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경고(赤色警告) 부제:잔혹하게사랑하라 한경은 눈물 가득 담긴 손길로 침대위에 널부러져 있는 핸드폰을 간신히 집었다. 어젯 밤, 그가 떨어놓고 간 듯한 핸드폰이 아침부터 한경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냥 지나칠수도 있었지만 문득 생각난 동생때문인지 쉽사리 핸드폰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그리고 기어이 그 핸드폰을 떨리는 손길로 부여잡고 조심스레 플립을 열었다. 심플한 옅은 회색에 액정이 한경의 눈으로 들어왔다. 인우가 커텐을 떼어내어 웬만큼 모든 게 다 보이기는 했지만, 액정에서 비춰나오는 환한 빛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 한경은 마른침을 저도 모르게 꿀꺽 삼키었다. 기종은 처음 보는것이었지만 핸드폰은 낯설지 않은 물건이었다. 하지만 한경에겐 마치 핸드폰이 금단의 열매라도 되는 듯이 만지는 것도 하나하나 뭐든게 다 조심스러웠다. 이제 핸드폰도 손에 넣었으니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그 그리운 번호만 용기내어 누르면 된다. 자신이 탄 첫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동생 핸드폰을 하나 장만해주었다. 동생은 이게 뭐냐며 버럭 소리를 지르기는 했으나. 그 뒤로 한번도 빼먹지 않고 잘 가지고 다녔다. 그리고 만약 새 기종을 바꾸더라도 번호만은 꼭 그대로 사용했다. 이유는 번호 바꾸면 귀찮다는 이유도 있었으나, 또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핸드폰의 번호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조용한 방 안을 온통 뒤 흔들었다. “………” 핸드폰을 두 손으로 부여잡은 한경은 얼른 이 커다란 신호음이 끝나기만을 바랬다. 마른침이 쉴새없이 목 안으로 넘겨져갔다. 그저 전화 한통화 하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불안한 마음이 드는것인지…, 한경의 그 불안한 마음은 몇 초 지나지 않아 빠르게 무서움을 바뀌었다. 언제부터 방안에 들어왔있던것인지, 언제부터 한경을 지켜본것인지 문 쪽에서 비스듬히 팔을 벽에 기대어 서 있는 그의 모습이 눈동자 안에 고스란히 실렸다. 화가 난것인지, 아니면 아무런 감흥이 없는것인지… 그의 표정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한경이 지레짐작하기엔 분명 그는 화가 났지만 밖으로 분출하지 않는 것 뿐이였다. 지금 상황에서 오해하기 딱 좋은상황이 한경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 오해해도 뭐라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한경이 핸드폰을 잡았단 이유로부터 변명은 단지 거짓말이 될뿐이었다. 한경은 꾹 쥐고있던 핸드폰을 순간 손에 모든힘이 풀려 놓쳐버렸다. 침대위에 작은 파동을 일으키며 떨어진 핸드폰 속에서는 한경에겐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여보세요?” 눈물이 그렁그렁 달려 금방이라도 떨어질듯한 한경이었지만, 그리운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핸드폰을 집을 수 없었다. 부들거리는 손으로 저 핸드폰만 잡을 수 있다면, 원없이 듣고싶던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텐데…. 그는 벽에 기대었던 팔을 떼어내곤 천천히 한경에게 걸어왔다. 아직도 핸드폰속에서 흘러나오는 그 목소리와 그의 발걸음이 아주 언발란스하고도 묘한 조화를 꾀했다. “………” 침대 앞까지 걸어온 그는 매끄럽고 긴 손가락의 손으로 핸드폰을 쥐었다. 그리고 한경에게 싱긋 웃어보이고는 곧바로 고민할것도 없이 핸드폰을 벽에 집어던졌다. 핸드폰은 소음과 함께 형체를 알아볼수 없을만큼 산산조각 나고서야 바닥으로 공중을 파고들던 파편이 하나둘씩 떨어졌다. 더이상 방 안에 한경이 원하던 그 목소리는 자취를 감춘지 오래였다. “뭔갈 아주 많이 착각한 모양이야.” “………” “그러지 않고서야 전화할 마음이 생기기나 했겠어. 훗,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잘 알아두길 바래. 니가 죽지 않는 한 내 손안에서 죽어도 빠져나가지 못해. 