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J홈쇼핑 리모델링이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어제 은별이 레드&블랙도 막바지 음반작업에 들어갔다고 즐거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오늘 시간 어때?”
나른한 오후시간 모처럼 주엽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 수연은 반가운 마음에 그가 보지 못하는 미소로 그를 반겼다.
“왜요?”
그녀는 자신의 팔목을 두른 가늘고 노란 시계를 바라보며, 그와의 즐거운 만남을 은근히 기대 했다.
“왜요는.. 보고 싶어 미치겠구만,”
수연은 그의 말 한마디로 가슴이 쿵쾅거리며, 얼굴이 붉어지려 했다.
“하하하 뭐가 그렇게 미쳐요? 맨날 미친다는 소리....”
“어허.. 그럼 넌 나 안보구도 정상적으로 살수 있단 말이야?”
그가 약간 농담조로 서운함을 표현했다. 그녀도 물론 그의 말데로 이제는 주엽의 목소리조차 아쉽고, 아쉬워 그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만 앞서 나갔다.
“그건.... 아니에요. 하하하 하지만 정상적으로 못살 것도 없지 뭘요.”
그녀의 말에 깊은 한숨을 쉬며, 그가 말했다.
“결국, 나만 좋아 죽는 꼴이군. 안 그래?”
“... 주엽씨 맘데로 생각해요... 하지만, 보이는 게 다는 아닌 거 알죠?”
그녀의 말에 이제야 안심이 된 건지 그는 약속시간을 정하며, 맴버들이 부르는 소리에 전화를 끊었다.
“데이트라도 있나 보지?”
수연은 늘 소리 없이 다가오는 재황 때문에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는지 그다지 놀라지 않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재황은 그녀와 주엽과의 전화 내용을 엿 들은 게 분명해 보였다. 그녀를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그의 표정이 사뭇 날카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남에 일에 너무 시시콜콜한 거 아닌가요?”
“훗, 그래서 귀찮다?”
“귀찮은 정도가 아니라 실례라구요. 앗! 아저씨 그걸 그렇게 하심 안 돼 죠... 이렇게 해야...”
쿵쿵탁탁탁...
노련한 솜씨로 일꾼들에게 지시하는 수연의 모습을 보며, 재황은 조금 전 다소곳이 통화하던 그녀의 모습과 상당한 대조를 이루는 걸 느꼈다.
“누구냐고?”
“... 왜 그래요? 남의 일에... 이건 지나친..”
“간섭이라고? ”
“네. 간섭이라구요.”
“하하하 간섭이 아니라 관심이겠지.”
관심이라는 말과 함께 그의 얼굴엔 어느새 냉기가 돌았다..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되는 시간에 매일 같이 어김없이 나타나 그녀에게 시비를 거는 그의 유일한 악취미를 그녀는 그동안 잘 참아 냈다. 이제 곳 마무리 될 내일 아니 모레쯤이면 더 이상 볼래야 볼 수 없는 유재황이였기에 그녀는 그동안 그의 시비를 감수 했던 거였다.
“과 관심이요? 사양할께요. 그 관심 전 부담스러우니까요. 그리고 약혼녀도 계신분이 이러시면 안돼죠.”
그녀가 말한 약혼녀에 대한 말에 그는 또다시 얼굴을 경직시켰다. 못마땅한 소리를 들을때마다 드러나는 그의 표정이 사뭇 사나워보이기 까지 했다.
“내가 약혼한 거에..... 혹시..”
“혹시? 뭐죠? 저 바쁜데요..”
그녀가 바쁘게 움직이는 인부들을 가르키며, 재황의 말을 재촉했다. 공사현장은 조금만 방심해도 사고가 다반수다. 자신이 지켜보고 있지 않으면 나름데로 사고력을 가진 일꾼들이 제멋대로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다시 제작업을 하는 일이 허다했다. 그나마 요즘은 그녀와 일을 오래한 분들과 함께여서 그런지 그런 습관적 사고는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오늘같이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되는 시점에서 사고가 난다면 그녀도 회사도 그녀의 회사에 공사를 마낀 CCJ측도 곤란 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옆에서 수연을 향해 노려보고 있는 재황만 아니라면 당장에라도 자신이 직접 막바지 페인트칠을 위해 두 팔 걷고 나설 테지만 자신의 뒷 꼭지만 바라보며 ‘관심’이라고 말한 유재황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그의 싸늘한 웃음....
수연이 얼마 전 직원들에게 들은 바로는 유재황이 CCJ그룹의 조카와 약혼을 했다고 했다. 그런 그가 왜? 재황을 달가워하지 않는 그녀에게 이처럼 귀찮을 정도로 다가 오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오로지 자신에게 재황이 1년 전 당한? 수모를 갚기 위한 그의 복수 같지 만은 않았다. 계속해서 그녀를 험하게 바라보는 그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했다. 물론 시선은 공사현장을 누비는 인부들에게 주면서...
“아무튼 공사는 잘 마무리 되어 가니까. 당신과의 인연도 더 이상 없었으면 하네요. 그럼.”
그녀는 재황과 같이 대화를 나누는 시간에도 여전히 주엽과의 즐거운 만남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아니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들어 주는 주엽을 떠올렸다. 그런데 그녀의 생각과는 다른 재황이 인부들에게 다가가려는 그녀의 팔을 잡아 버렸다. 너무 아파 한순간 짧은 비명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앗, 왜 이래요? 아프다고요.”
“아프라고... 그런거야. 그리고 이젠 일이 다 끝나가니까 나 같은 건 대충 상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나 보지?”
점점 말투가 사나워지는 재황. 지금의 그는 적어도 수연이 알던 그때의 선배가 아니었다. 여자후배들과 선배들 사이에서 너무나 친절한 그였기에 지금 재황의 모습은 너무도 낯설어 보였다. 수연은 그에게 잡힌 팔을 간신히 빼면서 그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정말 알 수 없군요. 이해가 안 돼내요. 당신은 약혼녀가 있고, 여긴 내 직장이에요. 도데체 당신이 나한테 바라는 게 뭐죠? 난 이일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싶다구요.”
