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대 29살 (2편)

나다200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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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연 들어 가겠다.

 

어릴적부터 그러니까 어릴적은 특별한 성장과정은 없었다. (생략)

평범한 가정에, 평범한 부모님, 평범한 남매. 여기도 별다른 특이한 점은 없어서 생략

(생략입니다. 빨리 엑스트라들 카메라 앞에서 나오세요)

자라면서 남들 눈에 뛸 만큼 외모가 특출나거나,  길거리에 지나가면서 " 차 한찬 마실까요"" 시간 있으세요" 남자들한테서 이런 소리 들어본 적도 어느 CF에 나오는 것 처럼 버스에서" 저 내려요" 이런 말도 들어본 적 없다 .

미팅에서 폭탄이 되어 본적도 없다. "너 나가"'진짜 지뢰밭이다." "니가 수루탄이냐. 3초후에 터지게"

이런 소리 들어본 적도 없다.

-진짜 없어

-재연이나 신경쓰세요. 진짜 없어요

_성깔은...

 

그저 평범했다. (언제까지 평범했는데...) 중학교까지

고등학교에 가서 문제가 생겼다. 키는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점점 옆으로 살이 붙기 시작했다.  이등신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키가 자라지 않으면서 예쁘다라는 말은 없어지고, 예의상하는 귀엽네요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도 사춘기는 왔다. 괜히 반항하다 엄마한테 맞고, 인생은 무엇인가? 사는 것은 또 무엇인가? 죽는 것은?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살 수 없잖아... 그런 사춘기에 나도 남들처럼 첫 사랑이 찾아왔다.

학원에서 알게 된 내 첫사랑 (서태민: 가명)  그때처럼 학원을 열심히 다닌 적도 없다. 공부를 열심히 해본 적도 없다. 그 애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 후진 교복도 멋스럽게 입기 위해 노력했다.

깨잎에도 물을 주기 시작했다.

그 애는 분명 내가 못 오를 나무는 아니었다. 충분히 오를 수 있는 나무였다.  그 학원에 킹카는 따로 있었기에 모든 여학생의 시선은 거기로 향해 있었다. 고로 경쟁자가 없는 나만의 단독 찬스 꼴이었다.

나에게 기회가 오기만을 난 표범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 난 자신 있었다. 그런데... 밤새워 써던 편지를 준비하고, 엄마의 향수까지 뿌리면서 그 애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서

 

"저기 이거.."

"그게 뭔데"

"편지야. 집에 가서 읽어봐"

"안 읽어도 될 것 같다. 난 너한테 관심 없거든"

 

이 대사까지는 그 래도 괜찮았다.  그럴 수 있다고... 날 좋아하지 않을 수 도 있다고 넓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날 지나가면서 한 마디하는 그 애의 마지막 말은 도저히 내 가슴에 한이 되어 남았다.

 

"못 생긴게 어디 감히 누굴 넘보는거야"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  못 생긴게.... 누굴 넘보는 거냐고.   그 말을 듣고 난 자리에 누웠다. 일주일 동안. 그리고 난 변했다. 안경을 벗고, 살을 빼고, 내 꿈인 선생님도 버리고, 다 버렸다.

그리고 보란듯이 보여주리라. 복수의 칼을 갈았다.  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독한년 소리 들으면서 공부하고, 남들 자는 시간에 나를 관리하고. 남들 미팅할때 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성형까지도 생각했지만 그건만은 참고 또 참았다.

내가 만든 옷을 너희 여자들한테 입혀주리라. 내 옷에 열광하게 만들어 주리라. 남자들이 여자한테 선물주기 위해 내 옷을 사는 그런 날이 오게 기필코 성공하리라. 다짐하고 다짐했다.

 

"고 민희씨 인터뷰좀 할 수 있을까요"

"죄송합니다. 제가 좀 바빠서"

"20대 젊은 나이에 성공했는데.. 그 비결이 뭐가요? 남자친구는 있으세요? 결혼하고 싶은 여자 1위로 선정 되었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디자인이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인데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으시나요?"

"죄송합니다. 다음에 하죠"

 

이런 날이 오기를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인터뷰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회사에서 어느정도 성공했고, 자리도 잡았다. 내 직장과 내 집. 내 자동차. 친구들. 취미 생활까지 난 지금 완벽한 생활을 즐기고 있는 이 시대의 당당한 29살 미혼 여성이다. 내일을 향해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대한 민국의 아름다운 여자다.