내가 철저히 그렇게 만들테니까.” “…으……흡!” 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거칠게 한경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한경의 입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신음소리가 흘러나왔고, 그는 그러한 고통어린 소리따윈 들리지 않는다는듯 여전 자신만의 페이스로 한경에게 말을 이었다. “여기 오는 것이 네 의지가 아니었듯이, 이 곳을 나가는 것도 마찬가지야.” “……으…윽!” “앞으로, 아니 지금부터 네 뜻대로, 네 의지대로, 네 맘대로 되는 것 따윈 없어.” 짝. 그는 한경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반대편 손으로 가볍게 한경의 볼을 내려쳤다. 경쾌하게 볼과 손바닥의 마찰음이 방안을 울리고, 한경은 침대위에 그대로 털썩 쓰러졌다. 아무리 그가 힘을 빼고 살살 쳤다해도, 그도 남자인지라 그 힘을 한경이 견디기엔 어마어마했다. “나에겐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어. 아, 만약 네가 죽는다면 끝이라고 해야되는건가?” 한경은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막연한 공포에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가 보기만해도 겁에 질리는 흉기를 들고, 또한 무서운 어조로 협박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뭐라 말하기에, 설명하기에 적합하지 않는 무언가가 한경의 숨통을 차근하게 죄어왔다. 죽을만큼 죄어오는것이었지, 지금 바로 죽는다는 느낌까진 주질 않았다. 차라리 콱 죽어버리고 싶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죽을만큼, 딱 죽을만큼만 죄어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기 온 것이 네 의지가 아니었 듯 이 곳을 나가는 것도 네 의지따윈 필요없어.” ◆ 미리별 (d_dmino_o@hanmail.net) 비오는날의고양이 (cafe.daum.net/rainNca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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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경고(赤色警告) 부제:잔혹하게사랑하라
한경은 눈물 가득 담긴 손길로 침대위에 널부러져 있는 핸드폰을 간신히 집었다.
어젯 밤, 그가 떨어놓고 간 듯한 핸드폰이 아침부터 한경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냥 지나칠수도 있었지만 문득 생각난 동생때문인지 쉽사리 핸드폰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그리고 기어이 그 핸드폰을 떨리는 손길로 부여잡고 조심스레 플립을 열었다.
심플한 옅은 회색에 액정이 한경의 눈으로 들어왔다.
인우가 커텐을 떼어내어 웬만큼 모든 게 다 보이기는 했지만,
액정에서 비춰나오는 환한 빛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
한경은 마른침을 저도 모르게 꿀꺽 삼키었다.
기종은 처음 보는것이었지만 핸드폰은 낯설지 않은 물건이었다.
하지만 한경에겐 마치 핸드폰이 금단의 열매라도 되는 듯이 만지는 것도
하나하나 뭐든게 다 조심스러웠다.
이제 핸드폰도 손에 넣었으니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그 그리운 번호만 용기내어 누르면 된다.
자신이 탄 첫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동생 핸드폰을 하나 장만해주었다.
동생은 이게 뭐냐며 버럭 소리를 지르기는 했으나.
그 뒤로 한번도 빼먹지 않고 잘 가지고 다녔다.
그리고 만약 새 기종을 바꾸더라도 번호만은 꼭 그대로 사용했다.
이유는 번호 바꾸면 귀찮다는 이유도 있었으나, 또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핸드폰의 번호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조용한 방 안을 온통 뒤 흔들었다.
“………”
핸드폰을 두 손으로 부여잡은 한경은 얼른 이 커다란 신호음이 끝나기만을 바랬다.
마른침이 쉴새없이 목 안으로 넘겨져갔다.
