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이름 없는 무덤> “ 자! 자! 빨리들 합시다.” -“ 우선 장롱부터 들여놔야 되겠어요. 아저씨~~ 좀 살살 옮겨 줘요! 그러다가 다 망가지겠네요. 아휴~~ 정말 이를 어쩐다........" “ 여보! 당신은 좀 쉬어요. 그러다가 몸살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 아니 지금 쉬게 생겼어요? 자기가 일하는 아저씨들한테 뭐라고 얘기 좀 해봐요! ” 오늘은 정식과 영미 부부가 이사를 하는 날이다. 정식은 이사를 해 본 경험이 없어 그저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일하는 것을 구경만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영미는 내내 잔소리를 해 대고 있다. “ 이제 거의 끝나가는 것 같다.” -“ 내가 정말 미쳐! 뭐가 끝나가~ 안에 물건 정리 하려면 밤을 새도 모자를 텐데!..... ” 영미의 야단에 정식은 멀쑥해진 표정으로 담배를 꺼내 문다. “ 휴~~ 오늘따라 담배 맛이 죽이는데? ” -“ 으이그~~ 내가 말을 말아야지! 내 참 기가 막혀서........” 둘은 서울에서 한 시간 반이나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왔다. 물론 두 사람 다 서로 합의하에 온 이사지만 영미는 새로 이사 온 곳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정식은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고는 생각했지만 내심 불편한 전원생활이 은근히 걱정스러웠다. “ 자기야~~ 집수리 하셨던 분 전화 좀 해봐! 주방 씽크대가 영 마음에 안 드네......." -“ 왜? 씽크대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 ” “ 응! 씽크대 문짝이 잘 안 맞아.......” -“ 그래 알았어! 내가 바로 전화 해 볼께.” 정식은 전화를 걸어 이사 오기 전 집수리를 맡겼던 사람에게 연락을 했다. 정식은 자꾸만 영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어제 까지만 해도 서울 한 복판에 살며 나름대로 문화생활을 즐기며 살던 사람이 졸지에 시골 아낙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정식은 자꾸만 지난일이 떠올랐다. 친구의 간곡한 부탁에 어쩔 수 없이 선 보증 때문에 부모님께 받은 아파트와 가지고 있던 돈을 모조리 날려 버리게 된 것이었다. 지금 이 시골집도 영미의 친정 부모님이 어렵게 마련해 주신 돈으로 간신히 마련하였다. 돈이 부족하지만 서울에서 작은 월세방이라도 얻자던 영미의 의견에 정식은 반대를 했었다. 그리고는 출퇴근이 좀 힘들더라도 넓은 집을 얻겠다고 마음먹은 정식은 이 곳 저 곳을 다니며 싸고 넓은 집을 알아보았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이 집을 보게 되었고 정식은 곧바로 계약을 하고 남은 돈으로 간단한 수리를 했다. 이 집은 주인이 비워둔 지가 오래되어 청소할 곳은 꽤 많았지만 그래도 많이 낡은 집은 아니었다. 주방과 화장실이 집 안에 있었고 모든 게 현대식이라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이집이 마음에 들었던 정식은 결국 오늘 이사를 온 것이었다. 집 주위에는 여러 채의 농가가 있어 그리 외롭지는 않아보였고, 더군다나 주변 경치가 너무 마음에 들어 끝까지 고집을 피운 것이었다. 특히 넓은 앞마당과 뒷마당은 정식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 으이그~ 내가 미쳤지! 미쳤어! 이런 시골 동내까지 와서 살다니........” 영미의 투정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정식은 영미의 마음을 달래보려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냈다. -“ 자기야! 그래도 아주 외진 곳은 아니야........ 조금만 걸어가면 동네입구에 구멍가게도 있구 TV랑 인터넷도 된다구! 그리고 번화가 까지 차타고 나가면 20분이면 갈 수 있잖아. 서울에서 어디 좀 가려고 해봐! 아마 20분은 훨씬 더 걸릴껄?......" “ 그래! 좋~~ 겠다. 잘 알았으니까 당신은 여기서 뼈 묻을 때 까지 사셔! 나는 얼른 돈벌어서 혼자라도 서울로 올라 갈꺼니깐........" 정식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게 다 자신의 잘못으로 생긴 일이기에 더더욱 아무 말도 할 수없었다. 두 사람은 같은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사내 커플이라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았다. 우선 함께 출 퇴근을 하게 되니 고통비가 절약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직 두사람 사이에 아이가 없다는 것도 이곳 생활을 가능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였다. 