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여자, 어을우동 _ 35편 (역사 로맨스)

국화200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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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님들 홧팅입니다.왕의 여자, 어을우동 _ 35편 (역사 로맨스)

괜히 애교 부려보는 국화입니다.왕의 여자, 어을우동 _ 35편 (역사 로맨스)

이쁘게 봐주세요! 왕의 여자, 어을우동 _ 35편 (역사 로맨스)

이거, 캐릭터 재밌어요! ㅎㅎ

철없다고, 나무라지 마세요! 저 철 많습니다. 피에 철성분 많이 있거든요.왕의 여자, 어을우동 _ 35편 (역사 로맨스)

즐거운 하루 되세요! 그만 자야겠습니다.왕의 여자, 어을우동 _ 35편 (역사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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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장한가(長恨歌)

밖이 분주하여, 어우동이 문을 슬며시 열어보았다. 싸리대문을 지나, 연이가 누군가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갓을 쓰고, 도포로 보아 양반 댁 자제임에 분명한데, 무슨 연유로 연이와 실랑이를 벌이는지 의아스러웠다. 행여나, 낭패를 볼까 몸을 일으키던 어우동이 다시금 주저앉았다. 혹시 모를 일이었다. 아직까지 조심을 해야 할 것이었다.
오 종년이었다. 이리도 고집이 쇠심줄일 줄은 미처 몰랐었다. 거처를 옮겨 한시름 놓았다고,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연이는, 갑작스런 오 종년의 행차로 기겁을 하고 있던 터였다.

“네, 정녕 내게 이리 박대를 하여도 된다하더냐? 어찌된 일인지 소상히 이르지 못할까? 두고두고 보자 하니, 너무하질 않더냐? 나를 네가 지금 가지고 노는 것이더냐? 네 특기가 변명이 아니더냐. 어디 한번 해 보거라. 어찌된 연유더냐?”

“아씨는, 아씨는 지금 상중이십니다.”

오 종년이 연이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미심쩍은 듯 다시 캐물었다.

“뭐라? 상중이라 하였더냐? 참이더냐? 어찌, 상중인 사람이 거처를 쉽게 옮긴단 말이더냐. 어느 분을 여의였더냐? 네 말이 참이라면 심려가 크실 게 아니더냐. 비켜서라. 네, 부인을 만나, 위로의 말이라도 드려야겠구나.”

“아니 됩니다요. 지금 아씨께서는 몸져누우셨습니다. 다음으로 미루시는 게 나을 것입니다요. 쇤네가 누구 앞이라고 감히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조금만 더 참으십시오. 그때, 나리가 그리 말씀하시질 않았습니까? 참고, 또 참고 기다린다고 말입니다요.”

오 종년이 연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연이는 얼른 눈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오 종년이 발끈하며 나섰다.

“거짓을 고하고 있음이야. 아니 그렇더냐? 허허! 네 정말 이럴 수가 있더냐? 비켜서라. 어서, 비켜서라하지 않았더냐.”

연이가 아니 된다하며 오 종년의 걸음을 막아섰다. 오 종년은 눈을 부라리며 연이를 내리칠 기세였다. 그러다 생각을 바꾸며, 낮은 대문 너머로 어우동을 부르기 시작하였다.

“이보오, 이보오, 부인! 그대의 아랫것이 나를 우롱하였으니, 이대로 돌아가진 못하겠소이다. 내, 아랫것을 대신하여, 부인의 사죄를 받아야 하겠소이다. 이보오! 이보시오.”

어찌나, 목소리가 탁한지, 절개 또한 없어보였다. 그도 잠시, 연이는 어찌해야 좋을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만 것이었다. 연이가 발을 동동 구르며, 입술을 손으로 쥐어뜯다 못해 피를 보고 말았다. 연이는 고개를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동정을 살피는 오 정년을 잡아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쩜 저리도 가볍고 밉살맞은지, 다시는 상종하기 싫었다. 연이는 그동안 오 종년에게 덥석덥석 무언가를 받아 챈, 자신의 두 손을 잘라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 사이, 방문이 열리며 어우동의 목소리가 마당으로 향했다. 연이는 도망이라도 가고 싶었다.