그에게 자신의 위치를 설명하면서도 은근히 화가 더 난 수연은 그의 차가운 눈 속에 담긴 미소를 보지 못했다.
“만약, 내가 약혼을 취소한다면 넌 어떨 것 같니?”
“..............??!!”
‘그의 약혼은 나와 무관하다. 그런데 왜.......??‘
수연은 그가 던진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도데체 무슨 생각으로 그녀에게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건... 나랑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같군요. 당신이 약혼을 하던 결혼을 하던 왜 내가 어떨거라고 생각하죠?”
그녀의 냉담한 반응에 그는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아직도 그녀는 그의 전부가 아니였다. 다만 그녀를 매일 볼 때 마다 생겨나는 그녀를 향한 욕망이란 놈이 욕심스럽게 점점 커져가고 있다는걸 그는 비참할 정도로 느끼고 있을 뿐이다.
“하하하하하하하 그래 상관 없 겠지...... 하하하하하”
공사장 인부들이 바라보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는 그렇게 웃어 버리며, 더 이상의 말도 없이 공사현장을 나가 버렸다. 어찌 되었든 재황이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히는 일은 없었으면 하면서 주엽과의 데이트를 생각하며 다시 설레이는 기분을 만끽했다.
오늘따라 자재가 늦께 도착을 해서 일이 조금씩 지연 되는 모습에 그녀는 초초해 해야 했다. 그리고, 우연히 창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현장으로 바로 온다고, 청바지에 분홍셔츠와 그 위에 덧입은 초록 가디건을 걸친 그녀의 모습은 너무 초라해 보였다.
‘에이 이럴 줄 알았다니깐... 옷도 제대로 입고 오지 않았는데.... 음 시간이 아직 남았으니까.. 집에 가서 옷 좀 갈아입고 갈까?’
주엽을 만나기로한 그녀의 생각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우선 회사에 전화를 걸어야 했다.
뚜루르르르르르르....
“김부장님 오대리입니다.”
“어. 왜 현장에 무슨 일 있어?”
매일 회사에 들러 업무보고를 하는 그녀가 갑작스럽게 전화를 하자 김부장이 약간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요. 아무일 없으니까 염려 마세요. 그래서 말인데요....”
매일같이 현장에서 야근을 하던 그녀는 김부장에게 모처럼 일찍 퇴근하겠다고, 말했다. 김부장도 별다른 일이 없으면 퇴근해도 좋다고 말해 주어 수연은 모처럼 기분 좋게 현장을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주엽을 오랜만에 볼 수 있다는 설레임으로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어느새 집에 도착한 수연은 얼마 전 은별의 성화에 못 이겨 구입한 산뜻한 봄옷을 꺼내 거울에 비쳐보며, 행복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볼이 주엽과의 특별한 데이트를 생각하며, 기분좋게 상기가 되었다.
띠룽......
바쁜 마음으로 옷을 갈아 입는 그녀의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 아마도 주엽일 꺼라 생각한 그녀는 발신지를 보지도 않고 휴대폰을 열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약속, 잊은 건 아니겠죠? 전 수연씨를 믿어요.!]
‘약 속.....?’
은미의 메시지가 그녀의 마음을 괴롭혔다.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서 은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
한참의 신호음.. 그리고, 용건이 있으면 메시지를 남기라는 기계적인 여자의 음성이 그녀를 초초하게 만들어 놓았다. 또다시 전화번호를 눌러 상대방이 받기를 간절히 바랬다.
뚜루루루루루.............
여전히 오래도록 울려도 받지 않는 그녀. 기계적이 맨트가 이어 질려는 찰라 고양이같이 나른한 목소리로 하은미가 전화를 받았다.
“나에요. 은미씨”
“네... 말씀하세요.”
여전히 차분한 음성으로 전화를 받는 은미. 그러나 그녀와 너무도 다른 초초한 마음의 수연이 그녀에게 변명아닌 변명을 해야 했다.
“나, 그 약속 못 지킬지도 몰라요. ”
“그래서요. 그럼 당신은 주엽씨가 이데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처럼 살아도 좋다는 건가요?”
“은미씨 내말은 난..... 그런게 아니에요. 내가 옆에 있어도 그는 잘 할꺼 란 말을 하고 싶어서 전화한 거라구요.”
결국 하은미에게 자신의 입장을 생각을 말해 버렸다. ‘그는 날 원한다. 나도 그를 간절히 원한다.’ 란 생각이 수연의 초초한 머릿속을 꽉 차오르게 만들었다. 일종의 자신만의 암시를 하고자 하은미의 어떠한 말도 듣지 않고 싶었다. 그런데...
“좋 아 요.... 훗, 당신이란 사람 참 자기 밖에 모르는 군요. 할 수 없죠. 나중에 주엽씨가 당신을 원망해도 난 모르는 일이니까,..”
‘그가 원망한다.. 왜?’ 하은미의 말이 그녀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 이 이봐요. 하은미씨 난 그런 말을 한게 아니잖아요. 당신이 내가 있다고 해서 주엽씨는 후원하지 않는 다는 건 말도 안돼는 일 아닌가요?”
“훗하하하하하하 맞아요. 말이 안돼죠.....그런데 문제는.”
하은미는 일부러 수연의 속을 태우려는 듯 말을 늘렸다.
“...................뭐죠? 그 문제란 게?”
수연의 물음에 당연하다는 듯 차가운 웃음소리와 함께 하은미가 그녀를 향해 날카롭게 말 했다.
“......문제는 당신이란 거지. 난 당신이란 여자가 주엽씨 옆에 있는 걸 못 보겠거든 당신이 바보가 아니라면, 내가 왜 주엽씨를 도와주겠다고 했는지 잘 알거 아니야?”
하은미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자신에게 하는지 수연은 알 수 없었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다.
“..... 하 하은미씨. 당신 참 나쁜 사람이군요. 주엽씨는 당신이 아닌 날 좋아해요.”
“훗하하하하하 그래서.. 그게 뭐가 달라진다고 생각해? 당신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야 단지 사랑이라는 감정 그것처럼 시시한 감정에 휩싸여서 둘은 너무 세상을 모른다고, 그 남잔 내가 크게 만들어 주면 당장에라도 널 버릴 남자라고!!”