저녁이 되니 정말이지 시골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너무나 조용한 가운데 간간히 들리는 벌래들 소리와 짐승소리에 두 사람은 은근히 몸이 움츠러들었다. “ 자기야~ 너무 조용하니까 무섭다 그치? ” -“ 그럼 우리 음악이나 들을까?....... ” “ 응~~ 그러자! ” 두 사람은 오늘 이사를 한 뒤라 피곤함이 밀려옴에도 쉽사리 잠을 자지 못했다. - 다음날 아침 -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서로 자신들이 꾼 꿈 얘기를 꺼냈다. 그런데 너무나도 놀라운 건 두 사람이 꾼 꿈의 내용이 같다는 것이었다. “ 자기야~ 나 기분이 별로 안 좋아! ” -“ 그러게...... 이사 온 첫날부터 왜 이런 꿈을 꾸는 거지?......” “ 애이~ 몰라! 내가 그래서 이 집 마음에 안 든다고 했잖어! ” _“ 후~~ 어째 나도 기분이 좀 나쁘긴 하다.......” 둘의 우려는 곧 현실로 다가왔다. 다음날 늦은 밤! 두 사람은 허겁지겁 차를 몰고 시내로 향했다. “ 자기야! 우리 이제 어쩌지?.......” -“ 일단 시내에 있는 여관부터 잡고 생각해보자! ” “ 나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린단 말야! 잉~~ ” -“ 아~ 좀 조용히 해봐! 나도 떨리긴 마찬가지니깐........” 영미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정식도 역시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 자기야! 아까 우리가 봤던 귀신 말야.......” -“ 응! ” “ 우리가 잘못 본거 아니지?...... 그치? ” -“ 자꾸 물어보지 말라니까 그러네!...... 나도 지금 귀신 얼굴만 생각하면 머리카락이 다 쭈빗 선다고! ” 정식의 말은 사실이었다. 지난 밤 잠을 자려고 자리에 든 부부는 역시나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며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영미의 눈에 안 방 창문 밖에 사람이 서있는 듯한 모습이 보였던 것이었다. 순간 영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막 잠이 들려던 정식을 깨우기 시작했다. “ 자기야~ 얼른 일어나봐! ” -“ 아이~~잉 왜 그래! 이제 막 간신히 잠들었는데........” “ 우리 집 마당에 누가 왔나봐....... 방금 유리창 밖에 누가 서 있었단 말야! ” -“ 오긴 누가와~~ 그리고 또 누가 왔다면 아마 동네 사람이겠지........" 정식은 간신히 잠이 들어서인지 호들갑을 떠는 영미가 영 못마땅했다. 짜증을 내던 정식은 이내 영미의 시달림에 못 이겨 외투를 걸쳐 입었다. “ 자기도 따라와!......” -“ 싫어~~ 난 무섭단 말야! ” “ 자기가 봤다고 그랬으니까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해야지!........” 정식은 혼자 나가는 게 무섭지는 않았으나 잠을 깨운 영미가 미워서 굳이 영미를 앞세웠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은 두 사람은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마당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달이 밝지 않아 멀리까지 훤히 보이진 않았으나 그래도 현관 앞에 달아 논 백열전구 불빛이 꽤 밝았다. “ 아무것도 없구먼....... 아니 도대체 뭘 봤다는 거야! ” -“ 아냐~ 분명히 봤는데 이상하다......” 밖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영미는 정식에게 조금 미안했다. 하지만 영미는 여전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 정식씨~~ 우리 저 뒤로 한바퀴 돌자! 응? " -" 지금 깜깜한 밤에 집 뒷 마당은 뭐 하러 돌자고 그래! " 정식은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영미의 실수를 확인시켜줄 마음으로 집 뒷마당으로 향했다. “ 아 악~~! ” 영미의 외마디 비명과 함께 정식은 눈을 감아 버렸다. 그리고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간신히 돌려 집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 자기야 봤지!...... ” -“ 으....응! 봐....봤어!.......” 두 사람이 집 뒷마당을 향해 막 돌아서려는 순간 두 사람의 눈에 보인 것은 뒷마당 한 가운데 상체만 둥실 떠있는 귀신이었다. 물론 밖은 어두운 밤이었으나 이들이 밖으로 나오기 전 거실의 불을 켜놓고 나왔기에 거실의 불빛이 뒷마당까지 환하게 비추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더욱더 귀신의 형체를 확신할 수 있었다. 귀신은 남자였고 다리가 없이 상체만 붕 떠 있어서 보는 순간 더더욱 무서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시내로 나와 여관에 들어온 두 사람은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금 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엔 아마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 정식씨! 