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대 29살 (4편)

나다2005.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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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다 방으로 들어오너라"

 

여기서 죽는 시늉까지 해야한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소녀 이 날까지 할아버님의 말씀 거역한 적 없습니다. 그러나 이건 아닙니다. 한번만 다시 생각해주십시오"

"그만 하고 들어오너라"

 

절규하는 나의 몸짓도 무정하게 할아버지는 외면해버렸다.

 

"쌩쇼를 해요"

 

칼날 같은 눈빛으로 그 놈을 째려보았다.

 

"너는 어디 쌍팔년 영화 찍다가 왔냐. 진짜 20대 초반 맞어. 어디가서 20살 이라고 하지마. 웃겨"

"아줌마나 색동저고리 입고 쌩쇼하지마요. 사극 찍다가 왔어요"

"아줌마... 아줌마... 너 지금 나보고 아줌마라고 했냐"

"네"

"헉~~ 어이가 없어서... 너 몇살이냐"

"나이 많은게 자랑은 아니잖아요. 29살 아줌마"

 

말 문이 막혔다. 어린 놈하고 싸울 수도 없고... 뭐 이런 어이 없는 일이... 저런 싸가지 없는 녀석을 보았나. 역시 어린 놈은 버릇이 없다. 내가 저런 놈하고...

 

"너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너 죽었어"

"영계 밝히는 아줌마가 많다고 하던데... 그 얼굴 가지고는 연애 한번 못했을것 같은데.. 내 말이 맞죠 아줌마"

 

띵. 세상에 이런 일이...

 

"들어오래두"

 

서로의 눈이 마주치면서 한치의 양보도 없이 째려보았다.

 

"절대로 너랑 결혼 안해"

"그걸 말이라고 해요"

 

방으로 들어간  그 놈과 나는 할아버지 앞에 무릎 끊고 앉아 어명만 기다리고 있었다.

 

"부모님은 왜 같이 오지 않았어"

"부모님은 지금 지방에 일이 있다고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이 일은 부모님가 충분히 상의하고, 상의한 끝에 제 의견을 말하고자 이렇게 혼자 왔습니다"

 

나랑 얘기할때랑은 딴판이잖아. 이중인격자... 무서운 녀석이다.

 

"그래 니 의견은 무엇이고"

"아직 우리는 서로에 대해 모릅니다. 물론 저희   아버지와 친분이 있다는 말씀 들었습니다. 예전에 같은 동네에 사셨다고 아버지가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렇지만 결혼은 당사자인 이 분과 제가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혼은 두 집안이 화합하는 거라고 하지만 그 이전에 두 사람의 사랑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할아버지 그래서 드리는 말인데 저희에게 6개월의 시간을 주십시오"

"그렇지.  결혼은 두 집안이 결합하는 거지... 니 말 무슨 뜻인지 충분히 알았다. 그러나  결혼해서 충분히 사랑할 수 있다고  본다.  이건 삶에서 나온 지혜야. 어른들이 하는 말은 전부 잔소리로 듣은 너희 신세대들이 알지 못하는 그런 삶에서 나오는 지혜지."

"명심하겠습니다."

"6개월의 시간을 주겠다. 더 이상은 안돼"

"감사합니다. 사랑해서 결혼하겠습니다."

"그 녀석 마음에 드는군"

 

허허 웃으시는 할아버지. 

 

"민희 너는 땡 잡은거야"

 

땡 잡은건지 아님 종치는 건지 그건 두고볼 일이죠라고 말하고 싶은 대신 그저 미소만 지었다.

 

"그럼 사랑방으로 가 둘이 얘기 좀 하거라. 곧 저녁이니. 저녁 먹고 가"

"아닙니다. 남의 집에 와서 누가 될 수 없습니다."
"무슨 그런 말을... 그런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었다가 가"

"네 알겠습니다"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모르겠다.  밖으로 나온 나는 다시 그 놈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양복 입고 있으려니 답답하네. 양복은 내 체질이 아니야."

"너 정말 6개월 뒤에 결혼할 생각이니"

"미쳤어요. 내가 아줌마랑 결혼하게... 6개월이라는 시간을 벌었을 뿐이예요. 처음부터 안하겠다고 하면 더 강압적으로  나올것 아니예요"

"그렇다고 거짓말을해. 죽어도 안한다고 해야지"

"6개월 뒤에 안한다고 하면 되죠. 손해볼 거 없잖아요"

"참 편하게 생각한다. 너희들은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그렇게 문제를 피해가니. 생각이 없어도 너무 없다."

"복잡하게 생각할게 뭐가 있어요. 우리 둘은 결혼 할 생각이 없는데.. 그게 중요한게 아니예요"

"그래. 맞아. 결혼할 생각이 없지. 그러나 문제를 회피해서는 안된다는거야. 6개월 뒤에 또 다시 무슨 거짓말 할건데.. 그때는 사랑이 안 생겨서 못한다고 할거야"

"빙고"

"헉"

"사랑방이 어디에요"

"됐어. 너랑 무슨 얘기를 하겠니"

"이름 고 민희. 나이 29살. 디자이너 실장. 2남 1녀의 막내. 키 162 몸무게는 모르겠네요"

"난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알고 싶지도 않지만... 나에 대해 어떤 사람이 말해줬는지 모르지만... 기분 상당히 더럽거든"
"이름 박 우진. 나이 20살. 교대 1학년 새내기.  1남 1녀의 막내. 키 180 몸무게 퍼펙트"

"지랄이야"

"이 정도 외모면 완벽하지 않아요"

"내 눈에는 8:2 가르마에 촌티나는 양복. 양복과 안 어울리는 백구두.  얼굴은 팍 삭았다. 20대 초반 얼굴이 아닌 세파에 찌든 얼굴이란 말이지"

"그래도 아줌마보다 좀 어린티가 나지 않나요"

"글쎄 내 눈에는 그렇게 안보인다."

"곧 절 좋아하게 될거예요. 그때 후회하지 마시죠"

"지구가 멸망하면 아니다. 내가 미치게 되면..."

"날 좋아하면서 세상이 핑크색으로 보일겁니다. 고 민희 아줌마"

"너 자꾸 아줌마라고 할래. 아줌마가 얼마나 강한지 오늘 맛 좀봐라"

"귀엽네요"

"그래 나 못생겼다. 어쩔래"

 

드디어 화를 참지 못하고, 폭팔했다. 이런 어린 놈이.. 사람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나이 먹은 것도 서러운데.. 저런 어린 놈한테 아줌마라는 소리 듣고.... 나쁜 놈.

 

"오늘은 이쯤에서 물러나죠. 다음 번에는 다를겁니다"

"무슨 소리야"

"아줌마, 안녕"

 

기막힌 놈. 오늘 잠은 다 잤다. 한대 때려줘야하는데... 정말 살인의 본능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