주엽이 결코 그런 남자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하은미의 말을 듣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너무도 비참함을 느껴야 했다. ‘내가 보고 싶어 미칠 것 같다’는 사람이 과연 하은미의 말처럼 모든 걸 버리고 성공이라는 허울 속에 살아갈 것인지....
“정 내 말을 못 믿겠다면, 내가 제안하나 하지 만약 내말이 사실임이 증명된다면 그땐 당신이 아무 말 없이 물러나 주는 거야. 어때?”
악녀의 속삭임에 흔들리는 마음. 결국 수연은 은미와 모종의 계약을 했다. 주엽을 믿는 마음으로 한 엉뚱한 계약이였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주엽에게 자신의 존재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었다.
‘만약, 그가 정말로 은미에게 가버린다면........’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 은미와의 대화가 아직도 그녀의 머릿속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다시 찾아온 작은 두통이 간신히 버티고 있던 희망을 좀먹어 갔다.
띠룽---------
한통의 멧세지가 그녀의 핸드폰으로 날아들었다. 망설이며 열어본 메시지....
[1시간 있으면 볼껀데 지금도 무척 보고 싶다. 내가 차라리 집 앞으로 갈까?]
그나마, 보고 싶다는 주엽의 메시지가 그녀를 위로 한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또르륵 그녀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눈물을 닦으며, 그에게 메시지를 전송했다.
.
.
.
.
[오지 마요. 내가 갈께요. 나도 당신 너무 보고 싶어요. 너무 너무]
수연의 뜻밖의 메시지. 주엽은 벌써부터 그녀를 볼 수 있다는 기대와 흥분으로 즐거웠다. 그런 주엽을 향해 은미가 따뜻한 홍차를 내밀었다.
“음. 고마워요. 안 그래도 요놈이 생각났었는데...”
수연을 생각할 때마다. 아드레날레인이 증폭해 버리기 때문에 진정효과를 주는 홍차가 간절해 졌다. 그런데 그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하은미가 그에게 따뜻한 홍차를 건 내 주었다.
“어머나, 내가 주엽씨 생각을 읽었네요? 안 그래도 멀리서 보니까 주엽씨가 홍차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하하하 역시 우리 너무 잘 맞아요.”
주엽은 ‘우리’라는 말을 하며, 너무 오바하는 하은미의 말에 약간 어색하게 웃어주었다. 한달전 그녀의 생각을 알고 부터는 왠지 그녀를 조금씩 경계했었다. 그런데 요즘들어 자주 그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하은미가 점점 부담스러웠다. 지금도 그녀가 어느새 잡고 있는 자신의 팔을 슬며시 풀며, 홍차 향을 음미했다.
주엽이 생각하는 홍차는 수연을 연관 지었다. 놀이 공원에서 자신이 마신 홍차 때문에 수연이 자신의 입술을 그녀의 손수건으로 닦아주던 즐거운 기억이 그를 행복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무슨 생각해요?”
어느새 그의 곁으로 바짝 다가온 하은미 아무래도 형준이 말데로 은미에게 경계심을 좀 가져야 할 것 같았다.
“네? 아무생각도......”
“에이.. 뭐 즐거운 생각이라도 하는 것 같은데... 왜요? 내가 말거는 거 싫으세요?”
몇일 전부터 다시 그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하은미의 태도 어느새 그 정도를 지나쳐 이제는 곧잘 그의 몸에 함부로 손을 올리곤 하는 여자. 주엽은 그녀가 옆에 올때 마다 느끼는 기분 나쁜 담배냄새와 찐한 여자향수냄새를 골치 아파하며 참았었다.
“하은미씨 저 좋아 하는 여자 있거든요?”
형준의 말데로 일방적인 하은미의 감정에 휩싸이고 싶지 않아, 정말 냉정하게 딱 잘라 말했다. 그런데 그녀는 그의 말에 신경쓰지 않는 다는 듯 어깨만 살짝 들었다 놓고는 무의미한 웃음만 지어 보였다.
“네. 그래서요.....”
그녀는 탁자위에 두 팔을 올려 턱을 괴고는 주엽을 향해 위협적인 웃음을 날렸다. 아마도 모든 남자가 자신의 그런 외모에 넘어왔을 거란 대단한 착각을 하는 모양 이였다.
“그래서는 필요 없고, 그렇다는 거죠.”
“네. 알고 있어요. 수연씨 좋아하는 거 맞죠?”
다 알고 있으면서도 주엽에게 그렇게 함부로 행동을 하는 여자. 주엽은 그녀의 눈 속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그녀의 생각을 읽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미묘한 웃음만 지을 뿐 그녀에게 알아 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네. 알고 있었군요.”
“네. 누구나 당신을 보면, 알수 있죠. 그런데..”
말꼬리를 늘어뜨리는 게 영락없는 암고양이 같은 그녀 하은미 더 이상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으나 끝나지 않은 그녀의 말이 그의 뇌를 강타했다.
“과연. 그녀도 당신을 그만큼 좋아 하는지.... 내가 저번에도 말했죠?”
한달전 쯤 수연이 대전에 내려왔을 때 하은미와 호텔 바에서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었다. 그때도 그녀가 주엽에게 좋다고 말하면서 접근했었지만, 주엽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그녀의 감정이라고 말하며 그녀를 무시했었다. 그리고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수연의 감정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는 은미의 태도가 못마땅했다.
“내가 당신한테 경고 했을 텐데. 난 내가 좋아 하는 사람을 믿어. 너 따위 허접한 여자의 말은 듣지 않는 다고,!!”
‘허접한 여자? 풋하하하하 허접한..... 하하하하’
결국 두 번째 경고와 함께 주엽에게 매몰차게 거절당한 하은미 그에게 두 번씩이나 거절당한 그녀의 웃음은 비참함이 아니라 분노를 담고 있었다.
.
.
.