정식씨 아는 선배님 중에 퇴마사분이 계시다고 그랬었잖아? ” -“ 응~ 그래!...... 지금 전화 해 볼까?” “ 미쳤어! 지금이 몇시인데 전화를 해! ” -“ 그러게 시간이 너무 늦었지? ...... 자기야 우리 일단 지금은 자고 내일 아침에 전화해 보자! ” - 다음날 오전- “ 선배님~ 저 정식이에요.” -“ 어~ 그래 오랜만이다.” 정식은 내게 전화를 걸었고 나는 곧바로 정식의 집을 찾아 나섰다. 내가 있는 곳과는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나는 정식이 일러준 대로 집을 찾았다. 그러나 정식의 집에는 아무도 없는 듯 조용했다. 그리고 잠시 후 승용차 한대가 정식의 집 앞에 멈춰섰다. “ 선배님~ ” -“ 아~ 이 사람아! 사람을 오라 해놓고 정작 주인은 왜 이제야 나타나는 거야! ” “ 그게 좀...... 무서워서요! 그래서 일부러 선배님 오실시간에 맞추느라........” -“ 아니 그러면 무서워서 내가 도착 할 시간을 맞춰가며 기다리고 있었단 말야? ” “ 네!...... 저희가 오죽이나 무서우면 그랬겠어요.” -“ 하하하..... 그렇지! 귀신이 무섭지 않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거지.......” 나는 영미씨 와도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집안으로 향했다. 집안에는 어젯밤 소동의 흔적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허겁지겁 도망치듯 빠져나간 집안은 꽤나 엉망이었다. 뒤늦게 집안을 정리하는 영미씨를 뒤로하고 정식과 나는 어젯밤 귀신을 보았다는 뒷마당으로 향했다. “ 여깁니다 선배님! ” -“ 그러니까 분명 이곳에 귀신이 있었단 말이지......” “ 예!..... 저희 둘이서 똑똑히 봤어요. 절대 잘못 본 게 아니에요. 절대로!.......” -“ ............”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않고 뒷마당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그런데 뒷마당 끝자락에 조금 이상한 곳이 하나 있었다. “ 야~ 정식아! 저기 있는 무덤은 뭐냐?” -“ 무덤이요? 어디에 무덤이.......” “ 저기 저거 무덤이잖아! 무덤 맞구먼......” -“ 글쎄요... 뭔가 볼록하긴 한데...... 저게 무덤이에요? ” 정식은 내가 가리키는 무덤을 한 눈에 알아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봉분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모르는 사람이 봐서는 도무지 무덤이라고는 말하기 힘들었다. “ 제가 이 집 얻을 때는 그게 무덤인지 전혀 몰랐어요.” -“ 그래? 그럼 일단 동네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봐야겠다. ” 우리는 우선 제일 가까이에 있는 이웃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영미씨는 우리의 움직임에 놀라 잽싸게 따라붙으며 투덜댔다. “ 뭐야~~ 저 무서운 집에 나 혼자만 두고......” -“ 아~~ 자기야 미안해! 서둘러 가려다보니 내가 깜박했어.........” 우리는 이웃집 마당으로 들어섰다. “ 저... 실례 좀 하겠습니다. 저희는 윗집에 새로 이사 온 사람들입니다.” -“ 아~ 새로 이사 오신 젊은 양반들이구먼! 아니 그런데 무슨 일로......” 우리가 찾아간 이웃집엔 칠순이 훨씬 넘어 보이는 할머니 한분이 계셨다. 우리는 대략 자초지종을 설명 드린 뒤에야 그 집에 얽힌 사연들을 들을 수 있었다. “ 그 집은 사람이 살 집이 아니라우! 벌~ 써 몇 사람이 떠났어......” -“ 떠나다니요 할머니?....... ” 나는 떠났다는 말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사를 갔다는 얘기인지 아니면 죽었다는 얘기인지 말이다. “ 이사를 간 사람도 있고 죽은 사람도 있고.....” -“ 예? 죽은 사람도 있다구요? 왜요 할머니! 왜 죽었는데요? ” “ 어쨌든 저 집은 사람이 살집이 못돼요! 무슨 놈의 집구석이 글쎄 새로 이사를 온 사람들 마다 한결같이 귀신을 봤다고 그러더라고. 아~ 그리고는 조금 지나면 모두 다 떠나는 게야........ 계속 그렇게 사람이 떠나더니만 결국 작년에는 사람이 죽어나갔지 뭔가! 그 집에 살던 남자가 결국 목을 매달아 죽었어....... 쯧 쯧. -“ 작년이요? ” “ 그려!..... 작년 이맘때쯤이지....... 뒷마당에 있던 무덤을 옮기겠다며 흙을 파헤치다가 그만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지! 그리고는 한 사흘을 정신을 놓고 미쳐 돌아다니더니만 어느날 목을 매달았다고........ 정식과 영미는 그 자리에서 온 몸이 굳어버린 듯 꼼짝도 하지 못하고 서있었다. 나는 할머니의 얘기가 끝나자 좀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해졌다. -“ 그러면 혹시 할머니께선 그 무덤이 누구의 무덤인지 아시나요? " “ 그건 나도 몰라~ 그 무덤에 대해서 이 동네사람 중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어쨌든 젊은 양반들도 그 무덤에 손 댈 생각이라면 아예 그만 두시게나! 