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색경고(赤色警告) 016 번외

미리별200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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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경고(赤色警告) 부제:잔혹하게사랑하라<

- 전해주지 못한 그 말.

 

 

 

안개와 더불어 커다란 하늘을 새카맣게 덮던 검은 먹구름은

기어이 주룩주룩 세찬 빗줄기를 내뿜었다.


그리고 그 세찬 비를 고스란히 다 맞고 서 있는 한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

 

 

이곳저곳 성한 곳 없이 아직 아물지도 못한 상처가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옷도 이리저리 찢어져 있어 있어 보기만 해도 혀를 내두를만큼

애처로워보이고, 또 불쌍해 보였다.


하지만 그건 단지 소년의 겉모습일뿐이였다.

세찬 비를 다 맞아서 그런지 기력이 없는지 몸은 위태위태했지만,

그의 눈동자 만큼은 순수하고 맑고 또한 투명하게 빛이났다.

다만 슬픔으로 둘러 쌓여있단게 조금 안타까울 뿐이였다.


저쪽 지붕아래쪽으로 가면 비를 덜 맞을 수도 있을텐데,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는 걸 보니 꽤나 고집스러운 모양이다.


차가운 빗줄기로 인해 몸이 으슬으슬 떨려왔다.

생기있던 하얀 볼은 어느덧 창백하게 질려있었고,

아까전 그 붉다란 입술도 어느새 새파랗게 변해 부들부들 입가가 떨려왔다.

 

 

“………”


“………”

 

 

어제 저녁부터 하나도 먹은것이 없는 소년의 몸은 점점 고되져왔다.

하지만 정신력 하나로 경이로울 정도로 버티고 있었다.


잠시 어찔함에 두 눈을 질끈 감았던 소년은 다시 천천히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분명 아무것도 없어야 할 소년 눈 앞에 검은정장을 멋드러지게 차려입은

중년남자가 소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년은 살짝 고개를 치켜올려 두려움없이 그 중년남자를 바라보았다.

당신 같은 사람 전혀 무섭지않아. 라는 당당하고 경건한 눈으로.

 

 

“하하, 녀석. 고집이 꽤 있는 모양이구나.”

 

 

중년남자는 양 옆쪽에 반듯하게 차려입은 보디가드들의 호위를 받고 있었다.

분명 일반사람같으면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에 움찔하여,

얼른 한발자국 뒤로 물러날수 있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중년남자였다.


그랬기에 중년남자는 자신을 꼿꼿이 올려다보는 소년에게 아주 잠시 위험한 눈빛을 내보였다.

물론 소년은 그 위험한 눈빛을 눈치 채지 못한 듯 하다.

 

 

“김비서.”

“네. 회장님.”

 

 

잠시 소년을 위아래로 유심히 훑던 중년남자는 자신의 뒤쪽에서

조용히 고개를 조아리고 있던 남자를 불러 소근소근 말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그런 모습따윈 소년에게 아무런 상관 없었다.

다만 빨리 이들이 눈 앞에서 흔적없이 사라지기만을 바랄뿐이였다.

 

 

“난 네 녀석이 마음에 든다. 너는 내가 마음에 드느냐?”


“………”


“하하하, 녀석 정말 고집하난 끝내주는구나. 뭐 그런점을 내가 높이 사고 있다.

그것보단 이 비를 왜 다 맞고 있는게냐? 집이 없는게냐? 아님 집을 나온게냐?”


“………”


“말하고 싶지 않다면 말하지 않아도 된다.

형식적으로 물어본것 뿐이고 어차피 네 녀석도 대답따윈 하질 않겠지. 하하

그것보단 이 아저씨와 함께 가지 않겠니?”

 

 

중년남자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주위를 살짝 일렁이게 만들고선

다시 위압감과 알수없는 묘한 다정함이 묻어나는 말로 소년에게 물었다.


'이 아저씨와 함께 가지 않겠니?'

소년은 눈동자에 잔뜩 불신감을 품고 중년남자를 노려보았다.

 

 

“누군가에게 버림받은 꼴을 하고 있구나. 언제까지 여기서 비만 맞고 있을 생각이더냐?

그것이 아니라면 내 손을 잡고 나와 함께 가자꾸나.

여기서 비를 맞고 있는다면 네 녀석의 알량한 자존심이야 지켜질지 몰라도

앞으로 미래를 감당할수 있겠느냐? 단 한번도 날개짓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터인데”

 

“………”

 

“내 너에게 커다랗고 튼튼한 날개를 달아주마.

너는 그 날개를 달고 씩씩하게 세상을 누비면 되는것이다. 어떠냐?”

 

 

위압감, 강압감 그리고 묘한 다정함까지.

복합적인 감정들의 요소들이 소년의 가슴을 정신없이 후볐다.


소년은 고개를 아래로 떨구었다 다시 중년남자 시선에 자신의 시선을 맞부닥트렸다.


믿어도 될까, 그래도 될까?

믿어 볼까, 손을 잡아볼까?

……믿…고싶다, 손을 잡고 싶다.

하지만…

 

 

“…엄…마가……기다…리…랬어요.

나쁜 아빠 떼어놓고 꼭 데릴러 온다고, 여기서 꼼짝말랬어…요.”


“………”


“기다려야돼요. 엄마가 올 때까지… 분명 온댔으니까요.”


“아직도 버림받은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게냐?”

 

 

소년은 마지막 중년남자의 말에 고개를 번쩍 치켜올렸다.

그리고 무지막지하게 노려보았다. 분노로 일렁이는 눈으로.

 

 

“버림받은 걸 인정하지 않고 있구나. 어리석은 것.”


“………”

 

 

다시 한번 들려오는 중년남자에 말에 소년은 아니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내뱉을 순 없었다.


어쩌면 중년남자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버림받았다는 말이 진짜일지도 모른다.

정말 소년이 마음 저쪽 끝에서 자신도 모르게 강력하게 부정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내 손을 잡거라. 난 너를 절대로 버리지 않을 것이다.”

 

 

저 말이 거짓이라도, 그저 허울좋은 말뿐이라도…

소년은 딱 한번만 두 눈을 질끈 감고 진심이라 믿고 싶었다.


버림받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이 말한다. 버림받았다고.

소년은 아주 차근하게 발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중년남자 앞으로 다가갔다.

 

 

“……날…개를 주세요. 그리고 나를 버리지 마세요.”

 

 

소년의 볼 위로 빗방울과 함께 뒤 섞여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소년은 중년남자의 손을 잡았다.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그 따뜻한 손을 힘껏 잡았다.

…그리고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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