그저 전화 한통화 하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불안한 마음이 드는것인지…,
한경의 그 불안한 마음은 몇 초 지나지 않아 빠르게 무서움을 바뀌었다.
언제부터 방안에 들어왔있던것인지, 언제부터 한경을 지켜본것인지
문 쪽에서 비스듬히 팔을 벽에 기대어 서 있는 그의 모습이 눈동자 안에 고스란히 실렸다.
화가 난것인지, 아니면 아무런 감흥이 없는것인지… 그의 표정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한경이 지레짐작하기엔 분명 그는 화가 났지만 밖으로 분출하지 않는 것 뿐이였다.
지금 상황에서 오해하기 딱 좋은상황이 한경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 오해해도 뭐라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한경이 핸드폰을 잡았단 이유로부터 변명은 단지 거짓말이 될뿐이었다.
한경은 꾹 쥐고있던 핸드폰을 순간 손에 모든힘이 풀려 놓쳐버렸다.
침대위에 작은 파동을 일으키며 떨어진 핸드폰 속에서는 한경에겐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여보세요?”
눈물이 그렁그렁 달려 금방이라도 떨어질듯한 한경이었지만,
그리운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핸드폰을 집을 수 없었다.
부들거리는 손으로 저 핸드폰만 잡을 수 있다면,
원없이 듣고싶던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텐데….
그는 벽에 기대었던 팔을 떼어내곤 천천히 한경에게 걸어왔다.
아직도 핸드폰속에서 흘러나오는 그 목소리와 그의 발걸음이
아주 언발란스하고도 묘한 조화를 꾀했다.
“………”
침대 앞까지 걸어온 그는 매끄럽고 긴 손가락의 손으로 핸드폰을 쥐었다.
그리고 한경에게 싱긋 웃어보이고는 곧바로 고민할것도 없이 핸드폰을 벽에 집어던졌다.
핸드폰은 소음과 함께 형체를 알아볼수 없을만큼 산산조각 나고서야
바닥으로 공중을 파고들던 파편이 하나둘씩 떨어졌다.
더이상 방 안에 한경이 원하던 그 목소리는 자취를 감춘지 오래였다.
“뭔갈 아주 많이 착각한 모양이야.”
“………”
“그러지 않고서야 전화할 마음이 생기기나 했겠어.
훗,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잘 알아두길 바래.
니가 죽지 않는 한 내 손안에서 죽어도 빠져나가지 못해. 내가 철저히 그렇게 만들테니까.”
“…으……흡!”
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거칠게 한경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한경의 입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신음소리가 흘러나왔고,
그는 그러한 고통어린 소리따윈 들리지 않는다는듯
여전 자신만의 페이스로 한경에게 말을 이었다.
“여기 오는 것이 네 의지가 아니었듯이, 이 곳을 나가는 것도 마찬가지야.”
“……으…윽!”
“앞으로, 아니 지금부터 네 뜻대로, 네 의지대로, 네 맘대로 되는 것 따윈 없어.”
짝.
그는 한경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반대편 손으로 가볍게 한경의 볼을 내려쳤다.
경쾌하게 볼과 손바닥의 마찰음이 방안을 울리고,
한경은 침대위에 그대로 털썩 쓰러졌다.
아무리 그가 힘을 빼고 살살 쳤다해도, 그도 남자인지라 그 힘을 한경이 견디기엔 어마어마했다.
“나에겐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어.
아, 만약 네가 죽는다면 끝이라고 해야되는건가?”
한경은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막연한 공포에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가 보기만해도 겁에 질리는 흉기를 들고, 또한 무서운 어조로 협박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뭐라 말하기에, 설명하기에 적합하지 않는 무언가가
한경의 숨통을 차근하게 죄어왔다.
죽을만큼 죄어오는것이었지, 지금 바로 죽는다는 느낌까진 주질 않았다.
차라리 콱 죽어버리고 싶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죽을만큼, 딱 죽을만큼만 죄어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기 온 것이 네 의지가 아니었 듯 이 곳을 나가는 것도 네 의지따윈 필요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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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별 (d_dmino_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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