여태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이 바로 그 무덤 때문에 봉변을 당한거라구! “ 우리는 할머니께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예전에 그 집에 살던 사람들이 용하다는 무당을 데려다 굿을 했었던 얘기와 작년에 살던 사람이 자살한 뒤로는 그 집에 아무도 살지 않았다는 얘기도..... 우리는 다시 정식의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부부는 서로 대책을 내밀었다. 일단 싼 집을 구하려다 생긴 일이니 누구 탓을 할 수도 없었다. 한참을 고민 끝에 부부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쪽으로 결정을 했다. 나는 두 사람에게 일단 내가 한번 무덤속의 귀신을 만나 보겠다며 안심을 시켰다. 그리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밖은 어느덧 어두워져있었다. 뒷마당으로 간 나는 부적을 한 장 꺼내어 태우고 재를 무덤가에 뿌렸다. 그리고 무덤 앞에 앉아 무덤의 주인을 불러내 보았다. 잠시후 무언가가 내 앞을 가로 막았다. 역시 무덤의 주인이 나타난 것이다. “ 당신이 이 무덤의 주인이오? ” -“ 그래 내가 이 무덤의 주인이다! ” “ 대체 당신은 왜 이집에 사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겁니까? ” -“ 허 허 허...... 내가 괴롭혔다구? 아니! 반대로 내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지...... 감히 내 무덤을 가로막았으니 말이야! “ “ 그럼 단지 당신의 무덤을 가로막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이곳에서 떠나게 만들었단 말입니까? ” -“ 아니야! 난 사람들을 떠나게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고! 나는 이 집을 없애고 싶었던 거야! " “ 이 집을 없앤다고?....... ” -“ 나는 6.25 전쟁 통에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가족들을 데리고 피난을 내려가는 길 이였어.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포탄을 맞아 아랫도리가 없어진 채 죽었지...... 그래서 우리 가족은 나를 이곳에 묻어두고 떠났어. 다시 찾아오겠다고 하면서........ 그런데 이 집이 들어선 게야! 이 집 때문에 우리 가족들이 내 무덤을 못 찾게 되었단 말이다." “ 그러면 먼저 번 이집 주인이 목을 매 죽은 것도 당신이 한 짓인가? ” -“ 그래! 내가 그랬다. 그놈은 내 무덤을 파헤쳐서 나를 불에 태우고 내 무덤을 없애려 한 놈이야! 그렇게 죽어도 마땅한 놈이었다고! “ 령은 한이 서린 울부짖음을 토해냈다. 나는 더 이상의 감응을 중단했다. 무덤의 주인인 이 귀신을 그냥 놔둘 수가 없었다. 사연은 딱했으나 그렇다고 사람을 해치는 악귀를 계속 그냥 놓아둔다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한 순간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나는 주문을 외워 령(靈)을 결박했다. 령은 굉장한 힘으로 몸부림 쳤지만, 워낙 강한 주문으로 결박한지라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곧바로 령을 소멸시킬 수 있는 부적을 꺼내어 태운 뒤, 령을 향해 재를 뿌리고 령(靈) 소멸 주문을 외웠다. 주문이 끝남과 동시에 령은 소멸되어 없어졌다. 나는 소멸된 령(靈)에게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죽어서도 편히 있지 못하고 자신의 무덤을 찾아 올 가족을 기다리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렸겠는가...... 거기다가 나로 인해 령 소멸을 당했으니 두 번 죽은 거나 다름이 없었다. 참으로 죽어서도 불쌍한 사람임에는 분명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선택에는 후회가 없었다. 아무리 귀신의 사연이 딱하다 하여도 이미 이승과의 인연은 끝난 것 아닌가.... 나는 소멸된 령을 위로하기 위하여 절을 올렸다. 그 후로 정식의 부부는 그 집을 떠났고 나 역시 그 곳을 가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아직도 내 귓가엔 절규에 가까웠던 령의 울부짖음이 들리는 듯 하다. 오늘도 어디에선가 이승과의 인연을 놓지 못한 채 수많은 사람들이 원치 않는 이별을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다 하늘의 섭리인 것을......... <# 10 - 뱃속의 태아령> 편을 기대해 주세요. 글쓴이 : 환 단 퇴 마 연 구 원 원장(퇴마사) : [원 일] *환단 카페 바로가기= http://cafe.naver.com/bkhpro.cafe
실화소설 [나는 퇴마사다!] - # 9 이름없는 무덤
<# 9-이름 없는 무덤>
“ 자! 자! 빨리들 합시다.”