몇분만 있으면 보게 될 내 여자.... 아직 확신이란 놈이 그를 괴롭히고 있지만, 어찌 되었든 그녀는 지금 자신을 보기위해 오고 있다. 그녀와 만나기로 한 호텔레스토랑에 5분전 먼저 도착한 주엽이 입구쪽을 목이 빠져라 바라보고 있다. 드디어 봄빛 보다 더 눈부신 그녀가 눈에 들어 왔다.
“벌써 왔어요? 혹 내가 늦었어요? 어머 아닌데...”
자신의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그의 모습에 반가워했다. 그들은 간단하게 식사를 하기 위해 웨이터를 불렀다.
“그렇게 웃지마.”
웨이터가 주문한 음식들을 내려놓고 사라지자 그가 뜬금없이 말했다. 무척 기분 나쁘다는 투로...
“에? 뭘 그렇게 웃지 말라는 거죠? 내가 언제 웃었다고,”
“너 나한텐 잘 안웃어 주는데... 다른 사람 보면 헤실 거리는 거 못 마땅하다구.”
그의 어이 없는 말에 그녀는 또다시 웃어야만 했다.
“하하하 주엽씨는 참...”
“어허, 참이 아니라 진짜 너 웃는 거 보고 있음 내가 이렇게 미치겠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어떻 것 같냐? 어어 자꾸 웃을래?”
주엽의 넋두리에 수연은 기분 좋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은미의 말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녀의 앞머릴 자연스럽게 마치 아주 오래된 연인처럼 다정하게 만져주는 주엽의 손길에 그녀는 흔들리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맨날 이러고 싶다.”
언젠가 그가 한 똑같은 말... 그녀의 가슴을 떨리게 하기에 충분한 말들....
“그럼 밥은 어떻게 먹고요. 난 돈 많이많이 벌어다 주는 사람이 좋다니깐..하하하”
“으이구, 알았다. 그런데. 나 돈 안 벌어도 너 하나쯤은 먹여 살릴 수 있다 뭐....”
그의 말은 사실일 것이다. 다만 그는 그녀 못지않게 지금의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기 때문에 그녀로써 더더욱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다.
“주엽씨.. 나 할말 있어요.”
“어? 뭔데.. 내가 죽도록 보고 싶었다고 해도 나 감당할 수 있는데. 하하하”
“할말 있다구요.”
조금더 진지하게 말하는 수연을 웃음을 거두며 바라보는 주엽.
“어 말해.”
그녀의 손을 꼭 잡고, 그녀의 간간히 흔들리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불안한 마음을 접어 두기로 했다.
“우리 6개월 사귀기로 한거....”
“한거.”
입안이 바짝 마르도록 그녀는 그를 애태웠다.
“그만 둬요. 이제.”
쿠쿠궁-----------
그녀의 흔들리던 눈동자가 진실을 말하듯 그를 아프게 했다. 결국 혼자서 좋아 하게 된 꼴이라니...
“왜?”
냉정할정도로 무뚝뚝하게 그녀에게 이유를 물었다.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말을 들은 그가 할수 있는 말이라곤 그게 다였으니까.
“이유는 없어요. 단지 당신이 일을 해야 하니까..... ”
“단지 그거야?”
“네? 네....”
그녀는 거짓말을 했다. 그가 그녀의 얼굴을 들어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아도 그의 눈을 피하는 그녀에게서 거짓말 임을 알수 있었다.
“아니 거짓말 하지마, 넌 다른 이유가 있어. 뭐지? 혹시 다른 남자라도 있는거야?”
얼마전부터 잠재되어 있던 그녀를 향한 의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네? ”
그녀는 단지 그를 위해 한발 물러서고 싶었다. 지금부터 멋진 날개짓을 할 그를 위해 더 이상 막아서고 싶지 않았는데 그는 오히려 그녀를 남자 때문에란 이유로 당치않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는 그녀를 일으켜 세워 레스토랑을 나왔다.
"타.“
조금전 그녀를 볼때완 너무도 다른 주엽의 태도에 수연은 당황해 했다. 그리고, 그가 차에 올라 시동을 걸자 급한 마음에 차안으로 들어 갔다.
“왜.. 그래요?”
그의 무서운 얼굴에 눈을 간신히 맞추며 그를 바라 보았다. 그는 아무말 없이 그녀를 보더니 이내 무서운 속력으로 차를 출발 시켰다. 얼마쯤 달렸을까. 그가 강변의 주차장으로 차를 몰더니 급정거를 해버렸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놀란 마음과 몸이 불안함을 느껴야 했다.
“더이상 날 힘들게 하지마.”
그가 간절하다 못해 애원하듯 그녀에게 말했다.
“......... 주 주엽씨..”
“니가 나한테 자꾸만 멀어지려 할때마다 내가 얼마나 초초하고 불안하고 그런지 알아?”
그의 안스러운 모습에 수연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쓸어 내렸다. 그녀의 그런 작은 행동하나에도 그는 온몸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듯 그녀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강하게 밀어 붙였다.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그녀는 그를 밀어 내려고 했지만, 조금씩 열정을 더해 가는 그의 키스에 자신도 모르게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오히려 더 열정적으로 응하게 되었다.
“음. 수연...아 너 이런데도 나랑 헤어지잔 말 할 거야?”
그가 마음 아파하며, 그녀를 몰아 세웠다. 그녀도 알고 있다. 결코 그와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걸. 하지만.............. 그는 이제 자신이 보아오던 그런 사람이 아니였다. 더 이상 혼자 볼수 없는 그런 사람이 되어있었다.
“나....... 당신 하고 있었던거 즐거운 추억이라고 생각해요...”
“.!!!!!!!!!!!”
주엽은 조금전의 열정을 식혀 버리는 그녀의 말 한마디에 그만 차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리고 들리는 그의 괴성에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자꾸만 비집고 나오려하는 눈물을 간신히 참아야 했다. 그를 위해서...
앞집 그 남자 - (20) 그를 위한 그녀의 마음
앞집 그 남자 - (20) 그를 위한 그녀의 마음
CCJ홈쇼핑 리모델링이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어제 은별이 레드&블랙도 막바지 음반작업에 들어갔다고 즐거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오늘 시간 어때?”
나른한 오후시간 모처럼 주엽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 수연은 반가운 마음에 그가 보지 못하는 미소로 그를 반겼다.
