전에 대고 달콤함으로 가장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긋나긋하지만 그 뒤로는 말로 할 수 없는 역한 감정이 묻어나 있었다.
그는 다시 한번 아직 피가 멈추지 않은 볼에 민망할 정도로
쪽 소리가 나게끔 입을 맞추고서는 비틀비틀 술에 취한 몸짓으로 한경의 몸 위에서 일어섰다.
“…잘자라.”
분명 다정함이 묻어나야하는 말에 다정함 없이 내뱉는 그의 모습은
어둠속에서 붉은 빛으로 한경의 눈안으로 비춰주었다.
착각일지 몰라도 그는 분명 붉은 빛으로 울부짖고 있었다.
엑스, 그는 어둠속에서 홀로 붉게 빛 나고 있었다.
그는 어둠속에서 홀로 외로움을 울부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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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별 (d_dmino_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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