-“ 우선 장롱부터 들여놔야 되겠어요.
아저씨~~ 좀 살살 옮겨 줘요! 그러다가 다 망가지겠네요.
아휴~~ 정말 이를 어쩐다........"
“ 여보! 당신은 좀 쉬어요. 그러다가 몸살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 아니 지금 쉬게 생겼어요?
자기가 일하는 아저씨들한테 뭐라고 얘기 좀 해봐요! ”
오늘은 정식과 영미 부부가 이사를 하는 날이다.
정식은 이사를 해 본 경험이 없어
그저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일하는 것을 구경만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영미는 내내 잔소리를 해 대고 있다.
“ 이제 거의 끝나가는 것 같다.”
-“ 내가 정말 미쳐!
뭐가 끝나가~ 안에 물건 정리 하려면 밤을 새도 모자를 텐데!..... ”
영미의 야단에 정식은 멀쑥해진 표정으로 담배를 꺼내 문다.
“ 휴~~ 오늘따라 담배 맛이 죽이는데? ”
-“ 으이그~~ 내가 말을 말아야지!
내 참 기가 막혀서........”
둘은 서울에서 한 시간 반이나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왔다.
물론 두 사람 다 서로 합의하에 온 이사지만
영미는 새로 이사 온 곳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정식은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고는 생각했지만
내심 불편한 전원생활이 은근히 걱정스러웠다.
“ 자기야~~ 집수리 하셨던 분 전화 좀 해봐!
주방 씽크대가 영 마음에 안 드네......."
-“ 왜? 씽크대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 ”
“ 응! 씽크대 문짝이 잘 안 맞아.......”
-“ 그래 알았어! 내가 바로 전화 해 볼께.”
정식은 전화를 걸어 이사 오기 전 집수리를 맡겼던 사람에게 연락을 했다.
정식은 자꾸만 영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어제 까지만 해도 서울 한 복판에 살며
나름대로 문화생활을 즐기며 살던 사람이
졸지에 시골 아낙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정식은 자꾸만 지난일이 떠올랐다.
친구의 간곡한 부탁에 어쩔 수 없이 선 보증 때문에
부모님께 받은 아파트와 가지고 있던 돈을 모조리 날려 버리게 된 것이었다.
지금 이 시골집도 영미의 친정 부모님이 어렵게 마련해 주신 돈으로
간신히 마련하였다.
돈이 부족하지만 서울에서 작은 월세방이라도 얻자던
영미의 의견에 정식은 반대를 했었다.
그리고는 출퇴근이 좀 힘들더라도 넓은 집을 얻겠다고 마음먹은 정식은
이 곳 저 곳을 다니며 싸고 넓은 집을 알아보았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이 집을 보게 되었고
정식은 곧바로 계약을 하고 남은 돈으로 간단한 수리를 했다.
이 집은 주인이 비워둔 지가 오래되어 청소할 곳은 꽤 많았지만
그래도 많이 낡은 집은 아니었다.
주방과 화장실이 집 안에 있었고
모든 게 현대식이라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이집이 마음에 들었던 정식은 결국 오늘 이사를 온 것이었다.
집 주위에는 여러 채의 농가가 있어 그리 외롭지는 않아보였고,
더군다나 주변 경치가 너무 마음에 들어 끝까지 고집을 피운 것이었다.
특히 넓은 앞마당과 뒷마당은 정식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 으이그~ 내가 미쳤지! 미쳤어!
이런 시골 동내까지 와서 살다니........”
영미의 투정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정식은 영미의 마음을 달래보려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냈다.
-“ 자기야! 그래도 아주 외진 곳은 아니야........
조금만 걸어가면 동네입구에 구멍가게도 있구
TV랑 인터넷도 된다구!
그리고 번화가 까지 차타고 나가면 20분이면 갈 수 있잖아.
서울에서 어디 좀 가려고 해봐! 아마 20분은 훨씬 더 걸릴껄?......"
“ 그래! 좋~~ 겠다.
잘 알았으니까 당신은 여기서 뼈 묻을 때 까지 사셔!
나는 얼른 돈벌어서 혼자라도 서울로 올라 갈꺼니깐........"
정식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게 다 자신의 잘못으로 생긴 일이기에 더더욱 아무 말도 할 수없었다.
두 사람은 같은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사내 커플이라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았다.
우선 함께 출 퇴근을 하게 되니 고통비가 절약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직 두사람 사이에 아이가 없다는 것도
이곳 생활을 가능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였다.
저녁이 되니 정말이지 시골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너무나 조용한 가운데 간간히 들리는 벌래들 소리와 짐승소리에
두 사람은 은근히 몸이 움츠러들었다.