“연이 너는 이리 오너라. 이 무슨 해괴한 말이더냐. 당장 이리오지 못할까?”

연이가 마당을 향해 걸어가며 오 종년에게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쇤네는 모릅니다. 분명 쇤네는 아씨의 근황에 대해 전부 말씀드렸습니다요. 두 번 다시 아씨를 뵐 수 없다고 해도 이 년을 원망하지 마십시오. 나리께서 자처한 일입니다요. 예, 아씨! 갑니다요.”

“음, 음!”

뛰어가는 연이의 뒤로, 오 종년의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사태를 어찌 수습해야 좋을지, 도통 아무런 수도 떠오르질 않았다. 어우동을 마주하자, 연이는 더욱 막막해졌다. 어우동이 방으로 든 연이를 향해 급히 물었다.

“어찌된 일이더냐? 대체, 밖에 서계신 분이 뉘더냐?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저분이 저러시는 게냐.”

“그것이, 그것이.......”

기어들어가는 연이의 목소리로 보아 심상찮았다. 연이는 어우동의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싹싹 빌기 시작하였다.

“아씨, 아씨! 이년이, 이년이 잘못했습니다요. 아씨, 아씨! 한번만 용서해주셔요. 네? 이년, 아씨께서 용서해주지 않으시면, 콱! 죽어버릴 것입니다요.”

“연이야! 어찌된 연유인지 소상히 말하지도 아니하고선, 그것이 무슨 말이더냐? 죽다니, 용서를 하다니, 잘못을 하였다니. 네, 네 혹? 혹, 저분의 아이라도 가졌단 말이더냐?”

“아씨, 아씨! 으흐흑! 아닙니다요. 아씨! 쇤네를 그리 밖에 보지 않았습니까요? 쇤네도 지조는 지킬 줄 아는 년입니다요.”

눈물까지 흘리는 연이를 보며, 어우동이 조급히 물었다.

“어허! 답답하구나. 눈물을 그치고 어서 말을 해보아라. 어찌된 일로, 저분이 나를 보자 하시는 것이더냐. 연이야! 괜찮다. 너는 내 가족이니라. 가족을 용서하지 아니하면 누굴 용서하겠느냐. 괜찮다. 어서 말해 보거라.”

연이가 눈물을 훌쩍거리며 어우동을 올려다보았다. 똑바로 눈을 맞추지 못하는 연이가 슬그머니 말을 이었다.

“참이지요? 쇤네를 용서하실 거지요? 다 아씨를 위해서 그랬습니다요. 이년, 배운 것 없이 무지하다보니 이런 사태가 올 줄은 생각도 못하고. 앞전, 거처를 옮기기 전에 저분을 알았습니다요. 그때, 청풍서방님 드시면 주신다고 장에 나가지 않았습니까요. 저잣거리에서 누군가가 따라온다고.......”

어우동이 너무 놀라 연이의 말을 끊었다. 벌써, 해가 바뀐 일이었다.

“허면 저분이 그분이란 말이더냐? 헌데, 왜 아직도 남의 집을 기웃거리신다 하더냐.”

“그것이....... 그것이, 아씨가 관아에서 새로 뽑아 올린 기생인줄 알았답니다요. 그래서 쇤네가 따끔하게 뭐라 하였습니다. 그때부터 계속하여, 이년을 못살게 구시면서, 아씨하고 한번만 뵙게 해달라고.......”

“내 사정을 말하지 않았더냐? 참으로 몹쓸 분이시구나. 어찌하여, 저리도 경박한 행동을 하신 다더냐. 아니 되겠다. 내, 엄히 말씀을 드려야겠구나.”

어우동이 자리를 일어서려하자, 연이가 치맛자락을 붙잡았다.