-감독님 재연 끝났어요. 아무리 재연이라고 하지만 졸고 있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에요

-고 민희씨 이렇게 재미 없는 재연 봤어요. 너무 평범하잖아여. 뭐야 첫 사랑에 실패해서 그래서 독하게 공부하고, 일 한것 밖에 없잖아. 지루하게 시리

-감독님

-알았어. 알았어. 성깔은 그러니까 결혼 못했지

-사람 또 욱하게 만드시네...

-철수합시다.

 

 

집으로 돌아온 난 파김치가 되어 침대에 쓰러져 내일 만을 기다렸다. 해는 여전히 지고 다시 떴다.

 

"좋은 아침입니다"

"고 실장님 뭐 기분 좋은 일 있으세요"

"그렇게 보여요"

"네. 선이라도 보세요"

"선미씨 남자가 있어야 여자가 행복한 것은 아니예요."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여자가 있다. 남자가 인생의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여자. 남자가 특별히 필요없는여자.  전자는 예쁜 여자들이 하는 말이고, 후자는  못 생긴 여자들이 하는 말이라고 하지만 그건 오해다.  전자는 능력이 없는 여자가 하는 소리고, 후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자가 하는 소리다. 그래서 난 후자다.

 

-어제 전화 했는데 안 받더라

"일이 있었어"

-무슨 일

"점심때 만나서 얘기 해 줄게"

-심각한 얘기야. 회사에서 너 나이 많다고 짤랐어

"내가 짤리 사람이냐. 내 발로 나왔으면 나왔지"

-어머 너 짤렸구나. 세상에... 언제 그렇게 됐어

"아침부터 재수없게 그런 말할래 나중에 봐"

 

탁. 날 뭘로 보고... 내가 없으면 이 회사 망해.

 

"기집애. 기분 나쁘게"

"노처녀 히스테리거야. 그런거야"

"부장님 재미없거든요"

"빨리 시집이나 가. 아침부터 인상 구기지 말고"

"같은 여자끼리 부장님 너무하세요"

"여자의 적은 여자야. 명심하라구"

 

어쩜 부장님의 말씀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절대로 내 후배에게 그러지 않을 것이다.

 

"선미씨 커피 한잔만"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잠시 커피 마시러 들어왔다.

 

"아까 할려고 하던 말 해봐"

"나 20살 남자와 결혼한다"

 

두 명의 친구들의 동공이 커지고, 먹고 있던 커피가 입에서 나오고, 그 커피가 내 얼굴에 얼룩을 남겼다.

 

"만우절 아니다"

"만우절이였으면 좋겠다"

"미쳤니? 이게 몇개로 보여"

"두개"

"정상인데... 그럼 내 가 누구야"

"김 성화"

"그럼 내가 누구야"

"배부른 아줌마"

"맞는데... 정상인데 왜 헛소리하고 그러냐"

"내 얼굴이 정상으로 보이냐"

"그럼 정말 20살이랑 결혼해"

"하하하"

"웃지마"

"집에서 허락한거야"

"결혼을 허락한 집 사람들이 결혼하라고 했어"

"도대체 누가.. 그런 말도 안되는 사람이 누군데"

"외 할아버지"

"말이 되네. 그럴 수도 있지. 너 결혼하는구나"

"영계라서 힘은 좋겠다"

 

이것들이 친구맞아.  또 욱하고 속에서 올라오는게 영 편하지 않다.

 

"그만해. 난 심각하다구"

"어쩌겠니. 상황 종료다. 외할아버지라면서..."

"내일 당장 남자 데리고 와"

"없어"

"친구지만 이 일에 끼여들고 싶지는 않아. 오래 살고 싶거든"

 

내가 믿고 의지했던 내 친구들... 인생에 도움이 안된다.

 

"그만 포기하고, 세상과 타협해"

"행운을 빈다. 친구 아자 아자"

 

오 마이 갓.

 

드디어  외할아버지 집으로 가는 날이다.  내 차안에는 엄마 아빠. 그리고 나  덤으로 큰 올케까지. 

아무도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은 없다. 다들 외할아버지가 짝 지어준 사람들이다. 이럴 수는 없다. 난 다르다. 난 다르게 결혼할 것이다. 난 다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