“ 자기야~ 너무 조용하니까 무섭다 그치? ”
-“ 그럼 우리 음악이나 들을까?....... ”
“ 응~~ 그러자! ”
두 사람은 오늘 이사를 한 뒤라 피곤함이 밀려옴에도 쉽사리 잠을 자지 못했다.
- 다음날 아침 -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서로 자신들이 꾼 꿈 얘기를 꺼냈다.
그런데 너무나도 놀라운 건 두 사람이 꾼 꿈의 내용이 같다는 것이었다.
“ 자기야~ 나 기분이 별로 안 좋아! ”
-“ 그러게...... 이사 온 첫날부터 왜 이런 꿈을 꾸는 거지?......”
“ 애이~ 몰라!
내가 그래서 이 집 마음에 안 든다고 했잖어! ”
_“ 후~~ 어째 나도 기분이 좀 나쁘긴 하다.......”
둘의 우려는 곧 현실로 다가왔다.
다음날 늦은 밤!
두 사람은 허겁지겁 차를 몰고 시내로 향했다.
“ 자기야! 우리 이제 어쩌지?.......”
-“ 일단 시내에 있는 여관부터 잡고 생각해보자! ”
“ 나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린단 말야! 잉~~ ”
-“ 아~ 좀 조용히 해봐!
나도 떨리긴 마찬가지니깐........”
영미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정식도 역시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 자기야! 아까 우리가 봤던 귀신 말야.......”
-“ 응! ”
“ 우리가 잘못 본거 아니지?...... 그치? ”
-“ 자꾸 물어보지 말라니까 그러네!......
나도 지금 귀신 얼굴만 생각하면 머리카락이 다 쭈빗 선다고! ”
정식의 말은 사실이었다.
지난 밤 잠을 자려고 자리에 든 부부는
역시나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며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영미의 눈에 안 방 창문 밖에
사람이 서있는 듯한 모습이 보였던 것이었다.
순간 영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막 잠이 들려던 정식을 깨우기 시작했다.
“ 자기야~ 얼른 일어나봐! ”
-“ 아이~~잉 왜 그래! 이제 막 간신히 잠들었는데........”
“ 우리 집 마당에 누가 왔나봐.......
방금 유리창 밖에 누가 서 있었단 말야! ”
-“ 오긴 누가와~~
그리고 또 누가 왔다면 아마 동네 사람이겠지........"
정식은 간신히 잠이 들어서인지 호들갑을 떠는 영미가 영 못마땅했다.
짜증을 내던 정식은 이내 영미의 시달림에 못 이겨 외투를 걸쳐 입었다.
“ 자기도 따라와!......”
-“ 싫어~~ 난 무섭단 말야! ”
“ 자기가 봤다고 그랬으니까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해야지!........”
정식은 혼자 나가는 게 무섭지는 않았으나
잠을 깨운 영미가 미워서 굳이 영미를 앞세웠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은 두 사람은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마당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달이 밝지 않아 멀리까지 훤히 보이진 않았으나
그래도 현관 앞에 달아 논 백열전구 불빛이 꽤 밝았다.
“ 아무것도 없구먼....... 아니 도대체 뭘 봤다는 거야! ”
-“ 아냐~ 분명히 봤는데 이상하다......”
밖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영미는 정식에게 조금 미안했다.
하지만 영미는 여전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 정식씨~~ 우리 저 뒤로 한바퀴 돌자! 응? "
-" 지금 깜깜한 밤에 집 뒷 마당은 뭐 하러 돌자고 그래! "
정식은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영미의 실수를 확인시켜줄 마음으로 집 뒷마당으로 향했다.
“ 아 악~~! ”
영미의 외마디 비명과 함께 정식은 눈을 감아 버렸다.
그리고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간신히 돌려 집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 자기야 봤지!...... ”
-“ 으....응! 봐....봤어!.......”
두 사람이 집 뒷마당을 향해 막 돌아서려는 순간
두 사람의 눈에 보인 것은
뒷마당 한 가운데 상체만 둥실 떠있는 귀신이었다.
물론 밖은 어두운 밤이었으나 이들이 밖으로 나오기 전
거실의 불을 켜놓고 나왔기에
거실의 불빛이 뒷마당까지 환하게 비추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더욱더 귀신의 형체를 확신할 수 있었다.
귀신은 남자였고 다리가 없이 상체만 붕 떠 있어서
보는 순간 더더욱 무서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시내로 나와 여관에 들어온 두 사람은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금 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엔 아마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 정식씨! 정식씨 아는 선배님 중에 퇴마사분이 계시다고 그랬었잖아? ”
-“ 응~ 그래!...... 지금 전화 해 볼까?”
“ 미쳤어! 지금이 몇시인데 전화를 해! ”
-“ 그러게 시간이 너무 늦었지? ......