“왜요?”
그녀는 자신의 팔목을 두른 가늘고 노란 시계를 바라보며, 그와의 즐거운 만남을 은근히 기대 했다.
“왜요는.. 보고 싶어 미치겠구만,”
수연은 그의 말 한마디로 가슴이 쿵쾅거리며, 얼굴이 붉어지려 했다.
“하하하 뭐가 그렇게 미쳐요? 맨날 미친다는 소리....”
“어허.. 그럼 넌 나 안보구도 정상적으로 살수 있단 말이야?”
그가 약간 농담조로 서운함을 표현했다. 그녀도 물론 그의 말데로 이제는 주엽의 목소리조차 아쉽고, 아쉬워 그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만 앞서 나갔다.
“그건.... 아니에요. 하하하 하지만 정상적으로 못살 것도 없지 뭘요.”
그녀의 말에 깊은 한숨을 쉬며, 그가 말했다.
“결국, 나만 좋아 죽는 꼴이군. 안 그래?”
“... 주엽씨 맘데로 생각해요... 하지만, 보이는 게 다는 아닌 거 알죠?”
그녀의 말에 이제야 안심이 된 건지 그는 약속시간을 정하며, 맴버들이 부르는 소리에 전화를 끊었다.
“데이트라도 있나 보지?”
수연은 늘 소리 없이 다가오는 재황 때문에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는지 그다지 놀라지 않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재황은 그녀와 주엽과의 전화 내용을 엿 들은 게 분명해 보였다. 그녀를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그의 표정이 사뭇 날카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남에 일에 너무 시시콜콜한 거 아닌가요?”
“훗, 그래서 귀찮다?”
“귀찮은 정도가 아니라 실례라구요. 앗! 아저씨 그걸 그렇게 하심 안 돼 죠... 이렇게 해야...”
쿵쿵탁탁탁...
노련한 솜씨로 일꾼들에게 지시하는 수연의 모습을 보며, 재황은 조금 전 다소곳이 통화하던 그녀의 모습과 상당한 대조를 이루는 걸 느꼈다.
“누구냐고?”
“... 왜 그래요? 남의 일에... 이건 지나친..”
“간섭이라고? ”
“네. 간섭이라구요.”
“하하하 간섭이 아니라 관심이겠지.”
관심이라는 말과 함께 그의 얼굴엔 어느새 냉기가 돌았다..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되는 시간에 매일 같이 어김없이 나타나 그녀에게 시비를 거는 그의 유일한 악취미를 그녀는 그동안 잘 참아 냈다. 이제 곳 마무리 될 내일 아니 모레쯤이면 더 이상 볼래야 볼 수 없는 유재황이였기에 그녀는 그동안 그의 시비를 감수 했던 거였다.
“과 관심이요? 사양할께요. 그 관심 전 부담스러우니까요. 그리고 약혼녀도 계신분이 이러시면 안돼죠.”
그녀가 말한 약혼녀에 대한 말에 그는 또다시 얼굴을 경직시켰다. 못마땅한 소리를 들을때마다 드러나는 그의 표정이 사뭇 사나워보이기 까지 했다.
“내가 약혼한 거에..... 혹시..”
“혹시? 뭐죠? 저 바쁜데요..”
그녀가 바쁘게 움직이는 인부들을 가르키며, 재황의 말을 재촉했다. 공사현장은 조금만 방심해도 사고가 다반수다. 자신이 지켜보고 있지 않으면 나름데로 사고력을 가진 일꾼들이 제멋대로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다시 제작업을 하는 일이 허다했다. 그나마 요즘은 그녀와 일을 오래한 분들과 함께여서 그런지 그런 습관적 사고는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오늘같이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되는 시점에서 사고가 난다면 그녀도 회사도 그녀의 회사에 공사를 마낀 CCJ측도 곤란 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옆에서 수연을 향해 노려보고 있는 재황만 아니라면 당장에라도 자신이 직접 막바지 페인트칠을 위해 두 팔 걷고 나설 테지만 자신의 뒷 꼭지만 바라보며 ‘관심’이라고 말한 유재황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그의 싸늘한 웃음....
수연이 얼마 전 직원들에게 들은 바로는 유재황이 CCJ그룹의 조카와 약혼을 했다고 했다. 그런 그가 왜? 재황을 달가워하지 않는 그녀에게 이처럼 귀찮을 정도로 다가 오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오로지 자신에게 재황이 1년 전 당한? 수모를 갚기 위한 그의 복수 같지 만은 않았다. 계속해서 그녀를 험하게 바라보는 그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했다. 물론 시선은 공사현장을 누비는 인부들에게 주면서...
“아무튼 공사는 잘 마무리 되어 가니까. 당신과의 인연도 더 이상 없었으면 하네요. 그럼.”
그녀는 재황과 같이 대화를 나누는 시간에도 여전히 주엽과의 즐거운 만남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아니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들어 주는 주엽을 떠올렸다. 그런데 그녀의 생각과는 다른 재황이 인부들에게 다가가려는 그녀의 팔을 잡아 버렸다. 너무 아파 한순간 짧은 비명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앗, 왜 이래요? 아프다고요.”
“아프라고... 그런거야. 그리고 이젠 일이 다 끝나가니까 나 같은 건 대충 상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나 보지?”
점점 말투가 사나워지는 재황. 지금의 그는 적어도 수연이 알던 그때의 선배가 아니었다. 여자후배들과 선배들 사이에서 너무나 친절한 그였기에 지금 재황의 모습은 너무도 낯설어 보였다. 수연은 그에게 잡힌 팔을 간신히 빼면서 그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정말 알 수 없군요. 이해가 안 돼내요. 당신은 약혼녀가 있고, 여긴 내 직장이에요. 도데체 당신이 나한테 바라는 게 뭐죠? 난 이일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싶다구요.”
그에게 자신의 위치를 설명하면서도 은근히 화가 더 난 수연은 그의 차가운 눈 속에 담긴 미소를 보지 못했다.
“만약, 내가 약혼을 취소한다면 넌 어떨 것 같니?”
“..............??!!”