“아씨, 아씨......!”

“왜 그러느냐? 연이야! 대체 내게 숨이고 있는 것이 무엇이더냐. 바른 데로 말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너도 앞으로 저분에게 해를 입지 않을 것이 아니더냐.”

도로 주저앉은 어우동을 향해 연이가 얼굴을 땅에 박으며 들릴 듯 말 듯 소곤거렸다.

“잘못하였습니다요.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요. 저분이, 저분이 아씨를 못 뵙는다면 상사병으로 죽는다하여, 그리한다하여....... 쇤네가 아씨 소식을 조금씩 전해준 것 밖에는 없습니다요. 그게 다입니다.......”

“그게 다라하면서 연이 너는 대체 왜 이러는 거냐. 지금 너를 보아라. 무언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지 않느냐. 그게 다란 말이더냐? 나는 너를 믿었는데, 어찌하여 너마저 내게 이러는 것이냐. 괜찮다. 말하지 않은 게 있음이야. 그렇지? 어서 말해 보거라.”

“그것이, 그러니까. 저는 싫다고, 싫다고 하였는데, 나리께서 자꾸만 이년 손에 뭔가를 쥐어주시니....... 처음에는 저도 거절을 했습니다요. 바라는 것 없으니, 나리께서 아씨 몸보신이나 시켜주시라며.......”

더 이상 듣지 않아도 어찌된 일인지 짐작이 되었다. 어찌 연이만을 나무랄 수가 있으랴. 의심쩍어 하면서도 끝내, 묻지 않았던 어우동이었었다. 결국엔 자신도 그것들은 넙죽넙죽 받아먹질 않았던가. 모두가 청풍이 전해온 것들로만 알았지, 끝내 캐묻지 않았던 자신이 아니었던가. 연이도 연이었지만, 기어코 곤경에 빠트린 청풍이 미웠다. 그리 생각할 것이라 여기며, 어우동이 방문을 열었다. 벌써, 오 종년은 마당에 들어있었다. 어우동이 공손히 말을 건네었다.

“드시라 하시지는 못하옵니다. 연이를 대신하여, 제가 사죄를 드리겠습니다.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넓은 아량으로 용서를 바랍니다. 어찌 보답을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어우동을 가까이서 대면한 오 종년이 입을 딱하니 벌리고선 바라보았다. 어찌나 민망하던지, 어우동이 고개를 돌렸다. 오 종년은 군침을 삼키며 팔을 내저었다.

“아니외다. 그런 것이 아니외다. 보답이라니요. 당치 않소이다. 내, 내 그저 그대가 허약한 것 같아, 그래서 그런 것이요. 무얼 바라자고 그런 것이 아니외다. 허허! 실로 아름답소. 어찌 이리도 미색이 빼어나단 말이요. 연이에게 익히 들어 알겠지만, 나는 오 종년이라 하오.”

어우동은 고개를 돌려 방안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연이를 살폈다. 그러다 오 종년을 향해 미소 지었다.

“말씀은 많이 전해 들었습니다. 하오나, 이년 처지가 이러하여,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전하질 못하였습니다. 송구하옵니다. 날이 풀리는 데로, 바느질을 다시 시작할 터이니, 그때, 은혜를 갚겠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주시지요.”

“아니라고 하질 않았소. 되었소이다. 이리 가끔 얼굴이나 보여주시구려. 아니면, 동무나 하는 게 어떻겠소? 그거 좋구려.”

어우동이 비웃음을 머금었다. 어찌하여 사내들은 모두가 이러하단 말인가. 용모가 추하지는 않았으나, 오 종년의 얇은 입술이 가벼워보였다. 가느다랗고 길게 찢어진 눈매가 조금은 야비한 듯 보였다. 풍채가 크긴 하나, 듬직하지 못하여 보였다. 그야말로 믿음이 없어 보였다. 말은 차근차근 곱게 뱉고 있으나, 성질이 급해보였으며, 그로인해 조심을 해야 할 사람 같았다.