자기야 우리 일단 지금은 자고 내일 아침에 전화해 보자! ”
- 다음날 오전-
“ 선배님~ 저 정식이에요.”
-“ 어~ 그래 오랜만이다.”
정식은 내게 전화를 걸었고 나는 곧바로 정식의 집을 찾아 나섰다.
내가 있는 곳과는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나는 정식이 일러준 대로 집을 찾았다.
그러나 정식의 집에는 아무도 없는 듯 조용했다.
그리고 잠시 후 승용차 한대가 정식의 집 앞에 멈춰섰다.
“ 선배님~ ”
-“ 아~ 이 사람아!
사람을 오라 해놓고 정작 주인은 왜 이제야 나타나는 거야! ”
“ 그게 좀...... 무서워서요!
그래서 일부러 선배님 오실시간에 맞추느라........”
-“ 아니 그러면 무서워서 내가 도착 할 시간을 맞춰가며 기다리고 있었단 말야? ”
“ 네!...... 저희가 오죽이나 무서우면 그랬겠어요.”
-“ 하하하..... 그렇지!
귀신이 무섭지 않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거지.......”
나는 영미씨 와도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집안으로 향했다.
집안에는 어젯밤 소동의 흔적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허겁지겁 도망치듯 빠져나간 집안은 꽤나 엉망이었다.
뒤늦게 집안을 정리하는 영미씨를 뒤로하고 정식과 나는
어젯밤 귀신을 보았다는 뒷마당으로 향했다.
“ 여깁니다 선배님! ”
-“ 그러니까 분명 이곳에 귀신이 있었단 말이지......”
“ 예!..... 저희 둘이서 똑똑히 봤어요.
절대 잘못 본 게 아니에요. 절대로!.......”
-“ ............”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않고 뒷마당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그런데 뒷마당 끝자락에 조금 이상한 곳이 하나 있었다.
“ 야~ 정식아! 저기 있는 무덤은 뭐냐?”
-“ 무덤이요? 어디에 무덤이.......”
“ 저기 저거 무덤이잖아! 무덤 맞구먼......”
-“ 글쎄요... 뭔가 볼록하긴 한데...... 저게 무덤이에요? ”
정식은 내가 가리키는 무덤을 한 눈에 알아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봉분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모르는 사람이 봐서는 도무지 무덤이라고는 말하기 힘들었다.
“ 제가 이 집 얻을 때는 그게 무덤인지 전혀 몰랐어요.”
-“ 그래? 그럼 일단 동네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봐야겠다. ”
우리는 우선 제일 가까이에 있는 이웃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영미씨는 우리의 움직임에 놀라 잽싸게 따라붙으며 투덜댔다.
“ 뭐야~~ 저 무서운 집에 나 혼자만 두고......”
-“ 아~~ 자기야 미안해!
서둘러 가려다보니 내가 깜박했어.........”
우리는 이웃집 마당으로 들어섰다.
“ 저... 실례 좀 하겠습니다.
저희는 윗집에 새로 이사 온 사람들입니다.”
-“ 아~ 새로 이사 오신 젊은 양반들이구먼! 아니 그런데 무슨 일로......”
우리가 찾아간 이웃집엔 칠순이 훨씬 넘어 보이는 할머니 한분이 계셨다.
우리는 대략 자초지종을 설명 드린 뒤에야
그 집에 얽힌 사연들을 들을 수 있었다.
“ 그 집은 사람이 살 집이 아니라우! 벌~ 써 몇 사람이 떠났어......”
-“ 떠나다니요 할머니?....... ”
나는 떠났다는 말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사를 갔다는 얘기인지 아니면 죽었다는 얘기인지 말이다.
“ 이사를 간 사람도 있고 죽은 사람도 있고.....”
-“ 예? 죽은 사람도 있다구요?
왜요 할머니! 왜 죽었는데요? ”
“ 어쨌든 저 집은 사람이 살집이 못돼요!
무슨 놈의 집구석이 글쎄
새로 이사를 온 사람들 마다 한결같이 귀신을 봤다고 그러더라고.
아~ 그리고는 조금 지나면 모두 다 떠나는 게야........
계속 그렇게 사람이 떠나더니만 결국 작년에는 사람이 죽어나갔지 뭔가!
그 집에 살던 남자가 결국 목을 매달아 죽었어....... 쯧 쯧.
-“ 작년이요? ”
“ 그려!..... 작년 이맘때쯤이지.......
뒷마당에 있던 무덤을 옮기겠다며 흙을 파헤치다가 그만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지!
그리고는 한 사흘을 정신을 놓고 미쳐 돌아다니더니만
어느날 목을 매달았다고........