‘그의 약혼은 나와 무관하다. 그런데 왜.......??‘
수연은 그가 던진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도데체 무슨 생각으로 그녀에게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건... 나랑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같군요. 당신이 약혼을 하던 결혼을 하던 왜 내가 어떨거라고 생각하죠?”
그녀의 냉담한 반응에 그는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아직도 그녀는 그의 전부가 아니였다. 다만 그녀를 매일 볼 때 마다 생겨나는 그녀를 향한 욕망이란 놈이 욕심스럽게 점점 커져가고 있다는걸 그는 비참할 정도로 느끼고 있을 뿐이다.
“하하하하하하하 그래 상관 없 겠지...... 하하하하하”
공사장 인부들이 바라보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는 그렇게 웃어 버리며, 더 이상의 말도 없이 공사현장을 나가 버렸다. 어찌 되었든 재황이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히는 일은 없었으면 하면서 주엽과의 데이트를 생각하며 다시 설레이는 기분을 만끽했다.
오늘따라 자재가 늦께 도착을 해서 일이 조금씩 지연 되는 모습에 그녀는 초초해 해야 했다. 그리고, 우연히 창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현장으로 바로 온다고, 청바지에 분홍셔츠와 그 위에 덧입은 초록 가디건을 걸친 그녀의 모습은 너무 초라해 보였다.
‘에이 이럴 줄 알았다니깐... 옷도 제대로 입고 오지 않았는데.... 음 시간이 아직 남았으니까.. 집에 가서 옷 좀 갈아입고 갈까?’
주엽을 만나기로한 그녀의 생각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우선 회사에 전화를 걸어야 했다.
뚜루르르르르르르....
“김부장님 오대리입니다.”
“어. 왜 현장에 무슨 일 있어?”
매일 회사에 들러 업무보고를 하는 그녀가 갑작스럽게 전화를 하자 김부장이 약간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요. 아무일 없으니까 염려 마세요. 그래서 말인데요....”
매일같이 현장에서 야근을 하던 그녀는 김부장에게 모처럼 일찍 퇴근하겠다고, 말했다. 김부장도 별다른 일이 없으면 퇴근해도 좋다고 말해 주어 수연은 모처럼 기분 좋게 현장을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주엽을 오랜만에 볼 수 있다는 설레임으로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어느새 집에 도착한 수연은 얼마 전 은별의 성화에 못 이겨 구입한 산뜻한 봄옷을 꺼내 거울에 비쳐보며, 행복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볼이 주엽과의 특별한 데이트를 생각하며, 기분좋게 상기가 되었다.
띠룽......
바쁜 마음으로 옷을 갈아 입는 그녀의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 아마도 주엽일 꺼라 생각한 그녀는 발신지를 보지도 않고 휴대폰을 열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약속, 잊은 건 아니겠죠? 전 수연씨를 믿어요.!]
‘약 속.....?’
은미의 메시지가 그녀의 마음을 괴롭혔다.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서 은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
한참의 신호음.. 그리고, 용건이 있으면 메시지를 남기라는 기계적인 여자의 음성이 그녀를 초초하게 만들어 놓았다. 또다시 전화번호를 눌러 상대방이 받기를 간절히 바랬다.
뚜루루루루루.............
여전히 오래도록 울려도 받지 않는 그녀. 기계적이 맨트가 이어 질려는 찰라 고양이같이 나른한 목소리로 하은미가 전화를 받았다.
“나에요. 은미씨”
“네... 말씀하세요.”
여전히 차분한 음성으로 전화를 받는 은미. 그러나 그녀와 너무도 다른 초초한 마음의 수연이 그녀에게 변명아닌 변명을 해야 했다.
“나, 그 약속 못 지킬지도 몰라요. ”
“그래서요. 그럼 당신은 주엽씨가 이데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처럼 살아도 좋다는 건가요?”
“은미씨 내말은 난..... 그런게 아니에요. 내가 옆에 있어도 그는 잘 할꺼 란 말을 하고 싶어서 전화한 거라구요.”
결국 하은미에게 자신의 입장을 생각을 말해 버렸다. ‘그는 날 원한다. 나도 그를 간절히 원한다.’ 란 생각이 수연의 초초한 머릿속을 꽉 차오르게 만들었다. 일종의 자신만의 암시를 하고자 하은미의 어떠한 말도 듣지 않고 싶었다. 그런데...
“좋 아 요.... 훗, 당신이란 사람 참 자기 밖에 모르는 군요. 할 수 없죠. 나중에 주엽씨가 당신을 원망해도 난 모르는 일이니까,..”
‘그가 원망한다.. 왜?’ 하은미의 말이 그녀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 이 이봐요. 하은미씨 난 그런 말을 한게 아니잖아요. 당신이 내가 있다고 해서 주엽씨는 후원하지 않는 다는 건 말도 안돼는 일 아닌가요?”
“훗하하하하하하 맞아요. 말이 안돼죠.....그런데 문제는.”
하은미는 일부러 수연의 속을 태우려는 듯 말을 늘렸다.
“...................뭐죠? 그 문제란 게?”
수연의 물음에 당연하다는 듯 차가운 웃음소리와 함께 하은미가 그녀를 향해 날카롭게 말 했다.
“......문제는 당신이란 거지. 난 당신이란 여자가 주엽씨 옆에 있는 걸 못 보겠거든 당신이 바보가 아니라면, 내가 왜 주엽씨를 도와주겠다고 했는지 잘 알거 아니야?”
하은미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자신에게 하는지 수연은 알 수 없었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다.
“..... 하 하은미씨. 당신 참 나쁜 사람이군요. 주엽씨는 당신이 아닌 날 좋아해요.”
“훗하하하하하 그래서.. 그게 뭐가 달라진다고 생각해? 당신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야 단지 사랑이라는 감정 그것처럼 시시한 감정에 휩싸여서 둘은 너무 세상을 모른다고, 그 남잔 내가 크게 만들어 주면 당장에라도 널 버릴 남자라고!!”
주엽이 결코 그런 남자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하은미의 말을 듣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너무도 비참함을 느껴야 했다. ‘내가 보고 싶어 미칠 것 같다’는 사람이 과연 하은미의 말처럼 모든 걸 버리고 성공이라는 허울 속에 살아갈 것인지....