“돌아가시지요. 저는 그 누구와도 동무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 하였습니다. 그것은 학문을 하시는 선비님께서 더 잘 아시리라 보옵니다. 어찌하여서건, 선비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는 갚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그만 물러가시지요.”

거절을 받으면서도 뭬 그리 좋은지, 오 종년의 입술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오 종년은 다시 찾겠노라는 다짐을 마음대로 내려놓고선 마당을 나섰다. 고집이 꽤나 있을 듯하였다. 어우동이 방문을 잡아당기며 연이를 흘겨보았다.

“너는 사람 보는 눈이 그리도 없더냐. 이제 어찌한단 말이더냐. 사람을 많이 대하진 않았으나, 보아하니 불같은 성품이겠더구나. 앞으로 이일을 어찌한단 말이더냐. 저 선비분이 나는 두렵구나. 혹여, 성에 차지 않아 너와 나를 해할 것 같은 불길한 기운이 무섭구나.”

“잘못하였습니다요. 잘못했습니다요. 아씨!”

“다시는 그러지 마라라.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일이 생길 시에는 너를 보지 않을 것이다. 명심하여라. 알아들었느냐?”

“예, 아씨!”

큰일이었다. 갓만 쓰고, 도포를 걸쳤다고 해서 모두들 똑 같은 양반이랴. 불한당 같은 소인배들이 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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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숙용권씨에게 들어 침수를 하였었다. 며칠째, 성종은 숙용권씨의 처소로만 들고 있었다. 그런데, 어둠 속에서 바르르 떨고 있는 숙용권씨를 보았다.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짐승처럼 숙용권씨를 탐하였는지 알 것 같았다. 짐승일 것이라. 사람이 아닐 것이라. 성종은 자신을 원망하며, 숙용권씨의 처소를 빠져나왔다. 휘영청 달이 밝았다. 달이 밝으면 무얼 하겠는가. 들 길이 없으니, 들 곳이 없으니 말이었다. 몹쓸 짓을 하였다. 성종은 숙용권씨의 불 꺼진 처소를 쳐다보며, 잠시 속으로 용서를 빌었다. 성종이 강녕전으로 들었다. 성종은 강녕전으로 들자마자, 등잔의 불을 껐다. 어둠 속에 묻혀 있고 싶었다. 아무것도 눈에 담고 싶지가 않았다. 그저, 그리 암울해하고 싶었다. 경이 드는 모양이었다. 방문을 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참으로 귀신같은 경이었다. 고요한 사방에 홀연히 나타나니 말이었다.

“늦은 시각이구나. 어찌 알고 들었느냐. 내가 울적하니, 그리하여 들었더냐? 어디, 네놈 얼굴이라도 보고 있자. 네놈 얼굴이라도 마주하고 있으면 나을지도 모르겠구나.”

성종이 김 내시를 들이려 하자, 경이 아뢰었다.

“전하! 그리하지 마시옵소서.”

경의 목소리가 낮으면서도 대단히 무거웠다. 성종은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어우동의 소식을 전할 모양이었다. 형편없는 듯하였다. 어우동이 쉬고 있는 묘가 형편없는 모양이었다. 그리하여, 한차례 또다시 다가올 자신의 무너짐을, 필시 보고 싶지 않는 모양이었다. 경의 배려에 성종이 쓰디쓴 웃음을 짓고 말았다. 경은 말을 잇지 않고 앉아 있었다. 성종의 물음을 기다리는 듯하였다. 어찌 물어야할지 찹찹하였다. 경의 입으로 통해, 어우동의 불쌍함을, 안쓰러움을 차마 들을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오시(午時)가 넘어서고 있었다. 깊은 밤이었다. 성종이 마음을 가다듬으며 말을 꺼내었다.

“네놈이 그리 뜸을 들이는 것을 보니, 그 사람의 소식을 물어온 모양이구나. 그리, 형편없더냐? 그리도 형편이 없더냐?”

“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