정식과 영미는 그 자리에서 온 몸이 굳어버린 듯 꼼짝도 하지 못하고 서있었다.
나는 할머니의 얘기가 끝나자 좀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해졌다.
-“ 그러면 혹시 할머니께선 그 무덤이 누구의 무덤인지 아시나요? "
“ 그건 나도 몰라~
그 무덤에 대해서 이 동네사람 중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어쨌든 젊은 양반들도 그 무덤에 손 댈 생각이라면 아예 그만 두시게나!
여태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이 바로 그 무덤 때문에 봉변을 당한거라구! “
우리는 할머니께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예전에 그 집에 살던 사람들이 용하다는 무당을 데려다 굿을 했었던 얘기와
작년에 살던 사람이 자살한 뒤로는 그 집에 아무도 살지 않았다는 얘기도.....
우리는 다시 정식의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부부는 서로 대책을 내밀었다.
일단 싼 집을 구하려다 생긴 일이니 누구 탓을 할 수도 없었다.
한참을 고민 끝에 부부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쪽으로 결정을 했다.
나는 두 사람에게 일단 내가 한번 무덤속의 귀신을 만나 보겠다며 안심을 시켰다.
그리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밖은 어느덧 어두워져있었다.
뒷마당으로 간 나는 부적을 한 장 꺼내어 태우고 재를 무덤가에 뿌렸다.
그리고 무덤 앞에 앉아 무덤의 주인을 불러내 보았다.
잠시후 무언가가 내 앞을 가로 막았다.
역시 무덤의 주인이 나타난 것이다.
“ 당신이 이 무덤의 주인이오? ”
-“ 그래 내가 이 무덤의 주인이다! ”
“ 대체 당신은 왜 이집에 사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겁니까? ”
-“ 허 허 허...... 내가 괴롭혔다구?
아니! 반대로 내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지......
감히 내 무덤을 가로막았으니 말이야! “
“ 그럼 단지 당신의 무덤을 가로막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이곳에서 떠나게 만들었단 말입니까? ”
-“ 아니야! 난 사람들을 떠나게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고!
나는 이 집을 없애고 싶었던 거야! "
“ 이 집을 없앤다고?....... ”
-“ 나는 6.25 전쟁 통에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가족들을 데리고 피난을 내려가는 길 이였어.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포탄을 맞아 아랫도리가 없어진 채 죽었지......
그래서 우리 가족은 나를 이곳에 묻어두고 떠났어.
다시 찾아오겠다고 하면서........
그런데 이 집이 들어선 게야!
이 집 때문에 우리 가족들이 내 무덤을 못 찾게 되었단 말이다."
“ 그러면 먼저 번 이집 주인이 목을 매 죽은 것도 당신이 한 짓인가? ”
-“ 그래! 내가 그랬다.
그놈은 내 무덤을 파헤쳐서 나를 불에 태우고
내 무덤을 없애려 한 놈이야! 그렇게 죽어도 마땅한 놈이었다고! “
령은 한이 서린 울부짖음을 토해냈다.
나는 더 이상의 감응을 중단했다.
무덤의 주인인 이 귀신을 그냥 놔둘 수가 없었다.
사연은 딱했으나 그렇다고 사람을 해치는 악귀를 계속 그냥 놓아둔다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한 순간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나는 주문을 외워 령(靈)을 결박했다.
령은 굉장한 힘으로 몸부림 쳤지만, 워낙 강한 주문으로 결박한지라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곧바로 령을 소멸시킬 수 있는 부적을 꺼내어 태운 뒤,
령을 향해 재를 뿌리고 령(靈) 소멸 주문을 외웠다.
주문이 끝남과 동시에 령은 소멸되어 없어졌다.
나는 소멸된 령(靈)에게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죽어서도 편히 있지 못하고 자신의 무덤을 찾아 올 가족을 기다리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렸겠는가......
거기다가 나로 인해 령 소멸을 당했으니 두 번 죽은 거나 다름이 없었다.
참으로 죽어서도 불쌍한 사람임에는 분명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선택에는 후회가 없었다.
아무리 귀신의 사연이 딱하다 하여도 이미 이승과의 인연은 끝난 것 아닌가....
나는 소멸된 령을 위로하기 위하여 절을 올렸다.
그 후로 정식의 부부는 그 집을 떠났고
나 역시 그 곳을 가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아직도 내 귓가엔 절규에 가까웠던 령의 울부짖음이 들리는 듯 하다.
오늘도 어디에선가 이승과의 인연을 놓지 못한 채
수많은 사람들이 원치 않는 이별을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다 하늘의 섭리인 것을.........
<# 10 - 뱃속의 태아령> 편을 기대해 주세요.
글쓴이 : 환 단 퇴 마 연 구 원 원장(퇴마사) : [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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