“정 내 말을 못 믿겠다면, 내가 제안하나 하지 만약 내말이 사실임이 증명된다면 그땐 당신이 아무 말 없이 물러나 주는 거야. 어때?”
악녀의 속삭임에 흔들리는 마음. 결국 수연은 은미와 모종의 계약을 했다. 주엽을 믿는 마음으로 한 엉뚱한 계약이였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주엽에게 자신의 존재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었다.
‘만약, 그가 정말로 은미에게 가버린다면........’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 은미와의 대화가 아직도 그녀의 머릿속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다시 찾아온 작은 두통이 간신히 버티고 있던 희망을 좀먹어 갔다.
띠룽---------
한통의 멧세지가 그녀의 핸드폰으로 날아들었다. 망설이며 열어본 메시지....
[1시간 있으면 볼껀데 지금도 무척 보고 싶다. 내가 차라리 집 앞으로 갈까?]
그나마, 보고 싶다는 주엽의 메시지가 그녀를 위로 한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또르륵 그녀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눈물을 닦으며, 그에게 메시지를 전송했다.
.
.
.
.
[오지 마요. 내가 갈께요. 나도 당신 너무 보고 싶어요. 너무 너무]
수연의 뜻밖의 메시지. 주엽은 벌써부터 그녀를 볼 수 있다는 기대와 흥분으로 즐거웠다. 그런 주엽을 향해 은미가 따뜻한 홍차를 내밀었다.
“음. 고마워요. 안 그래도 요놈이 생각났었는데...”
수연을 생각할 때마다. 아드레날레인이 증폭해 버리기 때문에 진정효과를 주는 홍차가 간절해 졌다. 그런데 그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하은미가 그에게 따뜻한 홍차를 건 내 주었다.
“어머나, 내가 주엽씨 생각을 읽었네요? 안 그래도 멀리서 보니까 주엽씨가 홍차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하하하 역시 우리 너무 잘 맞아요.”
주엽은 ‘우리’라는 말을 하며, 너무 오바하는 하은미의 말에 약간 어색하게 웃어주었다. 한달전 그녀의 생각을 알고 부터는 왠지 그녀를 조금씩 경계했었다. 그런데 요즘들어 자주 그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하은미가 점점 부담스러웠다. 지금도 그녀가 어느새 잡고 있는 자신의 팔을 슬며시 풀며, 홍차 향을 음미했다.
주엽이 생각하는 홍차는 수연을 연관 지었다. 놀이 공원에서 자신이 마신 홍차 때문에 수연이 자신의 입술을 그녀의 손수건으로 닦아주던 즐거운 기억이 그를 행복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무슨 생각해요?”
어느새 그의 곁으로 바짝 다가온 하은미 아무래도 형준이 말데로 은미에게 경계심을 좀 가져야 할 것 같았다.
“네? 아무생각도......”
“에이.. 뭐 즐거운 생각이라도 하는 것 같은데... 왜요? 내가 말거는 거 싫으세요?”
몇일 전부터 다시 그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하은미의 태도 어느새 그 정도를 지나쳐 이제는 곧잘 그의 몸에 함부로 손을 올리곤 하는 여자. 주엽은 그녀가 옆에 올때 마다 느끼는 기분 나쁜 담배냄새와 찐한 여자향수냄새를 골치 아파하며 참았었다.
“하은미씨 저 좋아 하는 여자 있거든요?”
형준의 말데로 일방적인 하은미의 감정에 휩싸이고 싶지 않아, 정말 냉정하게 딱 잘라 말했다. 그런데 그녀는 그의 말에 신경쓰지 않는 다는 듯 어깨만 살짝 들었다 놓고는 무의미한 웃음만 지어 보였다.
“네. 그래서요.....”
그녀는 탁자위에 두 팔을 올려 턱을 괴고는 주엽을 향해 위협적인 웃음을 날렸다. 아마도 모든 남자가 자신의 그런 외모에 넘어왔을 거란 대단한 착각을 하는 모양 이였다.
“그래서는 필요 없고, 그렇다는 거죠.”
“네. 알고 있어요. 수연씨 좋아하는 거 맞죠?”
다 알고 있으면서도 주엽에게 그렇게 함부로 행동을 하는 여자. 주엽은 그녀의 눈 속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그녀의 생각을 읽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미묘한 웃음만 지을 뿐 그녀에게 알아 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네. 알고 있었군요.”
“네. 누구나 당신을 보면, 알수 있죠. 그런데..”
말꼬리를 늘어뜨리는 게 영락없는 암고양이 같은 그녀 하은미 더 이상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으나 끝나지 않은 그녀의 말이 그의 뇌를 강타했다.
“과연. 그녀도 당신을 그만큼 좋아 하는지.... 내가 저번에도 말했죠?”
한달전 쯤 수연이 대전에 내려왔을 때 하은미와 호텔 바에서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었다. 그때도 그녀가 주엽에게 좋다고 말하면서 접근했었지만, 주엽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그녀의 감정이라고 말하며 그녀를 무시했었다. 그리고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수연의 감정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는 은미의 태도가 못마땅했다.
“내가 당신한테 경고 했을 텐데. 난 내가 좋아 하는 사람을 믿어. 너 따위 허접한 여자의 말은 듣지 않는 다고,!!”
‘허접한 여자? 풋하하하하 허접한..... 하하하하’
결국 두 번째 경고와 함께 주엽에게 매몰차게 거절당한 하은미 그에게 두 번씩이나 거절당한 그녀의 웃음은 비참함이 아니라 분노를 담고 있었다.
.
.
.
몇분만 있으면 보게 될 내 여자.... 아직 확신이란 놈이 그를 괴롭히고 있지만, 어찌 되었든 그녀는 지금 자신을 보기위해 오고 있다. 그녀와 만나기로 한 호텔레스토랑에 5분전 먼저 도착한 주엽이 입구쪽을 목이 빠져라 바라보고 있다. 드디어 봄빛 보다 더 눈부신 그녀가 눈에 들어 왔다.
“벌써 왔어요? 혹 내가 늦었어요? 어머 아닌데...”
자신의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그의 모습에 반가워했다. 그들은 간단하게 식사를 하기 위해 웨이터를 불렀다.
“그렇게 웃지마.”
웨이터가 주문한 음식들을 내려놓고 사라지자 그가 뜬금없이 말했다. 무척 기분 나쁘다는 투로...
“에? 뭘 그렇게 웃지 말라는 거죠? 내가 언제 웃었다고,”
“너 나한텐 잘 안웃어 주는데... 다른 사람 보면 헤실 거리는 거 못 마땅하다구.”
그의 어이 없는 말에 그녀는 또다시 웃어야만 했다.
“하하하 주엽씨는 참...”
“어허, 참이 아니라 진짜 너 웃는 거 보고 있음 내가 이렇게 미치겠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어떻 것 같냐? 어어 자꾸 웃을래?”
주엽의 넋두리에 수연은 기분 좋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은미의 말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을 수도 없었다.
“수연아 피곤해 보인다. 일 힘든 거야?”
“아니, 그런거 없어요. 그나저나 주엽씨가 더 힘들어 보이는데... 참, 이사... 했어요?”
“어? 어 말 안했나. 그런데 이사한게 아니라 잠시 일할동안만 오피스텔에서 있는 거야.”
그녀의 앞머릴 자연스럽게 마치 아주 오래된 연인처럼 다정하게 만져주는 주엽의 손길에 그녀는 흔들리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맨날 이러고 싶다.”
언젠가 그가 한 똑같은 말... 그녀의 가슴을 떨리게 하기에 충분한 말들....
“그럼 밥은 어떻게 먹고요. 난 돈 많이많이 벌어다 주는 사람이 좋다니깐..하하하”
“으이구, 알았다. 그런데. 나 돈 안 벌어도 너 하나쯤은 먹여 살릴 수 있다 뭐....”
그의 말은 사실일 것이다. 다만 그는 그녀 못지않게 지금의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기 때문에 그녀로써 더더욱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다.
“주엽씨.. 나 할말 있어요.”
“어? 뭔데.. 내가 죽도록 보고 싶었다고 해도 나 감당할 수 있는데. 하하하”
“할말 있다구요.”
조금더 진지하게 말하는 수연을 웃음을 거두며 바라보는 주엽.
“어 말해.”
그녀의 손을 꼭 잡고, 그녀의 간간히 흔들리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불안한 마음을 접어 두기로 했다.
“우리 6개월 사귀기로 한거....”
“한거.”
입안이 바짝 마르도록 그녀는 그를 애태웠다.
“그만 둬요. 이제.”
쿠쿠궁-----------
그녀의 흔들리던 눈동자가 진실을 말하듯 그를 아프게 했다. 결국 혼자서 좋아 하게 된 꼴이라니...
“왜?”
냉정할정도로 무뚝뚝하게 그녀에게 이유를 물었다.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말을 들은 그가 할수 있는 말이라곤 그게 다였으니까.
“이유는 없어요. 단지 당신이 일을 해야 하니까..... ”
“단지 그거야?”
“네? 네....”
그녀는 거짓말을 했다. 그가 그녀의 얼굴을 들어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아도 그의 눈을 피하는 그녀에게서 거짓말 임을 알수 있었다.
“아니 거짓말 하지마, 넌 다른 이유가 있어. 뭐지? 혹시 다른 남자라도 있는거야?”
얼마전부터 잠재되어 있던 그녀를 향한 의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네? ”
그녀는 단지 그를 위해 한발 물러서고 싶었다. 지금부터 멋진 날개짓을 할 그를 위해 더 이상 막아서고 싶지 않았는데 그는 오히려 그녀를 남자 때문에란 이유로 당치않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는 그녀를 일으켜 세워 레스토랑을 나왔다.
"타.“
조금전 그녀를 볼때완 너무도 다른 주엽의 태도에 수연은 당황해 했다. 그리고, 그가 차에 올라 시동을 걸자 급한 마음에 차안으로 들어 갔다.
“왜.. 그래요?”
그의 무서운 얼굴에 눈을 간신히 맞추며 그를 바라 보았다. 그는 아무말 없이 그녀를 보더니 이내 무서운 속력으로 차를 출발 시켰다. 얼마쯤 달렸을까. 그가 강변의 주차장으로 차를 몰더니 급정거를 해버렸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놀란 마음과 몸이 불안함을 느껴야 했다.
“더이상 날 힘들게 하지마.”
그가 간절하다 못해 애원하듯 그녀에게 말했다.
“......... 주 주엽씨..”
“니가 나한테 자꾸만 멀어지려 할때마다 내가 얼마나 초초하고 불안하고 그런지 알아?”
그의 안스러운 모습에 수연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쓸어 내렸다. 그녀의 그런 작은 행동하나에도 그는 온몸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듯 그녀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강하게 밀어 붙였다.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그녀는 그를 밀어 내려고 했지만, 조금씩 열정을 더해 가는 그의 키스에 자신도 모르게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오히려 더 열정적으로 응하게 되었다.
“음. 수연...아 너 이런데도 나랑 헤어지잔 말 할 거야?”
그가 마음 아파하며, 그녀를 몰아 세웠다. 그녀도 알고 있다. 결코 그와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걸. 하지만.............. 그는 이제 자신이 보아오던 그런 사람이 아니였다. 더 이상 혼자 볼수 없는 그런 사람이 되어있었다.
“나....... 당신 하고 있었던거 즐거운 추억이라고 생각해요...”
“.!!!!!!!!!!!”
주엽은 조금전의 열정을 식혀 버리는 그녀의 말 한마디에 그만 차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리고 들리는 그의 괴성에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자꾸만 비집고 나오려하는 눈물을 간신히 참아야 했다. 그를 위해서...
.
.
.
아랑입돠...
점심들 잘 드셨죠?
매번 일찍 올려야지 하면서도...
게으름 아닌 게으름을 피웁니돠.....
좀더 재밌게 올리려고 골머리를 썩는다 생각하시고,
암쪼록 재미있게 봐주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